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9.21 18:10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1,833,158
추천수 :
36,097
글자수 :
2,707,079

작성
24.04.12 18:10
조회
2,486
추천
66
글자
16쪽

난세(5)

DUMMY

※※※



지평의 시야 전체가 검게 물든다. 그야말로 흑림(黑林)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도적떼가 뭉쳤나.”


당소하가 입매를 비틀었다.


“우습지도 않군.”

“그 힘은 경시할 것이 아니에요.”


끼어든 것은 악예린의 목소리였다.


“녹림과 수로채. 각각의 영역에서 큰 세력을 구가하고 있죠. 특히 녹림왕과 장강왕의 무력은 다른 사도 육진의 수장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것을.”

“저 자리에 있을까?”


유성이 중얼거렸다. 하늘과 맞닿은 지평을 응시하면서였다.


“녹림왕이나 장강왕이.”


옅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금껏 죽 내달리던 그들은 한 평야 위에 멈춰서 있었다. 현궁진인의 지휘 아래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의논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덕분에 잠시간의 여유가 생겼는데, 백연은 저릿한 경공 여파를 갈무리하며 서편을 가늠하고 있었다.


녹림과 수로채. 칠십이채에 달하는 거대한 산적의 집합체인 녹림과, 열 여덟개의 수로채가 모인 장강수로십팔채. 각각의 채주들이 지닌 전투력은 천차만별이며, 녹림도와 수적들이 지닌 무위는 그리 높지 않다.


각개격파되는 군소 집단으로써의 힘은 명백히 하급.


당장 비무제전을 위해 무당산으로 오던 길의 곤륜파도 녹림의 군소 산채를 토벌한 전적이 있다. 힘없는 이들에게는 강자로 군림하나, 작정하고 무인들이 쓸어버리려 하면 능히 감당할 수 있는 힘.


하지만.


“......신주흑림. 수가 대체 얼마나 많은거지?”


집단으로써의 녹림과 수로채는 다르다.


가히 군벌에 필적하는 막대한 세력. 정도 무문 전체를 모아도 녹림과 수로채의 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자체로써 남부 일대를 휩쓸고 다니는 수라궁조차 작은 숫자로 보이게 만드는 압도적인 수의 무인들.


저리 모여든 군세는 곧 검을 한번 휘두르면 그것이 합격진이 되고, 거대한 초식이 된다.


한 무인이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나는 것이다.


물론 초월의 위에 오른 괴물들이라면 모르겠으나, 지금 별동대에는 그런 인물은 없다. 현궁진인조차도 홀로 저들을 감당하지는 못할 터.


‘혹여나 녹림왕이나 장강왕이 있다면......’


그때부턴 정말로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사도 육진의 수장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점에 오른 자들이니까.


후우웅.


고민에 잠긴 사이 바람이 귓가를 쓸었다. 길다란 머리칼을 흩어내는 산들바람을 느끼며 백연은 시선을 옮겼다.


‘왠 남풍(南風)이......?’


돌연 일었던 바람은 금새 사그라들었다. 시야를 가리는 머리칼을 매만지며 백연은 생각했다.


‘짧게 자르는 것도.’


그때였다.


“결정이 끝났소.”


여태껏 한켠에서 몇몇 무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현궁진인이 입을 열었다. 늙수레한 음성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여기, 제갈소가주의 안법으로 살펴본 바. 녹림왕이나 장강왕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소.”


그때쯤 눈에서 형형한 푸른 빛을 거둬들이고 있던 제갈천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동시에 저 군세는 우리 별동대를 저지하기 위해 구축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오. 호북을 크게 포위하고 오가는 길목을 장악하는 것이 목적이겠지.”


현궁진인이 검파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본래라면 군세의 괴멸(壞滅)을 도모하는 것이 좋겠으나, 지금 우리만으로는 크게 힘을 써야 하니 불가(不可). 우리의 목적은 단 한명의 손실도 없이 사천까지 도달하는 것이오. 따라서 지금부터 우리는.”


스릉.


