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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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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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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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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7.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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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0쪽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DUMMY

“송운거사(松雲居士) 파대봉 대협, 철수독응(鐵手禿鷹) 구천개 대협, 고봉일미(高捧一美) 추영롱 여협, 건곤협객(乾坤俠客) 도천석 대협,

음양검객(陰陽劍客) 단일수 대협, 항주신검(杭州神劍) 전구붕 대협이시고, 본인은 추풍검(秋風劍) 탁일문이라고 합니다.”


앉아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자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대신했다.


모든 사람들의 눈초리가 두성이에게 쏠리자 두성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천면노인 요오성님의 제자 장두성이라 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와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무림십대검객 중의 일인인 천면노인의 제자라고 말하자 사람들의 안색이 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사마리가 일어나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수차 말씀드린 데로 장 소협은 불새단의 신물인 반지를 갖고 있고,

비밀에 싸여있던 비동에서 직접 얻은 비급으로 우리의 비전 절기인 암흔무영보를 익혔습니다.

그러니 불새단의 단장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깐깐하게 생겨서 대머리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매의 노인, 철수독응 구천개가 못마땅한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장 소협은 아직 어려서 경험도 부족할 것입니다.

반지를 얻은 것은 우연이자 기연인데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그동안 간신히 명맥을 이어온 불새단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거구의 장한인 항주일검 전구붕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말씀도 이해가 가지만, 전해 내려온 유훈에 따르면 불새단의 신물인 반지를 얻은 사람을 단주로 삼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사마리의 사형인 추풍검 탁일문이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불새단의 단장이 되려면 실력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럼 이 자리에서 간단히 비무(比武)를 해보면 되겠네요.”


사마리가 웃으며 제안하자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두성이가 난처한 얼굴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전..., 불새단이 뭔지도 모르고, 하고 싶지도 않으니 다른 분을 시키세요.”

“뭐, 뭐라고?”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사전에 얘기 된 게 아니었어?”

“바쁜 사람 불러놓고 뭐하는 거야?”

“......”


사람들은 저마다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 모습을 보던 두성이는 기가 찼다. 갑자기 사람을 불러놓고는 자기들 멋대로 떠들어 대고 있었다.


‘불새’란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전설의 불사조(不死鳥)를 말한다.


공수불거 사마통은 어떠한 어려움이나 고난에 빠져도 굴하지 않고 이겨 내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단체를 만들려고 ‘불새단’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사마통의 의제, 귀영자 맹유성이 죽자 구심점을 잃은 단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 후, 몇 백 년이 지난 현재는 특별한 활동도 없이 그저 명목만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현재 불새단의 핵심인 원로들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이들이 다 모여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래서 항상 시간이 걸리고 지지부진했다.


사마통은 살아생전에 전국에 있는 유명한 요릿집을 다수 경영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그 지방의 빈민들을 도와주었다.


사마통이 죽은 후에도 그 사업은 계속 이어졌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불새단의 핵심인물들과 그들을 따르는 무리들의 호구지책일 뿐이었다.


현재는 여러 요릿집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명목상인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옛날처럼 부정한 돈을 탈취하는 의적활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에서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관료들처럼, 귀찮은 일은 피하며 보신주의로 살아온 게 불새단의 원로들이었다.


누구도 책임을 지고 과감한 활동을 하지 않았고, 과거의 영광만을 되새기며 적당히 살아가고 있었다.


원래의 취지인, 정의를 실천하여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한다는 숭고한 뜻은 이미 색이 바랬고, 한낱 공염불이 되어버렸다.


이것을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사람이 사마통의 후손인 사마리였다.


오늘의 이 모임도 사마리가 사정하고 사정하여 이루어 진 것이다. 사마리는 눈물이 가득 담긴 눈으로 두성이를 쳐다보았다.


“내가 미리 말을 안 해서 미안한데 우리 불새단의 숭고한 뜻을 받아줘.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비무를 해줘, 부탁해.”


“스승님의 명예를 위해서도 내 역량을 다 발휘할 게. 그렇지만 승부와 관계없이 이 모임엔 참가하지 않을 거야.”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힌 두성이가 빈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추풍검 탁일문이 자신 있게 두성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약관을 넘긴 탁일문은 키가 컸고 미남형 수재로 무위는 일류의 경지를 이루고 있었다.


신법과 보법은 암영무흔보에 기초를 두었고, 검을 뽑으면 추상같은 기세가 뻗쳐 상대가 추풍낙엽처럼 뒹군다고 해서 붙여진 별호가 추풍검이었다.


두성이는 굳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훌륭한 스승 밑에 형편없는 제자는 있어도, 훌륭한 제자 위에 형편없는 스승은 없다고 했다.


자신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야, 사부님에게 욕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두성이가 단전에 힘을 주었다.


두성이 주위로 일 갑자가 훨씬 넘는 내공으로부터 발산되는 기세가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일 장 정도 떨어진 원탁에 까지 그 기세가 닥치자, 앉아있던 사람들의 머리와 옷자락이 휘날리고 찻잔이 달그락대며 떨리기 시작했다.


