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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이 더 행복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완결

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6.12 10:39
최근연재일 :
2017.06.15 09:09
연재수 :
4 회
조회수 :
841
추천수 :
14
글자수 :
15,451

작성
17.06.13 08:33
조회
172
추천
3
글자
9쪽

2회 - 누가 지옥갈래?

DUMMY

"저희는 왜 죽었나요?"


영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옆에 있던 아저씨가 번뜩이는 눈을 부라리며 제발 조용히 좀 해!라는 눈빛을 쏘아댔다. 마찬가지로 염라대왕은 막대사탕을 입에 쪽 빨고 나더니.


"니네가 죽은 걸 내가 어떻게 아냐? 이 자식들이 지각한 것도 모자라서 죽은 이유까지 알려달라니. 지옥 가고 싶냐?"


옆에서 듣고 있던 성준이 오히려 난리를 쳐댔다.


"아.. 아닙니다! 지옥이라뇨!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에 왔습니다! 그래서 여쭤본 거예요.."


화들짝 뛰는 성준의 말에도 염라대왕은 관심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됐고! 어떻게 죽었든. 생에 무슨 짓을 했든. 네놈들 둘 중 하나는 지옥행이야."


"네? 뭐라고요!?"


둘은 크게 고함을 질렀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평생을 함께한 불알친구인데 둘 중 하나는 지옥을 가야 된다니!


"자리가 없어. 자리가. 도대체 요새 젊은 것들은 먹고살 만하면 그냥 퍼질러 앉아서 나가려고 하지를 않아. 도전의식이 없는 거야. 이게."

"무.. 무슨 말씀이신지.."

"천국이 만원이라고. 빨리빨리 환생해서 다시 이승에서 삶을 살아야 되는데 이것들이 나가려고 하지를 않아. 툭하면 아프다고 하고, 4대 독자라 하고. 아무튼 의지가 없어요. 의지가."


영도와 성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황당한 표정으로.


"야.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냐? 천국에 자리가 없다니."

"그러게."


염라대왕은 한숨을 후우 내뱉더니 다시금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찌됐든. 천국에 자리가 하나만 남은 상황이니 둘 중 하나만 천국에 갈 수 있다. 어쩌면 네놈들 모두 지옥에 갈지도 모르는 일이고."


사탕을 쪽쪽 빠는 꼴에서 동네 뒷산 언저리에서 산책이나 하는 수염 달린 아저씨 인양 보았는데, 쏘아보는 눈빛을 보니 예사는 아니었다.

그리곤 수첩이라 보기엔 과하게 두꺼운 책을 펼쳐 뒤적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살아생전에 착한 짓을 한 게 무언지 얘기들 해보거라. 여기 이 수첩에 다 적혀 있으니 거짓부렁일랑 하지 말고!"


그러자 마치 준비된 듯 성준이 먼저 손을 번쩍 들었다!


"저.. 저요!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저는 살아생전에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서.. 선생님이 하라는 데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이제 착실히 돈도 좀 벌려고.."

"이노옴!!"


염라대왕이 성준의 말에 갑자기 소리를 질러댔다. 어마어마한 외침에 재판소가 뒤흔들렸다.


"여봐라! 저놈을 매우 쳐라!"


"네.. 넷!"


땅이 울리고 건물이 흔들리는 탓에 정신을 놓고 있던 문지기들이 갑자기 뛰어와 성준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곤 준비되어 있던 곤장에 눕혀 볼기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아.. 아아아악! 왜.. 왜 이러세요!!"


곤장을 두어 대 치자 성준이 눈물을 흘려대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더욱 화가 난 표정으로 외쳤다.


"이노옴! 어디서 거짓부렁이냐! 이 수첩엔 네놈의 일생이 모두 적혀있느니라!!"


그리고 보여준 수첩엔 다음과 같이 쓰여있었다.


- 국적 : 대한민국

- 이름 : 김성준

- 나이 : 1996년생 (빠른 96)

- 업적 : 내세울 만한 건 딱히 없었음

- 한일 : 부모 말 더럽게 안 들음. 오락만 좋아함. 천성이 되바라진 놈. 친구들을 오지게 괴롭힘.

- 추천 : 지옥행 열차


그걸 본 성준이 눈이 똥그래진 채 말했다.


"누.. 누가 쓴 거죠? 그건..?"

"네놈들이 이승에 태어나면 담당 관할자가 항시 너희를 주시한다. 적힌 꼬락서니 보니 방금 거짓부렁한 이유가 보이는구나!"

"아.. 아니 그래도 제 인생을 너무 한 줄로.."

"닥쳐라 이놈! 이놈을 끌어다 무릎을 꿇려라! 속히 재판을 내려야겠다!"


문지기들이 성준을 끌어다 놓자 이대로 있다간 꼼짝없이 지옥으로 가겠다 싶던 성준이 마지막으로 외쳤다.


"자.. 잠시만요! 지.. 지금 생각났는데. 중학교 땐가 굶어 죽을 뻔한 길고양이한테 밥을 준 적 있어요!! 그.. 그거 엄청 착한 일 아닌가요?"


당장 지옥으로 가는 판결을 내려던 염라대왕은 잠시 멈칫했다. (염라대왕은 애묘인이었다)


"그게 사실이냐?"

"네.. 넵. 맞습니다! 여.. 영도야! 너도 봤잖아! 빨리 말해줘!"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곰곰이 생각 중이던 영도는 성준의 물음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응? 뭘 말해?"


그러자 염라대왕이 다시 외쳤다.


"여봐라! 이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야겠다! 이놈 관할 도깨비가 누구더냐!"