낡은 송문고검이 뽑혀나왔다. 발검의 순간부터 검끝이 하늘을 향하는 순간까지가 모두 물 흐르듯 이어지는 경지였다. 눈을 뗄 수 없는 원을 그린 검이 노을 아래 흐린 빛으로 이지러지는 순간.


우우우우웅-


거대한 진기가 검신을 바르르 떨게 만들며 발현. 이어지는 늙수레한 음성과 함께 사방을 뒤덮었다.


[가장 짧은 거리로 신주흑림의 군세를 돌파. 호북을 벗어나겠소.]



※※※



시야가 구부러졌다. 거대한 태극이 어느 순간 기우뚱 하늘에 현현한 탓이었다. 한순간 몰려있는 군세의 시선을 일제히 앗아갈 정도로 거대한 흑백의 검기.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원형의 기운. 속에 깃든 파괴력은 그렇지 못했다.


제운종으로 돌연 신주흑림 군세의 머리 위에 현현한 현궁진인. 일직선으로 검첨(劍尖)마냥 늘어선 별동대의 맨 앞에서 검을 가벼이 베어낸다.


단 일격. 현궁진인이 전진하며 검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대지가 원형으로 움푹 베여나갔다. 그 위에 서 있던 사람들의 육신도 마찬가지였다. 단 일격으로 거대한 군세 중간에 태극 모양으로 공간을 박아넣은 무당의 검선.


‘이런 의미였나.’


백연은 생각했다.


무당파에서도 손꼽히는 검객이 된다는 것은.


[지금일세!]


뒤이어 현궁진인의 음성이 사방을 타고 울렸다. 스스로 만들어낸 공간 한 가운데에 그대로 착지해 보법 기파를 휘감으며 전진하는 모습. 첨단에 선 현궁진인의 바로 뒤를 따라 청운룡 무영과 능운검절이 제각기 검기를 휘감고 전진한다.


한순간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양의신공과 함께 태극혜검을 일으킨 무영. 삽시간에 양쪽에서 짓쳐 들어오는 도끼를 반으로 쪼개버리는 것도 모자라 흑림도의 육신도 반으로 갈라버린다.


한편 오른편에 착지한 능운검절의 손아귀에서는 면장의 기파가 거칠게 회전. 짓쳐오던 무인을 날려버리고 그대로 회전하며 태극검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흡사 앞에 있는 현궁진인의 검기 흐름을 그대로 받아 휘두르는 듯한 기예였는데, 어지간한 감각으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백연은 바로 깨달았다.


그 뒤를 따라 무당파의 검객 몇이 전진.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백연 또한 발끝에 기운을 두르며 검파를 쥐었다.


‘뇌인(雷印)을......’


생각하던 소년의 손이 멈칫 굳어들었다. 곁에 홀연히 내려앉은 제갈천 때문이었다.


“그 검은, 쓰지 마시지요.”


백연이 돌아보자 어느새 손아귀에 부채를 쥐고 기파를 일으키고 있던 소가주가 흐린 미소를 지었다.


“절초입니다. 공간을 잘라내는 기예......적들이 모르면 모를수록 좋습니다. 쓰지 않아도 이곳을 돌파하는 것에는 그렇게까지 무리가 없을테니.”

“그렇다면 소가주께 맡기지요.”


생긋 웃은 백연의 답에 제갈천이 헛웃음을 살풋 흘렸고.


파아아아앙!


곧장 일어난 거대한 선법 기파가 왼편에서 달려들던 거한의 움직임을 멈춰세웠다. 한순간 벽에 충돌하기라도 한듯이 제자리에서 두어걸음 비틀거렸는데, 균형을 회복하기도 전에 그의 목은 몸에서 분리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


화아아악.


시야를 가리며 피어나는 매화 꽃잎이 화려했다. 뒤이어 짓쳐든 것은 섬뜩한 은빛 창격.


쩌어어엉!


연환창식의 초식이 소년의 눈 앞에서 복잡한 투로를 그리며 엮어졌다. 매화검법과 합이라도 맞춘듯이 정확히 반대로 등을 맞대고 펼쳐진 창격이 신주흑림의 군세 사이에 균열을 내었고.


