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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飛燕

에클레시온:태양과달의회선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비연飛燕
작품등록일 :
2019.09.16 21:13
최근연재일 :
2020.08.01 21:0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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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4
글자수 :
94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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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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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2장 : 별하늘의 회상록 # 1

DUMMY

12장 : 별하늘의 회상록


『그날 밤,

그와 처음 마음을 확인하고 본 밤하늘.

그와 함께 별을 바라보며 반드시 그를 지키겠다고,

그 곁에 있으리라고 다짐했다.

너무나도 약했던 나는

대체 뭘 믿고 그렇게 오만할 수 있었을까.

원망스럽다.

아무 힘도 없던 과거의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때가 가장 그립다.』



“헤에, 여기가 세스트빌이구나. 집이 신기하게 생겼네-.”


검문소를 나온 우리는 세스트빌이 풍경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퓨어스는 처음 들어왔을 땐 아스트반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세스트빌은 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제일 큰 건 사람들의 복장과 집의 구조. 집이 네모나게 생긴 것도 신기한데 지붕이 없다니! 몇몇 집들은 지붕이 있긴 한데 지붕이 각진 게 아니라 둥글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머리를 딱 감싸는 터번 같은 모자를 쓰고 다닌다. 그러고 보니 다른 검문소에서도 저런 복장의 사람들이 보였는데 저게 세스트빌의 전통 의상인가 봐. 게다가 퓨어스는 여름답게 더웠는데 세스트빌에 오니 가을처럼 좀 선선해졌네. 세스트빌은 사시사철 이런 날씨라고 하는데 신기하면서도 부럽다. 나는 생소한 도시의 풍경을 구경하며 걸었다.


‘여긴 꽤 선선한데 의외로 바람의 정령들이 잘 안 보이네?’

-여긴 산이 많아서 그래.

-우린 넓은 초원을 좋아하니까. 근데 산 위로 가면 많을 거야. 거긴 넓거든.

-게다가 여긴 대지의 정령들이 많아. 아무래도 오베론 님의 가호를 받는 곳이니까.


아. 나는 저 앞에 끝없이 펼쳐진 산맥을 바라봤다. 휴, 앞으론 계속 등산이겠구나. 나는 내 옆에 조용히 있는 리엔을 돌아보며 작게 말했다.


“아무래도 계속 등산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힘들겠다.”

“그럼 순환 마차를 타자고 할까?”

“아냐, 뭐 이것도 추억이겠지!”


등산은 레아와 어렸을 때부터 하도 많이 해서 꽤 자신 있는 거기도 하고.


“성자의 산이 세스트빌 최북단에 있는 거였지?”

“응.”


세릴의 물음에 루시엘 씨는 가방에서 지도를 펼쳤고 우리는 그 지도를 바라봤다. 카를로스 씨가 초대한 그리드는 세스트빌의 중부에 있었다. 와, 근데 나라 전체가 산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


“정말 전부 산이구나-.”

“그래서 신관들이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 정신 수양이 된다나 뭐라나.”


슈렌의 말에 세릴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음··· 세릴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음, 아까 배에서 론체스터 님이랑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내심 걱정했는데 한시름 놔도 괜찮을 것 같아. 나는 꽉 붙들고 있던 긴장의 끈을 살며시 놓으며 정령들을 바라봤다.


‘세릴은 괜찮은 것 같지? 아까 일 때문에 계속 신경 쓰고 있었거든.’

-응. 내가 보기엔 평소랑 같은 것 같아.


휴. 나는 준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잘못한 건 세릴인데 왜 네가 신경 쓰고 그래?

-맞아! 론체스터가 옳은 말 했지 뭐.


나는 룬, 앤의 말에 옆에 있는 리엔을 슬쩍 곁눈질했다. 역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그녀는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뭐··· 리엔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줘야겠다.


‘그냥··· 어차피 동료이고 한데 누구 잘못인지 따지는 게 의미가 있나 싶고, 딱히 세릴이 틀린 말한 것도 없으니까. 다 같이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괜히 나 때문에 관계가 깨지거나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으이고, 물러 터져서는.


