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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이 더 행복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완결

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6.12 10:39
최근연재일 :
2017.06.15 09:09
연재수 :
4 회
조회수 :
840
추천수 :
14
글자수 :
15,451

작성
17.06.15 09:09
조회
211
추천
7
글자
7쪽

4회 - 지옥이 더 행복해♡ (완결)

DUMMY

"천국은 24시간 햇빛이 밝습니다. 창문에 달린 암막 커튼은 밤 9시가 되면 자동으로 쳐지게 될 거예요~ 건강한 영혼 생활을 위해 꼭! 밤 9시에는 주무셔야 하고요! 아침형 영혼이 되기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하셔야 합니다. 호호호.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니, 너무 설레시죠?"


예상외로 작은 방과 자유가 없는 듯한 일상에 모든 영혼들의 표정이 굳었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선생 영혼들이 신입 영혼들을 밀어붙여 한가운데로 줄지어 세웠다. 그리곤 그들의 앞에서 에스더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염라대왕처럼 위협적인 크기에 달하자 그녀는 신입 영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부모님과 선생님 말을 잘 들어서 천국에 왔죠? 여러분들의 새로운 부모이자 선생이 바로 저 에스더예요. 호호호. 제가 물어보면 어떻게 한다? 대답해야죠~ 자 다 같이 네. 하고 대답할까요?"


표정과 목소리와 달리 매우 위협적인 에스더 선생의 말에 신입 영혼들은 입을 모아 소리쳤다.


"네.. 네!!"

"잘했어요. 여러분! 앞으로도 이 노란색 명찰을 뗄 때까지는 제 말을 잘 따르도록 해요~"

"네엡!"


에스더 선생은 손목에 달린 시계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오후 6시네요? 신입 영혼들의 식사시간입니다~ 모두들 앞의 인솔자를 따라 식당으로 향하도록 하세요. 자~ 출발!"


신입 영혼들은 줄지어 식당으로 향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 영혼들은 어린 아가들을 본 듯 흐뭇한 미소로 신입들을 쳐다보았다. 성준 역시 줄지어 따라는 갔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답답했다. 마치 21살 때 훈련소에 들어왔던 그 기분. 그날이 떠올랐다.


'이거 정말 군댄데? 방도 더럽게 좁고 침대랑 책상이 다면 도대체 뭘 하고 놀라는 거지? 이거 예상외로 굉장히 지루한 200년을 보내게 되는 거 아니야?'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따라가던 성준은 도착한 식당에서 한번 더 망연자실했다.


하루에 단 한번 나오는 식사는 하얀 죽 한 그릇이 전부였다.


"자. 여러분들의 선배님들이 정성껏 끓여주신 죽을 단 한 숟가락도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돼요~ 알겠죠?"

"네.. 네엣!"


모든 영혼들의 표정은 똑같았다. 이게 전부라고? 앞으로 3개월 동안 하루에 한 번 이 밍밍한 걸 먹어야 되다니. 심지어 소금 한 꼬집 들어가지 않았다.


성준이 용기 내어 말했다.


"서.. 선생님! 혹시 김치는 없나요?"


모든 영혼들과 선생 영혼들이 일제히 놀라며 성준을 쳐다보았다.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질문을 하는 영혼이 천국에 왔다니! 에스더는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성준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여 노란 명찰에 적힌 이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김성준 씨. 원래 여러분들은 음식이 필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의 선배님들은 하루 4시간이나 그 뜨거운 불앞에서 죽을 휘휘 저어가며 정성껏 끓여드렸는데 다른 걸 요구하면 되겠어요? 안되겠어요?"

"아.. 죄송합니다. 혹시 김치가 있나 해서.."


에스더는 찡그린 표정으로 성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한국 분이시죠?"

"네.. 네."


에스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여튼 어딜 가든 이놈의 한국인들이 문제라니까. 툭하면 김치 달라 난리지."


에스더는 그렇게 아무런 조치도 없이 자리로 돌아갔고 성준은 남기면 혼날까 한 숟가락도 남기지 않고 싹싹 죽을 비웠다.


