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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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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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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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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6.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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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불사조공작

DUMMY

생토니스와 미르니아가 열차를 탄 지 2주가 지났다. 그들은 역에 붙은 작은 마을에 내려 하루 정도를 묶고 가기로 했다. 둘은 같은 여관, 다른 방에 자리 잡고 각자 저녁 시간에 보기로 약속하고 따로 떨어져 행동했다. 생토니스는 하염없이 거리를 걷던 중 어느 노파를 봤다.


그녀는 역 앞 작은 상점 옆에 흔들의자에 앉아 담배를 폈다. 궐련이 아닌 향이 오래 남는 파이프 담배였다.


그것을 보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었기에 악켄하르트와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머리로 이해했다. 하지만 몸은 계속해서 긴장을 놓지 않았다. 노파를 지나 천천히 걸어가려 하자 그녀가 먼저 총잡이에게 말을 걸어왔다.


“젊은이 미안하데, 혹시 불 좀 빌릴 수 있을까.”


생토니스는 천천히 걸어가 노파를 관찰했다. 그녀의 회색빛 머리를 흰 천으로 깔끔하게 감아 보이지 않게 해뒀고 무릎에는 목판을 올려뒀다. 목판 위에는 얇게 썬 담뱃잎이 든 유리통과 해포석을 깎아 만든 파이프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오랜 세월 그녀의 흡연 생활을 함께 했음을 보여주듯 흰색인 면은 사라졌다. 대신 갈색 빛깔에 물들어 단풍잎과 나뭇가지처럼 세공된 부위가 멋져 보였다. 노파가 눈을 지그시 뜨며 천천히 말했다.


“담뱃대, 담뱃잎은 챙겼는데 어리석게 가장 중요한 불만 쏙 빼놓고 왔지모요.”


그녀의 앞니 하나는 사라졌지만, 나머지는 깨끗하게 붙었고 말 중간마다 바람빠지는 소리가 함께했다. 생토니스는 성냥갑에서 한 개비를 꺼냈다. 성냥갑의 옆에 대고 두 번 그었지만 불이 잘 붙지 않았다.


그러자 성냥갑은 집어넣고 자신의 발꿈치를 들어 힘껏 긋자 불이 붙었다. 노파는 불을 보자 활짝 웃어 보였다. 자신의 해포석 파이프를 가져다 댔다. 그곳에는 지긋이 눌러둔 담뱃잎들이 보였다. 그곳에 불이 붙자 노파는 고맙다고 말하고 담배에 집중했다.


노파는 10분 정도 집중해서 숨을 세게 불거나 천천히 불며 향이 피어오르기를 기다렸고 조금 더 지나자 커피 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흡족한 노파가 입안에 향을 가득 머금었다. 생토니스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봤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담배 연기에서 향이 사라지자 노파가 담뱃대에서 입을 때고 조심스레 바깥으로 연기를 배출했다. 그리고 노파가 말했다.


“정말 고맙네. 젊은이도 한 대 피겠나? 내가 워낙 요걸 좋아해서 남편이 만들어둔 여분이 꽤 되거든.”


생토니스는 그것을 사양하며 말했다.


“이 근방에 볼거리가 있습니까.”


“볼거리라···”


노파는 다시 담배 연기를 빨아들여 향을 음미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무엇인가 생각난 듯 말했다.


“혹시 불사조 공작이라는 남자를 아시나? 오래전 왕에게 반기를 들었던 사나이인데.”


“익히 알고 있습니다. 자문회의 권리 강화를 위해 여섯 번이나 군사를 일으킨 사내였습니다. 일곱 번째 난을 일으키려 했으나 경계하던 왕에게 잡혀 머리가 잘렸죠.”


“역사는 잘 모르고, 그 사람을 처형한 교수대가 근방에 있네. 가끔 역사학자라는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가면서 그런 얘기를 하거든. 길을 따라 쭉 내려가 보게. 광장이 보일 걸세.”


생토니스는 고맙다고 말하며 걸어갔다. 커피 향을 머금은 연기를 사방에 흩뿌리며 노파가 말했다.


“나야 말로.”


생토니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당시 셰인왕은 아버지를 암살했다는 의혹을 가지고 왕위에 올랐다. 그는 많은 돈과 정치적인 힘으로 찍어 눌러 작위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억눌리던 불만은 결국 불사조 공작을 필두로 한 내전을 일으켰다.


허나 많은 전쟁과 전투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셰인은 그들을 깔끔하게 정리했지만, 그들의 영지 일부를 자신의 가신에게 빼앗아 주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다.


셰인은 그 짓을 여섯 번을 반복하고 마지막 경고를 했다. 다른 이들도 그 말이 허풍일거라 생각했다. 셰인은 경고를 무시한 이들을 모두 잡아다 사형시켰고 그중 불사조 공작도 포함되었다. 셰인은 그것으로 모자라 불사조 공작을 기록 말살형에 처했고 지금은 본명조차 알 수 없어, 그 시대에 유일하게 남은 그의 별명인 불사조란 이름만 전해지게 됐다.


생토니스의 눈앞에 널찍한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광장의 중심에 나 홀로 죽어가는 교수대가 존재했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나무 조각들은 죽어갔다. 사람의 목을 옭아매던 밧줄의 흔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앞에 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수첩에 무엇인가 적어나갔다. 생토니스가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교수대를 중심으로 빙 둘러봤다.


