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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의 비밀 지하실.

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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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최근연재일 :
2016.12.05 17:4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89,799
추천수 :
3,009
글자수 :
180,553

작성
16.12.05 17:43
조회
1,008
추천
47
글자
9쪽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4)

DUMMY

@


다음 날.


무척 피곤했던 터라 늦은 아침에서야 일어난 일행은 간단히 요기를 한 후, 국도를 타고 천안으로 향했다.


운전석에는 일행의 붙박이 운전수인 장호가 자리 잡았고, 조수석에는 유연아가 탔다. 그녀는 어젯밤, 김민국의 손아귀에서 달아나기 위해 전국의 도로란 도로는 다 외웠다고 말하며 길잡이를 자처했었기 때문에 이산은 흔쾌히 조수석을 내줬다.


마침, 이산은 뒷좌석에 앉아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정말 너무도 간절한 소원이었다.


뒷좌석에 앉은 이산은 눈을 반쯤 감은 채, 꾸벅꾸벅 졸았다. 일행 모두가 맑은 날씨와 상쾌한 바람을 즐기고 있었지만, 이산은 그따위 것보다는 10분이라도 자고 싶었다.


지난밤의 대화는 놀라운 데다 걱정이 가득했었기 때문에 모두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법도 한데, 그런 건 이산 자신에게만 있었던 것인지 형들은 평소처럼 눕자마자 코를 골아 댔다. 덕분에 이산은 늘어난 고민에다 양쪽에서 서로 질 세랴 소리를 높이는 코골이에 잠을 설쳤다.


자는 동안에도 막내인 이산을 위해 극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형들은 역시 고마운 존재였다. 정말 때려 주고 싶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라면 이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산이 이토록 피곤한 데는 결정적으로 지금 조수석에서 장호의 말도 안 되는 농담에 웃으며 맞장구치고 있는 저 얄미운 유연아 덕분이었다.


옆방에서 자던 유연아가 한밤중에 비명과도 같은 울음을 토해냈다. 막 잠이 들려던 이산에게 그것은 결정타였다.


난데없이 들리는 여자 특유의 높은 톤의 울음소리는 모두를 깨우기에 충분했고, 일행은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로 달려갔더랬다.


주변을 꼼꼼히 막았고, 탁월한 경보기인 이산이 있기에 불침번 따위는 필요 없으리라 여겼는데 뭔가가 그녀를 습격한 것 같았다.


이산은 자는 동안에도 위험이 될 만한 무엇인가가 다가오면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능을 속이고 들어온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크게 놀랐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난 후엔 다른 의미로 얼굴을 구겼다.


다급하게 잠긴 방문을 부수며 들어간 일행은 그녀가 무엇 때문에 침낭 속에서 오들오들 떠는지 알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거미. 그것은 거미였다. 물론 충분히 놀랄만한 것이, 크기가 베르커스의 주먹만큼이나 커다란 놈이다.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컸기에 일행도 꽤 놀랐지만, 그렇다고 거미 한 마리에 저렇게 울고불고 난리 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여자라도 지금 세상이 어떤 시댄데 거미 따위에 사색이 된 채 떨고 있단 말인가.


거미를 치우고, 우는 그녀를 다독이고서야 한밤중의 난리 아닌 난리가 끝났다. 그리고 이산은 형들에게 고장 난 경보기라는 둥, 국산인 줄 알았더니 중국제였다는 둥의 핀잔을 들었다. 나름 억울하다.


벌레까지 경고해 줄 순 없잖아.


뭐, 하여간 그런 다사다난한 지난밤이었기에 이산은 자고 싶었다.


하지만, 이산은 앞에서 떠드는 소리에 미칠 것 같았다.


“호호호. 또, 또 해주세요.”

“엉? 그럴까? 이야, 이거 우리 연아씨가 이렇게 좋아하니까 하나 더 해줘야겠네.”


장호는 오랜만에 그의 부장님 농담에 웃어 주는 여자가 있으니 너무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이산은 절망했다.


‘아.... 안 돼. 그만하라고!’


언제부터 유연아가 우리 연아씨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이산은 당장 저 짜증만 나는 농담과 높은 톤의 웃음소리를 좀 멈추고 싶었다.


방금 전도 노인이 제일 좋아하는 폭포가 뭔지 아냐며 물어보더니 나이야가라 폭포라는 기가 막힌 농담을 해대며 웃는 그들이었다. 다음엔 뭐가 나올지 걱정부터 된다.


“그럼, 이건 비장의 무긴데. 흠흠, 자 들어봐. 어느 날 유비 관우 장비 삼 형제가 극장엘 갔어. 그런데 막 표를 끊다가 직원한테 화를 냈어. 왜 화냈게?”

