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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헌터였던 전생을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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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4.03.13 14:25
최근연재일 :
2024.04.17 14: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59,800
추천수 :
4,074
글자수 :
156,328

작성
24.04.01 14:30
조회
4,094
추천
117
글자
11쪽

17. 마적단 본거지.

DUMMY




“저는 마적단의 본거지를 털 계획입니다. 손을 보태주십시오.”


사람들을 구하는 게 아닌, 터는 게 목적이라.

솔직히 나라도 이런 기회는 못 참았을 것이다.

보윈 상단만 없었다면 내가 나서서 털었을 것이다.

어차피 가고자 했던 곳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 의뢰까지 받는다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품을 뒤지는 척, 아공간에서 용병패를 꺼냈다.


“의뢰비는 얼마입니까? 참고로 전 은패 용병입니다.”

“역시 은패 용병이셨군요. 든든합니다.”


쓸데없는 칭찬은?


“그래서 얼맙니까.”

“흠흠, 10실버, 마적 하나를 죽일 때마다 1실버를 추가로 지급하겠습니다.”


단발 의뢰로 10실버면 은패 용병에게 딱 적당한 금액이었다.

추가 보상도 마음에 들고.


“저는요?”


하뉴였다.


“같은 조건입니다. 보니까 한 발 한 발이 명사수시더군요.”

“호호호.”


하뉴가 흐드러지게 웃었다.

만족한 모양이다.

반면 이를 본 에드워드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그나저나 녀석은 하뉴의 용병패는 확인하지도 않았다.

호갱으로는 안 보이는데.

아, 하뉴의 미모에 빠진 건가?

하뉴가 그 정도로 예쁘긴 하지.


‘엉? 아닌데, 변용 마스크는 제대로 쓰고 있는데?’


지금 외모도 나쁜 건 아니라지만, 하뉴의 본래 모습보다는 한참 못 미쳤다.

뭐, 사람마다 이상형은 다를 테니까.


“그럼, 바로 계약서 작성하시죠. 호갱님.”

“네? 네. 토마스!”

“네. 소가주님.”


잠시 후 모히칸 머리, 토마스가 계약서를 가지고 돌아왔다.

여기에 마적 소굴의 노획물에 대한 권리를 추가했다.

분배 비율은 3:7, 우리가 3이었다.

서명까지 일사천리였다.


**


레밍은 아침 식사 후 마이어의 시체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목뒤를 확인한 그는 확신했다.


“이 녀석이 맞다.”

“영주님, 현상금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집사 업튼이 물었다.


“이자를 잡았다는 자는 왔나?”

“네, 아침부터 대기 중입니다.”

“데려오라.”

“네.”


집사가 나가고 다리안이 마타를 데리고 들어왔다.


“다리안 경은 나가 보라.”

“그래도 제가 곁을 지켜야···.”

“안심하라. 내 그리 약하지 않으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리안까지 나가고 영주 집무실에는 마타 혼자 남았다.

마타는 자신의 앞에 있는 레밍보다 중간에 널브러진 마이어의 시체가 자꾸 눈에 거슬렸다.

혹여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두려운 것이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마타입니다.”

“진짜 이름.”

“네?”

“두 번 묻게 하지 마라.”

“로힌스입니다.

“네가 이자를 죽였나?”


레밍의 말에 마타의 등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여기서 말을 잘해야 했다.


“주, 죽인 것이 아니고, 약을 먹인 후 밧줄로 꽁꽁···.”

“그럼, 이자가 죽은 게 네 탓은 아니다? 그냥 죽었다?”


이때 레밍에게서 폭력적인 기세가 쏟아져, 집무실을 짓눌렀다.


“마, 맞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영주님.”

“이리 가까이 오라.”

“네? 네, 영주님.”


두 번 묻게 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른 로힌스는 무릎걸음으로 레밍 앞에 도착해 고개를 조아렸다.

사락!

순간 마타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졌다.

레밍은 머리카락이 떨어지고 드러난 마타의 뒷목을 봤다.

그곳엔 다크문과 별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다크문 4급 암살자.


“크, 쥐새끼가 한 마리 더 남아있었구나?”

“컥!”


반항 한번 못하고 목을 잡혀 버린 로힌스가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이곳에서 살아날 방법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적의 심장에 비수를 꽂기 위해 동료를 희생시켰다? 나름 훌륭한 방법이군. 깜빡 속을 뻔했어.”

“그, 그게 아니오라. 저, 저는···.”