“흐읍!”


묵직한 기합성과 함께 그 둘의 사이로 거한이 낙하. 귀청을 찢을듯한 거대한 울림과 함께 다섯 갈래 도기(刀氣)가 전장 한 가운데를 맹호의 발톱마냥 큼직하게 할퀴어냈다.


전부 합격(合擊)이었다. 동시에 공세를 펼치는 것이 숨쉬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각자의 재능으로 이름을 떨치는 기재들만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자주 합을 맞춰본 덕분일까.


“백연.”


돌연 그의 옆에서 훅 일어난 당소하가 산책이라도 나온 듯 태연한 손짓으로 비도를 던졌다. 묵빛 궤적이 녹림도들의 목덜미에 픽픽 꽂혀 들어갔는데, 자신들이 무엇에 죽은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강한 놈들이 앞에 있다.”


그러며 툭 던지는 말이 가벼웠다. 눈짓으로 앞쪽을 가리키는 모습까지.


“최소 큰 산채의 채주정도는 되었던 모양인데. 전진 경로를 틀어막고 있어.”

“가자.”

“좋지.”


두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곤 그대로 땅을 박찼다.


소년의 신형이 별안간 시린 백광에 휩싸여 그대로 전진. 큼직하게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자색 안광이 뚝뚝 떨어지며 흘러나옴과 동시에.


‘오른쪽에 하나, 왼쪽에 둘.’


별동대의 전진 경로에 선 커다란 기운 세개를 인지한 백연이 그대로 왼편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오른편으로는 이미 현궁진인이 검을 휘두르고 있던 바. 문제될 것이 없었기에.


한순간이었다.


쩌억.


소년의 발끝이 디딘 대지가 옅은 신음소리와 함께 흉년의 마른 땅마냥 크게 갈라졌다. 별안간 그가 서 있던 자리부터 두개의 태도(太刀)를 들고 서 있던 거한의 코앞까지 흐린 적광(赤光)이 벼락처럼 허공에 새겨진 직후.


푸확!


그 궤적을 따라 서 있던 흑림도들의 목에서 핏물이 일제히 뿜어져 올랐다.


동시에 거한의 앞에서 크게 진각을 내려찍은 소년의 손에는 어느새 풀려나온 여휘가 흐린 빛을 내며 비스듬히 들려 있었다. 검신을 따라서는 희끄무레한 연기가 휘감겨 있었는데, 직전 내뻗은 일격초의 흔적이었다.


극한의 쾌(快)에 다다른 발경력 여파로 인해 일어난 마찰열이 핏물마저 한순간에 기화시켜버린 까닭에.


직후 소년을 인지한 거한이 두자루 태도를 꼬나쥐고 벽력탄 같은 사자후를 발했고.


“놈! 이 벽력도(霹靂刀)의 일초를 받으러......”


키이이이잉-!


시뻘건 불꽃이 소년의 손아귀에서 만개(滿開). 시야 사방을 따라 한없이 붉은 화염의 꽃이 폭풍처럼 피어올라 쏟아져 내렸다.


쿠웅.


직후 두자루 태도가 땅에 떨어져 내렸다. 거한의 상체가 비스듬히 갈라져 핏물을 뱉어내는 것과 동시였다.


그때쯤 옆에서는 여상히 들어올린 당소하의 손아귀 위로 철편의 비가 춤추며 회전하는 중이었고, 그 발치에는 난자당해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운 시체가 무릎을 꿇고 쓰려져 있었다.


[직진이오!]


뒤이어 현궁진인의 음성과 함께 다른 무인들이 앞으로 일제히 쇄도했다. 백연과 당소하도 서로를 흘깃 쳐다보곤 그대로 기파를 일으켰다.


이어지는 길다란 경공 여파가 신주흑림의 군세 한 가운데로 희끄무레한 선을 그려내었다.



※※※



늦은 저녁.


“이만하면 되었겠소.”


먼곳에 시선을 던지던 현궁진인이 말했다.


