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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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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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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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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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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야장

DUMMY

※※※



“백연!”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 시야가 일렁였다. 눈가에 느껴지는 감각이 더없이 뜨거웠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기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신이 마비된 기분인데.’


오른팔을 포함한 우반신 전체가 바짝 굳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직전까지만 해도 문제없었는데. 금안나찰을 격살하는 순간 몸의 긴장이 탁 풀려버린 듯 했다. 기를 불어넣어 악착같이 움직이던 몸이 실이 뚝 끊긴 인형마냥 풀려버렸다.


간신히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다.


“사제.”


옅은 걱정이 섞인 조용한 목소리였다. 시선을 들어올리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소홍 사형.”

“가만히 있어.”

“......뜨거울텐데.”


화끈거리는 열기가 여전히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적양공을 거뒀음에도 화기의 여파가 남아 몸을 타고 흐른다. 그를 부축하고 있는 사형들의 몸에 영향이 가지 않을리가 없었다.


“임마, 네가 초여름에 곤륜산 산봉우리에서 뒤지게 굴릴때가 훨씬 더웠다.”


무진의 말투. 그가 한번에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땅이 멀어졌다.


“......흔들려.”

“안 흔들리겠냐.”

“잘 좀 해봐.”

“사제야, 말투가 심히 고깝구나.”

“하하.”


눈 앞에 마구 어지러이 움직이는 땅. 백연은 가만히 눈을 감고 몸을 기댔다. 당장 금안나찰을 제거한 이상 닥쳐오는 위협은 없을터다. 화산과 종남의 무인들이 그리 나약한 이들은 아니니. 더해 하오문의 그림자들이 사방에서 비도를 번뜩이며 휘두르고 있다.


‘광뢰야차만 처리했으면 되는데.’


귓가에 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광뢰야차와 흑랑, 홍유각이 이곳에서 이탈해 싸우고 있거나 광뢰야차가 패퇴한 것이 틀림없었다.


‘흑랑이 졌을리가 없으니.’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다시 도끼를 받아내야 했을터다. 그로써도 그정도 고수를 연이어 두명이나 상대하는 것은 불가했다.


‘......가능할지도?’


팔 한쪽 정도 버려가며 검귀의 종베기 한번만 쓸 수 있었으면 된거 아닐까. 그리 생각하던 찰나 걸음이 멈추었다. 그를 조심스레 내려놓은 무진. 차가운 바닥이 그를 맞이했다. 한결 화기가 식어가는 듯한 느낌에 백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은가?”


들려오는 목소리. 억지로 눈을 뜨자 시야에 검은 장포의 무인이 들어왔다. 무릎을 꿇고 그의 상태를 살피는 외팔의 검객. 매화검수 천월이었다.


“괜찮아 보입니까?”


쿨럭-


말하는 사이 기침이 흘러나왔다. 나선 경파를 연이어 받아내느라 진탕이 된 속에서 뒤늦게 핏물이 올라왔다.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물마저 뜨거운 느낌이었다. 그에 하나 남은 손을 뻗는 천월. 그의 손끝을 타고 청량한 기파가 전해져 들어왔다.


“......상태가 별로군. 운공을 할 수 있겠나?”


운공을 통해 기경 팔맥에 기운을 돌리라는 소리다. 운기조식을 통한 소주천의 효과는 신체 신진대사 증대와 회복 속도를 빠르게 올려주는 효과가 있었다. 무림인들이 경미한 부상 정도는 쉬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이유였다.


다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미 하고 있습니다만.”


운연동공의 바람이 쉴새없이 혈맥을 돌고 있다. 적양공의 화기를 지나치게 흘려 달아오른 맥을 타고 기운이 흐를때마다 찢어질 것 같은 감각이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상태가 그리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력을 과하게 소모한 것과 더불어 부상의 크기가 너무 컸다.


그때였다.


“비켜라. 외팔이.”


후욱.


허공이 일그러지는 듯한 움직임과 함께 천월의 옆에서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검은 장포를 펄럭이는 흑랑. 큰 키의 방주 대리가 천월을 제치고 빠르게 다가와 백연의 몸을 살핀다.


“......광뢰야차는 잡았습니까?”

