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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전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가의 괴물 3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난전
그림/삽화
혼잣말장인
작품등록일 :
2024.02.21 16:28
최근연재일 :
2024.03.05 16:3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851
추천수 :
45
글자수 :
82,241

작성
24.02.28 16:35
조회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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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8화

DUMMY

"세상 살기 참 편해? 그치?"

"시주 제발, 제발 그만하시오!"


치이이익-.


"가만히 있는 선량한 사람 겁박하다 불리하면 도망가고, 붙잡히면 타협하고. 그때 뭐랬더라. 마구니가 들어? 이것들이 미쳐가지고."


북부에서 타지인들을 고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옷을 벗기고 물만 부어주면 실시간으로 동상에 걸리는 간단한 고문법이 완성된다.


촤아악-.


"시주! 제발 그만두시오. 그러다 죽겠소."

"차라리 나를 고문하시오! 왜 사형만 괴롭힌단 말이오."


오두막을 나와 검은숲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위치한 한적한 공터. 그곳에서 나는 승려들의 사형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거 안 되겠어. 상식적으로 나같은 어린아이에게 그런 심한 말을 했으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거 아냐? 스크래치 난 내 마음은 어떻게 할거냐고."

"시주, 제발!"


사형 뒤에 따로 묶여있는 승려들이 숨이 넘어갈 것처럼 애원하지만, 고문당하는 사형의 상태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양호했다. 단지 아혈을 짚혀 말을 못하는 것일뿐.


애초에 경지에 오른 5위계 고수에게 동상 고문따위가 통할 리가 있나. 말 그대로 이건 그냥 화풀이다. 동시에 이방인 선배로써 건네는 충고이기도 하다.


"내가 니들처럼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하룻강아지들이 제일 짜증나요. 분명 소환되자마자 뛰쳐나왔겠지. 안 그래?"

"그게 지금 상황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우리를 핍박하는 것이오!"

"당연히 관계가 있지. 니들, 기초가이드도 안보고 나왔지?"


내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무는 승려들. 이들이 취했을 행동이야 안 봐도 뻔하다. 당장 풀어주라며 난동을 피다 쫓겨났겠지.


무공과 마법이 없는 지구와 달리, 타차원 중 몇 곳은 소환될 때부터 완성된 무력을 갖추고 나타난다. 이들은 곧바로 전선에 투입되도 될만큼 훌륭한 전력이지만, 끌려온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국에 반발하기도 한다.


일반인 상태로 소환되면 굴리면서 이세계의 상식을 알려주기라도 하지, 기초지식도 배우지 못하고 제발로 나오면 이들처럼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뭣도 모르고 대공가에 침입해 제 뜻을 들이미는 이세계 부적응자가 되는 것이다.


그같은 방법이 무림에선 통했을 지 몰라도 아스라벨에선 아니다. 그리고 제 세상에선 황실과 거대문파의 일은 불의를 봐도 못 본척 넘어가면서 여기와선 왜 이러는걸까.


그런 걸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순정인 녀석들은 흔치 않다. 분명 무림에서도 명망 높은 무승들이었으리라. 하지만 어딜가나 그렇듯, 무지에서 비롯된 용감함이 선을 넘으면 목숨을 잃기 마련이다. 선우란 이름의 축지 특성을 가진 승려가 아니었다면 이들은 진작 이름없는 산골의 해골 장식이 되었으리라.


"우리가 잘못했소. 다시는 그러지 않을테니 한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오."


이쯤 하면 쟤들도 알아먹었겠지. 섬세한 가슴에 들어찬 화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제 사형을 살려달라 비는 승려들의 모습에 선우선사의 점혈을 풀어주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여려서 탈이다.


"크흐윽-."


그제야 선우선사의 속에서만 메아리치던 침음이 육성으로 터져나오며, 그가 오열한다. 무력감과 모멸감, 사제들까지 잘못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죄책감까지 한번에 터진 거겠지.


"네가 제일 문제야. 알지? 사형이면 사형답게 누울 자리랑 묏자리는 구분해야지."

"알겠소이다. 내 명심, 또 명심하겠소."


선우선사는 무지했지 멍청한 건 아니다. 머리가 안 돌아가면 강기를 터득하는 5위계에 오르지도 못한다. 아닌가? 내 행선지를 파악하고 스승에게 나를 퇴마하는데 협조하라 요구하다 붙잡혔으니 생각보다 미련할지도.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머리를 들이밀어? 그곳은 마굴이야, 마굴. 스승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제 우리를 어떻하실 생각이시오?"


잠깐 사이 요동치던 마음을 다스렸는지 한결 차분해진 선우선사가 물어온다. 그 말에 나는 나머지 승려들의 점혈도 풀어주며 답해주었다.


"어떻하긴 뭘 어떻해. 당장 도망쳐."

"...지금 뭐라고-?"

"도망치라고. 이 돌대가리들아. 이대로 끌려가면 니들 다 죽어."


