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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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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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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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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8,088

작성
20.07.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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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19)

DUMMY

공작은 그녀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두 시녀가 그녀에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그래. 이름이 무엇이냐.”


여인은 머리를 숙였다.


“마리아라고 합니다.”


그녀는 불안한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공작이 말했다.


“그래, 어디에 살고 있느냐. 데려다주마.”


“저···그것이 지금은 집이 없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말이냐.”


“네. 그래서 작은 청이 있습니다.”


마리아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두려움이나 공포 때문은 아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숨을 몰아쉬었다. 갑작스레 여자가 웃어댔다. 세 사람이 뭔가 잘못 된 건 아닌지 불안해하자 마리아가 말했다.


“아, 이거 못하겠네. 저 진짜 모르겠어요?”


그녀는 웃으며 후드를 걷었다. 검은 머리에 또렷한 이목구비. 탄력 있는 피부에 땀이 맺어 있었다. 생토니스는 처음에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웃을 때 보이는 네 개의 송곳니를 보고 깨달았다.


“막달라?”


“어떻게 몰라 볼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흔한 얼굴은 아닌데.”


카렌이 말했다.


"아시는 분이세요?"


공작이 끄덕였다.


“그곳에서 무얼 하고 있던 게냐.”


“느긋하게 길을 걷고 있었어요. 연극도 살짝 엿보고, 세상이 전부 환한 게 놀라운 거 있죠? 아침, 태양 빛 아래에 펼쳐진 눈밭에 눈이 얼마나 부신지. 잠이 다깰 정도에요.”


막달라는 겨울 그 자체가 신비로운 듯 마차가 멈출 때까지 쉼 없이 떠들었다. 마차에서 내리며 막달라가 속삭였다.


“조금 오래 묵어도 되죠?”


“편한 대로 하거라.”


다음 날 아침. 붉은 콧수염의 헤르만은 생토니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다. 그를 배웅하고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가 기지개를 켜자 막달라가 문을 두드리고 열고 들어와 막달라가 말했다.


“피는 언제 드리면 될까요?”


“장소를 마련 할테니 기다리거라."


그가 하녀를 불러 지하에 쓰지 않는 방을 청소하라 명령했다. 더 나아가 그곳에 광물이 들어갈 사람 머리 크기의 솥을 준비했다. 깨끗한 양동이도 가져다 놨다. 한 시간 뒤 솥 그릇에 가장 큰 검은 광물을 집어넣고 말했다.


"양동이에 피를 담거라."


막달라는 침을 삼켰다. 품속에서 둥글고 노란 스펀지를 꺼냈다. 입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검은 광물을 보며 말했다.


”저 광물를 피에 담궈 보려는 거죠?“


”그렇다.“


”5L도 필요 없어 보이는데. 일단 드릴게요.“


막달라가 입안에 스펀지를 넣고 물었다. 그녀가 양동이를 부둥켜안고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녀의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피가 나올수록 그녀의 피부와 입술의 색이 옅어졌다. 한 시간 동안 피를 뱉어낸 그녀가 스펀지를 뱉었다. 붉은 핏물 위로 붉어진 스펀지가 떠다녔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막달라가 자리에 누웠다. 피부는 하얗게 질렸고 입술에 분홍빛 색이 사라졌다. 혀가 풀려 말을 어눌하게 했다.


”좀··· 쉴게요.“


”고생했다.“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히고 공작은 천천히 검은 광물에 피를 부었다. 광물은 차오르는 피에 잠겼다. 붉은 스펀지가 떨어지며 피 웅덩이에 파장을 일으켰고 주변으로 작은 거품이 생겼다. 피가 반절 남았다.


공작은 눈을 크게 뜨고 계속해서 광물이 담긴 솥을 노려봤다. 붉은 스펀지가 조금씩 흔들거리며 떠다녔다. 고요했다. 두 남녀의 숨소리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막달라는 하품을 하고 눈을 감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졸았다.


생토니스는 미세한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숨소리를 죽였다. 떠다니던 스펀지가 멈췄다. 만들어진 거품들도 삶을 마감하며 사라졌다.


생토니스가 한숨을 쉬며 눈을 깜빡였다. 가만히 있던 스펀지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거리며 검은 광물의 윗부분에 부딪혔다.


