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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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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0.11.23 20:44
최근연재일 :
2021.07.07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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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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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DUMMY

반도체 기업으로 시작해서 크게 성공한 기업 리닉스.

한국을 먹여 살리는 1등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기업이다.

리닉스의 초대회장 고상우에겐 외아들 고태석이 있었다.

고상우는 아들에게 후계자 교육을 해서 회사를 물려주려고 했다.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교육받게끔 유학을 보내주었다.


"내가 여기까지 일궈놓은 리닉스는 어떻게 할 작정이냐?"

"아버지. 저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제 꿈이 있습니다. 경영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고태석은 과학자가 되길 희망했고, 끝내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아비 속을 몰라주는 자식 때문에 속이 타는 고상우였지만, 승계를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리닉스가 세계 10대 기업으로 들어선 해.

어느 날 아침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고상우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향년 67세.

대범한 도전정신과 흘러넘치던 카리스마로 맨땅에서 세계 일류 기업을 키워낸, 기적적인 기업인에게 허무하고 쓸쓸한 죽음이었다.

갑작스러운 고상우의 죽음에, 고태석은 후계자로 한동안 리닉스를 이끌었다.

그의 사업적인 능력도 꽤 훌륭했지만, 마음은 늘 불편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은 이게 아닌데.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는데.

한동안 고민하던 고태석은 취임 1년째, 결국 리닉스를 매각하게 된다.


[리닉스를 외국자본에 팔아버린 매정한 후계자]

[故 고상우 회장의 꿈을 짓이겨버린 비정한 아들]


언론에서는 연일 고태석에게 날 선 비판을 해대었다.

한국을 대표하던 세계 일류 기업이 통째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자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줬던 리닉스가 깨끗하게 외국에 넘어갔다.


기업을 매각한 대가로 얻게 된 42조의 거금.

고태석 박사의 꿈을 실현할 귀중한 금액이었다.

이 돈으로 그는 연구실을 차리고 평생 꿈꿔왔던 규소 연구를 시작한다.


규소 (Silicon).

비금속 원소로, 반도체 재료로 사용되는 흔하디 흔한 물질이었다.

지구상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는 탄소인데, 규소와 탄소는 같은 14족에 속하며, 그 성질이 매우 비슷하다.


어릴 때 반도체에 대한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다.

아버지가 일군 리닉스가 반도체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도체를 파고들다 보니 저렴한 단가로 반도체의 주재료가 되는 규소가 눈에 들어왔다.

규소와 탄소의 상당한 유사성.

규소로 이루어진 인간과 유사한 생명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평생을 새로운 생명체를 찾으려는 꿈을 꿔왔다.

유학 시절에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영학이 아닌 화학을 전공했고, 규소 생명체를 주제로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였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적어도 지구에서는 규소 생명체가 없으리라고 확신하게 된다.

탄소와의 결정적인 차이점.

지구의 조건에서는 이중결합, 삼중결합의 구조가 몹시 불안정했다.

분명 어딘가엔 있을 것이다.

지구에 없다면 이 우주 어디에라도.


[고태석 전 리닉스 회장의 괴짜 생활]

[고태석 리닉생명연구소장의 엉뚱한 연구]

[칼럼 특집 : 리닉생명연구소의 엉뚱한 연구를 비웃는 과학자들]


그의 연구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냄새를 맡은 언론들이 그의 연구를 엉망진창으로 물고 뜯었다.

언론의 비난이 완전히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SF 영화의 소재로 나온 적은 있지만, 규소 생명체는 과학계에서 논의되기엔 그 근거가 부족한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치부되었다.

미국 유학 시절, 그와 알고 지냈던 과학자들은 그를 만류하였다.

일부에선 그를 괴짜 친구라며 비웃기도 하였다.

고태석 박사는 외부의 평가에 민감해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분명히 이 연구는 성공할 수 있어.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고태석 박사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흰색으로 뒤덮였다.

그의 연구는 이제 세상의 짓궂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그를 믿고 따라준 아내.