“왜? 배신이라도 했다고 하는 말인가? 그럼 정말 실망인데.”


레밍의 비릿한 웃음에 로힌스는 절망했다.

납작 엎드렸다.

레밍의 거대한 손이 로힌스의 머리를 잡았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러면 중요한 정보···. 큭!”

“덜떨어진 새끼군. 넌 협상을 시도할 게 아니라, 정보를 바치고 내게 목숨을 구걸해야 했다.”


레밍이 로힌스의 머리를 붙잡고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레밍의 눈에서는 은은한 혈광이 피어올랐다.


“죄, 죄송합니다. 제발 목숨만은···.”

“넌 방금 두 번째 기회를 놓쳤다. 크크크, 다크문도 이제 끝장났나 보군, 어떻게 너같이 덜떨어진 새끼가 4급 암살자가 됐는지 모르겠군.”

“크, 크르.···르···.”


로힌스의 눈동자가 하얗게 변했고, 입에서는 거품이 일었다.

레밍의 눈에서 흘러나온 혈광은 더욱 짙어졌다.


“그래그래, 넌 앞으로 내 개가 되어 내 말에 무조건 충성할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네 주인이 누구인지 말하지 말 것이야. 또 내게 한 치의 거짓도 고하면 안 될 것이고. 안 그러면 네 머리에 심은 마력이 네 머리를 터트려 버릴 테니까.”

“크르르···. 네···.”


철푸덕!

레밍이 내동댕이치듯 로힌스를 바닥에 던졌다.

잠시 후 로힌스의 입에서 일던 거품이 천천히 사라졌다.

반쯤 돌아갔던 눈동자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로힌스가 바로 부복했다.


“추,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말해봐. 중요한 정보라는 게 뭔지.”

“네, 마이언의 전언에 따르면 빠르면 오늘, 늦어도 사흘 안에 다크문에서 보낸 특급 암살자가 도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급?”

“네.”


레밍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이곳에서 가져갈 것이 뭐 있다고. 특급씩이나.”

“그···것까진 저도 모릅니다.”


로힌스는 ‘그게 영주 당신 목숨’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기 때문이다.


“그렇단 말이지. 그게 내가 목숨과 바꾸고 싶다던 중요한 정보냐?”

“네?”

“그걸로는 네 목숨을 살릴 수 없겠는데?”

“사, 살려만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언제고 도착할 다크문의 암살자···.”


레밍은 이어진 로힌스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더욱이 지난밤 그의 여관에서 벌어진 일까지도.


‘연고 없는 사람들을 꼭 집어 뽑아먹을 수 있겠어.’


지금도 약한 건 아닌데, 이 세상엔 자신보다 강자가 더 많다는 걸 레밍은 모르지 않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했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게 압도적으로.


“로힌스, 네 쓸모를 스스로 찾아냈으니. 이제 증명해라. 네 가치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타 아니, 로힌스가 그렇게 집무실을 나갔다.


“괜찮은 미끼를 구했군.”


로힌스가 말한 것처럼 월척이 물릴지 말지는 기다려 보면 알 것이었다.

잠시 후, 기사단장 다리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코베어로부터 정기 보고가 늦는군.”

“사람 보내겠습니다.”

“나가 봐.”


코베어는 크레센트문의 마스터의 이름이었다.

로힌스로부터 어젯밤 그곳에서 벌어진 일을 들은 그는 다리안에게 그곳 소식을 알아보게 했다.

레밍은 점심이 지나 크레센트문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크문이 벌써 도착했다고?”

“그들 말고 일을 벌일 만한 적대 세력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리 허무하게 무너질 줄 몰랐군.”

“영주관 경비를 강화하겠습니다.”

“다리안 경, 마타에게도 은밀히 사람을 보내라. 그가 미끼를 자처할 것이다.”

“그리하겠습니다. 주군.”


**


짐마차와 포박한 마적들을 지킬 최소한의 호위 병력만을 남겨두고 에드워드와 토마스, 그리고 호위 용병 10명과 상단 일꾼 10명이 마적의 본거지를 향해 움직였다.


“하, 새끼들 멀리에서도 왔네.”


말을 달려 두 시간, 아직 마적들의 본거지는 나오지 않았다.


“노스턴, 타우스, 헬라스 이렇게 세 영지의 경계라고 하니, 조금 더 가야 할 겁니다.”

“이걸 용케 안 걸리고 있었나 봅니다.”