호북과 섬서의 경계였다. 지나오는 곳마다 본래 마을이 있었어야 할 자리는 전부 궤멸되어 있었는데, 그런 까닭에 허허벌판에 앉아 목을 축일 수 밖에 없었다.


“사마외도가 날뛰고 있다 하더니......”

“우리가 안이했소. 비무제전 기간동안 정보를 끊고 호북을 고립시킬 줄이야.”


수염을 쓸어내리는 현궁진인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이 깃들어 있었다.


신주흑림의 군세를 돌파한지 한시진이 흐른 뒤였다.


추격은 없었는데,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전혀 다른곳에 있는 듯 했다. 일정한 진의 형태를 유지하고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그랬다.


“아마 호북을 고립시키고 있던 것이 그러한 이들이겠지.”


정예로 이루어진 별동대나 되어서야 일점돌파로 진을 뚫고 지나쳐 왔다. 다른 세력은 가까이 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군세이다. 당장 여기 모인 이들도 정면으로 상대하려 했으면 크게 피해를 입었겠지.


당장 지금 이 자리에도 부상을 입은 사람이 꽤 있었다.


“괜찮나?”

“괜찮습니다.”


팔뚝을 흰 천으로 칭칭 동여맨 무영이 옅은 웃음을 지었다.


“살다보니 독룡에게 치료를 받는 일도 다 있군요.”

“마비독이 생각보다 잘 듣는데.”

“......위험한건 아니겠지요?”


한편 한켠에서 앉아 있던 설향은 태연히 운기를 하고 있었다. 악예린이 호법을 서주는 진기한 광경에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언제 저리 친해졌대.”

“검을 맞대면서 싸워본 이들은 금방 친해지기 마련이지.”


한켠에 앉아 검을 손질하던 유성이 말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강철검을 쥔 그는 언제나처럼 태연한 기세였다.


“매화검을 부숴먹어서 미안한걸.”

“괜찮아. 검보다 중요한건 내 실력......”

“그럼 이건 안빌려줘도 되겠네?”


백연이 천마의 검을 슬쩍 들어올려 보였다. 그러자 유성이 시선이 잠깐 훅 흔들렸다.


“그건 또 무슨 신검......”

“우승 상품이야.”

“......아냐. 필요 없어. 크기도 무게도 내 검이랑은 안맞아서.”


아쉬운 기색으로 말한다. 백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받지 않을것을 알고 농으로 던진 말이었다. 지금 유성이 쥐고 있는것도 평범한 강철검처럼 보이지만 형태와 무게를 자신의 몸에 맞춘 것일테니까.


“사형은 다친데 없지?”


곁에 서 있던 소홍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괜찮은 것을 확인한 백연이 옅은 한숨을 뱉었다.


“다행이네.”


이만하면 온전하게 전력을 보존했다 봐도 좋았다. 이대로 이제 사천까지 가는 것은 또다른 문제겠지만.


앞으로도 이런일이 또 없으리란 법이 없다. 이제 중원 무림의 관도는 더 이상 안전한 길이 아니었다.


“그대는 여기에서 갈라진다 했지? 조심하게.”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현궁진인도 같은 생각인듯 했다. 노검객의 눈매에 깃든 걱정이 짙었다.


“섬서, 사천......이제 어디에 적들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네. 가급적이면 화산파가 움직일때 같이 가는것도 좋았으련만.”

“검신께서도 따로 움직일 곳이 있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네. 두 교(敎)의 행태가 심상치 않아. 천독과 검제가 각자의 이유로 대적자를 맞이한 이상 검신은 반드시 마교와 혈교를 견제해주어야 하네.”

“짐이 무겁군요.”

“혈교주만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 미치광이가 어찌 행동할지는 아무도 모르니 문제일세.”


현궁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여하간 자네도 조심하게. 서안으로 가는 길이 평탄하진 않을걸세.”

“검선(劍仙)께서도 무탈하시길. 조만간 서주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합세.”


그 사이 운기를 하고 휴식을 취하던 무인들이 서서히 채비를 마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연은 설향에게 다가갔다.


