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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이 더 행복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완결

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6.12 10:39
최근연재일 :
2017.06.15 09:09
연재수 :
4 회
조회수 :
849
추천수 :
14
글자수 :
15,451

작성
17.06.14 07:50
조회
157
추천
2
글자
9쪽

3회 - 신나는 천국생활

DUMMY

염라대왕의 호통에 영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아.. 저도 방금 생각이 났어요. 제가 왜 죽었는지. 자살.. 맞죠?"

"그렇다. 이놈아!"


성준이 더 깜짝 놀랐다. 자살이라니!


평생을 함께 있었지만 그런 낌새조차 못 느꼈는데.. 영도는 머리를 긁적이며 염라대왕에게 말했다.


"책을 읽는데 사후세계가 나오더라고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


영도의 지극히 간단 명료한 말에 염라대왕이 더 어리둥절했다.


"그게 자살한 이유더냐?"

"네. 그렇습니다."


성준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 새끼. 또라인줄은 알았지만 진짜 개또라이네.'


염라대왕은 잠시 고민하더니 판사봉을 들고 외쳤다.


"판결을 내리겠다!"


염라대왕이 결정을 내릴 차례가 되자 성준과 영도뿐만 아니라 데리고 온 안경잡이 아저씨, 문지기들까지 긴장하며 집중했다. 염라대왕은 이런 주목이 좋았는지 살짝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하지만 애써 웃음을 참고 근엄한 표정으로 외쳤다.


"이름 고영도. 국적 대한민국. 나이 23세. 위 영혼은 평소 행실이 바르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짧지만 모범적인 인생을 보냈으나, 순간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바. 지옥행 열차를 타도록 하겠다!"


마치 교장선생님이 조회시간에 상장을 내리는 듯한 어휘로 영도의 판결을 내린 후 판사봉을 내리쳤다.


땅땅땅!


염라대왕이 판사봉을 내리치자 주위의 문지기들이 박수를 보냈다. 저 모습이 멋있다고 느껴서였다. 지옥에 가게 된 영도는 생각보다 덤덤한 모습으로 덩달아 손뼉을 쳤고 성준만 안타깝게 그를 바라보았다.


"자. 다음! 김성준의 판결을 내리겠다! 이름 김성준. 국적 대한민국. 나이 23세. 위 영혼은 본래 성품이 자유분방하여 주변인들과 마찰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착한 본성을 이끌어내 인명구조에 힘쓴 바 처.. 처.. 천국행 열차를. 후우. 타도록 하겠다."


마지못해 꺼낸 성준의 천국행 판결에 염라대왕은 끙 소리를 내면서까지 안타까워했지만, 천국에 가게 된 당사자는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했다. 하지만 곧 지옥에 가게 될 영도를 바라보곤 웃음을 멈추고 걱정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 영도야. 괜찮아?"

"응. 머 어때. 그럴 줄 알고 있었어. 너라도 천국 가서 다행이지 뭐."

"그래도 지옥은.."


성준이 염라대왕을 쳐다보며 물었다.


"천국하고 지옥에 얼마나 있는 건가요?"

"영혼들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200년 정도 살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간다. 네놈들이라도 정시에 환생하도록 해. 괜히 좋다고 눌러살지 말고."


염라대왕의 말에 수긍하고 둘은 진한 포옹을 했다.15년 가까이 붙어있었던 둘은 이제야 떨어진다는 게 실감 났고 곧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엉엉.. 영도야. 거기 가면 힘들어서 어쩐 데냐.. 흑흑."

"으응.. 훌쩍. 너라도 거기서 잘 지내. 편식하지 말고.. 그리고 시간 되면 편지해. 200년 후에 환생같이해서 또 만나자."

"응. 꼭 편지할게.."


둘이 한창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을 때 멀리서 굉음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재판소 밖에 열차가 도착했다. 하얗고 곡선미가 넘치는 천국행 열차와 까맣고 삐죽빼죽 조형물이 달린 지옥행 열차였다.


"김성준은 속히 하얀색 천국행 열차에 탑승하고. 고영도는 속히 검은색 지옥행 열차에 탑승하라!!"


염라대왕의 공표에 문지기들이 재판소 문을 열어젖히고는 둘을 연행하듯 끌고 갔다.


열차에 탑승하기 직전까지 떨어지기를 아쉬워하던 둘을 문지기들은 강제로 각자의 열차에 태워보냈다.


성준은 천국행 열차를 타고 하얀 구름이 곱게 깔린 레일 위를 마치 ktx를 탄 것처럼 미끄러지듯 조용하게 이동했다. 열차는 끝도 없이 위로 향했다.


'이. 이게 말로만 듣던 천국행 열차로구나. 헤헤. 내가 천국에 가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기억은 안 나지만 역시 사람은 좋은 일을 많이 해야 돼. 그래도.. 영도랑 헤어져서 아쉽네. 그래도 그놈은 잘 적응할 거야.'


