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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의 비밀 지하실.

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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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최근연재일 :
2016.12.05 17:43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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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12
추천수 :
3,009
글자수 :
180,553

작성
16.11.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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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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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글자
12쪽

Chapter 4. 핏빛 황혼 (5)

DUMMY

김민국은 담배를 태우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경비대장 하상욱은 웬만하면 살려두려 했는데, 총을 뽑아 드는 바람에 결국 죽이고 말았다. 어차피 나중에는 제거할 자였지만, 지금은 쓸모가 많은 인간인데 좀 아쉬웠다.


“할 수 없지. 그렇다고 총을 맞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뭐, 어쨌든 그건 그거고.....”


김민국은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무려 세 겹이나 되는 쇠창살로 만든 창문 틈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뮤턴트들이 보였다.


시멘트와 판자로 만든 집들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듯 뮤턴트들이 뛰어다니고, 비명소리가 자지러지게 울렸다. 놈들은 집에 숨어 있던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먹어치우는 중이었다.


뮤턴트가 후각이 예민하단 걸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왜 집으로 숨었는지 모르겠다며 김민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려움에 무작정 몸을 웅크린 것인가.


김민국은 그 역시 몇 달 전엔 저들과 마찬가지인 평범한 사람이었음에도 참 어리석다며 비웃었다.


담배 연기를 길게 들이마시며 김민국은 한낮의 학살을 구경했다. 이미 죽어가는 사람들과 자신은 다른 종족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는 그냥 공포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 어느 한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일반적인 뮤턴트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뮤턴트, 그리고 주변에는 마치 공물을 바치듯 시체를 가져다 놈 앞에 쌓아두는 뮤턴트들이 보였다.


그제야 김민국은 눈에 이채를 띄었다. 자세히 보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변화된 신체는 전반적으로 성능을 증가시켜 줬고, 시력도 5.0 정도로 올라간 상태였다.


곧 놈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지붕 위에 앉아 게걸스레 시체를 뜯어 먹는 놈은 확실히 독특했다.


다른 놈들과 체구부터 달랐지만, 1미터나 뻗어 나온 손톱과 빛마저 흡수할 것 같은 온통 검은색의 눈은 멀리서 보기에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더구나 먹으면서 서서히 몸이 조금씩 커져가는 느낌도 든다. 아마도 체력을 회복하는 모양.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순간적으로 놈과 자신의 싸움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바람칼날이 놈의 목을 향해 날아간다. 그러나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놈은 팔을 들어 막고, 칼날은 팔은 잘라내지만, 목까지 날리지는 못한다. 그리고 자신은 코앞까지 쇄도한 놈에게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꿀꺽.


자기도 모르게 목을 타고 침이 넘어갔다.


지금은 쉬고 있지만 놈이 움직이는 순간, 여기도 안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 틀림없었다.


본래 성벽은 뮤턴트를 막기 위해 세운 게 아니었다. 그것은 대형 변종 동물들을 막아내기 위해 만든 것, 그런데 놈은 그걸 부술 정도의 괴물이다.


김민국의 손에서 담배가 떨어져 내렸다.


자신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김민국은 서둘러 하상욱의 시체에 다가가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졌다. 물자창고의 열쇠가 어딘가 있을 텐데.......


일단, 재기를 위해 귀중품이라도 챙겨야 했다.


이젠 요새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저런 괴물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 여차하면 탈출해야 한다.


김민국의 손길이 점점 빨라졌다.



@


요새에서 살육이 한창인 그 시각, 일행은 산을 내려와 요새 근처의 풀숲을 지나고 있었다. 갈대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일지 모를 풀들은 키가 무려 3미터에 이르렀기에 일행의 모습을 완벽히 숨겨주었다.


한참을 묵묵히 움직이던 일행은 앞서가던 이산이 손을 들자 멈춰 섰다. 요새로부터 대략 200여 미터 지점, 이산의 감각에 걸리는 한계 거리였다.


“커스 형님 말이 맞았네요.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흩어져 있나?”


베르커스가 잔뜩 수그린 이산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아뇨. 몇 명은 흩어져 있긴 한데, 대부분은 모여 있어요.”

“역시 그렇군. 매뉴얼대로 농성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베르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6년 간 인간은 뮤턴트와 싸우며 놈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농성이었다. 놈들의 본질이 맹수에 가깝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굳이 맞서 싸울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인간과는 달리 뮤턴트는 말살이라든가, 거점을 점령한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무리 지어 살며 나름 의사소통도 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먹잇감을 찾아 떠도는 짐승이었다. 그래서 농성을 하며 숫자를 줄이다 보면 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버렸고, 무리가 줄어든 놈들은 다시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경우고, 일행이 생각하기에 주차장을 박살 낸 뮤턴트는 상식을 벗어난 괴물이었다. 어쩌면 농성을 하는 건물조차 놈을 막아내지 못 할지도 몰랐다.


“농성을 하고 있다니 그럼 아까 얘기한 데로 일단 무기상점부터 가자.”


베르커스가 나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추측하는데 장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공짜 무기가 생긴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이산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 인간은 아마 죽어가면서도 웃을 게 분명했다. 지옥이 진짜 있는지 알게 될 거라고 말하면서. 낙천적인 성격도 저 정도면 병이었다.


“그럼 시작하죠.”


이산은 그리 말하며 일어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란색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감정이 무뎌졌는지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죽어간다 생각하니 과히 기분이 좋진 않았다.


“잠깐, 아무리 급해도 대략적인 전투 계획은 세우고 가야겠다.”


베르커스가 일어서려는 이산을 붙잡았다. 그리고 잠시 턱을 긁으며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먼저 너희들,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좀 말해봐라. 전투에서 아군의 능력을 파악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베르커스가 묻자, 장호가 먼저 나섰다.