“패퇴해 도주했다. 홍유각이 추적하고 있지. 한쪽 눈과 손목을 버리고 가더군. 다시는 도끼 두자루를 들지 못할 것이다.”

“다행이네요.”


그의 맥을 짚어 살피던 흑랑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팔영.”


툭.


소리없이 떨어져내린 검은 그림자. 늙수그레한 노인이 비도에 묻은 핏물을 가벼이 털어내곤 고개를 숙였다.


“예.”

“이놈 부상을 좀 살피고, 가지고 있는 영단을 하나 내줘라. 내상이 심하다.”

“존명.”


짧게 답한 노인이 다가와 몸을 살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의 몸을 확인하는 움직임. 이윽고 그가 품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이걸 먹고 즉시 운공을 하시오. 체내 기운이 극히 불안정하오. 그리고 운공 후에도 외상이 너무 심해 움직이면 안되니, 가만히 누워 계시길 바라겠소.”


그렇게 말하며 상자에서 꺼낸 둥그스름한 물체를 백연의 입에 밀어넣는다. 대답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밀려들어오는 차가운 기운. 백연은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이거.’


한랭지기를 지닌 영단이다. 단순히 내공 기운을 증대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강력한 냉기를 지닌 영약을 가공해 영단의 형태로 만든 듯 했는데, 섭취하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쉽게 기운을 다뤄놓은 방식이 고절했다.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차갑고 부드러운 감각. 눈을 감으며 몇 차례 씹어 삼키는 순간 몸을 타고 기운이 일었다. 전신 혈맥을 가득 채우는 한랭한 기운이 어색했다. 직전까지 불꽃이 타고 흐르던 곳이건만.


운연동공을 돌리고 있던 흐름에 기운이 합류했다. 본래 영단의 기운은 소화시켜 온전히 자신의 공력으로 만드는데에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백연의 몸은 언제나처럼 순식간에 그 과정이 마무리 되었다.


기운이 잘 달라붙는 몸.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자연지기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기운이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


자신의 몸이 적합한 장소라는 듯이 달라붙는 기운들. 적양공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화된 것도 그런 면모가 있었다. 단순히 화기를 가두어 그랬다 하기에는 이상했다. 그의 체질적인 부분이 더해진 것이라고 보는게 옳다.


찰나에 운공이 끝나고, 백연이 감았던 눈을 떴다.


“이거 비싼거 아닙니까?”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통증은 여전했으나 몸을 움직일 정도는 되었기에 반쯤 일어나 무릎을 당겨 바위에 기대 앉았다. 그를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는 천월과 유성.


“운공을 이리 빨리?”

“이게 무슨......”


전에 그의 운공 속도를 이미 겪은적 있는 흑랑만 여상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가 격살한 금안나찰의 목에 걸린 것이 열 배는 값질 것이다.”

“설삼이라도 가공한 듯 한데.”

“비슷하다. 괜찮아진 모양이군.”


주변을 살피는 흑랑. 그의 시선이 전장을 주욱 훑는다. 그새 산 가득 요란했던 싸움의 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두 사냥개가 없는 궁도들은 종남과 화산의 정예에 맞서기 어려웠다. 자연히 상황이 정리되어갔다.


“눈 좀 붙이시오, 전부 마무리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소. 노부가 공자의 외상을 좀 치료해 놓을테니.”


팔영의 말. 그에 사형들의 목소리도 거든다.


“쉬어. 지키고 있을 테니까.”


백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단의 한랭한 기운이 몸을 식히고 나자 통증을 너머 짙은 졸음이 몰려왔다. 저번부터 힘을 과도하게 쓰고 나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자연히 눈이 감겼다.


이윽고 소년의 의식이 빠르게 수면 아래로 침잠했다. 부러진 검을 손에서 놓지 않은채였다.



※※※



이튿날이었다. 밤새 이어진 소요전과 궁도의 잔당을 쫓아 격살하는 일이 마무리 된 시점이었다. 동트는 햇빛 아래 임시로 만들어진 진지들. 자잘한 외상을 살피는 종남과 화산의 무인들이 산을 따라 퍼져 있었다.


“아쉽게도 놓쳐 버렸소.”


