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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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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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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5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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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집(38)

DUMMY

루카리엔은 그 뒤 얘기를 모두 듣고 함께 점심 식사를 즐겼다. 아침에 새로 들어온 굴을 두 사내가 함께 먹었다. 생토니스는 결투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한 달 하고 2주 뒤 바실레오스폴리스에 있는 별장에서 그녀를 볼 것을 청했고 루카리엔은 승낙했다. 루카리엔과 베란다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천사는 하늘로 날아올라 동쪽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 광경을 보며 생토니스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두 달 뒤 운명이 결정된다. 데이슨이 광물을 훔쳐 가는 건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에 대해 알아낸 것은 큰 수확은 분명했다. 그는 그 이후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모두 새 노트에 적었다. 꼬박 하루가 걸린 그는 잠을 청했다.


생토니스가 보낸 편지는 저녁에 우편열차에 실렸다. 생토니스의 편지는 제국의 북동쪽으로 향했다. 왕의 도시를 지나 북쪽의 산맥을 넘자 드넓은 평야와 숲이 나타났다. 열차는 숲을 지나 도시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편지를 준 열차는 다른 곳으로 떠났고 편지는 우체국으로 들어가 재분류되었다. 그리고 이틀 뒤 데이슨에게 편지가 도달했다. 그는 때마침 포도주를 마시며 자신의 먼 후손들을 훈계하고 있었다.


”철을 다루는 데 딴생각을 하면 저놈처럼 된다. 내가 몇 번을 말했지?"


데이슨은 의자에 앉아 얼굴에 큰 화상을 입은 키가 큰 청년을 가리켰다. 그는 이러니 후손이란 것들이 발전이 없다며 속으로 욕했다. 그가 혀를 차며 말했다.


"9살이면 단검 정도는 만들 수 있어야지. 이 하찮은 놈들 무슨 후손이라고. 꺼져라!"


그가 호통치자 사내들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방을 나갔다. 젊은이들은 그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그를 죽이기 위해 독을 타거나 잘 때 칼로 찔러봤지만 죽지 않았다.


그는 갑옷의 비밀을 후손들에게 알려주지도 팔지도 않았다. 그저 시간과 술을 축냈다. 데이슨은 잔을 비우고 술을 더 가져오라 소리쳤다. 하녀가 포도주와 편지 하나를 가져왔다. 그것을 보며 데이슨이 말했다.


”그래, 누가 보냈지?“


”그 모노케로스 가문입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편지를 받았다. 그는 어서 나가라 손짓하며 편지를 열고 읽었다.


나는 모노케로스 가문의 유일한 뿔 생토니스다.

16년 전 네놈의 손에 죽은 불 모노케로스의 아들이며 셀 수 없는 뿔을 죽인 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데이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날짜를 확인하며 빠르게 걸었다. 2달 뒤 텔로스의 숲.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방으로 향했다.


거대한 공방에 그가 나타나자 일을 하던 사내들이 그를 쳐다보며 침을 삼켰다. 손을 멈추자 데이슨이 말했다.


”일에 집중해라. 버러지 놈들.“


그가 자신의 자리로 갔다. 가장 먼저 검은 모루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편지를 몇 번이고 되새김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 찾아오고 있음을 상기하며 종이에 불을 붙여 화로에 넣었다.


불이 잘 타오르자 석탄을 집어넣고, 풀무질로 불의 온도를 높이며 그가 미소를 지었다. 불이 뜨거워질수록 그의 마음속의 웃음이 목소리가 되어 나왔다. 불이 뜨거워 철을 녹일 수 있게 되자 그는 웃어댔다. 미소를 만개하고 구비해둔 철을 넣었다. 다른 사내들이 그의 웃음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철이 완전히 붉어지자 그가 손을 집어넣었다. 뜨거운 열기가 손을 휘감으려 하자 검은 광물의 갑옷이 손을 감쌌다. 그는 붉어가는 갑옷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쭉한 철을 꺼내 모루의 넓은 곳에 올려두고 주먹으로 중심을 때려 철을 굽혔다. 철의 끝이 만나 두꺼워지자 다시 철을 뜨겁게 달구고 꺼내 둘이 하나가 되도록 두드렸다. 도끼의 형태를 잡아갔다.


일에 정신이 팔려 끼니를 거른 채 그는 온종일 일에 몰두했다. 도끼와 낫, 그리고 곡괭이의 쓸 쇳덩이를 만들고 그가 허리를 폈다.