그리고 돌아간 방 안에서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정말 행복한 천국 생활일까? 난 앞으로 200년 동안 뭘 해야 하는 거지?'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



그랜드 아파트 앞에 많은 영혼들이 운동장에 모여 햇빛을 쐬고 있었다. 구름으로 만든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는 영혼들(딱딱한 고무공은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금지였다). 유일하게 허락된 도서인 성경책을 읽고 있는 영혼들과, 유일하게 허락된 도박인 가위바위보를 하며 깔깔대는 영혼들이 모여있었다. 그곳에 성준도 있었다.


성준은 햇빛을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웃고 있었다. 이곳 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된 모양이다.


'드디어 오늘이다.'


어제 우체부 영혼이 얘기하기를 지옥에서 편지가 한통 왔다고 했다. 아마도 영도가 보낸 편지임이 틀림없었다. 짜식. 지옥 생활이 분명 힘들 텐데 편지까지 보내다니. 기특하기 짝이 없었다.


"김성준 씨~!"

"네!"


우체부 영혼이 성준에게 편지 한 통을 건네며 말했다.


"지옥에서 온 거라 검열팀이 먼저 읽어 봤데요. 유해한 사진과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하니 감안해서 읽으시고요. 읽고 난 후 그 사진은 폐기 처리해야 돼요. 오늘 저녁까지 우체국으로 꼭 반송하세요. 알겠죠?"

"아.. 알겠습니다."


우체부가 떠난 후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편지를 열어보았다.


그곳엔 제일 먼저 보이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사진 속 영도는..


양아치가 되어 있었다.


펑키 헤어스타일에 코와 귀엔 10개가 넘는 피어싱이 되어 있었고 사진을 향해 내민 혓바닥에까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희번덕거리는 두 눈을 하고는 사진을 향해 힘차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옆엔 헐벗은 것으로 보이는 섹시한 악마들이 바짝 붙어 있었고, 영도의 한 손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듯 보였다(모자이크 처리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틀림없었다).


'이.. 이 새끼가.. 완전 양아치 새끼가 됐네.'


같이 들어있던 편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헤이요! 성준! 잘 있었냐? ㅋㅋ 존나게 오랜만이다. 듣기로 천국은 따분하다면서? 여긴 시팔 완전히 할렘이다. 백인, 흑인, 황인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만나고 있다. 그냥 눈만 마주치면 삑삑 이야. 어제도 클럽 가서 5명이랑 삑삑 했더니 허리가 아파서 오늘은 쉬고 있어. 천사들은 예쁘냐? 책에서 보면 금발에 이쁜 천사들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 악마들은 장난 아니야. 존나 삑삑 해. 거의 삑삑 하게 삑삑 하면서 돌아다녀서 내가 그냥 삑삑 하면 아주 삑삑 하다고 난리야.

전에 악마장한테 물어보니까 1년에 한번 이승에 잠깐 놀러 갈 수 있다던데? 아마할로윈데이였던 거 같아. 요즘은 천사들도 내려온다더라? 그날 만나자. 내가 아주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줄게. 꼭 내려와. 알았지? 보고 싶다 친구야! 너도 같이 지옥 왔으면 좋았을 텐데..


답장은 여기로 보내. 자주 연락하자. 삑삑 한 사진도 많이 넣어줄게.


: 지옥 팔열특별시티 용암천 세컨드애비뉴 열혈악마 고영도 앞.


PS - 천국은 몸 관리 잘해서 건강하다더라. 니가 부럽다.

PS2 - 천국에서도 못된 짓 많이 해서 지옥으로 넘어온 애들도 있더라. 파이팅!


다 읽은 성준은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편지를 사정없이 찢어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이 개새끼가!! 으아아아악!"


그리곤 담임선생인 에스더에게 뛰어가 그 면상을 향해 지옥을 향한 원 펀치를 날렸다.


작가의말

이런 완결 너무 좋아합니다! ㅋ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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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회 - 지옥이 더 행복해♡ (완결) +4 17.06.15 212 7 7쪽
3 3회 - 신나는 천국생활 17.06.14 156 2 9쪽
2 2회 - 누가 지옥갈래? 17.06.13 172 3 9쪽
1 1회 - 죽었다 17.06.12 30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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