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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헌터였던 전생을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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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4.03.13 14:25
최근연재일 :
2024.04.17 14: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59,699
추천수 :
4,073
글자수 :
156,328

작성
24.03.22 14:30
조회
6,284
추천
140
글자
12쪽

10. 살인멸구

DUMMY



여관 주인이 대낮에 사람을 납치했다.

거기에 여자를 납치하겠다고 영지의 범죄 조직이 여관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

아무리 무법천지인 이 세상이라지만, 이런 게 정상일 리 없다.


‘어쩌다 이 영지가 이런 무법천지가 된 걸까?’


아무래도 이 영지엔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뭘까?

성문을 넘은 후부터의 기억을 빠르게 살폈다.


‘길드 지부에 용병들이 상당히 드물었어. 3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없다시피 한 거지.’


그때가 조금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너무 적었다.


‘거기에 거리엔 거의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았고.’


이 영지가 그렇게 사람의 유동이 없는 곳이 아니다.

가장 최근 이 영지를 들렀을 때만 해도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람도 유동도 드물고 영지민의 얼굴에는 생기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이 영지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영주가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진 않을 텐데.’


노스턴 자작은 현대인이 봐도 제법 상식이 통하는 영주였다.

그런데 지금은 왜?

현재로서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지금 상황을 영주가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지금 같은 상황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든가.

그 말은 영주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말이 됐다.


‘이게 맞나?’


틀리더라도 지금 이 영지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이럴 경우 내가 해야 할 일은?

1분 1초라도 빨리 영지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영지를 빠져나가야겠다.


‘말은 다음 영지에서 사도 되는 거니까.’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다른 이야기는 없어?”

“음, 그들은 이든이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지금 상황만 보면 평소 조원들간의 관계가 그리 끈끈하지 않은 것 같네.”

“응. 이든이 가장 나중에 길드에 들어온 것 같아. 그것도 토레스보다 늦게. 그런 이든이 자신은 동패 용병 출신이라고 같은 조원들을 무시했고, 토레스를 말단처럼 부렸던 것 같아. 들어온 서열을 무시하고 말이야. 그래서 토레스가 평소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처럼 중요한 작전을 앞두고 도망친 것을 기회로 조원들에게 도움을 바라는 것 같아.”


그 중요하다는 작전이 널 납치하는 일인데, 이건 너무 차분한 거 아니냐?

이 녀석, 자기 객관화가 너무 잘 되어 있는데?


“꼭 그렇게 조직 생활에 적응 못 하는 놈들이 있지.”

“난 어때? 잘하는 것 같아?”

“응, 잘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난 칸 두고 어디 도망 안 가.”

“그래, 나 버리고 어디 가지 마라.”


쓱쓱.

오늘은 자주 하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다.

내 손에 머리를 비벼오는 게 꼭 강아지같네.

근데 귀가 꿈틀한 것 같은데, 어두워서 착각한 거겠지?


이제 1층에 남은 사람은 다섯, 슬슬 놈들도 반응할 때가 됐다.

그 전에 내가 먼저 친다.


“하뉴, 그놈들 길드가 어디인지는 위치 알지?”

“응, 서문 근처에 있는 작은 주점이었어. 그 뒤에 뭘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토레스 감시한다고 그것까진 살피지 못했어.”

“그건 상관없어.”


그건 그때 가서 알아보면 될 일이니까.

그나저나, 서문이면 빈민가가 몰려 있는 곳이다.

3년 전 이곳에서 두 달가량 활동한 덕분에 이곳 지리 정도는 대충 꿰고 있었다.


이름 모를 녀석에게서 얻은 가죽 주머니를 주머니칼로 쨌다.

그리고 칼끝으로 가루 일부를 덜어내 하뉴에게 내밀었다.


“이걸 놈들이 먹는 음식에 풀 수 있겠어?”

“안 죽이고?”


이 녀석이, 사람 죽인다는 소리를 가볍게 하네?

너 아주 무서운 아이구나?


지금은 밤, 밤에 소리는 멀리까지 퍼진다.

그러다 경비라도 들이닥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된다.

그래서 되도록 소리 없이 처리하길 바랐다.

이내 하뉴의 손끝에서 일어난 바람이 가루를 품고 사라졌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일단 녀석들 앞에 놓인 맥주에 탔어.”

“좋아, 잘했어.”


이제 녀석들이 맥주만 마시면 됐다.

물론 잠도 들어야 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잠깐 쉬기로 했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방금 마셨어.”

“벌써?”

“응, 토레스가 슬쩍 마시더니 바로 탁자에 머리 박았어.”


