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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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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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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74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9.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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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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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제77화, 용과화

DUMMY

용과화, 새하얗고 큰 꽃은 어른 한 뼘 정도의 크기로 밤에만 피는데 해가 뜨고 나면 천천히 시든다.


크고 새하얀 꽃은 달빛 아래서 아름다운 향기를 발산하며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데 개화기는 매년 6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다.


이 시기 농민들은 정기적으로 꽃이나 열매를 솎아준다. 용과꽃은 식용으로도 쓰인다.


“주군, 매우 특별한 꽃인 모양인데, 용과화를 보러 가볼까요?


어쩐 일인지 별로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마동탁이 먼저 가자고 했다. 옆에 앉아있던 깔끔이도 눈을 끔벅이며 가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끼리만 몰래 빠져 나갑시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밝았다. 이곳의 공기가 더없이 맑고 깨끗해서인지 별빛은 초롱초롱했고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고 청량했다.


사람들은 보통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떠들던 사람들이 모두 용과꽃을 보러갔는지, 아니면 잠자리에 들었는지, 시끄러운 소리는 가라앉고 객잔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두성이와 마동탁은 달빛에 훤하게 드러난 산길을 따라 걸었다. 깔끔이도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청량한 숲속의 공기 속에 희미하지만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가 섞여있었다. 걸음을 재촉하자 달빛을 흠뻑 머금은 용과화가 무리를 지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달빛에 빛나는 용과화는 방긋 웃는 모습으로 사람의 마음을 취하게 하는 향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양귀비나 서시, 초선이나 왕소군의 웃는 얼굴로 보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꽃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때, 깔끔이가 그중 한 꽃에 코를 대자 꽃은 대번에 시들었다. 그것을 보고 두성이가 다가왔다.


“깔끔아, 뭐하는 거니?”

“냄새 맡고 있지.”

“그런데 꽃이 시들었잖아.”

“어차피 꽃은 다 시드는 거야.”

“그야 그렇지만....”

“내가 그리워했던 냄새야.”

“......”

“그리고 이 산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있어.”

“뭔데?”

“말하면 그게 도망가, 천기누설이지.”


옆에서 말없이 꽃만 보고 있던 마동탁이 깔끔이를 보며 혀를 찼다.


“말만하면 천기누설이군.”

“동탁아! 나한테 불만 있냐?”

“아니, 그게 아니라....”

“눈 내리 깔아!”

“......”


화가 난 깔끔이의 눈에선 번갯불 같은 빛이 번쩍였다가 사라졌다. 그 빛을 쳐다본 마동탁의 얼굴이 굳어졌다.


뭔가 항거할 수 없는 힘이 마동탁의 두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깔끔아, 그만 해. 마 대협이 웃자고 한 말이야.”

“두성이를 봐서 참는다.”

“......”


깔끔이가 신수(神獸)라 불가사의한 힘을 갖고 있는 건 알았지만, 마동탁을 한마디에 꼼짝 못하게 할 정도라 두성이도 깜짝 놀랐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흘렀는데, 갑자기 산등성이에서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가보자!”


두성이가 훌쩍 몸을 날렸다. 마동탁도 그 뒤를 쫓았다.


용과화가 넓게 군락을 이룬 곳에 다다르자 도처에 쓰러져있는 유람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두성이가 팔과 넓적다리를 칼에 베어 피를 흘리고 있는 사나이의 상처를 싸매주며 물었다.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하던 사나이가 간신히 말했다.


“우리 아씨와 따님을 구해주십시오.”

“자세히 말씀해 보시오, 뭘 알아야 구하든 말든 하지요.”


주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사나이가 힘들게 전말을 얘기했다.


사나이는 주인아씨와 지인들을 모시고 근처에 있는 별장에 왔는데 용과화를 보려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유람객들이 휘영청 밝은 달 아래 활짝 핀 용과화를 구경하고 있었다.


유람객들은 화사한 용과화를 감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복면을 한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괴한들은 사람들을 위협하여 돈주머니를 빼앗고, 차고 있는 금붙이며 옥팔찌 등등 귀중품을 마구잡이로 거둬들였다.


게다가 반반하게 생긴 젊은 여인과 아이들을 붙잡아가려고 하자, 급기야는 무공을 익힌 남자들과 싸움이 벌어졌다.


이 사나이와 주인아씨도 무공을 익혔기에 그들과 싸움에서 부상을 입은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주인아씨의 외동딸이 납치되었기에 주인아씨가 홀로 그들의 뒤를 추격하였다고 했다.


“전 부상이 심해서 싸울 수 없으니 제발 주인아씨와 천금을 구해주십시오.”


사나이가 머리를 조아리며 간절하게 부탁했다. 두성이는 느끼는 바가 있어서 사나이에게 물었다.


“혹시 낙양에서 오셨소?”

“네, 네. 그걸 어떻게?”

“어느 쪽으로 갔습니까?”

“저 쪽입니다. 빨리....”


두성이는 망설이지 않고 사나이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때 깔끔이가 나무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꼭대기 가지 앉아서 바람결에 실려 오는 꽃향기를 맡던 깔끔이, 서쪽을 가리키고는 나뭇가지를 밟으며 그 반동을 이용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두성이가 깔끔이의 생각을 읽고 그 뒤를 쫓아 암영무흔보를 펼쳤다. 깔끔이와 두성이는 나무꼭대기의 잔가지를 밟으며 매처럼 날아갔다.


