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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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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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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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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5.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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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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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바실레오스폴리스(7)

DUMMY

레인 메이데이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코이가 있는 잡화점을 찾아왔다. 코이가 레인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인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대답은 준비됐겠지?”


코이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상응하는 대가만 주신다면 언제든 도와드릴 수 있어요. 대신 제가 하는 말을 모두 들어주셔야 되요.”


레인은 코이의 손을 붙잡고 흔들며 말했다.


“좋아 원하던 대답이야. 이제 내가 뭘 하면 돼.”


“이제 제가 그 분의 대해 좀 더 알아야 되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여자 취향은 어떤지.”


레인이 흔들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


“되게 진부하네.”


“일이 원래 그렇죠.”


코이는 말을 끝내며 어깨를 들썩였다. 나무 의자를 가져와 자리에 앉으며 코이가 말했다.


“먼저 약을 사용할 겁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매수가 가능할까요? 아니면 저희 사람들만 심어둘 수 있을까요.”


레인이 히죽이며 말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 중 반은 내 말에 따르고 있어. 어렵지 않아.”


코이는 미소를 보이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 사이 잡화점의 주인은 2층에서 그녀들의 얘기를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책에 집중했다. 책의 이름은 테스의 여행일지였다.



생토니스가 점심을 먹고 후식을 기다리며 책을 읽었다. 아서 튜너라는 사내가 합류했다. 무더운 여름 같은 날씨가 영원무궁이 지속하는 사막에 고요함을 깨는 사내였다. 그는 자신과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자 하는 사내였다. 그의 목표가 됐을 때 처음에는 불쾌함을 느꼈다. 좋든 싫든 나의 과거와 대면해야 했으니까.


생토니스가 다음 구절을 읽으려 했지만, 달콤한 케이크가 그의 앞에 나왔다. 책을 덮자 미르니아가 말했다.


“집안에만 있은 지 일주일은 된 거 같은데 지루하지 않아? 난 그렇게 틀어 박혀있으면 좀이 쑤신데.”


“여행을 떠나면 이렇게 집에 있기 쉽지 않다. 여행이 끝나면 자연스레 집안에만 틀어박히게 되더구나.”


미르니아는 케이크를 한입 베어문 체 얼굴을 끄덕였다. 생토니스는 자신의 케이크를 쳐다봤다.


삼각형으로 잘린 케이크 위에 둥글고 흰 크림이 먼저 보였다. 그 아래로 검은빛의 빵과 흰 크림이 층을 나누며 쌓여있었다. 생토니스가 작은 스푼으로 케이크를 잘라서 한입 먹었다. 부드러우며 달콤했다.


문뜩 우유가 간절하게 생각났고 하녀에게 우유를 부탁하자 즉시 가져와 건네주었다. 다시 한번 케이크를 먹고 우유를 마시자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졌다. 그의 옆에서 조용히 대기하던 하녀에게 생토니스가 말했다.


“맛이 많이 달라졌구나, 누가 케이크를 만들었느냐.”


"최근에 새로 온 코스라는 아이입니다.”


“그래? 이따 집무실로 데려오거라.”


하녀는 예라고 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뒤 생토니스는 후식을 먹지 않고 먼저 간 사르의 대해 물었다. 그러자 미르니아가 답했다.


“알버트랑 눈 맞았잖아. 그리고 남는 시간에 틈틈이 일하시는 분들 머리도 다듬어주고 그래.”


“둘이 연애를 한단 말이냐.”


“그렇지. 아직은 남들한테 들키지 않은 줄 알지만 말이야. 둘이 공식으로 얘기할 때까지 모른 척해주라고.”


“알았다.”


생토니스는 케이크를 세 접시를 더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로 갔고, 미르니아는 방으로 돌아갔다. 생토니스는 이를 닦고 집무실의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 말하자 코스와 처음 보는 사내가 들어왔다. 그 사내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고 손에는 편지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코스가 말했다.


“왕궁에서 급하게 편지를 들고 오셨다고 합니다.”


사내가 허리 숙여 인사하며 편지를 생토니스에게 건넸다. 편지의 인장은 반지였다. 생토니스가 즉시 편지를 뜯고 내용을 읽었다. 편지를 읽는 대로 미르니아와 같이 오라는 말뿐이었다. 생토니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편지는 잘 받았네. 이만 가보게.”


사내는 조용히 물러났고 코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토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너의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구나. 급한 용무가 생겼다. 미르니아에게도 왕궁에 갈 터이니 채비하라 이르거라. 그리고 마차도 준비하거라.”


“네 공작님.”


