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님의 서재입니다.

모노케로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59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7.24 08:10
조회
23
추천
1
글자
8쪽

집(29)

DUMMY

생토니스는 게라스코를 경계하는 한편, 다시 한번 카밀과의 거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판단했다. 막달라가 다가와 생토니스의 검지를 보며 말했다.


"어머, 피 한두 방울은 공짜로 드릴 수 있는데. 아깝게."


그녀는 고개를 숙여 오른손 엄지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가 놀라 한 걸음 물러서자 막달라가 말했다.


"가만히 계세요. 제 침은 이런 얕은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된답니다."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흐르는 피는 제가 핥겠지만요."


막달라가 공작의 엄지를 핥았다. 희미하게 나는 화약 맛과 피의 철분이 가미되어 그녀의 심장이 두근거리자 그녀가 가볍게 장난을 쳤다. 혀를 좌우로 흔들며 천천히 핥았다. 상처에 혀가 지나칠 때마다 공작이 움찔거렸다. 그걸 보며 게라스코가 말했다.


"자넨 복이 많아. 그냥 욕구에 모든 걸 맞기고 결투따윈 잊고 사는 게 어떤가? 세상천지에 그 누구보다 정실과 첩을 두둑이 두고 살 수 있을 텐데."


"닥쳐라. 네놈은 나의 머릿속에 있으면서 나에 대해 단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때마침 멀리서 하녀가 공작의 어깨가 움찔하는 걸 보고 멈췄다. 공작이 중얼거렸다.


"차갑구나."


막달라가 피를 다시 빨아 마시며 소리를 냈다.


하녀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 있었다. 뒤뜰은 빨아 재끼는 소리를 제외하고 고요했다. 하녀는 침을 삼키고 소리를 내지 않고 돌아갔다. 편지를 테레시 코바에게 전달하며 하녀가 말했다.


"코바 섭정님. 편지가 왔습니다."


"그래? 왜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냐."


"그게···"


하녀가 테레시 코바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을 나누시는 듯하여 그렇습니다."


정색하던 테레시 코바가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말해보라 재촉했다.


"막달라하는 분과 뒤뜰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여인분이 고개를 숙이며 무언가 빠시고, 공작님은 어깨를 떠시는 통에. 전해드리기 껄끄러웠습니다."


코바가 금닢 두 개를 주며 말했다.


"이 일을 다른 이에게 발설하면 잘 알고 있겠지?"


"네 코바 섭정님."


금화 두 닢을 받고 하인이 방을 나섰다. 테레시 코바에 얼굴에 환한 미소와 한편으로 실망이 찾아왔다. 인간이 아닌 것과 정을 통하다니. 커지기 전에 개입해야겠다 생각하며 누가 편지를 보냈는지 봤다.


필라 쿼커스 6세였다. 혹시 하는 마음에 편지를 뜯어 읽었다.


공작님! 위대한 활의 시초이시며 총기의 주인이신 뿔의 공작이시여. 테레시 섭정님께서 큰 고민을 담은 편지를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저희를 부추겨 파벌을 만들라는 얘기를 보내셨습니다. 평소와 같다면 이런 청은 듣지 않은 걸로 치겠지만, 공작님께서 자리에 오르신 지 16년, 올해로 32세가 되십니다.


솔직히 공작님께서 후사를 만들지 않으시는 것이 두렵습니다. 정실부인조차 없으시니, 시민들은 걱정하는 한편, 공작님이 사내를 탐하는 자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자들은 제가 모두 엄하게 벌했으나. 이 충신의 귀와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선 공작님을 몰아내려는 사악한 자들이 있을 겁니다.


이 참나무 창은 언제나 모노케로스 공작님의 안위를 걱정합니다. 정말 좋은 신붓감을 찾으시는 거라면. 저의 배다른 25살의 여동생과 올해로 17살이 된 딸의 사진을 동봉합니다. 혹여 마음에 드신다면 편지를 주시기 바랍니다.

그 뿔이 언제나처럼 모든 것을 관통하시길!


테레시 코바가 사악한 놈이라며 속으로 화를 냈다. 편지를 다시 봉하고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뒤뜰로 갔다.


막달라는 피를 빨아먹은 덕에 기분이 좋은 듯 흥얼거리며 눈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공작은 차갑게 식은 검붉은 액체를 병에 담고 자신의 서재로 돌아갔다. 테레시 코바가 막달라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막달라. 잠깐 너와 긴히 얘기를 해야 할 게 있다."


막달라가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네? 혹시 더 피가 필요하신가요?"


"아니다. 뒤뜰에서 공작님과 만났느냐?"


"네. 공작님께선 연구하실 게 있으셔서 잠시 나오셨죠."


테레시 코바는 자신의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틀며 그녀를 노려봤다.