앤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룬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느 선까지만 그러라고. 동료들 관계 지킨답시고 네 마음이 다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후후.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나는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요-. 근데 난 너희가 있어서 마음 다치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뭐래.


룬은 언제 상냥했냐는 듯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나는 계속 피식피식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필요한 물품을 점검하고 바로 검문소 도시에서 벗어났다. 비록 산악지대가 많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만큼 나무 사이로 난 산길은 깨끗하게 잘 닦여 있었다. 산길을 보니 새삼스레 레아가 떠오른다.


“사방이 숲이라 좀 불안하다-. 마물이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을까?”


슈렌의 말에 론체스터 님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세스트빌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마물의 개체 수가 그리 많진 않습니다.”

“어라, 정말요? 현자의 나라라서 그런가-?”

“뭐··· 세스트빌 교황청에서 마물 퇴치에 집중한 것도 있고, 은퇴한 대신녀와 신수의 힘이라는 소문도 있어.”


나는 루시엘 씨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얼마나 대단한 분이면 그런 말까지 나올까? 역시 어서 뵙고 싶다. 어떤 분일지 궁금해.



***



날씨가 선선하고 바람도 많이 부니 등산을 해도 그리 힘이 많이 들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오랜만의 등산에 기분 좋기까지 하다. 퓨어스에 있는 내내 푸른색의 바다만 보다가 녹색 풀들을 보니 뭔가 기분이 색다르달까? 뒷산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광활해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


“저기, 쉼터라 쓰여 있어.”


얼마나 올랐을까. 우리는 리엔의 말에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와, 정말 표지판에 여행자 쉼터라고 쓰여 있잖아?


“좋아, 그럼 저기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자!”

“와아-!”


일행 중 유난히 지쳐 보이는 슈렌은 세릴의 말에 두 팔을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긴, 슈렌은 체력이 좀 약해 보이니까. 그래도 좋다. 쉼터라니! 어떤 곳이려나? 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표지판 방향으로 걸어가니 작은 연못이 있는 통나무집이 보였다. 순간 프벨린 숲에서 본 그 작은 오두막이 떠올랐지만, 황급히 머릿속을 비웠다. 혹여 잘못 말했다간 루시엘 씨와 곤란해질 테니 조심해야지. 그나저나 새소리도 맑고 바람도 선선히 불어오는 게 정말 기분이 좋다.


작은 연못 앞엔 어린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옆엔 머리를 딱 감싸는 두건 같은 모자를 쓴 여성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엄마와 함께 여행 중인 아이들인가? 나는 조금 그리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론체스터 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얼른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통나무집은 복층 건물인데 잠깐 쉴 수 있으면서 숙박 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 그리고 중형급 이상의 쉼터는 숙박이 되지만 소형 쉼터에선 숙박이 불가능하답니다.”


우리는 1층 쉼터 직원에게 쉼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릴은 통나무집 내부를 쓱 훑더니 직원을 돌아봤다.


“우리는 지금 성자의 산으로 가고 있거든요. 중간에 그리드도 들를 거고요. 그 방향으로 올라가면 오늘 내로 숙박 가능한 쉼터가 여기 말고 또 있을까요?”

“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세스트빌의 쉼터 위치가 나온 지도가 있거든요.”


직원은 잠시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 갔다 나오더니 우리에게 지도를 건넸다. 그리 크지 않고 휴대하기 좋아 보이는 게 여행자용 지도인 것 같다. 우리는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1층에 있는 원탁에 둘러앉아 지도를 펼쳤다.


오, 쉼터뿐 아니라 세스트빌의 대표적인 도시의 위치까지도 나와 있네. 확실히 이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필수품일 것 같아. 그나저나 쉼터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네? 소형급만 많은 것 같아. 하긴, 산중에 직원을 배치하고 관리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거야. 아까 들어보니 쉼터엔 마물을 교란해서 접근을 막는 결계사들도 상주하고 있다고 하니까. 론체스터 님에게 듣기론 세스트빌은 결계 마법이 발달해 있다고 하는데 그럴만 한 것 같아.