세상은 어둠에 싸여 있었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나무를 집었다. 칼로 나무를 조각하여 도끼와 낫에 쓸 자루를 만들었다.


자루를 끼우고 끝부분에 홈을 내어 철을 박아넣어 자루가 빠지지 않게 조치했다. 나머지 두 공구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자루를 끼웠다. 그는 빛날 때까지 날을 세웠다. 화로에 불이 번쩍일 정도로 날카롭게 벼려진 도구를 들고 그가 밖으로 나왔다.


달과 수많은 별자리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도시의 경치를 구경하며 걸었다. 대장장이와 바람의 도시. 이따금 철을 두드리는 소리를 제외하고 극히 조용했다.


사람이 없는 빈 거리에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풀무가 없던 고대에는 불어오는 바람으로 철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탓에 이 도시에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일을 절대 쉬지 않았다.


데이슨이 발걸음을 늦추며 돌아가 일을 해야 할지 고민했으나,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며 다리에 힘을 주어 빨리 걸었다.


그는 도시 바깥의 숲으로 들어갔다.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이 보였다. 그는 눈을 치우고 안에 자란 잡초를 보았다. 잡초를 뽑아 숲으로 던지며 일을 진행했다. 일주일이 지나 풀을 모두 뽑고 작은 돌덩이 하나 없는 길을 완성했다. 무성의하게 자란 나무의 뿌리와 나뭇가지를 잘라냈다. 그는 길을 다듬으며 겨울이 끝나길 기대했다.


생토니스가 침대에서 일어서자 이스퀴스가 졸린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와 함께 사는 게 익숙해진 둘은 직접 손을 대는 게 아니라면 신경 쓰지 않았다.


생토니스는 피로에서 오는 허탈감에 정신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제저녁은 고생해준 공장의 인부들과 함께 식사하고, 막달라가 추천했던 예술가곡을 접했다. 노래는 신선하게 느껴졌고 앙코르를 부탁한 탓에 밤늦게까지 노래를 들었다.


그는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방으로 돌아와 마지막 여행 준비를 했다. 여분의 옷과 돈, 총알들. 판초를 입고 총을 꽂아넣었다.


그대로 뒤뜰로 나가 강철로 만든 사람 모형 앞에 섰다. 그는 양손으로 총을 뽑아 쐈다.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질리도록 했던 훈련을 떠올리며 그는 모든 총을 비울 때까지 그 짓을 반복했다.


그가 총을 제자리에 돌려놓자 누군가 그의 옆으로 뛰어내렸다. 생토니스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총을 뽑았다. 막달라가 신발을 신지 않고 서 있었다. 그녀가 먼저 다가와 말했다.


”잘 쏘시네요. 소문이 과장되진 않았나 봐요.“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아직 날씨가 춥다. 성으로 돌아가거라.“


생토니스가 총을 집어넣으며 그녀의 맨발을 가리켰다. 정돈된 발톱은 빛에 반짝였고 피부는 추위에 핏기가 사라졌다. 막달라는 개의치 않은 듯 발을 눈에 집어넣어 발등에 눈을 채워 올리며 말했다.


”보기보다 추위를 안 타는 편이랍니다. 그리고 피는 적당히 차가워야 보관이 용이하거든요.“


”그럼 난 먼저 돌아가겠다.“

”네, 전 점심때까지 산책을 즐겨야겠어요.“

그녀는 눈을 밟으며 즐거워했다. 세 걸음 떨어지자 생토니스가 돌아서며 말했다.


"전에 말했던 피 배달을 부탁할 수 있을까."


그는 결투에 나설 시간과 장소를 그녀에게 일렀고 말을 덧붙였다.


"혹여 일찍 도착하게 되면 도시에서 날 기다리면 될 것이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맞춰서 보내드릴게요."


생토니스는 방으로 돌아가 총에서 빈 탄피를 꺼내고 새 총알로 갈아 끼웠다. 허리띠에 총알을 집어넣었다. 무릎이 시리고 손이 떨렸다. 조만간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


침대에 앉아 양손을 맞잡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손이 떨렸다. 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끝냈지만, 마음은 석연치 않은 불안감에 잠식되었다. 가장 짧은 여행일 것이다. 그 끝이 삶의 종착점이 될지 전환점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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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집(15) 20.07.16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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