"지나가던 하녀가 나에게 말했다. 공작님의 것을 빨았다던데."


막달라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이건 무슨 장난일지 생각하며 미소짓고 말했다.


"예. 공작님의 늠름하고 두꺼운 곳에 피가 나서 핥았죠."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선으로 뻗은 그녀의 말을 듣고 테레시 코바가 눈을 크게 떴다. 이내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놀란 막달라가 그녀를 부축했다.


얼굴이 추한 여자라도 상관없지만, 다른 종은 안돼. 아들을 낳더라도 적통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추방당할 수 있었다. 테레시 코바가 말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원망스럽긴. 처음이구나."


테레시 코바는 말을 끝내고 기절했다. 막달라는 그녀를 업고 하녀를 불렀다. 가져온 편지는 뒤뜰에 쓸쓸히 남겨졌다.


하녀들과 연실로 뛰어가 코르셋을 풀고 의사를 불렀다. 소식을 듣고 생토니스와 카발디가 연실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았다. 세 시녀가 의사를 도와 테레시 코바를 간호했다.


밤이 되어서야 코바가 눈을 떴다. 그녀가 공작을 불러들이고 모두를 쫓아냈다. 테레시 코바가 손주를 보자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나의 손주야. 차라리 추녀를 사랑하거라."


갑작스런 소리에 생토니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녀에게 들었다. 막달라와 뒤뜰에서 추잡한 짓을 몰래 했다는 소릴. 그녀에게 증언도 직접 들었다."


생토니스는 그 말을 듣고 그녀와 뒤뜰에서 한 행동을 떠올리며 말했다.


"할머니 뭔가 착각하고 계신 듯합니다."


"추녀와 결혼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흡혈귀와는 안된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전 그녀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제 손에 난 상처를 핥아주었을 뿐입니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입니까?"


공작은 자신의 엄지손가락에 난 상처를 테레시 코바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뒤이어 공작이 막달라를 불렀다. 그녀가 들어오자 코바가 말했다.


"뒤뜰에서 나에게 분명 늠름하고 우람한 걸 핥았다고 했을 텐데."


막달라가 고개 숙여 사죄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잠깐 장난기가 발동하여 공작님의 엄지, 사내의 엄지는 제 손가락보다 늠름했고 거대했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 큰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죄송합니다."


테레시 코바는 바깥에 있던 사람들을 불러 두 사람이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의 착각을 인정했다.


사건의 진상을 듣고 카발디는 헛웃음이 나오려했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코바는 카발디와 그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세 시녀와 막달라는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즐겼다. 저녁도 굴이었지만 막달라는 굴은 취향이 아니라며 과일을 부탁했고 바나나 한 뭉텅이와 수박을 말끔히 먹어 치웠다.


생토니스는 포도주를 세 병 마시고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오늘 있던 일에 대해 떠올리며 천천히 수면에 빠져들었다.


게라스코는 그가 잠들었다 확신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침실을 빠져나와 집무실로 가 잉크 병을 들고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어둠 속에서 그는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는 천천히 큰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노케로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9 텔로스를 향해(2) 20.07.31 25 1 7쪽
138 텔로스를 향해(1) 20.07.31 24 1 7쪽
137 텔로스를 향해(0) 20.07.30 21 0 8쪽
136 집(39) 20.07.30 17 0 8쪽
135 집(38) 20.07.29 21 1 8쪽
134 집(37) 20.07.29 20 0 7쪽
133 집(36) 20.07.28 18 0 8쪽
132 집(35) 20.07.28 17 0 7쪽
131 집(34) 20.07.27 20 1 8쪽
130 집(33) 20.07.27 19 0 7쪽
129 집(32) 20.07.25 20 0 7쪽
128 집(31) 20.07.25 21 0 7쪽
127 집(30) 20.07.24 21 0 7쪽
» 집(29) 20.07.24 24 1 8쪽
125 집(28) 20.07.23 23 1 8쪽
124 집(27) 20.07.23 23 1 7쪽
123 집(26) 20.07.22 22 1 8쪽
122 집(25) 20.07.22 21 1 7쪽
121 집(24) 20.07.21 18 1 9쪽
120 집(23) 20.07.21 24 2 6쪽
119 집(22) 20.07.20 26 1 7쪽
118 집(21) 20.07.20 22 1 7쪽
117 집(20) 20.07.18 23 3 7쪽
116 집(19) 20.07.18 20 0 8쪽
115 집(18) 20.07.17 23 0 7쪽
114 집(17) 20.07.17 24 1 7쪽
113 집(16) 20.07.16 23 0 8쪽
112 집(15) 20.07.16 21 0 8쪽
111 집(14) 20.07.15 25 0 8쪽
110 집(13) 20.07.15 21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