코스도 자리를 나와 미르니아에게 얘기를 전달하자, 미르니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뭐야 언질도 없이 갑자기? 사둔 옷부터 입어야겠고. 머리는 괜찮을까.”


미르니아가 전신 거울 앞에 서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쳐다봤다. 여행을 시작할 때는 어깨에 살짝 닿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어깨를 넘어가고 있었다. 미르니아가 반쯤 돌며 가지 않은 코스에게 말했다.


“이 정도 머리면 실례가 되거나 하진 않겠죠?”


“저도 잘 모르겠네요. 잘 아는 분을 지금부터라도 찾아와 볼게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코스가 문을 닫고 나가 알버트를 찾으러 갔고, 그 사이 미르니아는 옷장으로 걸어가 열었다.


그곳에는 주름하나 잡히지 않은 드레스가 있었다. 치맛단은 무릎을 조금 넘어갔고 가슴골은 보이지 않았지만, 쇄골은 눈에 뛰게 보였다. 옷을 입고 다시 거울 앞에서 천천히 돌았다. 갈색 빛깔의 재질은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과 잘 어울렸다.


구두를 무엇으로 신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누군가 문 두드렸다. 문을 열어주자 하녀 둘과 알버트가 들어왔다. 미르니아에게 보랏빛 구두를 추천했고, 그녀의 목이 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며 목걸이를 하나 건네주었다. 황금으로 사슬을 만들고 붉은 루비를 끼워둔 목걸이였다. 그 뒤 팔꿈치까지 가리는 장갑을 끼웠다. 거울 앞에 선 그녀를 보며 알버트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입술을 삐죽 세우며 말했다.


“일단 가볍게 얼굴에 화장을 조금하죠. 머리를 할 시간은 없으니 그사이 빗질을 해두면 괜찮을 겁니다.”


하녀들이 그녀의 얼굴을 희게 보이도록 화장을 했으며 머리도 빗어 주었다. 화장을 끝낸 미르니아가 말했다.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닐까.”


“왕을 알현하는데 차고 넘치게 준비하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법이니까요.”

미르니아는 끄덕였고 준비를 맞췄다. 그녀의 치장을 도와준 여인 둘은 미르니아를 따라 함께 계단으로 내려갔다. 정문 앞에는 마차와 생토니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검은색으로 말끔하게 재단된 정장을 입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새 총알 벨트를 찼고 총기 한정을 왼쪽 허벅지에 찼다.


어깨에는 망토를 반쯤 잘라 왼팔과 가슴은 보였지만 오른쪽은 붉은 망토에 가려졌고, 망토는 허리 부근에서 흔들거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금자수로 새긴 둥글고 뾰족한 뿔이 보였다.미르니아가 그 광경을 보며 말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길쭉한 칼이랑 깃 꽂은 파랑색 모자만 쓰면 무슨 삼총사라도 되는 줄 알겠네.”


“옛날부터 내려오던 옷이 개선되어 바뀐 모습이라 그렇다. 보라색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구나.”


미르니아가 계단을 모두 내려온 뒤 말했다.


“드디어 이 개고생을 시킨 사람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이쯤이야.”


그들을 기다리던 마차의 새겨진 문양은 둥근 뿔이었다. 여섯 명이 타도될 정도로 거대한 마차였고, 마구간에 있던 여섯 마리 모두 마차를 끌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생토니스와 미르니아가 탑승하자 하녀 둘이 따라 탑승했다. 알버트가 문을 닫아주며 말했다.


“행운을 빌어드리죠.”


문을 닫자 마차가 빠르게 저택을 빠져나갔다. 가는 동안 생토니스는 아무 말도 없었다. 마차가 크게 도로를 돌아가자 미르니아가 말했다.


“왕궁에서 지켜야 되는 예절 같은 게 있어?”


생토니스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평상시 배운 것들과 다를 게 없다. 하품이나 기침이 나올 때는 입을 가려야 하고, 다른 곳에서 높은 작위의 사람과 만났을 때는 허리 숙이며 인사해야겠지만, 우린 왕의 손님이니 목례 정도로 괜찮다.


왕에게는 멀리서 허리 숙이며 인사를 하고,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왕이 먼저 악수를 청하면 반드시 받아야 하고, 왕을 손가락으로 직접 가리켜서는 아니 된다. 너무 걱정 말거라, 파티에 초대된 게 아니니. 많은 사람을 만나진 않을 것이다.”


그 뒤 5분이 지나고 성 앞에 도착했다. 네 사람이 마차에서 내렸다. 미르니아는 생토니스의 왼편에 섰고 하녀 둘이 그 뒤를 따랐다.