불새단의 원로들은 아직 어린 두성이의 기세에 질려 멍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할 말을 잊었다.


추풍검 탁일문이 입을 한 일자로 굳게 다물고 암영무흔보를 펼쳐 두성이 주위로 몸을 날리며 검을 뽑았다.


두성이의 얼굴과 몸은 어느새 거북이처럼 거무스레하게 변했고 손등과 손목엔 거북무늬가 희미하게 생겨났다. 두성이는 군자검을 뽑지 않고 손등을 세워 칼날을 대신하고 있었다.


순간, 빈틈을 발견했는지 탁일문이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앞으로 내밀고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검에서 뻗어 나오는 추상같은 기세가 두성이의 가슴을 향해 득달같이 찔러왔다.


탁일문의 검이 가슴 앞 다섯 치 정도까지 다가왔을 때, 두성이가 가슴 앞에 세웠던 손등으로 검의 옆면을 때렸다. 동시에 다른 손은 탁일문의 목에 닿아 있었다.


날이 시퍼런 검은 탁일문의 손을 벗어나 기둥에 꽂혀 파르르 떨고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아주 깨끗한 한 수였고 실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탁일문은 검을 회수해 검집에 꽂고 두 손을 맞잡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의 무례를 용서해주시 바랍니다.”

“......”


두성이는 손에 있는 반지를 빼서 사마리에게 내밀었다.


“반지를 원 주인에게 돌려드립니다. 그리고 암영무흔보의 비전이 전해지지 않아 미숙한 부분은 제가 완전히 일러드리겠습니다.”

“어마나! 이 게 아닌데..., 난 반지 못 받아.”


사마리가 난처해하자, 욕심 많은 철수독응 구천개가 겸연쩍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소협이 정 그러시다면 일단 내가 보관하겠소.”

“무슨 소리! 부끄럽지도 않는가? 장 소협은 사마가의 후손에게 돌려준다는 것인데, 구 대협은 사마가의 데릴사위라도 되는가?”


점잖게 생긴 송운거사 파대봉이 신랄하게 꾸짖자 구 대협은 슬그머니 손을 거뒀다.


두성이의 사람됨을 알아본 파대봉 대협이 두성이 앞으로 가더니 별안간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불새단 단주님을 뵙습니다!”

“어, 어, 이 이러지 마세요.”


두성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데 원로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와 모두 두성이 앞에 꿇어앉아 절을 했다. 단장을 새로 모실 때 하는 절차였다.


“여러분,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합니다.”


두성이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사마리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두성이와 같이 가서 허락을 받아오겠습니다.”


사마리가 나서자 송운거사 파대봉이 점잖게 손을 저었다.


“이제부턴 문주님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쇠뿔도 단숨에 빼라고, 사마리와 송운거사는 두성이의 손을 끌고 억지로 마차에 태웠다. 느닷없이 약국에 들이닥친 송운거사는 인사를 하자마자 조 의원을 마차에 태웠다.


영문도 모르게 호화찬란한 요릿집에 당도한 조 의원은 이게 무슨 꿈을 꾸는 건지 어안이 벙벙해 한동안 말도 잊어먹었다.


조 의원과 초면의 인사치례가 끝나자마자 화기애애하게 요리를 먹고 술을 마셨다. 송운거사가 불새단에 대해서 말했고, 두성이가 단주가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조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원로들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여러분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두성이는 그보다도 시급한 일이 있어서 그 뜻을 따를 수 없습니다.”

“도탄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제하는 일보다 시급한 일이 어디 있소?”

“핑계대지 마시고 승낙하십시오.”


원로들이 저마다 떠들어도 눈도 깜짝 않던 조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처럼 가정이 제일 중요하겠지요?

두성이는 어릴 때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동생과 함께 유괴되어, 자신의 부모님은 물론 어린 여동생과 생이별을 했습니다.

우선 부모와 어린 여동생을 찾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구료. 그런 일이라면 우리한테 맡겨주시오.”

“우리 불새단도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어서 소식이 정확하다우.”

“아니면, 돈을 주고 정보를 살 수도 있고.”


두성이는 물론 조 의원도 사람을 찾는 일에는 전연 문외한이라 그 말을 듣자 일말의 희망이 살아났다. 조 의원이 기뻐서 말했다.


“그렇다면 여러분만 믿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불새단의 단장이 되어 명령한다면, 오늘부터 전국적으로 찾기 시작할 겁니다.”


그 말에 두성이가 눈을 반짝이며 사마리를 쳐다봤다. 그러자 사마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불새단 단장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아, 알겠소. 우리 집과 동생을 찾아주십시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꼼꼼한 성격의 지낭, 고봉일미 추영롱 여협이 자청해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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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81화, 납치된 조 의원 23.09.09 310 6 10쪽
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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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1 5 12쪽
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5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3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39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4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6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7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7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3 8 10쪽
»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1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5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5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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