마동탁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그들 뒤를 열심히 쫓아갔다.


납치된 사람들은 용과화의 향기가 옷에 배어있어서 깔끔이가 용과화의 향기를 쫓아가는 중이었다.


개도 아닌 고양이가 냄새에 민감하다니 역시 신수라 뭐가 달라도 달랐다. 정말 불가사의한 존재였다.


앞쪽으로 멀리 절벽 밑에 작은 불빛이 깜박거렸다. 근처까지 다가가자 통나무로 울타리를 두른 커다란 너와집에서 불빛이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두성이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마동탁을 기다렸다. 일다경이 지나자 마동석이 뛰어왔다. 먼 거리를 달려왔는데도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시오, 내가 집안의 동정을 살펴보고 오겠소.”


두성이가 새처럼 날아가 너와집 지붕위에 납작 엎드렸다. 창문을 통해서 안을 들여다보니 실내는 꽤나 넓었는데 십여 명이나 되는 놈들이 긴 식탁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른 식탁엔 여러 놈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인들의 어깨와 손을 잡고 희롱하고 있었다.


놈들은 빼앗은 돈과 값나가는 귀중품들을 식탁 위에 늘어놓고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떨고 있는 여인들은 모두 네 명이었는데 풍만하고 살결이 고운 것이 도시의 여인들 같았다. 그런데 냉여빙과 취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성이는 훌쩍 몸을 날려 옆에 있는 작은 통나무집 앞에 내려섰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통나무로 된 문은 빗장이 걸려 있어서 살그머니 빗장을 풀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엔 짚이 깔려 있었고 허름한 궤짝과 사냥꾼의 올무나 덫이 벽에 걸려있었다.


아마도 창고로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궤짝 뒤에서 인기척이 나서 자세히 살펴보니 여인과 아이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두성이는 살며시 여인을 흔들어 깨웠다.


“여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구하러 왔습니다.”


흔들어 봐도 여인은 반응이 없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여인의 손이 뒤로 묶여 있었다. 두성이는 묶인 밧줄을 끊고 다시 여인을 흔들어 깨웠다.


“여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이 몹쓸 놈아, 무슨 짓이냐?”


여인이 지레 겁을 먹고 반항하자, 두성이는 할 수 없이 여인의 입을 막고 조그맣게 말했다.


“조용히 하세요,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걸을 수 있겠습니까?”

“발을 심하게 다쳐 거동이 좀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짐만 될 것 같군요.”

“그럼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놈들을 처치하고 오겠습니다.”

“네, 꼭 구해주세요.”


마동탁 곁으로 돌아온 두성이가 마동탁의 어깨를 치며 집을 향해 걸어갔다.


짧은 도끼를 손에 든 마동탁은 두성이를 앞지르며 문을 향해 뛰어가 커다란 문짝을 냅다 걷어찼다.


“꽝!!!”


커다란 문짝이 박살이 나며 안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야들야들한 여인들을 끼고 술판을 벌이고 있던 놈들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뛰어 들어간 마동탁이 도끼를 휘두르며 긴 식탁을 내려치자 식탁이 반 토막이 나며 술병과 술잔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혼비백산한 놈들이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뒤따라 들어간 두성이가 놈들의 사이를 누비며 검을 휘둘러 네댓 명의 목을 그어버렸다.


놈들이 단순히 재물만 빼앗았다면 따끔하게 혼쭐만 냈겠지만, 여인은 물론 어린아이를 납치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마동탁의 뭉툭한 도끼와 주먹은 더욱 무자비해서 앞으로 다가서는 놈들의 신체부위를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놈들의 머리가 터지고 팔과 다리가 으깨지며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단말마의 비명이 난무하였고, 쓰러진 놈들의 기억엔 지옥의 야차를 만난 날이 될 것이다.


그나마 운이 좋은 놈들은 마동탁의 억센 발길질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놈들뿐이었다.


두성이가 창고에 있던 여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신음소리가 난무하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밝은 등불 아래서 보니 창고에 있던 여인은 냉여빙이었고 세 명의 아이들 중 하나가 취영이었다.


냉여빙과 여인들은 두성이와 마동탁을 향해 모두 고맙다고 절을 했다.


얘길 듣고 보니 냉여빙은 놈들의 뒤를 쫓아와 싸움이 벌어졌는데, 결국 놈들이 뿌린 미혼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었다.


사실 냉여빙의 무공을 출중했는데 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침착성을 잃고 놈들의 더러운 술수에 휘말린 것이다.


두성이는 여인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놈들의 소굴을 빠져나왔다.


뒤에 남은 마동탁은 놈들이 빼앗은 돈과 귀중품은 물론, 놈들이 숨겨 놓은 재물을 보자기에 싸서 등에 묶었다.


부상당해 신음을 토하는 놈들을 모두 황천길로 보내고 두목의 손을 묶어 끌고 나왔다. 마동탁의 뒤로 놈들의 산채가 불타고 있었다.


놈들의 숫자로 봐선 뒤에 더 큰 조직이 있음이 분명했다. 마동탁은 놈들의 조직에 대해서 더 알아볼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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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81화, 납치된 조 의원 23.09.09 310 6 10쪽
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79 제79화, 토봉채 무적일침 초대봉 23.09.06 320 6 13쪽
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4 5 12쪽
» 제77화, 용과화 23.09.02 312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7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4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42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4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6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8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8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4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1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6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5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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