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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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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335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8.11 18:00
조회
405
추천
7
글자
10쪽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DUMMY

휘영청 밝은 달을 배경으로 밧줄에 걸터앉아 비파를 뜯으며 노래를 부르는 여인. 그 자태는 흡사 달에서 나온 선녀, 전설의 항아를 보는 듯.


사랑했던 정인을 멀리 떠나보내고, 보고 싶은 마음을 애절한 노래로 표현하는 여인의 음성은 애간장을 녹이는 듯 매우 애절했다.


사랑했던 여인과 이별한 경험이 있는 취객은 옛일을 회상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셨고, 감정이 북받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렸다.


취객들이 모두 꿈을 꾸는 듯,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환상에 빠져 있었다. 애절한 노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두 손 가득 담아 그대에게 드릴 수 없으니

잠자리로 돌아가 아름다운 기약 꿈꾸리라.


不堪盈手贈 불감영수증

還寢夢佳期 환침몽가기


마침내 노래가 끝나자 여인은 고개 숙여 다소곳이 인사를 했다.


그러자 여인이 앉아있는 밧줄에서 하얀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오르더니 여인의 자태를 가려주었다.


뒤이어 밧줄 전체에 불이 붙어 갑자기 타오르기 시작하자, 여인은 신형을 날리더니 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연기가 흩어지자 훤한 달 속에는 여인이 금을 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맹렬하게 타오르던 밧줄이 한 점의 재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타버리자 밑에 있던 취객들은 모두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월 하 미 인!”

“설 중 매!”


한차례 요술 같은, 환상적인 광경이 끝나자 장막도 스르르 말리며 위로 올라갔다. 겨우 꿈에서 깬 취객들이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달 속으로 사라진 여인을 칭송했다.


두성이는 이제야 이 만화루란 술집을 왜 월하미인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흔히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아름다운 목소리라고들 하는데 사라진 여인의 목소리가 바로 그러했다.


게다가 여인의 몸놀림을 봤을 때 무술의 고수임이 분명했다.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 여인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로 술시중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기루의 점원은 우두커니 서 있는 두성이가 세도가의 공자와 같은 품위를 지녔기에 공손하게 물었다.


“공자님, 혹시 찾으시는 기녀가 있으신가요?”


“아니, 없습니다. 난 이곳의 주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두성이의 말에 점원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점원은 두성이를 삼층으로 안내하여 구석진 방 앞에 멈췄다.


“손님을 모셔 왔습니다.”


점원의 말에 안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드리고 넌 내려가서 일을 보거라.”


두성이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방안은 매우 깨끗했으며 예상외로 가구와 장식 등등이 사치스럽거나 화려하지 않았다.


은은한 향이 배어있는 방안에는 아름다운 중년의 여인이 다소곳이 탁자에 앉아있었다. 여인이 일어서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곳의 주인인 월견초(月見草)라고 합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월견초는 달맞이꽃인데···, 밤에 오는 손님들을 맞는 만화루의 주인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한 두성이가 싱긋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전 장두성이라고 합니다. 도움을 받고자 무례하게 찾아왔습니다.”


두성이가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자 여인의 뒤에 서있던 앳돼 보이는 아가씨가 차를 따랐다.


월견초는 한동안 두성이를 지그시 보고 있더니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장 공자께서 우리네 같은 여인들한테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모르겠네요. 이왕 어렵게 오셨으니 사연이나 들어볼까요?”


“요 근래 많은 아이들과 청년들이 인신매매로 팔려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전연 단서를 찾지 못해 정보를 얻으려 왔습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치루겠습니다.”


“아, 조서방을 찾아오신 거군요? 우린 단지 연락을 해줄 뿐이니 일이 성사되고 안 되는 것은 우리 일이 아닙니다.”


“그럼, 수고스럽지만 그들과 연락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출신과 내력은 몰랐지만, 장두성의 태도는 정중했고 인물도 출중해 월견초는 왠지 이 청년이 맘에 들었다.


물론 뒷조사를 해보면 출신 내력을 알 수 있으니 섣불리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연락을 해보겠지만 꼭 만날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기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술이나 한 잔 하면서 피로를 달래시지요.”


두성이도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월견초가 말한 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앳된 아가씨의 안내로 옆방으로 들어가자 젊은 여인이 반겨 맞았다. 방의 장식은 화려했고 사치스러웠다.


“소녀는 모란입니다. 앞으로 많이 귀여워해 주세요.”


모란은 방년의 나이로 보였고 화장을 엷게 했지만 아름답고 귀여운 얼굴이었다.


잠시 후 술상이 차려졌고 모란은 두성이 옆에 앉아 자기 잔에 술을 따르며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술잔을 들고 애교가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술을 공자님께 바칩니다.”


모란은 단숨에 들이켜더니 술잔을 기울여 다 마셨음을 보여주고, 두성이의 잔에 술을 따랐다.


옆에서 살갑게 대해주는 그녀가 싫지는 않았지만 아직 이런 분위기에 익숙지 않아서 좀 불편했다.