아버지에게 묵묵히 존경을 보내준 사랑스러운 세 자녀.

세상에는 네 명의 빛나는 응원만이 그를 비춰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생명체 탐사를 위해 여러 행성으로 탐사로봇을 발사했다.

천문학적이었던 재산은 어느새 동떨어져 가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더이상 그에겐 큰돈을 쓸 일이 없어졌다.

몹시 하루가 피로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피로감은 곧 손발에 힘을 주기 힘든 몸으로 나타났다.

과로로 그의 몸은 아주 초라해져 있었고, 어느새 앉아있는 것도 힘든 때가 다가왔다.


"고태석 환자분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종합병원 의사가 깊은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말을 전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슬픔에 찬 고태석.

생명은 꺼져가는 촛불처럼 점점 빛을 잃고 있었다.

나의 인생은 대체 무엇이었던가.

정말 이룬 것 하나 없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연구를 위해 보낸 시간이 한 편의 영화처럼 흘러갔다.


그러던 중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띠- 띠- 띠-]

이제는 폐쇄 직전의 리닉생명연구소에서 신호가 흘러나왔다.

기력을 잃어가는 고태석 박사의 눈이 일순 커졌다.

드디어 외계생명체의 존재가 나타난 것인가.

인류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외계 고등 생명체.

지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발달할 수 있다.

느릿느릿 뛰던 그의 심장이 일순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눈에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쁜 빛이 새어 나왔다.


"아버지. 아버지 말이 옳았어요! 외계 생명체가 진짜 있어요! 마치 우리처럼 걸어 다니는 존재들이요."

휴대폰 화상통화를 받자, 연구소로 보낸 막내아들의 흥분한 얼굴이 화면에 튀어나왔다.

연구소의 커다란 중계화면에는 인간과 똑 닮은 이족보행 개체가 보였다.

탐사로봇을 향해 어두운 은색에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개체가 하나 나왔다.

곧 비슷한 개체가 하나둘씩 로봇을 향해 몰려든다.

피부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눈.

눈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로봇을 보낸 외계종족에 대해 호기심을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도 다른 종족을 찾아 헤맸던 것일까.

"여보. 이렇게 고생만 하다가.."

눈에 눈물이 잔뜩 고인 아내에게 그간의 설움이 비치었다.

남편이 감수해야 했던 수많은 세간의 비난들, 괴로워하던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는 아빠가 정말로 자랑스러워요. 사랑해요. 아빠."

"아버지가 해내실 줄 알았어요."

두 자녀가 고태석 박사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결국. 결국 내가 옳았어. 연구가 헛되지는 않았어."

고태석 박사는 병원 침대에 누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연구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점인 것을 깨달았다.

저 신호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몇백만 광년이 떨어진 곳일까.

남은 연구를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까.

고태석 박사의 수명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연구는 뛰어난 과학자가 이어서 해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편한 웃음을 지은 고태석 박사의 호흡이 느긋해지더니 곧 완전히 멈추었다.

무척이나 편안한 모습의 죽음이었다.

고태석 박사의 죽음을 지켜본 가족들의 마음은 슬픔과 기쁨으로 교차하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끼어있다.

구름이 소용돌이를 치며 나선형을 이루기 시작한다.

거대한 물체가 떠 있어서 해가 가려진 것처럼 순식간에 주위가 껌껌해졌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른 사람들은 거리에 나와 웅성거렸다.


곧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원반형의 물체에서 몇 줄기의 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엄청난 수의 폭격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외계인에 대한 소설입니다.

유치한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약간 무거운 분위기로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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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골 화장실 20.12.09 8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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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20.12.07 4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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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재개발지역 20.12.01 63 0 8쪽
5 폰팔이와의 싸움 20.11.30 55 0 8쪽
4 붉은 우산 20.11.26 43 0 7쪽
3 시골에 잠입한 간첩 20.11.25 53 0 8쪽
2 늦은 나이의 첫사랑 20.11.24 61 0 15쪽
1 카페에서의 커피 소동 +2 20.11.23 15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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