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15 18:10
연재수 :
288 회
조회수 :
1,507,466
추천수 :
30,255
글자수 :
2,199,617

작성
23.10.09 18:10
조회
4,489
추천
100
글자
16쪽

태청신공(太淸神功)(3)

DUMMY

찰나 침묵이 사방을 쓸었다. 바닥에 청화단주의 왼팔이 툭 떨어져 내린 직후였다.


사선으로 검을 떨군 백연이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 검신에 묻어나온 몇방울의 핏물이 바닥으로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부족해.’


아직 검격이 완벽하지 못했다. 새로이 얻어낸 태청신공의 공력을 이용해 휘두르는 검.


검법의 형(形)이나 초식 없이 펼치는 것이었다. 기본 자세는 삼원검을 응용한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았다.


적화검류나 창명류수검의 초식을 쓸 수는 없는 탓이었다.


‘검법도 뒤따라야겠지.’


흐르듯 스친 생각을 머리 한켠에 새겨두며 백연이 앞을 응시했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머리칼 사이, 흉진 얼굴의 눈동자가 가라앉아 있었다. 어렴풋이 고통을 담고 있었으나 그 이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고통에 더없이 익숙한 양.


백연은 잠시 상대의 상태를 가늠했다.


자비나 손속에 여유를 두는 것이 아니었다. 교의 종자들은 언제나 까다롭기 그지없는 상대인 탓이었다. 죽음에 다다라서도 스스로의 몸을 터트리거나 하는 악랄한 괴물들이었으므로.


간간히 청화단주의 몸에서 퍼져나오는 공력 파동. 자령안 안법을 일으킨 눈에는 엿보였는데, 그 형태가 이전과 크게 다를바 없었다. 왼팔 혈도가 통째로 날아간 덕에 불안정하게 일렁이는 기파를 제외하면 그랬다.


‘목을 쳐도 되겠다.’


생각하며 그대로 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이었다.


“너는.”


청화단주의 고통섞인 탁한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정파 잡것들이 아니군.”


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대로 내치려던 검격을 잠시 멈춘채 청화단주를 물끄러미 응시했을 뿐.


“가까이서 보니 알겠다. 그만한 경지에 올랐는데 호신강기(護身罡氣)조차 두르지 않고 싸우는 무인이라. 옷자락 위에 내공을 장포마냥 겹겹이 덧대 입는 구파의 노괴들과 달라.”


목소리에 섞인 호흡이 거칠었다. 팔이 잘려나간 반동을 호흡으로 갈음하고 있는 듯 했는데, 백연은 구태여 막으려 들지 않았다. 그 또한 남은 시간동안 태청신공의 진기를 사지 혈맥에 축적하고 있었으니.


한편으로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자 하는 심산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마교라 불리는 교의 일원.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들이 백년 전과 똑같은 동기로 행동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유성의 몸에 손을 댄 놈의 머리를 당장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과는 별개로, 언젠가 맞붙어야 할 자들의 속내를 조금이나마 엿보아 두는 것도 좋을 일이었다.


“네 무공, 싸움 방식. 목숨을 아끼지 않는군.”

“무엇을 말하고 싶은거지?”

“확신이 들었어. 네 녀석은 마도(魔道)를 걸을 인재다.”


킥, 하고 웃음을 흘리며 잘려나간 어깨를 매만지는 청화단주. 그 사이 점혈을 한 듯이 줄줄 흘러나오던 핏물이 뚝 멈췄다.


“......”

“제안을 하지.”


백연은 가만히 고개를 기울였다. 일렁이는 자령안 안법 속에서 청화단주가 그려내는 광기어린 미소가 보였다.


“네 재능과 오성, 그 성정. 어설프게 정도(正道)를 흉내내기에는 아깝다. 본교에 입교(入敎)해라.”

“......교에?”


백연이 반문했다. 입교 제안 때문이 아니었다. 청화단주의 내공 호흡에서 느껴지는 말투.


태청신공으로 인해 상단전 백회혈이 작열하듯 활성화된 상황이었다. 상단전 신이 깨어난 사람은 여러 기예를 깨우치게 되는데, 말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청화단주의 말에는 일말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교는 사람을 가리지 않아. 네게 힘을 줄 수 있다. 네 자질이라면, 어쩌면 그분의 눈에 들어 가르침을 받을지도 모르지.”