창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감흥에 젖어 생각하다 보니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천국행 열차의 속도가 줄기 시작했고 저 멀리 사람들이 보였다.


뿌뿌뿌~~!


열차에선 경적소리가 울려 퍼졌고 곧 있어 도착한 정거장엔 많은 환영 인파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 역시! 이곳이 천국이로구나!"


어른들이 말하던 천국. 그곳은 정말로 존재했다. 하얀 옷을 입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은 모두들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으며 새로운 영혼의 도착에 아낌없이 환성을 질러주었다.


열차에서는 성준을 비롯해 꽤 많은 영혼들이 함께 내려 정거장 앞으로 나왔다. 정거장 앞에는 덩치가 매우 큰 아줌마 한 분이 커다란 팻말을 들고 서있었다.


- 미소와 행복이 끊이질 않는 이곳. 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20170301 입소자분들은 4줄로 줄을 서주시길 바랍니다.


열차에서 내린 영혼들은 함께 웃으며 줄을 맞춰 섰다. 성준도 아무런 반항 없이 줄 속에 들어가 덩치 큰 아줌마의 말을 경청했다.


"안녕하세요. 신입 영혼 여러분. 저는 2017년 신입 영혼 담임을 맡게 된 에스더예요~"


마치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손을 흔들어대며 밝은 모습으로 인사했지만 그 누구도 불만은 없었다. 천국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이었을까?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신입 영혼들은 모두들 웃으며 덩치 큰 담임선생님인 에스더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성준도 마찬가지였다.


"천국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해요~ 이곳은 여러분들이 이승에서 항상 바라고 꿈꾸었던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랍니다! 항상 먹고 사느라 힘드셨죠? 먹기 위해 돈 벌고 집을 살려고 돈 벌고. 이제 여러분들은 돈을 벌 필요가 없어요! 이곳엔 부자인 영혼도 가난한 영혼도 없습니다. 돈을 주고 살 것도 없고 돈을 받고 팔 것도 없어요. 평생 살 수 있는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관리도 해드린답니다! 대신에 하루에 4시간씩 1년을 일하고 1년은 휴가입니다. 이렇게 긴 휴가를 보내보신 적 있나요?"


신입 영혼들이 밝은 얼굴로 다 같이 소리쳤다.


"아니요!"

"더 좋은 소식은 신입 영혼 분들은 환경적응 차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 나눠드리는 노란 명찰은 새로 왔다는 표시니까 꼭 가슴에 붙이고 다니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에스더와 그 주변 선생 영혼들은 오늘 온 신입 영혼들의 가슴에 노란색 명찰을 나눠주었다.


"그럼 오늘은 저와 함께 천국을 알아가보고 간단한 규칙들을 익히는 시간을 갖도록 해요~~"

"네~~!"

"음식은 하루에 한 번 제공된답니다. 사실 여러분들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이승에서의 버릇이 남아있어서 배가 고프다고 느낄 수 있으니 앞으로 3개월간은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에요~ 대신! 맵고 짜고 신 음식은 드시면 안 되겠죠? 호호호."


먹는 걸 좋아했던 뚱뚱한 신입 영혼들의 인상이 급 찡그려졌다.


"그리고 이성과의 접촉은 손을 제외하고는 금지예요! 이곳 천국에서는 매일 아침 성욕을 억제하는 수증기가 함께 하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호호. 성욕으로 인해 발생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랍니다~ 여성 여러분! 안심되시죠? 호호호."


순간 성준의 눈이 똥그랗게 커졌다. 맙소사. 결혼 한번 못한 23세 꽃다운 나이에 죽었는데 여자친구조차 만들 수 없다니!


"자. 그럼 천국이 엄청나게 매력적인 이유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바로 여러분이 살 공간입니다! 보증금도 없고! 월세도 없습니다! 나이 및 지위 여하 불문하고 모든 영혼들은 1cm의 오차도 없이 동일한 크기의 집에 살 건데요. 이곳이 바로 모든 영혼들이 모여 살 [그랜드 아파트]입니다!"


에스더의 소개로 돌아본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산은 아주 조그만 창문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성준이 앞으로 지내야 할 방의 하나뿐인 창문이었다. 주변 선생 영혼들의 안내로 각 호수를 배정받고 들어가게 된 방안에는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창문 하나가 전부였다.


"천국엔 먼지가 없고 땀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앞으로 이승에 가기 전까지 씻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먹을 필요가 없으니 화장실도 필요 없겠죠? 대신 신입 영혼 분들은 3개월간 음식을 드시니 그랜드 아파트 뒤편에 있는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어쩐지 모르게.. 수용소에 온 기분이 나는 건 왜일까? 대우와 말투는 극진해 보였으나 실상 살아야 할 곳에 실망한 건 성준뿐만이 아니었다.


작가의말

이건 개그물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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