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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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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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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0.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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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태청신공(太淸神功)(2)

DUMMY

“고생했어.”


울리는 음성이 한층 맑아져 있었다. 어린아이의 목소리에서 아주 살풋 낮아진 미성. 외려 음률이 실린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풍령(風鈴)의 소리가 이러할까.


“......너.”


유성이 거친 호흡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분명 앞에 서 있는 이는 그가 아는 소년이건만. 전혀 달라져 있었다. 보면서도 스스로의 눈이 의심될 정도로.


“늦어서 미안.”

“모습이......쿨럭.”

“잠시 뒤에 이야기 하자. 우선은.”


백연이 앞으로 눈을 돌렸다.


유성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수도(手刀)로 그의 어깨를 관통했던 청화단주가 어느새 멀찍이 떨어져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백연이 나타나기 직전에 반응했는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물러나 있어.”


저벅.


백연이 한걸음을 내딛었다. 등 뒤로 늘어진 백색 장포가 길다란 검은 머리칼과 함께 흩날렸다. 한층 넓어진 등과 어깨. 시야를 가로막는 모습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걸 보면서도 유성은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직전까지 상대해왔던 청화단주의 무위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점차 커져가는 불꽃. 싸우는 도중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유성으로써도 막아내기에 급급한 괴물이다.


청화단주 또한 오성이 드높다는 이야기이다. 강호 무림에 재능이 넘치는 사람은 꽤 있었으나 그것을 제대로 갈고 닦은 사람은 드물었고, 나아가 시간과 경험까지 쌓은 사람은 더욱 드물었다.


청화단주는 전부 가지고 있었다. 설령 그 무학이 마교의 사이한 무공이라 해도. 강함만큼은 진짜였다.


“위험해. 혼자 상대하기에 버거운 놈이야.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게......”

“덕분에.”


백연의 입에서 여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완성시킬 수 있었어. 네가 버텨주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겠지.”

“......”

“그러니, 이제부터는.”


스륵.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백연의 허리춤에 매인 검이 뽑혀나왔다. 허공에 드러난 검신이 별빛 아래 희미한 빛을 내며 일렁이고 있었다.


“내가 상대할게.”

“네놈은 뭐지?”


앞에서 던져오는 날카로운 목소리. 청화단주가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안광을 번뜩이며 백연을 노려보았다. 등 뒤를 따라 펼쳐진 푸른 화염은 여전히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었으나, 그 기세가 전과 같지 못했다.


직전.


끝없이 번져나가던 화염의 파도가 한차례 갈라진 탓이었다. 시리도록 새하얀 번갯불에.


“내 머리를 노리고 일격을 날리다니 담대하군. 하지만 멀었다. 그 정도 기습이라면 옷깃 한자락 정도는 스쳤어야 할 것을. 닿지도 않는 힘은 의미가 없으니.”


광기가 번들거리는 눈이 백연을 시야에 담았다. 온몸을 따라 분분히 흩어지는 새하얀 기운. 이따금 튀어오르는 뇌기가 선연하게 보였다. 막대한 내공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직전의 일격은 분명 강력했으나 충분히 날카롭지 못했다. 그 증거로 청화단주는 일보(一步)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오문의 쥐새끼와 화산의 검객보다는 강했지만, 자신을 넘어설 적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자 또한 자신의 먹이가 될 뿐.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함께 청화단주의 흉진 얼굴이 웃는 듯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그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찰나.


청화단주의 신형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직후 청화단주가 서있던 자리부터 백연의 코앞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진 푸른 불꽃의 잔영이 점점이 흩뿌려졌다.


압도적인 속도. 일보가 간격과 거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양손에 휘감긴 푸른 불꽃이 제각기 검과 창의 형태로 변해 대기를 갈랐다. 제대로 된 초식도 없이 휘두르는 청염. 그러나 그 손짓에 어린 파괴력은 천하일절이라 부를 것이었다.


청화단주의 시야에 주변의 풍경이 잡혔다. 여전히 검을 뽑은채로 가만히 서 있는 백연과, 그 뒤에서 그를 인지했는지 눈을 부릅뜨는 유성.


전부 다 너무 느렸다. 이 전장에서 그의 속도와 무위를 쫓아올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시진 가까이 힘을 키워온 염혈신공이라면 무릇 그래야만 했다. 청화단주가 이를 드러내며 손을 내뻗는 그때.


“아.”


바람결에 실린 맑은 목소리가 청화단주의 귀를 파고들었다. 동시에 천천히 움직인 자색의 눈이 그를 정확히 응시했다.