나는 지도 옆에 적혀 있는 쉼터에 대한 설명을 읽었다. 헤에, 중형 쉼터부턴 기도실도 있고 대형 쉼터엔 예배당도 있구나. 하긴 현자의 나라라고 하니 순례자들도 많을 것 같아.


“오늘 걷는다고 하면 대충 이라트 마을 근처까지 가려나? 흠, 그 근처엔 소형 쉼터밖에 안 보이는데.”

“게다가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이면 여관도 없을지도.”


나는 세릴과 루시엘 씨의 말을 들으며 남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야영을 하게 되려나? 옛날엔 야영을 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여행을 하는 몇 달 동안 해보니 그냥 편한 여관이 최고라는 걸 깨달았다. 잠시 지도를 살펴보던 세릴이 이라트 마을 위쪽에 있는 쉼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좀 험한 길이 되겠지만 에고트 계곡을 지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해가 지기 전엔 중형 쉼터에 도착할 수 있겠어.”

“에고트 계곡 부근은 마물 주의지역이라 표시되어 있습니다만.”


론체스터 님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분위기도 착 가라앉았다. 그러네, 빨간 점으로 표시되어 있어. 론체스터 님을 잠시 바라보던 세릴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용병은 마물이랑 뗄 수 없는 관계인걸? 게다가··· 우리는 찬밥, 더운밥 가리는 귀족이 아냐.”


세릴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녀의 나뭇잎색 눈동자는 이상할 만큼 차가웠다. ······ 와, 분위기가 갑자기 왜 이러지? 나는 슈렌과 눈을 마주하며 불안하게 둘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잠자코 둘을 보던 루시엘 씨가 나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로실리아 씨. 당신의 생각은 어떻죠?”


엥, 갑자기 웬 내 생각? 그녀의 물음에 허공에 누워 있던 준이 잽싸게 내게 날아왔다.


-마물이랑 싸우러 가자! 요즘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


흐음, 마물은 싫긴 하지만··· 세릴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사실 우리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잖아. 루시엘 씨는 하루라도 빨리 아크르젠의 돌을 얻고 싶을 거야. 나는 루시엘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그 계곡을 지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마물에 대비하는 훈련이 될 것도 같고요.”


나의 대답에 그녀는 론체스터 님을 돌아봤다. 그러자 그는 나를 힐끔 바라보다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루시엘 씨는 지도를 접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해졌으면 바로 움직이죠.”


참··· 옛날과 사정이 많이 달라지긴 했다. 예전 같으면 마물이 나오는 길은 절대 선택하지 않을 텐데. 사실 룬이 중급 정령이 된 덕분이지. 룬이 예전과 같이 하급 정령이었다면 고르지 못했을 거야. 짐을 챙긴 우리는 쉼터를 벗어나려 문을 열었다.


“왁!”


문을 여는데 갑자기 웬 보랏빛의 새 한 마리가 들어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뭐야, 새가 왜 저리 커? 내 양팔을 벌린 길이만큼 크잖아! 설마 마물인가?! 아, 아냐, 눈이 붉지 않아.


“리엔!”


들어오자마자 부산스럽게 날아다니던 새가 갑자기 리엔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리엔, 왜 피하지 않고 쳐다만 보고 있는 거야!


“에어 네트(Air Net)."


론체스터 님이 손을 뻗자 리엔에게 달려들었던 새는 은은한 연둣빛 바람으로 이뤄진 그물에 붙들렸다.


“저기, 여기에 넣어주시면 되세요!”