“에.... 이런 말하면 니들이 좀 웃을지도 모르는데, 내 능력은 속도 같다.”

“속도?”

“그래 속도. 뭐랄까, 그냥 해야겠다 마음먹으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내가 평소보다 몇 배는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아.”

“그렇군.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 그럼 위력은 어때? 어제 시청에서 잡은 뮤턴트, 그거랑 비교하면?”


어제 뮤턴트라.... 장호는 볼을 살짝 긁적였다.


“1분. 놈을 잡진 못해도 1분은 버틴다. 그 미친 재생력을 생각하니까 죽이진 못할 것 같다. 아무리 칼로 쑤시고 뒤지게 패도 안 죽을 것 같아. 그리고 1분은 내 능력의 시간 한계다. 그 이상 지속하면 몸이 너무 아파. 경련이 일어난다고.”


장호는 그리 말하며 손바닥을 펴서 떠는 것처럼 해 보였다.


“흠...... 이능도 약점이 있다라. 동료로서 알아두어야겠군. 그럼 그 후엔 언제쯤 다시 쓸 수 있지?”

“고통이 사라지면 쓸 수 있지. 근데 잘 모르겠는걸. 여태껏 딱 한 번 한계까지 해보고 나머지는 그냥 몇 초 정도씩 끊어 써서리. 그리고 그 한계라는 것도 더 하다간 죽을 것 같아서 그만둔 거라. 우리가 바빴던 것도 있고.”

“오케이. 알겠다. 요점은 니가 근접에선 웬만한 것들은 쉽게 썰어버린다는 것이군.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어. 그럼 산아, 넌 어떻지?”


베르커스는 뮤턴트의 숫자가 20여 마리 정도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승산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전 형님들이 이미 아는 것처럼 주변에 뭐가 있는지 보이고요, 다른 하나는 쏘면 다 맞출 것 같아요.”

“다 맞춘다고?”


이산의 말에 베르커스는 눈가를 살짝 좁혔다.


“네. 사실, 말해도 좀 믿기 힘드실 것 같은데, 감각을 퍼뜨린 상태에서 대상에 집중하면 그게 막 끊어지거든요, 꼭 사진 찍는 것처럼. 근데 그게 또 미리 움직임을 예측해주는 것 같달까, 하여간 그런데, 그때 딱 쏘면 그냥 맞아요. 하하, 이거 설명이 좀 이상한데.”


이산은 너무 허술하게 설명한 것 같아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것 외엔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오늘에서야 제대로 능력을 깨달았고, 거기다 요놈은 몇 시간 동안 너무 자주 모습을 바꿨다. 능력을 놈이라고 표현한 것도 마치 생각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어서였다.


하지만 베르커스는 이산의 얘길 듣고는 좀 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백발백중의 저격수에 근접에 특화된 칼잡이라. 내가 탱커였다면 무슨 소설책에나 나오는 파티 같군.”


베르커스가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리다 장호와 이산을 보았다.


“너희들 말을 들어보니 각개전투보다는 모여 있는 게 낫겠다. 상대도 스무 마리 정도고, 잔챙이들은 쉽게 쓸어버릴 수 있겠어. 문제는 주차장을 박살 낸 괴물인데...... 산아, 혹시 장호가 놈과 박투를 하는 도중에도 맞출 수 있겠냐?”


베르커스는 한 가닥 기대를 품으며 이산에게 물었다.


만약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둘의 근접전에 이산이 화력지원을 한다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기상점에서 대물 저격총이라도 하나 구할 수 있다면 가능한 얘기였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피륙으로 이루어진 생명체다.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알기로 무기상점에는 장씨 할베가 평소 애물단지라며 투덜거리는 총 한 정이 있었다.


“에.....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포착을 한다 해도 장호형 속도라면 총알이 가는 도중에 다시 위치가 바뀔 것 같은데. 아무리 예측해서 쏴도 그건 좀 무리가 아닐까요?”


이산은 아무리 급해도 장호의 위험을 감수하고 쏠 수는 없기에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자신도 없었다.


“그렇군. 내가 생각해도 너무 위험하다. 장호가 놈과 박투를 하는 것도 피해야 하는데, 내가 성급했다.”


베르커스는 사과를 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너희들 능력을 들어보니 승산은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상황이 어려워지면 농성에 합류하면 될 테고. 하지만 그래도 그 전까지는 우리끼리 싸워야 하는데, 내 생각에는 이번 전투는 산이를 중심으로 해야 할 것 같다.”

“네? 저요?”


아니 내가 왜?


이산은 뜬금없이 베르커스가 자신을 주력으로 지목하자 당황스러웠다.


“확실히 그러는 게 좋겠군.”


장호가 이산의 어깨를 잡으며 웃었다.


“벨커 말이 맞아. 니가 메인이다. 백발백중에다 조기경보기까지 탑재했잖아. 니가 이지스함이면 우린 구축함이다. 그러니 너를 중심으로 싸워야지. 우리 산이 많이 컸네. 흐흐흐, 내가 다 뿌듯하군.”


장호까지 그리 말하자 이산은 얼떨떨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전문가들이 그렇다니 막내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까라면 까야지 별수 있나.


대략적으로 서로 간의 능력과 전투 방식을 조율한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산을 선두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이잉


잠시 멈춰두었던 감각을 다시 확장했다.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며 저 멀리 이리저리 움직이는 붉은색과 노란색이 보였다. 다행히 광장 쪽은 아무것도 없기에 일단 그쪽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최대한 안전한 루트로 무기상점까지 가서 먼저 화력부터 올려야 했다. 전투는 그 후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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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6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6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7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7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69 83 13쪽
»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899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4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0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5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69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2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1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6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6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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