“초격에 팔 하나 정도는 날려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간합이 바뀌어서.”


느릿하게 짓쳐 내려가는 청염의 검과 창을 응시하는 자색 눈동자. 무감한 시선이 갑자기 오싹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귓가에 꽂히는 말을 들으며 청화단주가 눈을 부릅떴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제 됐어.”


말과 함께 검이 움직였다. 아직 공격을 내치고 있는 청화단주의 시간을 무시하듯. 혼자 태연한 속도로 휘둘러진다. 흐릿한 검신이 새하얀 번갯불을 휘감고 횡격으로 그어지는 순간.


쩌저저저정!


우렛소리가 대기를 찢었다. 굉음과 함께 청화단주의 신형이 뒤로 십수장 넘게 날아가 전각의 벽을 꿰뚫고 들어갔다.


허공에 남은 것은 새하얀 번갯불의 잔영. 여휘검이 그어낸 자리에 찰나 선이 새겨졌다. 모두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은 백광.


백연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시선을 떨궜다. 검을 내친 오른팔 근맥이 찰나 뒤틀렸다가 이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새로 엮어낸 몸은 단단했다. 그럼에도 아직 반동이 거셌다.


그만큼 강렬한 파괴력.


‘단기결전으로 끝내야겠군.’


백연은 생각을 결정했다. 몸에 가해지는 부하는 가벼이 논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올린 백연이 옆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 자리에 여태껏 본 것중 가장 황망한 표정을 지은 흑랑이 눈에 들어왔다.


“흑랑.”

“......백연? 뭔 짓을 하고 온거냐. 그 모습은 또 뭐고.”

“설명은 나중에 하죠. 우선 다른 이들을 데리고 안쪽으로 움직여 주십시오. 검룡이 크게 다쳤습니다.”


흑랑의 시선이 가라앉았다. 길게 늘어뜨린 그림자가 그의 팔뚝을 휘감았다.


“도움은 필요없나? 녹록한 상대는 아니다.”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백연이 손을 뻗어 손아귀를 쥐었다 폈다.


한층 길어진 간합. 아직도 약간의 어색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검파를 쥐는 손가락의 길이마저 달라졌다. 팔다리는 물론이요 눈높이조차 달라졌기에 모든 거리감을 새로 재야 했다.


감각을 새로 정립하는 일. 그와 더불어 몸에 깃든 내공 기파가 해일처럼 거대했다. 하단전을 가득 채우고 중단전까지 회전하며 맴도는 기파를 붙들어놓기가 쉽지 않았다.


전투에 있어 세밀한 조정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자칫하면 검격의 범위를 조절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서.”

“......이해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라니. 너만한 나이의 무인이 그런 경지에 다다른 것은 처음 보는군. 기연이라도 얻었나.”

“기연이라, 그보다는.”


백연이 검을 떨궜다. 아래로 검끝을 향하고 눈을 또렷이 떴다. 자령안 안법이 펼쳐진 상태였다. 저편 전각에 처박힌 청화단주의 기파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을 응시하며 무의식적으로 가슴팍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품 안에 느껴지는 한권의 서책.


“인연이라 하고 싶군요.”


속삭이듯 중얼거린 말에 흑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기파를 거둔 그가 뒤편으로 물러났다.


“어디로 이동하면 좋겠나.”

“안쪽에 자리잡은 집들을 넘어, 협곡을 오르는 비탈쪽으로 가주십시오.”

“알았다.”

“추격하는 마교도들은 맡기겠습니다.”

“그 정도 잔챙이는 문제없다.”

“잠시 뒤에 보죠. 곧바로 따라가겠습니다.”


후욱.


그림자가 일렁였다. 삽시간에 백연의 뒤편에 나타난 흑랑이 그대로 유성을 들쳐안고는 다시 사라졌다.


두 사람의 기척이 빠르게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백연이 숨을 뱉었다. 여휘검을 사선으로 늘어뜨린 채였다.


그때였다.


뜨거운 바람이 한차례 귓가를 스쳤다. 백연은 문득 느꼈다.


‘간합이 넓어졌다. 권역을 펼쳤군.’


피부를 잘게 찔러오는 듯한 감각이었다. 부서진 전각 안에서부터 흘러나온 기파였다. 대기 전체를 잠식하며 지저를 휘감았다. 사방 공기가 천천히 열기로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꽃에 일대가 타들어가고 있는 듯이 강렬했다.