돌아보니 얼굴이 빨개진 채 숨을 몰아쉬는 두 남녀가 보였다. 저 새의 주인인가? 바람에 붙들린 새는 론체스터 님의 손이 움직임에 따라 움직여 남녀가 들고 있던 커다란 새장으로 옮겨졌고 남녀는 황급히 새장 문을 닫은 뒤 우리에게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우리야 뭐 상관없는데 리엔은······. 돌아보니 창백한 표정을 지은 그 아이는 고개만 끄덕이다가 남녀가 더 말을 걸려고 하자 황급히 기둥 뒤로 숨어버렸다. 왜 그러지······? 사실 리엔 정도면 저 정도의 새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텐데. 어리둥절하게 리엔을 바라보는 사이 론체스터 님이 그들의 앞으로 나섰다.


“다행히 저희 일행도 다친 곳은 없는 듯하네요.”

“아, 정말 다행입니다······. 갑자기 새장 문이 확 열리지 뭐예요? 불량품인가 봐요.”

“아니, 갑자기 안 그러다가 왜 갑자기 이런데?”


두 사람은 이상하다는 듯 새장을 살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게, 잠금장치도 튼튼해 보이는데 왜 갑자기 열렸다는 거지? 근데 뭐 도구라는 게 쉽게 고장 나기도 하는 거니까. 론체스터 님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길들이지 않은 베레피아는 자칫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주의하세요.”


베레피아? 저 새의 이름이겠지? 그러고 보니 깃털색이 리엔의 머리색이랑 닮았네. 음, 아무튼 저렇게 큰 새가 갑자기 달려들었으니 리엔이라도 엄청 놀랐을지도 몰라. 나는 슈렌과 얼른 리엔에게 다가갔다.


“리엔, 괜찮아?”

“맞아, 창백해 보여······.”


슈렌의 말대로, 그녀는 뭔가 굉장히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데.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응, 괜찮아. 잠시만··· 혼자 있을게.”

“으응.”


그녀가 너무 완강히 말해서 나와 슈렌은 일단 모두에게로 돌아왔다. 론체스터 님은 아직 그 남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저희는 본업이 사냥꾼이거든요. 사냥에 뛰어나다 해서 사가는 길인데 큰일 날 뻔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 오는 길목의 쉼터에서 들은 말인데, 요새 세스트빌에서 아크래곤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아크래곤이요······?”


어라. 웬만해선 놀라지 않는 론체스터 님의 눈이 커졌다. 저분이 놀랄 정도면 엄청 강한 마물인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에브론 고원 쪽에서 봤다는 제보가 많다더라고요.”

“활발하게 활동하진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조심하세요.”


음··· 뭔진 모르겠지만 그쪽으로만 안 가면 되지 않을까? 우리에게 인사를 한 남녀가 가자 예노렐을 꼭 끌어안은 리엔이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조금은 진정이 된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표정이 어두워.


“리엔, 괜찮아?”

“······ 응.”


다시금 지도를 살펴보던 세릴이 묻자 그녀는 이번에도 괜찮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 역시 많이 놀랐나 봐.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 손이 정말 차가워. 긴장을 하면 손이 이렇게 차가워지던데. 그래,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아직 열여섯의 소녀인걸.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많이 놀랐지? 나라면 엄청 무서워서 소리 질렀을 텐데 역시 리엔은 대단해!”

“······.”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녀는 곧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뭘 우리 사이에!”


아 다행히 이제 좀 진정이 된 모양이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지도를 살펴본 우리는 쉼터를 벗어났다. 다행히도 아크래곤이 나온다는 에브론 고원은 우리가 가는 쪽과는 멀어 아크래곤이 나올 염려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당장 향하는 에고트 계곡이지만. 쉼터를 나와 가볍게 몸을 풀던 세릴이 루시엘 씨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대성녀가 있을 때만 해도 마물이 거의 없었다더니만, 아크래곤이 돌아다닐 정도면 심각한 거 아냐?”

“세릴-. 아크래곤이 뭐야?”


오, 다행히 내가 묻고 싶었던 걸 슈렌이 먼저 물어봐 주었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워 세릴의 말을 들었다.