마시고 바로 탁자에 머리를 처박아?

이거 수면제 아니었어?

주머니칼에 남아있는 가루를 살짝 혀로 핥으니, 혀끝이 얼얼해졌다.


‘마비독!’


토레스가 쓰러진 이상, 다른 사람이 마실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놈들도 눈이 있을 테니까.

여기서 더 기다려봤자 놈들에게 대응할 시간만 줄 뿐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하뉴, 넌 잠깐 이곳에서 기다려.”

“앙?”


살짝 이상한 목소리를 낸 하뉴가 어정쩡한 표정을 했다.

솔직히 이제까지 모든 일은 하뉴가 다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그녀의 역할은 여기까지.


“전투는 내 몫이야.”

“그럼 난?”

“넌 언제나 후방 지원이지.”


앞으로 벌어질 일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좀 더 험해지겠지.

피도 좀 보겠고.


아쉬운 표정을 한 하뉴를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열린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훌쩍! 타닥!

가벼운 소음이 있었지만 무시했다.


‘이 정도면 순찰은 없는 게 확실하고.’


고개를 들어 어두운 하늘을 보았다.

달도 별도 보이지 않고 깜깜했다.


‘살인하기 딱 좋은 날이네.’


크게 건물 벽을 끼고 돌아 여관 1층, 주점 입구로 향했다.

바로 문을 열지 않고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잠깐 집중했다.

주점 내부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총 넷, 이들 중 오러를 가진 자는 둘.


‘다 유저 수준이군.’


용병이라면 고작 동패 수준, 하지만 이들이 암살자일 가능성이 있는 도둑 길드원.

방심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실전, 살짝 굳은 어깨를 가볍게 털어내고 문을 열었다.

끼익!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시선을 담담히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일시 정지.

엎어진 자의 품을 뒤지고 있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어? 나 강도 아니야.”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이런 상황은 나도 예상 못 했는데, 짜식이 먼저 상황을 만들어 주네.


“....강도가 자기 강도라고 말하는 건 못 보긴 했지.”


그렇게 말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까진 순조롭다.

하지만.


“C발, 이 새끼 내 동료라고, 근데 이 새끼가 갑자기 대가리를 처박아서···. 아니 내가 처음 보는 새끼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근데 넌 뭐야?”

“손님?”

“...오늘 영업 끝났어. 손님 안 받아.”


날 정말 손님으로 보는 건가?

이것만 보면 이들은 내 얼굴을 모르는 게 확실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날뛸 기회가 더 많아지는 거다.


“음, 그럼 난 이대로 경비대로 가면 되나? 여기 사장이 강도라고?”


당장이라도 나갈 것처럼 문으로 향하니.


“이 새끼가! 야, 저 새끼 막아!”


그게 신호였다.

드르륵! 츠륵, 철컥.

팍!

고개를 비틀자, 작은 볼트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

휙! 휙! 파팍!

두 개의 단검이 내 머리와 가슴을 향해 왔지만.

타탁!

마력을 두른 손등으로 가볍게 쳐내며 방향을 비틀었다.

반격검에는 상대의 공격을 빗겨내고 빈틈을 공격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날아온 단도를 받아쳐 출수한 자에게 되돌려주는 묘리도 함께 있었다.

방금 펼친 게 그것이었다.


“컥!”

“크윽!”


왔던 것보다 빠르게 돌아간 단검에 두 녀석이 각각 오른 어깨를 움켜쥐며 비명을 질렀다.

내게 볼트를 날리고 단검을 뿌린 두 녀석이었다.


“역시 실력 어디 안 가.”


뭐든 배워두면 요긴하게 쓰인다니까.


그때였다.

끼익!

뒤쪽에서 들려온 미세한 마찰음.

난 보지도 않고 그대로 발차기를 달렸다.

퍼억!

놈은 다가오던 것보다 빠르게 튕겨 나갔다.


“컥! 꾸엑!”


우득!

아이구야.

운 나쁘게도 녀석은 뒤편에 있던 기둥과 부딪혀 목이 꺾이고 말았다.


‘살인멸구(殺人滅口), 이게 진짜 암살이지.’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을 때, 물 덩어리를 뒤집어쓰고 발버둥 치는 두 놈을 볼 수 있었다.

내게 단검을 맞은 두 녀석이었다.


‘와씨, 이런 방식은 생각도 못 했는데.’


수가 두 놈의 얼굴 전체를 덮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2층 계단참에 하뉴가 서 있었다.


“이게 소음이 더 없어.”