“다치지 말고. 뇌룡하고 붙어 있어. 알겠지?”

“걱정 마.”

“눈도 아직......”


설향의 길다란 손가락이 백연의 머리칼을 슥 쓸어내렸다. 옅은 미소를 지은 사저가 눈매를 톡톡 두들겼다.


“자령안을 쓰면 잘보여.”

“그거 절대 좋은 신호가 아닌데.”


백연이 미간을 좁혔다. 안법을 써야만 잘 보이는 상황이라니. 그러나 설향은 옅은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백연은 생각했다. 청해로 돌아가면 당장 약선객에게 진료부터 받게 시켜야겠다고.


“허면 먼저 출발하지.”


잠시 뒤, 현궁진인의 말과 함께 별동대가 기운을 끌어올렸다. 제각기의 복식을 한 무인들이 일제히 경공 기파를 휘감은채로 걸음을 내디뎠고.


화아아악-!


바람결과 함께 수십의 무인들이 대지를 가르며 서편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백연이 검파를 쥐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건가.’


저들은 별일이 없다면 곧 서주에서 다시 만나게 되겠지. 허나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사방에서 들고 일어나는 사마외도의 군세. 죽어나가는 민초들과 불타는 도시들.


모두 수호해야할 일이었다. 맹의 기치를 내건 이상 응당 그래야만 할 것이다.


허나 그 끝이 어디에 있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런 소요전이 단기결전으로 끝이 날지, 아니면 과거의 대전(大戰)들처럼 수년이 넘게 지속되게 될지.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그들이 새로운 난세의 시작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만큼은.


“백연.”


그의 곁에 다가온 소홍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곁을 보자 투명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사형의 눈이 보였다.


“출발하자.”

“그래.”


고개를 끄덕인 백연이 숨을 가다듬었다.


“만나러 가보자고.”


성화방주 하령이 머물고 있는 도시. 암야서고가 자리한 서안을 향해 출발할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0 푸른 별(8) +6 24.04.30 2,249 61 16쪽
249 푸른 별(7) +8 24.04.29 2,249 67 20쪽
248 푸른 별(6) +6 24.04.27 2,364 63 20쪽
247 푸른 별(5) +5 24.04.26 2,203 63 18쪽
246 푸른 별(4) +6 24.04.25 2,299 64 18쪽
245 푸른 별(3) +7 24.04.24 2,248 70 14쪽
244 푸른 별(2) +5 24.04.23 2,315 72 19쪽
243 푸른 별 +5 24.04.22 2,500 67 14쪽
242 약속(2) +8 24.04.20 2,505 63 22쪽
241 약속 +6 24.04.19 2,391 60 16쪽
240 북명(北冥) +7 24.04.18 2,412 66 18쪽
239 그날의 이야기(2) +8 24.04.17 2,342 66 18쪽
238 그날의 이야기 +5 24.04.16 2,370 63 17쪽
237 오랜 약속(2) +5 24.04.15 2,462 65 18쪽
236 오랜 약속 +4 24.04.13 2,561 64 20쪽
» 난세(5) +7 24.04.12 2,487 66 16쪽
234 난세(4) +6 24.04.11 2,474 72 15쪽
233 난세(3) +7 24.04.10 2,498 70 20쪽
232 난세(2) +4 24.04.09 2,582 70 16쪽
231 난세 +6 24.04.06 2,753 71 18쪽
230 흔적(6) +5 24.04.05 2,548 69 16쪽
229 흔적(5) +7 24.04.04 2,511 71 14쪽
228 흔적(4) +8 24.04.03 2,539 72 16쪽
227 흔적(3) +6 24.04.02 2,584 69 16쪽
226 흔적(2) +4 24.04.01 2,650 72 17쪽
225 흔적 +7 24.03.30 2,766 71 16쪽
224 결승(5) +7 24.03.29 2,660 65 16쪽
223 결승(4) +8 24.03.28 2,428 67 15쪽
222 결승(3) +6 24.03.27 2,527 65 16쪽
221 결승(2) +7 24.03.26 2,530 70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