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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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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336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8.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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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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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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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DUMMY

약속한 날, 점심을 먹은 장두성과 동해오룡 그리고 행동대주 육강수와 행동대원 열 명이 모두 선비 차림을 하고 북망산으로 향했다.


미리 가서 취운봉 주변을 살펴볼 예정이었다.


앞서가던 육강수 대주가 평소에 입지 않던 복장이 좀 거추장스러웠는지 자꾸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었다. 그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단장님, 적들이 수뇌급만 빼고 대부분 매복해서 공격하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이쪽 조서방 측에서도 마찬가질 거구요. 우리도 은신해서 적의 동태를 살펴야 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수하들은 그런데 이골이 났으니까요.”


북망산은 산이라기엔 아주 낮았고 언덕이라기엔 조금 높은 편이었다. 오후의 햇살이 비치는 나무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둘 하산하고 있었다.


취운봉 위에는 검은 오전모를 쓴 이십여 명의 오봉방 패거리와 변검의 가면을 쓴 이십여 명의 조서방 패거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 외 나머지 인원은 모두 매복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동해오룡이 나타나자 오봉방의 괴한이 삿대질을 하며 엄포를 놓았다.


“여긴 너희 같은 먹물들이 낄 자리가 아니니 목숨이 아깝거든 냉큼 사라져라!”


그러나 장두성은 그 말을 무시하고 터벅터벅 여유롭게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욕심이 과하면 어렵게 구축한 터전을 잃는 법. 지금이라도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면 치욕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장두성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봉방 패거리들의 뒤에 앉아있던 거한 마동탁이 불쑥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섰다.


마동탁이 불쑥 나타나자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주위의 공기를 찢어놓았다. 조서방의 수뇌들은 그 기세에 눌려 모두 목덜미가 움츠러들었다.


듣던 대로 칠 척 거구의 마동탁은 커다란 종이라도 삶아먹었는지 내뱉는 목소리는 울려 퍼지는 종소리처럼 사람들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어린놈이 먹물깨나 먹었다고 오만방자하구나! 그건 됐고, 조서방의 두목은 굴복할 것인지 빨리 결정해라. 기다리는 건 질색이니까.”


그러자 중키에 다부진 체격의 방주 귀영무흔(鬼影無痕) 팽광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허튼 꿈 깨고 일찌감치 돌아가는 게 신상에··· ”


팽광조의 말은 느닷없는 마동탁의 호통소리에 끊기고 말았다.


“시끄럽다, 이놈아! 이봐라, 한 놈도 남김없이 씨를 말려라!”


마동탁의 고함소리를 시작으로 쌍방 간의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졌다.


마동탁의 무기는 쇠로 만든 커다란 육모방방이었다. 마동탁이 한번 휘두르자 세찬 바람소리를 내며 팽광조의 어깨를 향해 날아왔다.


귀신의 그림자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별명답게 팽광조의 경공은 무척이나 뛰어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동탁의 뒤로 돌아가 등을 향해 깊숙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검이 마동탁의 등을 찌르는 순간, 반탄력에 의해 옆으로 비껴나갔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마동탁이 방망이를 사정없이 휘둘러 치자 팽광조는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방향을 바꾸며 떨어져 내렸다.


예리한 검인데도 찔리자 않는 마동탁의 반탄력은 실로 예상을 빛나갔다. 아직까지 무패를 기록했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나 과장이 아니었다.


팽광조가 마동탁의 공격을 피해 아름드리나무 뒤로 몸을 숨기자, 뒤쫓아 온 마동탁은 막무가내로 나무를 후려 팼다.


무지막지한 쇠방망이에 맞은 나무는 산산조각이 나면서 부러졌고 뒤에 있던 팽광조는 혼비백산하여 옆으로 몸을 날렸다.


몇번이나 기습공격을 했지만 번번이 거센 방망이에 막혀 튕겨나갔다. 현재로선 팽광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동탁의 공격을 피하는 일뿐이었다.


당황한 조서방의 호위들이 마동탁을 향해 집중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는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마동탁은 타고난 신력으로 조금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다. 대여섯 명의 호위를 무차별로 공격해서 어깨나 팔다리뼈를 으깨 버렸다.


한편, 취운봉 계곡 곳곳에 숨어있던 오봉방과 조서방의 패거리들도 상대를 찾아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곳곳에서 죽어가는 신음소리는 북망산에 널린 을씨년스런 묘지에서 흘러나오는 망자의 귀곡성으로 바뀌고 있었다.


장두성이 보기에 오봉방이나 조서방이나 실력은 거의 비등했으나 마동탁의 무공이 너무 뛰어나 전세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종횡무진하며 적들을 으깨고 찢어발기는 마동탁 앞으로 두성이가 질주하는 말처럼 몸을 날렸다.


마동탁은 무지막지한 힘과 호신강기로 무장하고 있어서 마동탁의 질주를 막을 사람이 없었기에 두성이가 과감히 뛰어든 것이다.


“글방에 가서 공부나 할 일이지, 네가 왜 끼어드나? 어서 꺼져!”


곱상한 서생차림의 두성이가 끼어들자 마동탁은 의외라는 듯, 퉁방울 같은 눈을 크게 뜨고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군자검을 뽑아든 두성이는 회전목마처럼 신형을 회전시키며 옅은 그림자를 남겼다.


