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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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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60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6.05 08:1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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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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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천사의 도시(4)

DUMMY

그리고 다른 이들도 말을 따라했다.


“나도 너에게 도전하겠다.”


불이 번지듯 점차 목소리들이 함께 같은 말을 큰소리로 반복했다. 문을 두드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괴성이 뒤섞인 고함은 두꺼운 강철의 벽을 뚫고 그들의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소리를 냈다.


총잡이는 꺼지라고 소리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하지만 손에 쥔 총은 계속 문을 조준했고 그 상황에 신경쓰지 않고 카사네는 깊게 잠들었다. 생토니스는 계속해서 주위를 경계하며 잠들지 못했다.


바깥에 알 수 없는 존재들은 비명을 지르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며 계속해서 그 짓을 반복했다. 총잡이는 잠도 자지 않고 계속해서 괴성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소리가 줄었다. 생토니스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하룻밤을 보낸 탓에 예민해졌다. 그의 오른편에서 갑작스럽게 잡음이 들렸다. 그는 빠르고 총을 겨누며 쳐다봤다.


그곳에는 끄지 않은 라디오가 보였다. 생토니스의 검지 손가락은 방아쇠를 반쯤 당긴 상태였다. 라디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금씨는 언제나 짠맛으로 힘을 북돋아 주지요, 톡~톡! 톡톡 후추님은 사랑을 더해주지요. 카레에~ 양파님이 퐁당 고기님이 퐁당퐁당 3분 퐁당 카레.”


리볼버의 장전을 풀고 제자리로 되돌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귓가에 이명과 속삭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총잡이는 눈을 감고 모두 끝났다고 독백했다. 그리고 어느새 잠에 빠졌다.


생토니스는 물 내려가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오른손으로 총을 한 자루 쥐고 정면을 향해 겨누며 눈을 떴다. 반동에 몸이 반쯤 뒤로 넘어갔고 모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검지는 일직선을 유지하며 방아쇠 근처에서 서성거릴 뿐이었다. 카사네가 화장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아저씨 괜찮아요? 얼굴이 완전 땀투성이에요.”


그녀는 총구가 자신을 향해 있음에도 두려운 기색하나 보이지 않았다. 생토니스의 등이 뜨거웠다. 리볼버를 내리며 말했다.


“내가 얼마나 잠든 게냐.”


두 남녀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카사네가 말했다.


“아침밥 먹을 시간이네요. 제가 가서 말하고 올테니 세수라도 하세요.”


그녀는 직접 강철 문을 여는 버튼을 눌렀다. 그 사이 생토니스는 떨어진 모자를 주워 의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매일 밤 이런 일을 겪었던 게냐.”


“네. 그래도 어제는 좀 덜했어요. 그냥 저놈의 도전인지 뭔지나 받아주면 될 텐데. 천사아저씨는 안된다고 박박 우기는 거 있죠?”


문이 열리자 그녀는 어제 들었던 카레 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을 나갔다. 생토니스는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차디찬 물이 얼굴에 맞닿자 급격하게 고동치던 심장이 조금 누그러진 기분이 들었다.


루카리엔은 그녀를 도시의 투사라고 불렀다. 무엇을 위한 투사인가? 어째서 그녀를 노리는지 그에게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얼굴에 묻은 물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화장실을 나와 다시 모자를 썼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는 사이 알 수 없는 이들이 지독하게 두들긴 강철 문이 보였다.


그곳은 어제와는 달리 일부분이 움푹하게 파여 있었다. 그것을 보고 총잡이가 침을 한번 삼켰다. 자국이 남은 곳을 조심스레 만졌다. 액체는 묻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총잡이 주먹의 두 배, 세 배 크기의 구멍이었다. 저런 괴물들이 아직도 존재한단 말인가?


총기가 발명되기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바깥 세계에 맹수와 괴물들과 싸워왔다. 영역을 지키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총이 만들어지면서 모든 양상은 인간에게 유리해졌다. 그럼에도 제국 서부는 미개척지가 더 많았다. 영역을 떠나면 죽을 거라는 오래된 두려움 탓이었다.


생토니스가 조심스레 리볼버를 꺼내 강철 문을 겨눴다. 자신이 사용하는 38구경은 뚫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상대에게 더 강력한 화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총기를 제자리에 돌려 놓으며 생토니스는 산탄총을 떠올렸다.


거리가 짧지만 이곳은 도시였고 교전 거리를 생각한다면 충분했다. 그는 즉시 무기상인을 찾기 위해 병원을 나가려했다. 1층으로 내려오자 올라오려는 카사네와 유리아를 만났다. 총잡이는 사정을 설명했다. 유리아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해가 떠있을 때는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잠도 주무시고 오셔도되요. 늦지만 않게 오세요.”