“영지 경계는 일종의 사각이니까요. 괜히 병력을 움직여서 두 영지를 긴장시킬 이유도 없었을 테고요. 뭐, 그래서 상단들도 그쪽으로 이동은 가급적 피합니다. 몬스터도 정리 안 된 위험한 지역이거든요.”


하뉴 옆에 딱 붙은 에드워드의 설명이었다.

물론 나도 용병 생활을 해왔기에 대충 알고 있지만, 거기에 마적단이 들어섰다는 데도 방치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아마 두 곳 이상의 영지에 끈을 대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군요.”


뇌물이라는 급행 보증금 없이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게 디폴트 값인 세상이었다.

딱히 정의롭지 않은 나로서는 그들이 영지를 말아먹든 삶아 먹든 신경 쓰지 않았다.

내게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은.


“칸, 보여.”

“그래?”


하뉴가 바라보는 방향에 희끗한 무언가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엔 아직 마적이 20명가량 있다고 했으니,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마적이 납치된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을 수 있으니, 방심하지 마.”


몇 번의 마적 소탕 경험이 있다.

그중 두 번, 납치된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던 마적에게 당한 동료가 나왔기에 하뉴에게 따로 충고했다.


“알았어, 칸.”

“알겠습니다.”


‘아니, 넌 말고.’


에드워드 이 녀석은 낄 데 안 낄 데를 안 가리는 것 같다.

눈치 없게.


본거지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높게 쌓아 올린 목책이 우릴 반겼다.


“누구냐!”


어설프게 만든 감시탑 위의 초병이 외쳤다.

대답은 하뉴가 화살로 대신했다.

쌔액! 퍽!

머리에 화살이 박힌 초병이 지면으로 떨어졌다.

댕댕댕!

당장 안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부산해진 움직임,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휙!

나와 하뉴, 상단의 호위 용병 둘과 함께 가볍게 목책을 넘었다.

따라나선 용병 둘은 동패 용병으로 오러 유저 수준이었다.

목책을 넘은 용병들은 그대로 달려 문을 지키고 있던 마적을 향했다.

나와 하뉴는 그들 뒤를 지켰다.

그때 막사 안쪽에서 튀어나온 마적들이 우릴 향해 석궁을 날렸다.

인지 가속!


‘인지 가속은 오랜만이군.’


수련 때 아니고 전투 중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 다섯 개의 볼트를 차례로 쳐냈다.

쌔액! 티티팅!팅!

내가 볼트를 막는 사이, 하뉴와 호위 둘이 착실히 목책을 지키는 마적들을 잡았다.

금방 정리됐다.

이어 목책 문이 열리고 상단 호위 용병 8명이 들어왔다.


“칸이 다 죽였네.”

“내가 능력이 좀 되잖아.”


경지에 오른 반격검으로 되받아친 볼트가 숨어 있던 마적 다섯을 추가로 죽였다.

쌔액! 퍽! 퍽!

내 옆에 선 하뉴가 화살을 날렸다.

아직 석궁을 장전하지 못한 마적들이 그렇게 하나둘 쓰러졌다.


“이얏!”


호위 용병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숨은 마적들을 찾아 움직였다.

본거지는 그렇게 정리됐다.

그리고 돼지우리 같은 허름한 막사 창고에 묶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풀려났다.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우리가 아니었다면 조만간 노예 상단에 팔려 갔을 터다.


“하뉴, 풍을 시켜 마력이 느껴지는 게 없는지 찾아봐.”

“응.”


아태팩트가 흔치 않겠지만, 이미 한 번 아티팩트를 접해본 풍이었다.

있다면 놓치진 않을 것이다.

현장이 대충 정리될 때쯤, 에드워드가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의뢰대로 한 것뿐입니다.”


그가 내민 주머니에는 35실버가 들어 있었다.

칼 같은 계산, 좋은 의뢰주였다.


“소가주님, 이걸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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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생매장. +3 24.04.03 3,819 97 12쪽
18 18. 마적단 본거지. +5 24.04.02 3,937 115 12쪽
» 17. 마적단 본거지. +3 24.04.01 4,095 1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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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편법. +9 24.03.28 4,716 119 12쪽
14 14. 운명. +7 24.03.27 4,959 130 12쪽
13 13. 유물. +4 24.03.26 5,347 137 13쪽
12 12. 금제. +3 24.03.24 5,525 138 11쪽
11 11. 토굴. +3 24.03.23 5,779 126 12쪽
10 10. 살인멸구 +1 24.03.22 6,288 140 12쪽
9 9. 찾으면. +4 24.03.21 6,562 1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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