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심곰Q 님의 서재입니다.

엘셀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심곰Q
작품등록일 :
2019.04.03 11:55
최근연재일 :
2019.05.31 07:29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309
추천수 :
25
글자수 :
151,280

작성
19.04.24 23:38
조회
50
추천
1
글자
11쪽

016. 어전 사냥 : 뜻밖의 제안 (수정)

DUMMY

털푸덕


남자가 쓰러졌다. 747이 남자에게 가한 일격은 치명상에 가까웠지만 처음부터 노리고 한 공격이 아니어서 자신은 없다. 확인할까, 잠시 망설였다. 747의 성격대로라면 마무리를 짓는 게 옳았다. 하지만 쓰러진 남자보다 엘딘의 생사를 확인하는 게 우선 같았다. 결국 엘딘이 날아간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옮기면서 가슴에 손을 대고 엘레오놀에게 말을 걸었다.


 ‘엘레오놀.’


대답은 없었다.


 “엘레오놀.”


말의 형태로 입 밖에도 내어 보았다. 여전히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하지만 소녀가 죽은 건 아니었다. 미약하지만 자신과 다른 존재를 가슴 안쪽에서 느낄 수 있었다. 747은 이 모습이 되기 직전의 엘레오놀을 떠올리곤 아마도 기절한 거라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럼 소녀가 정신을 차리면 다시 뒤바뀌게 되는 걸까? 아니, 근본적으로 왜 자신이 자신의 모습인가조차도 모르겠다. 짚이는 거라고는 마지막에 엘레오놀이 남자로부터 빼앗은 돌의 힘일 가능성.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공격을 만드는 마술 같은 –어쩌면 정말 마술일지도 모르지- 능력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도 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궁금한 건 많지만 우선은 뒤로 미루었다. 언제까지 이 상태가 계속될 지 알 수 없는 지금, 움직일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두고 싶다.


 “······.”


문득 생각나 뒤를 돌아 보았다. 쓰러진 남자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다. 죽은 걸까. 죽었다면 그건 엘레오놀이 죽인 게 되는 걸까. 747이 양 손을 내려다 보았다. 참으로 늦은 깨달음이다만 비로소 저가 무장 상태임을 눈치챈다. 그것도 조직에서 일할 때와 비슷한 중장과 경장 사이쯤 되는 특징 없는 밋밋한 갑옷이 아닌 완전무장에 가까웠다. ‘가까웠다’는 표현이 애매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 보통 완전무장은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제작에 대량으로 금속을 써서 두께를 늘리는데 이건 절반도 되지 않는 두께였다. 일반적인 금속으로는 불가능하다. 특수한 공정을 가미한 –즉, 더럽게 비싼- 재료로만 가능한 일. 게다가 이 형태는···본 적이 있다.


 ‘···대장.’


은밀성을 중시하는 조직에서 몇 안되는 완전무장이 허락된 존재이면서 허락 받은 이들 중에 유일하게 실제로 착용하고 다니는 이. 본인의 말을 빌자면 ‘아픈 건 싫으니까.’ 라는 이유였다. 이유도 어이없지만 완전무장 상태로 은밀 행동이 가능한 신체능력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자신이 아는 형태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에 더 놀란다. 마치 일반 의복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 눈치채지 못한 한심스러움에 일조했다. 정말이지 아까부터 놀라게 하는군.

또다시 새로운 의문이 몇 가지 더 떠올랐지만 마찬가지로 뇌리 한 켠에 쟁여둔다.


 “..찾았다.”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정신을 잃은 소년을 발견했다. 날아가 지면에 부딪친 충격으로 이마에 피를 흘리는 것 외에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인다. 기절한 엘딘을 왼쪽 팔에 끼고 기사가 있던 장소를 향해 달렸다.

그가 아직 살아있고 적들을 쓰러트렸다면 왕자를 넘기는 조건으로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을 물을 거고, 살아있지만 적들을 쓰러트리지 못했다면 조력을 하고 마찬가지로 왕자와 교환조건으로 벗어날 방법을 물을 생각이다. 이미 쓰러졌고 적들은 건재하다면 적을 처리 혹은 회피해서 자력으로 벗어나야겠지. 이 경우 왕자의 처우에 대해서는 임시 동행, 이 되려나.


챙-


엘레오놀은 –엘레오놀 본인이 느꼈던 것과 다르게- 그리 멀리 도망가지 못했기에 747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아직 들려오는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기사의 생존을 가르쳐 준다.


 ‘두 번째로 결정.’


할 일이 정해지니 지면을 박차는 다리에 더 힘이 들어간다. 달리며 싸우기 위한 무기가 필요함을 떠올린다. 그러자 어느새 엘딘을 끼고 있지 않은 오른손에 검이 쥐어져 있었다. 아까 남자와 싸울 때와 동일한 현상. 이 능력의 사용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도망갈 때 엘레오놀을 통해 봤던 덤불을 발견하고 엘딘에게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저기만 넘으면 아까 그 장소인데 더는 전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늦었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여기서 탐색으로 돌리는 건 무리. 둘 정도라면 어떻게든 따돌릴 수 있을 거다.