카사네가 말했다.


“그럼 이따 봐요. 아저씨.”


“그래.”


총잡이는 대꾸하고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환자들이 그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무시하며 거리로 나섰다. 마차와 택시가 거리를 왕복했다. 마차를 불러 가까운 총포상으로 향했다.


마침 노년의 사내가 더블배럴 산탄총 한 자루를 쥐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총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요놈 참 멋들어지게 생겼군. 주인장 이걸로 사자도 잡을 수 있겠지? 토끼같이 작은 놈은 별로란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주인장이 생토니스를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네고 말했다.


“저번에 쓰셨던 놈보단 잡기 수월하실 겁니다. 대신 사슴 같은 거 잡고 나서 손질하는 게 좀 불편할 수 있어요. 도시 바깥에서 사는 친구 말로는 이거만큼 괴물 놈들한테 즉효인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땅에 심어놓은 양배추를 훔쳐 먹길래, 쫓아가서 먹여줬더니. 한 방에 피를 흘리고 두 방 만에 뒤로 나자빠져버린다고.”


총포상의 주인은 이죽거렸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생토니스가 말했다.


“산탄총을 살 생각이다. 가장 좋은 놈이 뭔가.”


그 말을 듣고 주인장이 지체 없이 자신의 등 뒤에 걸어둔 총기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요놈이죠. 양옆으로 나란히 우뚝 솟은 두 개의 총신, 그만큼 올라가는 신뢰성. 탄피는 쏘고 꺾으면 알아서 튀어나옵니다. 요즘 나온 기술인데 편리하죠. 좀 더 구식을 원하신다면 옆으로 열리는 녀석도 있습니다.”


주인은 직접 산탄총을 반으로 꺾었다. 그곳에는 비어있는 약실이 눈에 띄었다. 생토니스는 돈을 내고 총과 탄약을 구매했고, 더 나아가 산탄을 둘러맬 총알 벨트도 하나 구매했다.


그가 상점을 나오며 산탄총을 쳐다봤다. 리볼버의 비해 거대한 탓에 은닉성이 나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할지 고심하며 잠시 거리를 걷던 중 꽃집이 눈에 들어왔다. 총잡이는 서둘러 꽃집에 들어갔다. 그는 보라빛의 꽃과 큼지막한 상자를 샀다. 밖으로 나와 구석진 곳에서 꽃을 들어내고 아래에 산탄총을 넣었다. 그 위에 다시 꽃을 덮고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졸린 눈을 비비며 병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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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천사의 도시(8) +2 20.06.08 44 2 10쪽
45 천사의 도시(7) 20.06.06 44 1 9쪽
44 천사의 도시(6) 20.06.06 43 1 8쪽
43 천사의 도시(5) 20.06.05 44 2 9쪽
» 천사의 도시(4) 20.06.05 46 1 7쪽
41 천사의 도시(3) 20.06.04 55 0 8쪽
40 천사의 도시(2) 20.06.04 125 1 8쪽
39 천사의 도시(1) 20.06.03 65 1 11쪽
38 천사의 도시(0) 20.06.03 63 5 7쪽
37 불사조공작 20.06.02 64 2 9쪽
36 바실레오스폴리스(12) 20.06.02 60 6 12쪽
35 바실레오스폴리스(11) 20.06.01 56 2 13쪽
34 바실레오스폴리스(10) 20.06.01 59 2 10쪽
33 바실레오스폴리스(9) +2 20.05.30 64 3 12쪽
32 바실레오스폴리스(8) +2 20.05.30 59 3 11쪽
31 바실레오스폴리스(7) 20.05.29 53 3 12쪽
30 바실레오스폴리스(6) 20.05.29 63 3 11쪽
29 바실레오스폴리스(5) 20.05.28 62 2 11쪽
28 바실레오스폴리스(4) 20.05.28 65 1 8쪽
27 바실레오스폴리스(3) 20.05.27 79 1 14쪽
26 바실레오스폴리스(2) +2 20.05.27 77 2 7쪽
25 바실레오스폴리스(1) 20.05.26 77 2 13쪽
24 바실레오스폴리스(0) 20.05.26 95 3 9쪽
23 악켄하르트(8) 20.05.25 95 3 14쪽
22 악켄하르트(7) 20.05.25 93 4 10쪽
21 악켄하르트(6) 20.05.23 105 5 14쪽
20 악켄하르트(5) 20.05.23 9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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