“그분? 교주를 말하는건가.”

“그래. 네게 진정한 마(魔)의 기치를 깨우쳐 주실테니.”


백연은 물끄러미 청화단주를 응시했다. 그새 몸을 바로 세운 청화단주가 숨을 가라앉혔다. 거칠게 이어지던 호흡이 어느새 정돈되어 있었다.


그 사이 몸을 갈무리한 것이었다. 고수의 영역이었다.


이윽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하도록. 이 몸이 친히 제안하는 것이다. 본 단주의 말이라면 교의 밑에서부터 올라갈 필요도 없다. 적어도 바로 호법의 휘하에......”

“네놈들이.”


사박.


발소리가 바람처럼 스쳤다. 순간 백연의 신형이 이지러지듯 움직였다. 반보의 걸음으로 짓쳐나간 그가 청화단주의 코앞에서 멈춰섰다.


한순간 청화단주의 눈에 경악이 깃들었다.


백연은 무감한 시선으로 그것을 눈에 담으며 말을 이었다.


“감히 마도를 입에 담는군.”

“......!”

“백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의 종자들은 하등 다를것이 없어.”


찰나였다. 청화단주가 진기를 실은 발로 진각을 찍어내렸다. 그의 발끝에 휘감긴 강렬한 불꽃. 그 사이 갈무리 해놓은 화염이 겹겹이 퍼져나오며 파문을 그렸다. 일대에 펼쳐진 권역이 아직 건재했다.


작열하는 열기와 함께 내려찍히는 진각. 그러나 그 힘이 터져나오기 직전, 백연이 먼저 움직였다. 가볍게 움직인 그의 발이 청화단주의 무릎 위를 밟았다.


쩌엉!


뇌기를 휘감은 보법이 그대로 청화단주의 무릎을 찍어내렸다. 터져나오려던 불꽃이 삽시간에 사그라들며 갈기갈기 풀어헤쳐졌다. 번뜩이는 뇌광의 파문이 대기중으로 흩어지고.


“크윽!”


고통에 찬 신음이 울렸다. 반쯤 무릎을 꿇고 앉은 청화단주. 그를 내려다보며 백연이 검을 겨눴다.


“내게 마도를 논했지. 마도가 뭔지 보여주마. 네놈들이 잊어버린 것을.”

“잡것이......!”


이를 악문 청화단주가 몸을 뒤틀었다. 찰나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단주의 다리가 역으로 꺾였다. 스스로의 다리를 부수며 반댓발로 보법을 밟는 모습.


한순간 자유로워진 청화단주가 뒤편으로 몸을 날렸다. 겹겹이 터져나오는 화염의 파문이 그의 몸을 가속시켰다. 대기중에 새겨지는 경파가 강렬했다.


“어딜.”


허나 중얼거리는 백연의 음성은 그보다 빨랐다. 청화단주가 스스로의 다리를 부수는 것과 거의 동시였는데, 목소리가 허공에 닿을때쯤 이미 백연은 앞으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타악.


뇌기를 담은 보법. 발치에 응축해 터트린 기파가 강렬했다. 화신풍 구결이 한층 강렬한 경력으로 백연의 몸을 떠밀었다.


직후, 허공에 한줄기 선이 그어졌다. 푸른 화염의 잔영을 따라 이어지는 백광. 뇌기를 담은 보법이 청화단주를 따라잡으려는 순간 발악같은 외침이 울렸다.


“붙잡아라!”


동시에 사선에서 날아오는 기파가 있었다. 몸에 내공을 휘감은 채로 그에게 돌진해오는 마교도들. 양 손을 검은 마기로 물들인채 달려드는 이들의 수가 열댓에 달했다.


한순간 허공에서 몸을 뒤튼 백연이 그대로 대지에 발을 박아넣었다.


쿠웅.


달려나가던 속도의 여파가 무릎에 그대로 실렸다. 잠깐의 고통으로 미간을 찌푸렸으나 회복은 순식간이었다. 이제 그의 몸은 무공의 반동을 감당할 수 있었다.