덤불을 지나자마자 기사를 향해 휘둘러지는 검이 트인 시야에 잡혔다.


 “큿-.”


상대는 여전히 둘. 그들의 발은 붙잡았지만 차마 처리까지는 이르지 못했나 보다. 그리고 747은 이동속도를 고스란히 검에 실어 휘둘렀다.


채앵-!!


생각보다 적은 실력이 있었다. 완전히 기습이나 다름없는 공격을 막아내곤 뒤로 물러나 거리를 띄운다. 가만 기사 옆에 서자 그는 만신창이가 되어 가쁜 호흡을 거듭하면서도 경계의 빛을 747에게 보냈다가 747의 옆구리에 끼인 왕자를 발견하고 몸을 굳혔다. 기사로부터 발산되는 살기를 무시하고 그의 옆에 조심스레 왕자를 내려놓고 동종업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들 또한 묵묵히 전투태세를 취했지만 미미하니 당혹스러운 기색이 전해진다. 특히 747과 검을 맞대지 않은 쪽이 좀 더 감정을 드러냈다.


 “증원?”

 “..설마 경이 패했다고?”


각각 한마디씩 던지며 747을 주시한다. 이대로 맞부딪히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이거면 답이 되겠지.”


흑발의 여성이 –좀 전까지 왕자를 안고 있던- 빈 손을 내밀었다. 2초 남짓해서 그녀의 왼손에 오른손에 쥔 것과 같은 검이 쥐어져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적들이 숨을 들이키며 놀랐다.


 “[클레이만]?”

 “진짜로 그가 패한 건가?!”


감정을 더 드러내던 쪽이 747의 검을 막은 쪽에 눈짓을 하였다. 앞으로 어찌 행동을 할지 묻는 듯한 태도가 그쪽이 부하고 다른 쪽이 상관이라 짐작케 한다. 이윽고 상관 쪽이 공격 자세를 풀었다. 부하도 따라 검을 내렸다. 그러나 둘 모두 시선은 747을 향한 채다.


 “귀관의 이름은?”

 “······.”


말할 이유가 없다. 의무도 없다. 오히려 말하면 이쪽이 불리하게 될 상황이 빤히 보인다.

대답이 돌아올지 어떨지 상황을 두고 보는 이들과 대답할 의향이 없는 한 명으로 인해 잠시간 그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대답이 없으리란 걸 이해한, 질문을 던진 이가 무기를 넣었다. 다른 이 또한 마찬가지로 무기를 넣었다.


 “그럼 [그것]의 원 주인은?”

 “······.”


대답한 순간 그들의 것을 이쪽이 무단으로 소유했음을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이기에 마찬가지로 침묵을 고수한다. 상대가 진 거니 이긴 사람 마음이지, 라는 논리는 싸움꾼들 사이에서나 통할 수준이지 이만한 사태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칫, 신중하구만.”


성가시다는 듯 남자가 혀를 차더니 747들을 우회하여 –하지만 계속 주시한 채- 747이 온 방향으로 사라졌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그들의 기척이 멀어지는 걸 느낀 건 옥 안에서 줄곧 실체가 없었던 –전방향을 보는 듯한- 상황에 오래 놓여있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위험이 물러간 건 다행이다. 747은 왼손에서 검을 놓으며 기사를 향해 등을 돌렸다. 금발의 기사는 엘딘을 한 손으로 보호하며 747에게 검을 겨누어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행동은 타당하다. 두 남자가 사라지자마자 등 뒤에서 공격하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다. 단순히 [기사]이기에 비겁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대는 누구지?”

 “······.”


이번에도 곧장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까와는 다른 이유였다. 어떤 이름을 대야 할까 선뜻 판단이 안 섰다. 원래라면 제 이름 747을 대야겠지만 이 몸은 엘레오놀의 것이다. 현재 형상이 747의 것이라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싶었다. 게다가 자신의 이름도 숫자가 이름이라니 이상하다며 엘레오놀에게 한 소리 듣기도 했고.


 “나는 엘셀라 국왕 엘카인 세르 크로이츠 엘셀라의 동생, 엘레반 게르 크로이츠 엘셀라. 엘셀라 국 왕제인 내게도 이름을 밝히지 않을 생각인가?”


계속되는 난전으로 몸도 마음도 한계에 달한 게 뻔히 보이는데, 핏기가 가신 허연 얼굴로 노려보는 남자에게선 범상치 않은 위압감이 전해졌다.

보통 목숨을 구해준 이를 이렇게까지 드러내놓고 위협하지 않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어전 사냥이라는 표면적으로나마 평화로운 행사에 만적이 나타난데다가 조력자랍시고 나타난 이는 처음엔 미끼인 죄수였다가 그 다음엔 처음 보는 낯선 여자다. 더해서 만적이 소유하고 있던 정체불명의 무력을 빼앗은 상태. 수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게 더 무리지. 게다가 이 무력, 보고 있을 때도 강력하다 싶었는데 손에 넣고 보니 굉장하다. 알 수 없는 이에게 이런 깡패 같은 무기가 쥐어졌으니 왕제로서도 왕국의 적이 될 자인가 아닌가 또한 경계하게 됨이 당연했다.