‘염혈신공. 이런 공능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언뜻 제왕검형과도 비슷한 힘이다. 드넓은 방위에 권역을 펼치는 것. 그러나 상대의 움직임을 짓누르고 압제하던 제왕검형과는 다르게, 이 권역은 철저히 열기를 그러모으는 것에 편향되어 있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을 조성하는 힘. 신공절학의 전력이었다.


그와 함께, 부서진 전각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안에서부터 타오른 푸른 불꽃이 건물을 집어삼키며 먹어치우는 광경이었다. 날름거리며 손을 뻗는 화염.


그 사이에서 불꽃을 두른 인영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내가 잘못 보았다.”


나직하게 깔린 음성. 그러나 이전과 같이 흘러넘치던 광기는 이제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하게 가라앉은 눈빛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허나 백연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더 위험해졌다.’


제 몸을 아끼지 않고 힘을 투사하던 광인이 광기를 가라앉혔다. 아니, 가라앉힌 것이 아니었다. 불꽃을 키워나가듯 깊은곳에 묻어 그 힘을 축적시킬 뿐.


기저에 깔린 면모는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차분히 그를 눈에 담으며 불꽃을 손아귀에 그러쥔다.


“너는 잡것이 아니었군. 내 전력에 맞설 자격이 있다.”


청화단주의 음성을 한귀로 흘리며 백연은 검파를 고쳐잡았다. 동시에 온몸에 기파를 둘렀다.


사방을 잠식해오는 열기. 삽시간에 대기가 쩍쩍 말라붙으며 기온이 상승한다. 막대한 양의 내공이 점차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여태껏 그러모은 염혈신공의 불꽃은 그만큼 거대했다. 마교의 무공이라 하나 신공에 걸맞은 위력이다.


어떤 무인이라도 한번 이 안에 들어오면 패배를 뇌리에 놓고 싸워야 할 만큼.


하지만.


‘그리 뜨겁지 않은데.’


대기를 잠식하며 흩날리는 불티는 강렬했으나 백연의 몸에 닿지 못했다. 수시로 일어나는 강렬한 뇌기가 그의 몸을 휘감고 불티를 지워내고 있었다. 번갯불로 된 피풍의라도 덧대 입은듯이.


‘충분히 파훼할만 하다.’


뇌리에 떠오른 것은 보법 화신풍이었다. 처음 화신풍을 만들때 느꼈던 공능. 공간과 간격을 가져오는 보법은 영역을 형성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다. 역으로 이용하면 권역을 파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수많은 길이 머리를 스친다. 백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저벅.


저편에서 다가오는 청화단주. 천천히 입을 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정하마. 이 몸의 적수로.”


말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청화단주가 손을 뻗었다. 동시에 내공으로 증폭된 음성이 귓가를 저몄다.


“수라겁화(修羅劫火).”


콰아아아!


목소리와 동시였다. 찰나 저벅저벅 걸어오던 청화단주의 발치에서부터 짙은 청염이 치솟았다. 단번에 대기를 따라 물결처럼 퍼져나오는 화염의 폭풍. 삽시간에 시야를 가리고 주변을 휩쓴다. 권역 안 전체를 물들이는 청염의 향연이 강렬하게 눈앞을 수놓았다.


그러나.


백연은 몰아치는 화염의 폭풍을 응시하며 자세를 살풋 낮추었다. 한층 길쭉해진 다리가 대지를 밟았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이전과는 들어가는 힘이 달랐다. 그대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곤륜의 산길을 오르듯 여상한 걸음으로.


스윽.


동시에 새하얀 빛줄기가 일었다. 발치에서 풀려나온 경파가 뻗어나가며 화염을 풀어헤쳤다. 찰나 백연의 신형이 흐릿해지고.


콰르릉!


우렛소리가 뒤늦게 따라왔다. 백연이 서 있던 자리에서부터 청화단주의 등 뒤까지. 길쭉하게 이어진 백광의 잔상에 이어서였다. 그 여파로 한순간 화염의 폭풍이 찢어발겨지며 그 가운데 걸음을 내딛던 청화단주의 모습이 드러났다.


“누구 마음대로.”

“......!”

“적수라 인정하는지 모르겠네. 기분 더럽게.”


눈을 부릅뜬 청화단주가 걸음을 뒤틀었다. 반응하는 속도가 일전에 비해 현저히 빨라졌다. 권역을 펼친채로 화염을 두른 모습. 전력이었다. 찰나 선공을 놓쳤음에도 반격하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백연이 조금 더 빨랐다.


오른손에 든 여휘검이 사선으로 허공을 갈랐다. 검신 전체에 번뜩이는 뇌광을 휘감은채였다. 허공을 따라 흩어지는 뇌기가 이리저리 비틀리며 벼락같은 형상을 이루었다. 그대로 떨어져내리는 검격이 맹렬했다.