동시에 백연의 몸이 춤추듯 흔들렸다. 백광을 실은 검끝이 분열하며 사방을 격했다. 허공에 번져오는 끈적이는 마기를 뇌광이 찢어냈다.


신기하게도.


마기가 범접하지 못했다. 본래 사방을 잠식하는 끈적한 기운은 찢어내기 어려워야 정상이건만. 체내 혈맥을 따라 도는 뇌기는 마기가 종잇장이나 되는 듯이 가볍게 뚫어내었다.


몸 안을 가득 채우고 도는 태청신공의 공력. 그 기세가 더없이 강렬하면서도 맑았다. 누군가의 웃음처럼.


‘무엇을 만든건지.’


검을 휘두르며 한손으로 가슴팍을 매만졌다. 고이 잠들어있는 비급의 감촉이 손끝에 느껴졌다. 그에게는 다시없을 보물이었다.


아직 잠들어 있는 구결도 많았다. 곤륜에 도착하면 다시 살펴볼 일이다.


그 전에,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겠지.


‘청율 사숙이 좋아하겠군.’


문득 스치는 생각을 접어 넣으며 백연이 검끝을 내리그었다. 일검에 마교도 둘의 신형이 반으로 갈라졌다. 직후 강렬한 마기가 휘감기며 그들의 몸속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백연의 몸은 이미 자폭의 범위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열댓에 달하는 마교도가 달려들었지만, 그들이 백연을 붙들어놓은 시간은 고작해야 수유에 불과했다.


잠시 끊겼던 백광의 줄기가 다시금 길게 이어졌다. 대지를 박찬 백연의 신형이 삽시간에 길을 주파했다. 부서진 건물들 사이를 뛰어넘어 한 구석에 버티고 선 청화단주를 향해서였다.


콰아앙!


허공을 풀어헤치며 다다른 백연의 걸음이 대지에 묵직한 상흔을 남기고, 멈춰선 그의 검끝이 치켜올라갔다.


“......빠르군. 아주 잠깐밖에 붙들지 못하는가.”


청화단주의 음성이 깔렸다. 백연과 삼장 정도 떨어진 거리. 건물을 등친채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뒤틀린 한쪽 다리와 잘려나간 팔의 모습이 선명했다. 더 이상 전투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태.


“하지만,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네놈은 실수했어.”


그러나 울려퍼지는 청화단주의 목소리에는 광기어린 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백연은 이미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후우욱!


바람이 휘몰아쳤다. 삼장의 거리를 압축한 듯이 나타난 백연. 번뜩이는 뇌기가 실린 검이 청화단주의 목을 노리고 횡격으로 휘둘러진다. 검에 실린 기세가 시리도록 예리했다.


그러나.


검을 마주한 청화단주의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이 걸려 있었다. 동시에 속삭이듯 펼쳐진 음성이 간극을 넘어 백연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처음부터 목을 날렸어야지.”


음성이 사방을 저몄다. 느릿하게 흐르는 간극 속에서였다. 문득 백연은 청화단주의 속도가 어느새 그를 따라잡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사방을 넓게 덮고 있던 염혈신공의 권역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직후 끈적하게 사방을 덮어오는 마기가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백연이 걸음을 비틀었다. 찰나 분분히 흩어진 뇌기가 그의 발치에서 퍼져나가며 백연의 신형을 잡아끌었다. 사선으로 길쭉하게 이어지는 보법.


동시에 섬뜩하리만치 강렬한 기운이 일점에 모여드는 것이 느껴지고.


[염혈신공(炎血神功). 마화(魔火).]


음울한 목소리가 울렸다. 백연이 스치듯 검을 거두며 사선으로 일보를 지나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화아아악!


소리가 지워졌다. 볼가에 화끈한 열기가 스치는 것과 동시였다. 늘어진 시간 속에서 끈적이는 열기가 감각을 뒤덮는 것이 느껴졌다.


‘한걸음 더.’


그러나 그 속에서, 백연은 문득 새로운 감각을 체득하고 있었다. 보법을 내딛으며 뻗어나오는 뇌기가 작열하는 열기를 조금씩이나마 흩어주고 있었다. 화신풍 구결에 얽힌 공능일까.


이윽고 백연이 걸음을 멈춰서며 열기를 흩어내는 것과 동시에, 소리가 다시 찾아오고.