햇살을 등에 얹고 장포를 휘날리며 나타난 홍유각. 그가 한껏 아쉬운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종남의 이름 아래 큰 공적을 세울 수 있었으련만.”

“속물적이군.”

“허허. 대저 사람 사는게 다 그러하지 않겠소. 문파의 위명은 곧 문파를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은 것이니. 숭산의 불도에 접어든 승려들을 제외하면 다들 비슷하다오.”


도주하는 속도가 더없이 빨랐다 했다. 수라궁의 경공이 전부 그러한지.

빛무리를 실은 종남의 걸음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다면 천하에 잡을 수 있는 이들이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걸음의 쾌(快)로는 천하를 다투는 개방이나, 경지에 오른 무당과 소림의 무인들이 아닌 이상에야.


“들었소. 백연 공자가 금안나찰을 격살했다고!”

“그렇게 되었습니다.”

“밑기지 아니하는구려. 내 장담컨데 조만간 공자의 이름이 강호 호사가들의 입에 하루종일 오르내릴 것이오.”


감탄하는 홍유각. 다른 이들의 반응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화산과 종남의 무인들, 심지어는 하오문의 그림자들도 그러했다. 오가며 그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눈빛이 감탄과 경외, 또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마냥 놀라움을 담고 있었다.


‘재밌네.’


익숙한 시선들이다. 검귀는 언제나 이러한 눈빛을 받아왔기에. 백연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무시할 뿐이었다.


정작 그가 신경쓰이는 것은 그런 시선들이 아니었다.


‘답답한데.’


몸을 칭칭 휘감은 붕대. 팔영이 절대 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하얀 천 쪼가리가 팔은 물론 어깨를 포함해 가슴께까지 칭칭 동여매고 있었다. 답답해 죽을 노릇이었다.


“만지지 마.”


옆에서 그의 손을 툭 쳐내는 소홍. 노려보는 눈빛이 날카로웠다.


“덧나.”

“진짜로 괜찮은데.”

“혼난다.”


붕대를 건드리지도 못하게 감시하는 모습이다.

걱정이 섞인 것을 알기에 백연은 한숨을 내쉬고는 가만히 손을 내렸다.


그의 앞에서는 흑랑을 비롯한 천월과 홍유각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섬서 일대에 자리한 수라궁의 세력이 거의 소탕된 듯 보인다 하는군.”

“포정사(布政使: 성의 행정관리 수장)가 좋아하겠구려. 섬서성의 관리들이 군을 동원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였다 하는데.”

“관이 무림에 개입하려 한다?”

“민초들이 직접적으로 죽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소. 관의 입장에서도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치명적일텐데.”

“구파와 세가들의 반대가 거셀텐데.”

“그 덕에 우리가 이리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도 있소. 황실이 명분을 가져가선 아니되니.”


대화가 빨랐다. 간단한 내용들이었다. 수라궁의 세력이 어느 정도 정리 되었으니 한동안 민정을 위해 시찰을 하겠다는 내용들. 구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종남과 화산의 무인들이 앞으로도 삼개월간은 산 아래서에서 움직이려 하오. 잔당이 남아 있으면 소탕해야 하니까.”

“알겠다. 하오문과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하지.”


빠르게 회담을 마친 세 사람. 이윽고 흑랑이 이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는 어떻게 할테냐.”

“조만간 돌아가야겠죠.”


야장을 만나고, 그의 일을 마무리 짓고 나면 더 이상 섬서에 머무를 큰 이유가 없다. 암야서고를 찾은 이유는 전부 해결했다. 섬서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곤란했다.


“곤륜에서 할 일도 많으니까요.”


정리할 것이 산더미다. 얻어낸 무공과 구결들. 전부 정리하고 더해 문파의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바빠질 일이었다.


“공자는 청해로 가는 것이오?”


물어오는 홍유각.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그가 수염을 쓸었다.


“곤륜파라 하였지. 과거에 쇠락했다 들었는데. 아직 그 후인이 남아있었구려?”

“부활했습니다.”


짧게 답하는 그의 말에 홍유각이 웃음을 흘렸다.


“그리 알고 있겠소. 조만간 구파가 떠들썩 해지겠구려.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볼지도 모르겠소이다.”