병사들에게 잡혀온 공작은 마을을 순회하며 돌팔매질을 당하고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이곳에 끌려왔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사형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광장을 꽉 채웠을까? 지금도 사형을 진행할 때면 인파가 몰렸다. 왕이 직접 쓴 죄명을 모두 소리 내 읽고 유언을 듣고 처형했다. 요근래에는 사형은 보기 드물었다. 벌금을 많이 먹이거나 당사자들끼리 결투로 재판을 대신했다.


생토니스가 수첩을 든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매우 젊었다. 키는 큰 편에 속했고 옆으로 넘긴 검은 머리카락 속에서 빛나는 눈빛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느낌을 받았다. 생토니스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반갑다. 무엇을 적고 있느냐.”


“별건 아닙니다. 소문에 의하면 가장 밝은 햇빛이 위에서 빛날 때 불사조 공작의 유령이 떠돈다는 소문이 있어서 와봤는데. 아무래도 뜬소문이었나 봅니다.”


사내가 헛기침을 하고 생토니스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행크라고 불러주시죠. 그쪽은?”


“생토니스라고 한다.”


둘은 손을 잡고 흔들었다. 행크가 그의 이름을 듣고 말했다.


“유명한 공작님과 이름이 같으시군요.”


“그런 얘기를 듣고 살지. 유령이라···소문의 출처는 어딘가.”


행크는 왼손 엄지에 조금 침을 묻히고 세 페이지를 되돌아가 읽었다.


“루카스 바토리양이 직접 봤다는 얘기를 하셨죠. 묘사까지 하셨는데,”


그는 목소리를 가냘프게 내며 이어갔다.


“썩어 문드러지는 교수대 앞에 서서 잠시 주위를 둘러봤죠. 너무나 화창한 탓에 피부에 흠이 갈까 두려웠죠. 하지만 그 나무에선 무엇인가 느껴졌어요. 잠시 눈을 감고 있자 얼핏 사람들의 고함을 들었죠. 착각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뜨자, 그곳에 녹슬어진 왕관을 쓴 자가 눈에 보였어요.


전 놀라서 소리칠 뻔했지만, 그렇게 되면 나타난 사람이 놀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참았죠. 그 사내는 푸른빛의 안광을 뿜어냈어요. 피부도 썩어버려 반대편이 훤히 보였죠. 하지만 그는 약간 투명한 듯싶기도 했어요.


가장 무서웠던 것은 그는 분명 그곳에 존재했지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제 손을 뻗어 그림자가 생기는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사내는 뼈와 살점이 조금 붙은 오른손을 뻗었어요.


그곳에는 다섯 개의 반지가 박혀있었는데 그 중 눈에 관심을 끈 건 날아오르며 불타는 새가 그려진 놈이었어요. 그걸 본 순간 깨달았어요. 그 사람이 불사조 공작이란 사실을요!”


행크가 헛기침을 하고 자신의 허리춤에 달아둔 은박의 시계를 꺼내 보며 말을 이어갔다.


“라고 증언해주셨죠. 벌써 점심을 지났는데 안 보이는 걸 보니 허풍이었나 봅니다.”


그는 머리를 긁으며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갈 생각이고 혹시 유령이 나타나면 알려달라는 말을 끝으로 행크는 광장을 떠났다.


생토니스는 바스러져 가는 과거의 물건을 쳐다봤다. 과거에 일에 관심은 가지 않았다. 유령이라면 더더욱, 그저 오늘 하루 쉬기 위한 가십거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교수대는 그것조차 이뤄주지 못할 물건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흥미를 잃은 생토니스는 그것을 뒤로 하고 광장 주변에 뻗은 세 갈래의 길을 봤다.


가장 왼쪽은 새로 만들어진 길이었다. 바닥에 깔아둔 돌이 말끔해보였고 광장과 매치되지 않을 정도로 붉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중앙의 길은 보수가 한창이었고 여러 사람들과 상인들이 물건을 팔았다.


마지막 길은 숲으로 이어지는 흙길이었다. 생토니스는 길을 보며 어디로 갈지 망설였다. 조용한 시내를 산책하거나, 자연에 둘러싸인 곳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흥미로운 사건에 잠깐 발을 담가보고 싶다 생각한 총잡이는 중앙의 길을 선택했다. 그곳을 향해 나아갔지만 어떤 사건에도 엮이지 않았다. 하지만 인파가 많은 곳에 오자 묘하게 들떴다. 그 기분을 가지고 생토니스는 하루를 보냈다.


저녁이 되어 미르니아와 만나 밥을 먹었다. 숙소에서 쉬고 다음날 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까지 장장 두 달의 기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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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천사의 도시(2) 20.06.04 125 1 8쪽
39 천사의 도시(1) 20.06.03 65 1 11쪽
38 천사의 도시(0) 20.06.03 63 5 7쪽
» 불사조공작 20.06.02 65 2 9쪽
36 바실레오스폴리스(12) 20.06.02 60 6 12쪽
35 바실레오스폴리스(11) 20.06.01 56 2 13쪽
34 바실레오스폴리스(10) 20.06.01 59 2 10쪽
33 바실레오스폴리스(9) +2 20.05.30 64 3 12쪽
32 바실레오스폴리스(8) +2 20.05.30 59 3 11쪽
31 바실레오스폴리스(7) 20.05.29 54 3 12쪽
30 바실레오스폴리스(6) 20.05.29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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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바실레오스폴리스(4) 20.05.28 6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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