“아...., 화를 냈다고요? 왜 화를 냈을까....”


장호의 물음에 유연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썹을 찡그린다.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이산은 정말 여시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진짜 저 여자 정체가 뭘까? 귀엽게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에 장호는 운전이나 제대로 하는 건지 얼이 빠져있다.


그리고 옆에 앉아 농가에서 찾은 ‘과실주 담그는 법’이란 책을 읽던 베르커스도 궁금한지 고개를 든다.


“조조만 할인이거든!”

“아! 조조할인!”


유연아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감탄하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장호는 손뼉을 치며 웃는 그녀의 리액션에 의기양양하게 웃는다. 눈이 초승달이 된 게 아주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더구나 믿었던 베르커스마저 피식거렸다. 이에 이산은 기가 막혔다.


아니, 그게 뭐가 웃기냐고!


떠드는 소리에 잠은 다 달아나고, 화를 내고 싶어도 모두가 다 웃기에 이상한 놈 취급받을 것 같다.


이산은 허탈한 마음에 그냥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잠자기는 물 건너간 것 같고, 어서 천안에나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창문 너머로 흘러가는 구름과 얕은 산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고, 산자락에 잘 정돈된 밭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시골 마을에서는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 바람결에 사르르 녹는다.


정말 평화롭고도 목가적인 풍경.


이산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햐! 아직도 저렇게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나?


세상이 이리 변해버린 뒤로 다시는 볼 수 없다 생각했던 풍경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장호와 베르커스, 유연아도 그것을 보았는지 탄성을 질렀다.


“휘유~! 믿을 수가 없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진짜인가?”

“그러네요. 어떻게 아직까지 저렇게 살 수 있을까요?”


장호와 유연아가 감탄하면서도 의문이라며 중얼거리고, 베르커스의 눈가도 꿈틀댔다.


“저곳만 바이러스가 비껴간 것 같군. 더구나 마을 주변에 담장조차도 없다니. 습격도 걱정하지 않는 건가?”


도무지 이해 못 할 일이라며 베르커스는 감탄하면서도 눈초리를 빛냈다.


좀비야 정말 운이 좋아 마을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쳐도 뮤턴트와 변종 야생동물들은 좀비보다도 더 위협인데 저렇게 밭을 갈며 유유자적 살아간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하다못해 기르던 개도 두 배로 커지며 흉폭 해지는 마당이다. 저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길을 따라 마을 근처로 다가서던 일행은 점차 의구심과 함께 이 마을에는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다.


그리고 마을에 가까이 다가섰을 때,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눈이 더 할 수 없이 커졌다.


“야, 벨커. 나 아무래도 눈이 맛이 간 것 같다.”

“동감이다. 내 눈도 정상이 아닌 것 같군.”

“........”


일행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밭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였다.


사람과 좀비가 함께 있었다.


그들은 밭을 갈고 있었는데, 좀비들은 소나 메는 쟁기를 짊어지고는 농부들의 손에 이끌리며 밭을 갈고 있었다.


아무런 흉포함도 없이 그저 흐리멍덩한 눈빛을 한 채, 묵묵히 밭을 간다. 그리고 농부들도 두려움 따위는 전혀 없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밭일을 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


일행은 황당함에 휩싸여 픽업트럭을 멈춰 세우곤 잠시 동안 바라만 봤다. 그리고 그런 일행을 그제야 알아봤는지 농부들 중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보이는 얼굴의 땀을 소매로 닦으며 농부가 누런 이를 드러냈다. 참,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다.


“외지인이시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통천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마을 뒤편의 저택.


시골 마을에 있기에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2층 저택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져 넓은 마당을 가졌어도 대부분 그늘이 져 있었다.


그리고 무슨 연유인지 담장에는 쇠창살과 함께 철망까지 둘러놓았고, 곳곳에는 좀비들이 어슬렁거리며 마치 경계를 서듯 배회하고 있었다.


삐그덕-


낡은 경첩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대문을 열며 한 사내가 이 스산하고도 괴기스러운 장소에 발을 들였다.


굳은 얼굴로 마당으로 들어선 그는 이곳이 익숙한지 주변의 좀비 따위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바쁜 걸음으로 저택 뒤쪽으로 돌아 지하실로 통하는 문으로 향했다.


그리곤, 곧 문 앞에 이르러서는 잠시 망설였다.


저택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았지만, 각지고 굳세 보이는 얼굴의 그도 이 안쪽은 꺼려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한일자로 입을 굳게 다물더니 문을 열었다.


작가의말

거미는 오류가 아닙니다.

통천마을은 특정 지명이 아닙니다. 임의로 만들어낸 마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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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4) +3 16.12.05 1,009 47 9쪽
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5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5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7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6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67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897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4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4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0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5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69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0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1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5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5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5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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