그 경계는 바르긴 하나,


 ‘그렇다고 이쪽도 무기를 없앨 수는 없어.’


피차 신뢰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대신 한 발 물러서 거리를 두며 머리를 굴렸다. 이름, 이름이라..


 “······.”


불현듯 떠오른 이름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 중 민속신앙에서 숭배하는 쌍둥이 여신 중 한 명의 이름이었지만 역시 섣불리 이름을 대는 건 좋지 않다 판단해 입을 다물었다. 끝내 이름을 대지 않는 자에게 왕제는 역시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지만 일순 눈앞이 깜깜해졌다 돌아와 태도를 달리 하기로 마음 먹는다. 때맞춰 사냥의 끝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시간이 얼마 없다.


 “우선 도와준 것에 감사를 표하네.”

 “별 말씀을. 그럼···.”

 “먼저 내 말을 들어 주겠나.”


엘레반이 747의 말을 자르며 아직 기절해 있는 조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처음 보는 자네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건 도리가 아님을 알지만···. 부디 이 아이를, 북의 변경백에게 데려가 주게.”


갑작스런 왕제의 제안이 당혹스럽다. 어차피 여기서 벗어나려 했으니 명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저쪽의 의도를 모르겠다. 기껏 둘 다 목숨을 건졌는데 왜 굳이 다시금 위험스러운 상황을 만들려 하는가. 북의 변경백이라니 저가 아는 –이름뿐이지만- 그 사람일까? 감옥 안에서 엘레오놀과 대화하면서 자신이 지닌 정보와 엘레오놀이 지닌 정보가 미묘하게 다른 건 이미 확인했다. 일종의 시간차라 생각하는데 덕분에 747이 지닌 정보는 죄 예전 것이라 불안스러운 구석이 많아 섣불리 판단하기가 힘들다.


 “왜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747의 질문에 엘레반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다.


 “이번 사태는 외부인만의 소행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아, 확실히.


작가의말

작가의 말 (=찡찡거리기) 을 이것저것 쓰고 싶긴 하지만 소설보다 길어질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패스 하려고 합니다 (철푸덕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셀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담주 수욜 즈음 콤백(아마도;; 19.05.31 28 0 -
공지 놋북이 고장났어요ㅠ 19.05.24 30 0 -
공지 공모전 이후 19.05.11 67 0 -
31 담주 수욜 즈음 콤백(아마도;; 19.05.31 41 1 1쪽
30 029. 북으로 가는 길(2) : 딘 선생님 19.05.10 46 2 9쪽
29 028. 북으로 가는 길(2) : 반인半人족 19.05.10 40 1 11쪽
28 027. 북으로 가는 길 : 노예상 19.05.10 50 2 9쪽
27 026.북으로 가는 길 : 두 개의 손수건 19.05.10 42 1 15쪽
26 025. 북으로 가는 길 : 질문들 19.05.08 36 1 13쪽
25 024. 북으로 가는 길 : 창관에서 일하는 자 19.05.07 64 1 13쪽
24 023. 북으로 가는 길 : 일시적 휴식 19.05.06 41 1 12쪽
23 022. 북으로 가는 길 : 검문 19.05.05 49 0 12쪽
22 021. 북으로 가는 길 : 낯선 방문자 19.05.03 44 0 12쪽
21 020.북으로 가는 길 : 별의 이름 19.05.02 48 0 13쪽
20 019. 북으로 가는 길 : 유령과 소년 19.04.30 44 1 10쪽
19 018. 막간 : WHY NOT? 19.04.28 46 0 9쪽
18 017. 어전 사냥 : 탈출 19.04.27 47 0 12쪽
» 016. 어전 사냥 : 뜻밖의 제안 (수정) 19.04.24 51 1 11쪽
16 015. 어전 사냥 : 발버둥x2+1 19.04.23 44 1 11쪽
15 014. 어전사냥 : 조우 19.04.22 42 0 11쪽
14 013. 어전 사냥 : 끼어들기 19.04.21 32 0 10쪽
13 012. 어전 사냥 : 왕제, 엘레반 19.04.20 25 0 12쪽
12 011. 어전 사냥 : 초대받지 않은 자들 19.04.17 36 1 11쪽
11 010. 어전 사냥 : 위기 19.04.16 28 1 11쪽
10 009. 어전 사냥 : 사냥 시작 19.04.15 23 1 13쪽
9 008. 소녀와 유령 : 소녀, 결심했다(수정) 19.04.14 29 2 11쪽
8 007. 소녀와 유령 : 소녀, 권유 받았다 19.04.13 22 1 12쪽
7 006. 소녀와 유령 : 소녀, 좌절하고 19.04.12 23 0 9쪽
6 005. 소녀와 유령 : 소녀, 놀라다 19.04.09 27 1 10쪽
5 004. 소녀와 유령 : 소녀, 잠시 휴식했다 19.04.08 40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