콰아앙!


화염을 두른 두 팔이 교차해 검격을 막아섰다. 쇳덩이가 충돌한것 마냥 굉음이 울렸다. 흩날리는 불티와 번갯불의 잔향이 뒤로 길게 이어졌다. 한번의 충돌로 청화단주의 신형이 뒤로 삼장 이상 밀려나며 대지에 길쭉한 상흔을 남겼다.


‘이 정도인가.’


생각한 백연이 그대로 보법을 한번 더 밟았다. 청화단주의 속도를 머리로 가늠하면서였다. 본능적인 감각이 전장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계산했다. 지금 다리를 벌리며 불꽃을 휘감는 청화단주의 자세. 자령안 안법에 들어온 권격의 궤적. 그가 검을 내칠때 반응하는 속도. 권역의 범위까지.


모두 찰나에 일어났다. 그것이 전부였다. 직후 청화단주의 코앞에 다다른 백연이 그대로 진각을 밟으며 검을 종격으로 내쳤고.


쩌정!


권격 투로와 검로가 얽혀들었다. 양 어깨에 흘러내리는 청염을 두른 청화단주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내쳤다. 검과 부딪히는 순간마다 연속해 일어나는 푸른 불꽃. 투로가 더없이 변칙적이었다. 주도권을 내주면 말려들기 쉬운 연격이었다.


콰앙! 쩌저정! 쩌정!


찰나 충돌이 연이어 일었다. 소리는 뒤늦게 따라왔다. 간극에 접어든 검끝이 벼락처럼 사방을 누볐다.


전부.


백연이 선공이었다. 청화단주의 모든 권격 투로는 끝까지 뻗어나가기 전에 끊어졌다. 안법 자령안 속에서 이어지는 선율이 강렬했다.


‘좌상, 우하, 중간.’


먼저 읽고, 먼저 내쳤다. 사선을 가르는 번갯불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온몸을 채우고 도는 뇌기의 공력이 지금 이 순간 온전히 그의 몸에 깃들고 있었다.


검격을 내칠때마다 상단전이 달아오르는 감각이 일었다. 남은 반동은 강건해진 육체로 받아냈다.


뇌리에 선명히 새겨진 무공의 구결.


곤륜을 떠나온 한 무인이 닿고자 했던 경지. 세가지를 엮어 별빛을 만들었다. 그 자신은 완성에 닿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로부터 백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내가, 여기서.’


마침내 한 소년이, 다시 그 뿌리에 닿았다.


‘태청(太淸)을 엿보니.’


태청신공(太淸神功).


청휘가 마음에 담고, 백연이 엮어낸 무공이었다.


지금 이 순간 여휘검의 끝에서 한줄기로 이어지는 벼락이 마치 밤하늘의 별무리와 같았다. 권격 투로를 모조리 끊어내고 그대로 낙하하는 일검이 강렬했다. 한순간 내뻗었던 양 주먹을 회수하지 못한 청화단주의 몸이 무방비하게 열렸다.


벼락으로 이루어진 종격이 찰나 허공을 가르고.


콰아앙!


굉음이 사방을 휩쓸었다. 뇌성이 일으킨 바람이 주변을 태워나가던 푸른 불꽃을 한번에 풀어헤쳤다. 밤을 화려하게 밝히던 청염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네가 검룡의 몸에 손을 대었지.”


까드득.


뼈를 가르며 파고 들어가는 검의 감촉이 손아귀에 와 닿았다. 그것을 느끼면서 백연이 무감한 시선을 앞으로 던졌다.


산발이 된 머리칼 너머 눈동자에 고통이 스쳤다. 이를 드러낸 청화단주의 이빨 사이로 붉은 핏물이 흘러나왔다. 그의 왼 어깨에는 여휘검이 손가락 두 마디 넘게 파고들어 있었다.


“그 대가. 받아가야겠다. 우선은......”

“......미친, 놈이.”


청화단주가 잇새로 광소를 흘리는 순간 여휘검이 번뜩였다. 빛살같은 검격이 사선으로 뻗어나가고 여휘검이 허공에 풀려나오는 것과 동시에, 땅으로 핏물과 살덩이가 철퍽 떨어져 내렸다.


“팔 하나.”


작가의말

최근 점차 늘어나는 분량 폭주로 인해 한편의 분량을 조금 조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향후 진도와 추세를 보면서 진도는 추가 연재나 연참을 통해 느려지지 않게 맞출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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