콰아아아아앙!


굉음이 터져나왔다. 뒤늦게 찾아온 소리가 사방을 휩쓸며 파도처럼 쏟아졌다.


청화단주의 왼편을 스치듯 지나친 백연이 뒤를 돌아보았다. 환골탈태로 길게 자랐던 머리칼 끝부분이 살풋 잘려나가 사라져 있었다. 장포도 마찬가지였다. 오른편 끝자락이 반듯하게 소멸되어 있었는데, 마치 처음부터 그런 모양이었던 듯 싶을 정도로 깨끗했다.


그리고, 청화단주가 있었다.


허공에 손을 뻗어낸 모습. 오른손 수도가 반듯하게 허공을 그어내린 자세였다. 그의 손끝에서부터 퍼져나온 기파가 허공을 저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발 딛고 서있는 자리부터, 저편까지 약 십여장에 달하는 좁은 장소가 전부 사라져 있었다. 부서진 전각의 잔해도, 부서져 나뒹굴던 바위의 파편들도.


백연은 눈에 담는 순간 이미 깨닫고 있었다.


‘권역을 압축시켰군.’


일전 검왕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넓게 펼쳤던 화염의 권역을 한점에 압축시킨 것이었다. 염혈신공의 모든 불꽃을 남김없이 스스로의 몸 안에 집어넣은 양.


본래라면 그 즉시 청화단주의 몸이 화기에 남김없이 불타 사라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었다. 지금도 그의 몸에서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기운.


마기로 불꽃을 삼킨 것이다.


[마도를 보여주겠다 지껄였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간거지?]


내공으로 선연하게 울리는 육합전성이 사방을 채웠다. 알 수 있었다. 한순간이나마 스스로의 경지를 뛰어넘은 것이다. 본래라면 꺼낼 생각이 없었을 힘.


[하찮은 것. 재능을 높게 사 교의 호의를 베풀었건만. 더 보여줄 것이 없다면.]


청화단주의 목소리에 조소가 실렸다.


[여기서 다 함께 죽어 내 불꽃의 제물이 되어라.]


쿠웅.


묵직한 기파가 울렸다. 암청색으로 물든 화염의 기파가 청화단주의 발치에서 일고, 한순간 사라진 그의 신형이 백연의 코앞에서 나타났다. 그가 입꼬리를 찢으며 중얼거렸다. 출수하는 것과 동시였다.


[네 몸에 실린 공력이 넘치는군. 이제 보인다. 어디선가 받아들인 내공을 다 흡수하지 못했어. 이대로 먹어치우면 전부 내 것이 될......]

“마도는.”


사방에 울리던 육합전성을 뚫고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산뜻한 바람결같은 음성이 가벼이 속삭였다.


환골탈태를 겪으며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다다른 백연의 목소리였다. 아무런 기파도 싣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간극 속에서 정확히 청화단주의 귓가에 내리꽂힌다.


본래라면 그럴 수 없었다. 염혈신공을 자신의 한계까지 일으킨 청화단주. 본신 속도보다 몇배는 빨라졌다. 그가 움직이는 시간과 백연의 시간이 같을 수가 없었다. 소년의 평범한 육성이 귓가에 틀어박혀서는 안되는 것이다.


“교가 부르짖는 패도(覇道)의 길이 아니다.”

[어떻게......!]

“그 본질은 압제에 저항하는 것. 무공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


백연의 검끝이 아래로 떨어졌다. 느슨하게 쥔 검파가 가벼웠다. 검끝을 타고 일렁이는 백광이 검신 안에서 반발하며 힘을 쌓아나갔다.


살기조차 담겨있지 않았다. 한순간, 좌하단에서 뻗어나간 검이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이미 출수해 내뻗고 있던 청화단주의 권격보다 더욱 빠르게.


피이이잇-


휘파람 같은 소리가 대기를 잘라낸다. 눈을 부릅뜬 청화단주가 검격 범위를 따라 몸 위로 암청색 화염을 호신강기처럼 펼치는 것과 동시였다.


쩌어어어엉!


검격이 뻗어나갔다. 뇌성이 뒤따랐다. 위로 올려친 검격을 따라 한 인영이 그대로 허공을 향해 피를 흩뿌리며 튕겨나갔다. 한순간 허공에 떠오른 청화단주.