영도와 성준을 끌고 온 안경잡이 아저씨가 목에 걸린 수첩을 뒤적거려 찾더니


"예.. 옛. 대한민국 서울이란 곳 관할이.. 전(前) 염라대왕이셨던 '참파' 어른이시옵니다.."

"뭣? 참파 어른이시면 내 선밴데.."

"예.. 옛. 맞습니다요."

"아니. 전(前) 염라대왕을 왜 그런 데서 굴리고 있더냐? "


혹시 자신도 은퇴 후 같은 삶을 살까 봐 두려워하며 물었다.


"백 년 전 판결 때 졸다가 전부 천국으로 보내버려서 천국이 한바탕 난리가 나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악마 출신까지 천국에 들어가 천사들이 대마초도 배우고.. 아무튼 그 사건으로 염라대왕님이 급하게 관직에 오르신 걸 잊으셨습니까..?"

"아. 그랬던가.. 흠. 하여튼 이노무 저승구석은 전관예우가 없어. 도대체! 그럼 됐다. 괜히 연락하지 마라."


아무래도 선배한테 연락하기 껄끄러운 건 저승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염라대왕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한번 성준에게 물었다.


"지금 것은 증거가 없다. 증거가. 또 다른 착한 일을 말해보거라."


사실 떠올려 보면 알 거다. 사람이 살면서 지난 착한 일을 말해보라 하면 얼마나 생각이 안 나는지. 게다가 증거까지 겸비한 일은 더더욱 찾기 어렵다. 성준이 그러했다.


"아.. 어.. 음.."

"거봐라! 네놈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천국은커녕 지옥도 과분할 것 같았다!"


예의를 중시한는 염라대왕은 성준이 어지간히 맘에 안 들었었나 보다. 펴고 있던 수첩을 강하게 덮더니


"내 판결을 내리겠다. 이름. 김성준. 네놈을 지옥.."

"잠깐!!"


감히 염라대왕의 판결을 끊다니. 어떤 정신 나간 놈인지 모르지만 지옥은 커녕 영혼까지 불 살릴게 틀림없었다. 염라대왕은 상상도 못 한 일에 잔뜩 화가 나 소리를 지른 쪽을 쏘아봤다.


그곳엔.


염라대왕만 한 덩치가 하나 더 서있었다.


"차.. 참파 선배.. 님?"


염라대왕이 놀라 쳐다본 곳엔 전(前) 염라대왕인 참파어른이 서있었다.


"아. 잘 지냈냐? 여기도 오랜만이구먼그려. 허허허."

"서.. 선배님이 웬일로 여기까지.."


염라대왕은 어려운 선배의 등장에 쩔쩔매기 시작했다. 참파어른은 아랑곳 않고 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해진 쪽지를 하나 꺼내며 말했다.


"뭐. 겸사 겸사. 니가 들고 있는 판사봉에 달린 열쇠고리 있지? 그거 내 거야. 우리 애가 어렸을 때 선물로 준거라 달아놨는데 잃어버렸다고 개 욕먹었거든. 생각해보니 거기 달아놨지 뭐야. 너도 알지? 우리 딸. 돌잔치 왔었잖아?"

"아.. 이.. 이거요?"


염라대왕은 황급히 판사봉에서 열쇠고리를 땠다. 그리고 참파 선배의 쪽지를 받아들었다.


"이 쪽지는 뭐죠?"

"아 그건 오늘 죽은 애들 평가서야. 내가 여기 오느라고 깜박했어."


건넨 쪽지엔 성준과 영도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전 염라대왕 참파는 열쇠고리를 집어 들곤 쿨하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


"나중에 좀 한가해지면 대한민국 놀러 와. 서울에 맛집 많아. 허허허."

"네.. 넵! 선배님. 들어가십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흠. 선배님이 오셔서 잠시.. 아 참. 재판을 내려야지. 일단 네놈들에 대해 적힌 쪽지를 읽어봐야겠다!"


성준은 황당한 상황에 풀어졌던 긴장을 다시 잡고 침을 꼴딱 삼키며 기다렸다.


참파어른의 쪽지에는 성준과 영도가 죽은 이유가 적혀있었다.


"자. 제일 먼저 김성준. 네놈이 죽은 이유는.. 아니! 이럴 수가.."


염라대왕이 쪽지를 보고 놀라자 성준이 더 놀라 물었다.


"무.. 뭐라고 적혀있습니까!?"

"네놈이.. 네놈이 사람을 구하다 죽었다는구나. 이런 믿을 수 없는.."

"제가요!? 여.. 역시 나는..!"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2017년 3월 1일. 이놈이 또 오지게 술 처먹고 집에 가던 길에 휘청거리다 쓰러졌는데 하필 기절해있던 노숙자 위에 쓰러졌다. 노숙자는 그날 죽을 운명이었는데 이놈 땜에 삼. 이놈은 노숙자 대신 자다가 얼어 죽음. 결과적으로 사람 살리고 죽었으니 천국 보내 삼.

PS: 건강 조심해♡


애교 섞인 편지엔 사람을 구하긴 했지만 의도가 명확지 않은 사연에 염라대왕과 성준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성준이 먼저 외쳤다.


"거.. 거봐요! 제가 사람 살렸자나요! 그러니까 천국 보내주세요!"

"허어. 거참. 이놈이 애매하게 죽어서 머리 쓰게 만드네. 저기 영도란 놈이 왜 죽었는지 보고 결정하겠다. 어디 이놈은.. 흠.."


영도의 쪽지를 훑어보던 염라대왕이 혀를 끌끌 찼다.


"이놈! 왜 이런 짓을 했느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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