이유 모를 웃음을 흘린 홍유각. 그가 종남파의 무인들을 향해 걸어 사라지고, 천월과 유성이 다가왔다. 외팔의 매화검수가 그를 향해 가벼이 고개를 숙였다.


“자네에게 화산이 빚을 졌다.”

“......무슨?”

“이 아이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들었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금안나찰을 처음 만났을 적에 화산의 무인이 전부 몰살당했을 것이니 마땅히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을 이었다.


“더해 금안나찰을 격살한 것. 자네가 없었다면 불가했을 것이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어.”


백연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꼴사나운 모습이라 여기지 않았다. 문파의 후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은 드높은 일이다. 검객이 한 팔을 내버리는 것은 그리 쉬이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내 도호를 걸고 약조하지. 화산은 언제나 곤륜의 무인들을 환대할 것이라고.”

“감사합니다.”


백연이 미소지었다. 좋은 일이었다. 구파의 일익, 개중 드높은 검파인 화산과 교분을 맺는 것은 곤륜의 입지에 더없이 이로웠다.


고개를 끄덕인 천월이 걸음을 떼고, 이어 검룡 유성이 다가왔다. 청명한 호수처럼 맑은 외양. 긴 머리를 질끈 묶어 내린 모습에 더해 유려하게 뻗어있는 턱선이 눈에 띄었다. 검 실력도 그렇고, 검룡이라는 별호가 이해되는 모습이다.


앳됨이 섞인 검객은 필히 후기지수중 드높은 명망을 차지하고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그의 행동에서는 거만같은 것이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 느꼈던 대로 뽐내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정이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투명한 시선. 그 짙은 눈동자 안에 뭔지 모를 단단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뭔가 달라졌는데.’


“덕분에 많이 배웠어.”

“......그래?”

“다음에 볼때는, 등을 맡길 수 있을만큼 강해져 올게.”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같은 말. 그가 금안나찰과 싸우는 모습에서 얻은 것이 있는 듯 했다. 저 나이에 저리 드높은 성취다. 타인의 강한 모습을 보고 심마(心魔)를 얻지 않는 것 부터가 단단한 성정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산의 미래가 밝네.’


“기대할게.”


손을 뻗어 맞잡았다. 이윽고 유성이 등을 돌려 천월을 따라 사라졌다. 앞으로 한동안은 수련에 매진할 듯 보이는 뒷모습이다. 다시 만났을때 어디까지 강해져 있을까.


‘자하(紫霞)에 닿아 있을지도.’


근 며칠간 서로의 목숨을 구해준 인연이다. 목숨을 나눈 교분은 짧은 만남이라도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백연의 마음 속에서도 옅은 호승심이 일었다. 유성과 다시 만나는 날, 그 자신은 어떤 경지까지 올라 있을 것인가.


“이곳에서 볼 일이 남았다 했지.”


그새 다가온 흑랑.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오문은 먼저 돌아가겠다. 일이 끝나면 서안에 들렀으면 좋겠군.”

“가기 전에 한번은 들를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보지.”


짤막하게 말을 남기고 걸음을 옮기는 모습. 뒤따른 팔영이 저편에서 가벼이 고개를 숙이고 흑랑을 따라 사라진다. 한순간도 지체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제 올라갈거야?”


바위 위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는 단휘. 밤새 수라궁도 여럿을 격살했다 했다. 사형들은 많이 성장해 있었다.


“그래야지. 우선 야장을 만나고......”


그때였다.


“여러분!”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연푸른 도포를 걸친 청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청율 사숙?”


산 위에 머무르며 야장을 지키고 있었을 터인 사숙이 내려온 것이었다. 한달음에 달려온 그가 숨을 몰아쉬며 다가와 백연을 마주했다.


“다들 무사한가요?”

“네. 이제 막 올라가려 했는데, 사숙은 왜 여기까지......”

“일이 있어요.”


머리를 쓸어넘긴 사숙의 모습. 그의 얼굴에 답지 않게 다급한 기색이 새겨져 있다. 그의 시선이 주변의 무진과 단휘, 소홍을 스쳤다. 전부 무사한 것을 확인한 그가 입을 열었다.


“지금, 천관께서 위독해요.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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