술맛도 일품이었고 내온 요리도 입에 착착 달라붙어 두성이는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모란은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집어 두성이 접시에 놓아주었다. 살갑게 구는 모란이가 싫지는 않았지만 왠지 좀 거북했다. 그래서 두성이는 모란에게 술을 한잔 따라주며 부탁을 했다.


“모란 누이, 좋은 술에는 노래가 빠질 수 없으니 한 곡 부탁합니다.”


두성이가 모란 누이라고 불러주니 기분이 좋아진 모란이 두말 않고 비파를 갖고 와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저 아리따운 연밥 따는 아가씨,

연못가에 배 대고 내리네.

말을 탄 사내를 보고는 부끄러워,

수줍은 웃음 띠며 연꽃 사이로 숨는구나.


월하미인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모란의 노랫소리도 매우 좋았다.


장두성은 여인과 수작질하는 것 보다는 이런 분위기가 좋아 술맛이 저절로 났다. 장두성이 즐거워하자 모란이 또 목청을 뽑았다.


약야에서 연밥 따는 처녀들,

나그네 보면 뱃노래 부르며 배를 돌리고.

살며시 웃으며 연꽃 속으로 들어가,

일부러 부끄러운 척하며 나오지 않네.


이때 옆방에 있는 이곳의 주인 월견초는 빙긋이 웃으며 벽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장두성의 거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삼층 입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며 쿵쾅거리는 거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돼요! 그 방은 손님이 계십니다.”


점원이 누군가를 말렸지만, 방문이 왈칵 열렸다. 문 앞엔 험상궂게 생긴 장한이 눈을 부라리며 두성이와 모란을 노려보더니 말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잠간 나갔다 온다고 하더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 날 기다리게 해놓고 서방질이라도 하는 게냐? 엉?”


장한은 눈에 뵈는 게 없는지, 아니면 울화통이라도 터졌는지, 두성이의 존재는 아예 무시하고 안하무인이었다.


뒤따라 온 점원들이 말렸지만 들은 체도 않고 덥석 모란의 손을 잡더니 끌고 나가려고 했다. 모란이 앙탈을 부렸지만 장한은 모란을 질질 끌고 나갔다.


“정말 무례하군, 그 손 놓으시오!”


두성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막무가내인 장한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이두성의 한 마디는 가뜩이나 울화통이 터져 분풀이할 대상을 찾던 장한에겐 가뭄에 단비였다.


장한은 두성이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대뜸 상소리를 내뱉었다.


“이 육시랄 놈아! 뭐라고? 남의 여인을 가로채간 놈이 사과는 못할망정 주둥이만 살아서 나불대고 있구나.

어린놈이라 봐주려고 했더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장한은 말을 마치자마자 장두성의 면전으로 다가서더니 커다란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남의 여인을 가로챘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저 여인이 당신의 부인이란 말이요?”


두성이가 한 발 뒤로 물러나며 묻자, 장한은 모란을 힐긋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침을 튀기며 말했다.


“암, 이젠 내 부인이지. 이제 알았으면 얼른 엎드려 사과를 해라, 이 제미랄 놈아!”


“아, 그래요? 그렇담 결혼식은 올렸겠군, 신혼집은 어딥니까?”


두성이의 말에 장한은 갑자기 말문이 막혀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눈을 부라리며 장두성의 턱을 노리고 커다란 주먹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이 장한은 낙양 일대에서도 그 실력을 알아주는 태항일호 황삭문이라는 자였다.


성격이 잔인하고 손속이 맵고 악랄하여 고수들과의 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실력자였다. 그러기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만화루에서 큰소리치며 안하무인인 자였다.


점잖고 문약한 서생이 그 주먹을 맞으면 턱이 부셔질 것은 뻔한 노릇이라 땅에 쓰러져 있던 모란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악! 안 돼!”

“쿵!!”


그러나 뒤로 나자빠진 사람은 서생이 아니라 오히려 길길이 날뛰던 장한이었다. 점원들과 모란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월견초의 두 눈이 등잔만큼 커졌다.


사람들은 두성이가 어깨를 살짝 왼쪽으로 비틀며 오른 주먹으로 장한의 턱을 올려친 것을 똑똑히 보았다.


장두성의 가벼운 일격에 덩치가 큰 장한이 정신을 잃고 일어나지를 못하자 점원들이 그를 끌고 밑으로 내려갔다.


두성이는 상위에 손가락만한 금덩이를 내려놓고 모란에게 말했다.


“덕분에 좋은 술, 잘 마셨습니다. 오늘은 이만··· ”


두성이가 깍듯이 인사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주인 월견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장두성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루를 빠져나오자 건너편 찻집에서 기다리던 도천석이 다가오며 물었다.


“단장님, 일은 잘 됐습니까?”

“월견초가 연락해주기로 했습니다. 이제 객잔으로 돌아가 기다리면 어떤 소식이든 기별이 오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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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81화, 납치된 조 의원 23.09.09 310 6 10쪽
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79 제79화, 토봉채 무적일침 초대봉 23.09.06 320 6 13쪽
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1 5 12쪽
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5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3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39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3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6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7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7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3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0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5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5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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