여섯 명의 병사가 성문 앞에서 대기했다. 모두 동일한 복장과 같은 총기를 쥔 채 그들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토니스가 다가가 말했다.


“생토니스 모노케로스 공작이 도착했다. 왕께 전하거라.”


“왕께선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공작님.”


말을 끝낸 사내가 문을 열고 그들을 들여보냈다. 평소와 같이 생토니스가 걸었지만, 미르니아는 주위를 구경하느라 걸음걸이가 늦어졌다. 오래된 벽의 질감과 맞물려 그곳은 그녀에게 신비롭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창문은 작게 달려 있던 탓에 빛이 부족했지만, 많은 촛불을 키워놓아 밝았다. 시종들의 복장도 생토니스의 하녀들과 달랐지만, 기품 있는 분위기를 냈다. 헝클어진 머리를 빗으로 다듬던 사내가 다가와 생토니스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모노케로스 공작님. 거진 6개월 만이군요. 옆에 계신 여인 분은 혹시···”


그가 목소리를 낮추고 허리를 조금 숙이며 말했다.


“결혼하실 분은 아니시겠죠?”


“아니다. 그녀는 왕께서 만나고자 하는 여인이다.”


그가 자세를 고쳐 잡고 말했다.


“반갑습니다. 아가씨, 저는 왕께서 시종으로 간택한 델론 비시모이아라고 합니다.”


“전 미르니아라고 해요.”


“편하게 델이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그럼 따라오시죠.”


델론은 검은색 청바지에 흰색 버튼 셔츠를 입고 있었다. 구김 하나 없는 그의 옷과 건장한 체격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기 좋았고, 지나가는 다른 일꾼들은 그들을 볼 때마다 허리 숙여 인사했다.


빛이 스며들어오는 긴 통로를 지나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왕좌가 있는 장소가 나타났다. 왕좌는 한 층을 걸어 올라가야될 정도의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고, 다섯 걸음마다, 사람들이 길게 서있을 정도의 길이를 보여주었다.


왕좌에 앉은 한 사내의 양옆에 두 사내가 말씨름을 하고 있었다. 왼편에 서서 지팡이를 쥐고 구부정한 자세로 선 늙은 재무대신 존 바델 백작이 먼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건물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절대 성벽보다 건물이 커서는 아니 됩니다. 이번 달에만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시면 차라리 도시에 투자하시는 것이, 6개월 뒤 늘어날 세금을 생각해보시는 것이 훨씬 이득일 것이옵니다.”


왕좌 오른편에 선 사내가 머리를 가로 저었다. 3대째 건축가로 이름을 알리는 미스터 빌드맨이었다. 본명은 칸 켈로이드 총독으로 300년 동안 가문 대대로 왕의 옆에서 온갖 건축물의 대한 조언을 해주던 사내였다. 그가 손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이 아름다운 건축물의 정점은 바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압도적인 크기입니다. 저 건물의 가장 중요한 건 도시 어디에 있든 시간을 볼 수 있게 해주자는 심플한 생각에서 시작된 겁니다. 만약 크기를 줄인다면 다른 곳에서 보이지 않게 될 텐데 그럼 보이지 않는 곳을 위해 새로 건물을 짓게 될 테고, 그게 무한히 반복될 테고 그러면 그만큼 돈을 더 쓸 테니, 결국 그게 바로 낭비 아닙니까.”


왕좌의 앉은 사내의 머리카락은 아무런 색상도 띄고 있지 않았다. 투명한 색이었지만, 두 사내가 말을 할 때마다 소리에 맞춰 색상이 바뀌었다. 존 바델이 말할 때는 녹색, 칸 켈로이드는 붉은색이었다. 왕좌의 사내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만, 이 얘기는 손님과 얘기가 끝나고 하겠다. 존, 칸 둘 다 머리를 식히면서 기다려라.”


두 사내는 왕좌 뒤편에 있는 문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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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천사의 도시(4) 20.06.05 46 1 7쪽
41 천사의 도시(3) 20.06.04 55 0 8쪽
40 천사의 도시(2) 20.06.04 125 1 8쪽
39 천사의 도시(1) 20.06.03 65 1 11쪽
38 천사의 도시(0) 20.06.03 63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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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바실레오스폴리스(10) 20.06.01 5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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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바실레오스폴리스(3) 20.05.27 79 1 14쪽
26 바실레오스폴리스(2) +2 20.05.27 77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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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바실레오스폴리스(0) 20.05.26 9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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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악켄하르트(7) 20.05.25 93 4 10쪽
21 악켄하르트(6) 20.05.23 105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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