“그렇긴 하다.”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이곳에서 튈 생각이라 소음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경비병이 도착할 시간이면 우리는 이미 이곳을 떠나고 없을 테니까.


“앞에 건 걱정 안 해도 돼. 풍이 다 차단했으니.”

“그건 고마워.”


그렇다면 시간 여유는 충분하겠군.

참고로 두 사내의 얼굴을 덮친 수의 파훼법은 의외로 쉬웠다.

오러 방출.

가볍게 기파를 모아 터트리는 것만으로 정령에 의해 들러붙은 물 덩어리쯤은 가볍게 흩어버릴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시대의 정령의 힘은 약했다.


하지만 오러나 마나를 다루지 못한다면?

어쩌겠어, 죽는 거지.

어느새 얼굴이 파랗게 질린 두 녀석이 바닥에 쓰러졌다.

사인은 익사였다.


이제 남은 녀석은 하나, 처음 날 상대로 까불던 강도 사장 녀석이었다.

녀석은 넘어진 상태에서 아직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워낙 순식간에 전투가 끝난 탓이리라.


“이제 너만 남았네?”

“....”

“너희 정체가 뭐냐? 도둑? 암살자? 뭐, 그게 그거지만.”

“... 그, 그걸 말할 것 같으냐?”


썩어도 준치라더니, 어느새 정신을 차린 녀석이 튕기듯 일어나 손을 뿌렸다.

날에 보랏빛이 감도는 작은 단검이었다.

가볍게 낚아채 놈의 어깨에 틀어박았다.


“크윽!”

“독은 위험한 물건이라고 너희 아버지는 안 가르쳐주디?”

“퉤!”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지 내 얼굴을 향해 침을 뱉는 녀석, 하지만 닿지 않았다.

대신 어깨에 박았던 단검을 비틀었다.

뚜둑!

어깨뼈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끄악!”

“왜? 또 침 뱉어 보지?”


갈라진 상처에서 울컥 쏟아진 피는 수가 달라붙자 금세 멈췄다.


“이 개···. 으악!”

“어디 계속해 봐.”


욕하는 녀석의 상처를 다시 한번 헤집자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


“다시 묻는다. 너희 뭐 하는 녀석들이냐?”

“우린 대(大) 크레센트문이다.”


크레센트 문? 초승달?


‘근데 이렇게 쉽게 정체를 밝힌다고?’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설마, 빵빵한 뒷배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크레센트문이 내가 모르는 대단한 도둑 길드일 수도 있었다.


‘근데 못 들어 봤단 말이지.’


다크문이라면 좀 들어 봤다.

이곳은 나도 들어봤을 정도로 왕국에서 제법 유명한 암살 길드였으니까.

물론 각 지역에 다크문을 자처하는 암살 길드가 있었지만, 그게 같은 놈들인지는 몰랐다.


‘그게 아니면.’


내가 이 지역에서 활동한 기간이 짧아서 못 들어본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내가 없던 3년 새 생긴 신생 길드던가.


근데 고작 자작령의 도둑 길드 나부랭이가 대(大)를 붙이네.

그래서는 더 없어 보일 뿐인데.

뭐, 이건 녀석이 길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걸로 치자.


“호, 그럼, 서문 근처 빈민가에 있는 바가 너희 본부냐?”

“어떻게 그걸···.”

“새꺄, 형이 그 정도 능력은 또 돼.”


물론 정확한 위치까지는 몰랐다.

하뉴가 알았다.


“도둑 길드면 가진 것 좀 있겠네? 자작령을 지배할 정도면 뒷배는 좀 빵빵한가? 자작이 뒤봐주고 그러는 건 아니지?”

“뭐?”


귀족이 뒷배면 나도 좀 후달리는데.


“아니다. 설마 귀족이 뭐가 아쉬워 도둑 길드 뒤를 봐주겠어? 안 그래?”


어차피 이들은 오늘 밤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할 녀석들이었다.


“어, 어떻게 알았지?”


나 왜 갑자기 등에 막 식은땀 날 것 같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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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유물. +4 24.03.26 5,345 137 13쪽
12 12. 금제. +3 24.03.24 5,523 138 11쪽
11 11. 토굴. +3 24.03.23 5,777 126 12쪽
» 10. 살인멸구 +1 24.03.22 6,285 140 12쪽
9 9. 찾으면. +4 24.03.21 6,559 146 12쪽
8 8. 전세. +7 24.03.20 7,060 1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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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꼬리. +7 24.03.18 8,217 172 12쪽
5 5. 집을 떠나. +7 24.03.17 8,937 197 12쪽
4 4. 귀천 +11 24.03.16 9,333 2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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