주변에 새로 생긴 거품 나타났다. 그것들이 터지며 스펀지를 밀어냈다. 공작이 거품을 쳐다봤다. 핏속에서 거품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점차 사방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거품이 빠르게 생성되고 터지기를 반복했다. 그 소리에 막달라가 실눈을 떴다. 하품하고 눈을 비볐다.


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벽돌을 깐 바닥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불안한 마음에 공작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막달라도 흔들리는 솥을 쳐다봤다.


갑작스레 붉은 손이 튀어나와 솥의 주둥이를 잡았다. 겉면으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며 막달라는 입맛을 다셨다. 공작의 손은 허리춤에 총으로 갔다. 몸을 움츠린 채로 언제든 총을 뽑을 준비를 했다.


손이 하나 더 튀어나왔다. 피로 이뤄진 사람의 형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주변을 훑어봤다.


생토니스가 침을 삼켰다. 그것은 공작을 유심히 쳐다봤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음성이 들렸다. 전에 들었던 크토스의 언어였다. 생토니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또 그 말인가.“


그러자 붉은 인간이 말했다.


”그 말은··· 제국 분이시군요.“


막달라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생토니스는 놀라서 말을 하지 못했다. 붉은 인간이 말했다.


”여긴 어디죠?“


”여긴 모노케로스의 성이다. 넌 누구냐.“


”저는···“


붉은 인간은 기억을 되짚으려는 듯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막달라가 말했다.


”이상한 괴물을 부활시키려고 그러는 거 아니죠?“


”나도 모른다.“


붉은 인간이 말했다.


”전 카밀, 루···크토스죠.“


그것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죄인이죠.“


카밀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왕국은···사막의 별은 어떻게 됐죠?“


생토니스가 말했다.


”크토스 왕국을 말하는 것이냐.“


카밀이 끄덕였다. 생토니스는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멸망했다. 이유는 모른다. 어떻게 사라졌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카밀은 대답을 듣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곳의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카밀은 솥 안으로 자신의 몸을 넣었다. 얼굴을 빼꼼히 내놓고 말했다.


”저를 되살려낸 이유가 뭐죠?“


”살려내려는 의도는 없었다. 난 검은 광물을 녹여보려는 심상이다.“


카밀은 공작을 관찰했다. 처음 보는 옷을 입은 사내를 믿어도 될까. 알아볼 방법은 대화뿐이었다.


카밀은 아주 오래전 자신의 실패를 떠올렸다. 사람의 마음에 깃든 선을 믿지 못했다. 결정의 순간. 악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고 실패했다. 자신을 자책하며 카밀이 말했다.


”어째서 그 지식이 필요한 거죠?“


”복수를 위해서.“


생토니스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나의 아버지를 죽인 자. 번개 치는 바위의 수장 데이슨이 입은 갑주를 뚫기 위해서 필요하다.“


데이슨이라 말하자 카밀이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떨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데이슨···그 악마가 살아있어요?“


”불행히도 그렇지.“


”하지만 어떻게.“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사실은, 갑옷에 사용한 광물이 검은 광물이라는 사실뿐이다.“


카밀이 절규했다. 왕을 유혹하고 구슬린 놈 중 하나가 살아있다. 용들의 침략 당시 모두가 불타 죽은 게 아닌가?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갑작스레 늙은 현자가 웃음을 참기 힘들어했다. 공작이 머릿속으로 말했다.


”남의 불행이 즐겁겠지만, 빙해치 마라. 난 그녀에게서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늙은 현자가 말했다.


”누가 방해한다고 말했나. 그저, 과거와 마주치니 즐거운 따름이지.“


”그게 무슨···“


”나중에 알려주지.“


늙은 현자가 침묵했다.


카밀이 담긴 솥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갑작스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젊은 사내였다. 비탄 소리도 묵직한 고함으로 바뀌었다. 거품이 피어올랐다. 거품으로 만들어진 길고 풍성한 수염이 생겼다. 목소리도 바뀌었다.


피가 솥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피에서 사람들의 상체가 만들어졌다. 괴성이 뒤섞였다. 한순간 피가 솥으로 되돌아갔고 소리는 줄어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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