울컥 피를 토해내며 한손에 기파를 그러쥔다. 암청색 화염이 쌓이며 강렬한 기세를 뿜어냈다.


그 모습을 보며 백연이 발끝에 내공을 실었다.


그의 머릿속을 따라 구결이 섞여들었다. 뇌기로 이루어진 보법은 무릇 달라야 했다. 화신풍의 기초 구결을 그대로 적용하나, 가속을 자유로이 풀어놓는다.


일전 뇌리에 담았던 것. 종남의 천하삼십육검처럼 보법을 전 방위로 자유롭게 펼치고자 한다. 하늘을 마음껏 거니는 영물처럼.


“마도란 곧, 자유를 향한 검. 어떠한 강자에게도 굴종하지 않는.”


뇌까리며 무릎을 반쯤 숙였다. 동시에 발치를 따라 기파를 풀어헤쳤다. 태청신공으로 잡아챈 뇌기. 온몸을 따라 번뜩이는 기파가 일렁였다.


“하늘을 베는 검이다.”


쩌억.


나직한 소리가 올렸다. 일보를 내딛은 지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는 것과 동시에 뇌광을 휘감은 백연의 신형이 그대로 솟구쳤다. 하늘을 향해 사선으로 치솟는 백광.


그 형상은 지저에서 창공으로 치솟는 벼락과 같기도 했으며, 언뜻 비상하는 백응(白鷹:흰 매)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홍의 눈에는 달리 보였다.


마지막까지 전장에 남아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편에서 일순 빛나는 뇌광을 보며 소홍이 눈을 깜빡였다. 줄기줄기 뻗어나가는 기파가 불길한 검은 화염을 풀어헤치고, 주변 영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창공에 떠오른 검은 화염을 찢어발기며 뻗어나가는 뇌광을 눈에 담으며.


문득, 소홍은 생각했다.


‘용(龍)이구나. 사제는.’


직후, 하늘에 떠오른 검은 화염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과 동시에.


쿠르르릉!


우렛소리가 뒤따랐다. 용의 형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2 철야방(8) +4 23.12.22 2,996 84 19쪽
141 철야방(7) +4 23.12.21 3,008 83 17쪽
140 철야방(6) +4 23.12.20 2,986 83 17쪽
139 철야방(5) +4 23.12.19 2,999 84 19쪽
138 철야방(4) +4 23.12.18 3,130 79 18쪽
137 철야방(3) +5 23.12.16 3,199 80 15쪽
136 철야방(2) +3 23.12.15 3,123 83 15쪽
135 철야방 +4 23.12.14 3,119 86 16쪽
134 재회(3) +5 23.12.13 3,210 87 19쪽
133 재회(2) +4 23.12.12 3,214 86 16쪽
132 재회 +5 23.12.11 3,307 88 17쪽
131 성화방주(3) +7 23.12.09 3,293 79 15쪽
130 성화방주(2) +5 23.12.08 3,285 85 20쪽
129 성화방주 +5 23.12.07 3,360 89 16쪽
128 사천(4) +8 23.12.06 3,337 88 19쪽
127 사천(3) +8 23.12.05 3,355 92 22쪽
126 사천(2) +5 23.12.04 3,426 87 17쪽
125 사천 +8 23.12.01 3,554 87 15쪽
124 월동(越冬)(5) +6 23.11.29 3,524 88 17쪽
123 월동(越冬)(4) +5 23.11.27 3,456 89 17쪽
122 월동(越冬)(3) +6 23.11.24 3,524 84 15쪽
121 월동(越冬)(2) +5 23.11.22 3,587 82 16쪽
120 월동(越冬) +5 23.11.20 3,687 91 15쪽
119 영물(5) +7 23.11.17 3,768 87 19쪽
118 영물(4) +6 23.11.15 3,628 91 15쪽
117 영물(3) +7 23.11.13 3,653 86 15쪽
116 영물(2) +7 23.11.10 3,814 86 18쪽
115 영물 +7 23.11.08 3,941 85 15쪽
114 네가 돌아올 곳(11) +5 23.11.06 3,835 89 17쪽
113 네가 돌아올 곳(10) +5 23.11.03 3,960 92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