서슬이 시퍼래서 주위의 적들을 으깨며 추풍낙엽처럼 날려 보내던 마동탁. 두성이의 움직임에 뭔가 위험을 감지했는지, 두성이의 잔영을 쏘아보고 있었다.


천부적인 힘과 오랜 전투경험이 뒷받침되는 마동탁의 공격은 산을 무너뜨리고 거센 파도를 일으키는 기세로 거침이 없었다.


게다가 지치지도 않고 전후좌우로 휘두르는 쇠방망이와 부딪친다면 뭐든지 박살이 났다.


두성이가 내력을 일으켜 강에는 강, 힘에는 힘으로 맞받아친다면 둘 다 치명상을 입고 하나가 죽어야 끝날 것은 자명했다.


마동탁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철천지원수도 아니라 죽이고 싶지도 않았고, 양패구상으로 끝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렇다고 대충 끝내선 서로 아쉬움과 후회를 남길 수 있었고, 두성이가 진다면 조서방의 존재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었다. 조서방에서 먼저 싸움을 건 게 아니니 결코 져서는 안 되었다.


(그래, 확실하게 이겨야 뒷말이 없지.)


두성이는 일 갑자가 훨씬 넘는 내력을 군자검에 불어넣었다. 거무스레한 군자검이 더욱 검어지며 은은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두성이가 마동탁을 향해 신형을 날리자, 군자검에서 내뿜는 은은한 빛이 마동탁의 호신강기와 부딪쳤다.


마동탁은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침범하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해지자 눈앞으로 쇄도하는 검을 쇠방망이로 힘껏 후려쳤다.


그러나 전광석화처럼 반대편으로 몸을 날린 두성이가 군자검으로 마동탁의 호신강기를 뚫었다. 마동탁은 갑자기 옆구리가 뜨끔하였다.


마동탁이 화들짝 놀라 옆구리를 쳐다보니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몸에 어떠한 상처도 낸 놈은 없었다.


그만큼 자신만만했고 두려운 게 없었는데, 자신의 호신강기를 뚫고 옆구리에 상처를 낸 놈이 앞에서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미동도 없이 서 있었지만 그의 자세에선 일말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그자의 눈동자에서 번갯불처럼 번쩍이는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놈의 모습에서 순간적으로 뱀과 거북의 모습이 보인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들고 있는 거무스레한 칼도 예사스럽지 않았다. 선천강기를 깨부수는 검인가? 지금 눈앞에 있는 어린놈은 절세의 고수가 틀림없었다.


놈이 마음만 먹었다면 가벼운 상처가 아니라 복부를 관통할 수도 있었는데 사정을 봐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도 놈을 만만하게 보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어린놈의 호신강기를 꿰뚫는 검만 주의한다면 분명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숱한 싸움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마동탁은 입을 굳게 다물고 전의를 불태웠다. 마동탁은 검을 하단으로 내리고 있는 두성이를 향해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접근했다.


호신강기를 최대한으로 일으키고 쇠방망이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일격에 박살을 내려고 발에 힘을 넣고 도약하려는 데, 두성이가 검을 왼손으로 바꿔 잡더니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두성이의 주변에서 공기가 일렁이더니 손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두성이의 두 눈에서 번갯불 같은 섬광이 번쩍이더니 손에서 미풍이 일었다.


마동탁은 두성이 손에서 미풍이 흘러나오자 무슨 요술을 부린다고 생각하고 비웃음 머금고 껄껄 웃었다.


“감히 내 앞에서 하찮은 요술을 부리는 건가? 쓸데없는 짓!”


그러나 부드럽게 다가간 미풍은 마동탁의 선천강기와 부딪치는 순간 폭풍으로 변해 마동탁의 몸을 휘감았다.


“어어? 억!”


마동탁은 태풍에 부러진 고목처럼 공중으로 날아가 무덤 앞에 놓여있는 상석(床石)에 부딪쳐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간신히 몸을 추스른 마동탁은 자신이 두성이보다 한 수 아래인 것을 인정했다. 마동탁은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할 생각도 않고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손을 멈춰라, 내가 졌다!”


마동탁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아비규환의 싸움터가 일순간에 태풍의 눈 속에 빠져들었다.


꺼져가던 초원의 불씨가 불어오는 바람에 일어 활활 타오르듯, 전의를 상실하고 전전긍긍하던 조서방의 패거리들은 함성을 지르며 환호하였다.


무패를 자랑하던 마동탁은 생전 처음 어린 장두성에게 패했지만, 진정한 무인답게 패배를 인정하고 꿇어앉았다.


“이제 내 목숨은 당신 것이니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시오.”


말을 마친 마동탁은 목을 늘이고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장두성이 조서방의 방주를 쳐다보자 방주 팽광조가 한마디 했다.


“공자님 덕분에 다 죽어가던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우리는 오봉방의 일에는 일체 참견하지 않겠습니다. 공자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마 방주, 일어나십시오. 싸움에 졌다고 해서 모두 목숨을 내놓는다면 무림에 살아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까 말한 대로 돌아가서 절대로 만화방을 넘보지 않는다면 더 추궁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자 마동탁이 일어나더니 부방주와 부하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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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5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3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39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4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6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7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7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3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0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5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5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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