“나랑 루시도 본 적은 없는데, 드래곤의 형상을 한 마물이야. 크키도 크고 브레스도 뿜어서 웬만한 실력자들도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상급 마물로 분류되어 있어. 개중에는 로드급도 있다고 해.”

“로드급?”

“마물의 여신의 가호가 강하게 깃들어 있는 개체인데 다른 마물들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지.”


와, 마물이 마물을 조종하다니. 게다가 드래곤 형상인데다가 브레스도 뿜는다고······. 듣기만 해도 엄청나게 강할 것 같아. 룬으로도 상대할 수 없겠지? 슈렌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리가 그 마물을 이길 수 있을까?”

“해봐야 알겠지만 지진 않을 것 같은데.”


루시엘 씨는 불안해하는 슈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와, 역시 루시엘 씨는 슈렌에게는 엄청 다정하다니까.


“······ 아뇨.”


그때, 론체스터 님의 말에 풀어졌던 분위기가 다시금 냉각되었고 모두의 시선 역시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크래곤의 속성은 바람입니다. 그래서 바람 마법에 대한 내성이 높은데 그럼 로실리아 양의 정령도, 제 마법도 거의 무력화가 됩니다. 또 아크래곤의 비늘은 단단한 강철과도 같은 재질이라 날붙이로는 뚫기가 어렵습니다. 그걸 뚫으려면 그 내성을 상회하는 강력한 마력이나 불 속성 마법 공격, 혹은 검에 검기를 두를 수 있는 소드 마스터가 있어야 합니다.”

“아, 우리 중에 검기를 쓸 수 있는 건 오빠뿐이니까······.”


세릴이 루시엘 씨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말끝을 흐렸고 루시엘 씨는 분한 듯 표정을 굳혔다. 생각해 보면 루시엘 씨가 검기를 쓰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네. 휴, 사실 마법다운 마법을 쓰는 건 론체스터 님뿐이잖아? 우리 중에 불 속성 마법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근데··· 론체스터 님은 이미 아크래곤을 본 적이 있는 걸까? 저렇게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걸 보면.


문득 아마루네스에서 봤던 에크레타 님이 떠올랐다. 아, 근데 그녀는 마법보단 체술이 더 뛰어난 것 같아서 아크래곤을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루시엘 씨가 헛기침을 한 번 하며 말했다.


“뭐, 그럼 에브론 고원 쪽은 최대한 피하는 걸로 하죠. 어차피 가는 길도 아니니까.”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그 에브론 고원이라는 곳에 대해 상상하다 보니 정작 우리가 가고 있는 에고트 계곡이라는 곳에 대한 긴장감은 좀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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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2장 : 별하늘의 회상록 # 2 20.07.24 10 0 14쪽
» 12장 : 별하늘의 회상록 # 1 20.07.23 10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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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장 : 바다의 나라 # 6 20.07.20 10 0 22쪽
110 11장 : 바다의 나라 # 5 20.07.19 11 0 17쪽
109 11장 : 바다의 나라 # 4 20.07.18 7 0 21쪽
108 11장 : 바다의 나라 # 3 20.07.17 12 0 20쪽
107 11장 : 바다의 나라 # 2 +2 20.07.16 15 1 24쪽
106 11장 : 바다의 나라 # 1 20.07.15 18 1 14쪽
105 외전 10장 : 페트리샤 가(家)의 일상 +2 20.07.14 11 1 24쪽
104 10장 : 바람과 소녀 # 5 +2 20.07.13 10 1 25쪽
103 10장 : 바람과 소녀 # 4 +2 20.07.12 9 1 21쪽
102 10장 : 바람과 소녀 # 3 20.07.11 7 0 19쪽
101 10장 : 바람과 소녀 # 2 20.07.10 21 0 16쪽
100 10장 : 바람과 소녀 # 1 20.07.09 9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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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외전 9장 : 5년간의 이야기 # 4 20.07.06 9 0 16쪽
96 외전 9장 : 5년간의 이야기 # 3 20.07.05 21 0 13쪽
95 외전 9장 : 5년간의 이야기 # 2 20.07.04 1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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