대공가가 무슨 동네 미용실인줄 아나본데, 본성에 침입해 가문의 직계를 위협해놓고 무사할 생각을 하다니. 머리속이 얼마나 꽃밭인거냐? 이 일은 대공가가 아니라 일개 상인가문이라도 입에 개거품을 물고 사생결단의 기세로 달려들 사항이다. 그렇지 않으면 앝보이거든. 위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죽어야한다. 그 증거를 도망치라는 내말에 승려들을 포위하는 수호대의 모습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내줘."

"3공자님. 하지만!"


수호조장의 반발에 조용히 고개를 저어주었다.


"두번 말하게 하지마."


3공자와 샐리의 나이를 보면 알수있듯 대공은 아직도 정력적인 중년의 초월자다. 권위와 위엄이 살아있는 가법 그 자체인 존재이며, 3공자는 그런 대공의 친아들이다. 거기다 대공은 가정적이기도 하니, 괴물이라 불리고 사람들이 기피해도 아이온 성의 가솔들이 3공자를 대놓고 무시하지 못함은 그런 이유에 있었다. 검환을 구사하는 6위계의 수호대주조차 3공자를 존중해 주는데, 일개 조장이 내 말을 어길 순 없겠지.


"대공께서 좋게 보지 않으실 겁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사실 내 속마음은 '대공이 너무 잘해줘서 부담스러워. 좀 거리를 뒀음 좋겠어.' 지만 그걸 아랫사람들 앞에서 내보일 순 없다. 그냥 나 혼자 앓을 수밖에.


"보내줘라."


수호조장의 마지못한 명령에 승려에게 길을 터주는 수호대원들. 선우선사는 갑작스런 상황에 얼떨떨해 하면서도 기회를 놓치진 않았다.


"이걸 어찌 보답해야 할지..."

"됐고.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아무 마을가서 기초가이드 시리즈 정독하는 거 잊지말고. 그리고 기회가 되면... 또 보자."


나는 그들에게 이방인들이 서로의 생존을 기원하며 건네는 인사를 말해주며 안녕을 빌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페실루스 자매들이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우리가 뒤쫓던 현상범의 거처가 있소. 하루 간격으로 상처를 입고 자리를 옮기던데, 악독해 보였으니 조심하시오."


아무 생각없이 대륙을 유랑하는 줄 알았더니 현상범을 쫓아 북부까지 온 거였나. 어리버리타다 녹림채에 들어가 산적으로 전직하느니 현상금 사냥꾼이 훨씬 낫긴 하다. 무대뽀로 제국을 빠져나온 줄 알았는데 직업은 잘 선택했다.


"놈은 검은숲의 저주술사요!"


아니,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이 화상들아. 승려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주술사 좀 잡아다줘."

"하지만 저희는 본성과 직계혈족들의 안위를-."

"그놈이 샐리에게 저주를 걸었어."

"당장 잡아오지요. 가자!"


얼굴이 활짝 피며 재빨리 행동을 개시하는 수호조장. 아무리 3공자의 명령이었다지만, 사로잡은 테러범을 놓아주었으니 조인트 까이는 걸 피하려면 공이라도 세워야겠지. 그리고 나도 그놈 낮짝 좀 봐야겠다.


"뭐해? 돌아가자."


본성으로 복귀하는 길은 평화로웠다. 생각해보면 스승과 역이지만 않으면 나름 괜찮은 생일지도. 예상했던 혈족과의 피곤한 다툼도 없고, 나이가 어림에도 어느정도 자율권을 보장받는다. 회귀 초반에 이렇게 평안하게 생활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새삼 대공에게 가전무학을 배우고 싶다했던 당시의 나를 후려패고 싶다. 다시 회귀하면 만사 오케이지만, 그건 내 원칙에 어긋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자살하지 않는다. 그것이 127번의 회귀를 견더낸 나만의 노하우다.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답시고 무지성으로 회귀를 반복하면 감정이 마모되거든.


"데일리. 이거 맛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스승에게 혹사당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데일리에게 주문한 영약을 씹던 중,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내가 알려준 대로 만들면 절대 느껴질 수 없는 단맛이 영약에서 나고 있었다. 참고로 신체구속구는 아직도 내 팔목에 곱게 착용되어 있다. 그 탓에 마차도 못 타고 걸어가는 중이고.


"이거 원래 토나올 정도로 쓴건데, 신기하네. 약효도 해치지 않는 것 같고."

"중간조제를 의뢰한 서부의 약초사가, 약이 쓰면 먹지 않는 아픈 아들을 위한 자신만의 비법을 첨가했다 들었습니다. 그 대신 공자님께 한번 뵙고싶다 전해달라더군요."

"싫다고 전해. 조제법 공유 안해."


데일리에게 알려준 영약, 철골단(鐵骨丹)은 미래의 약선이 선천적으로 뼈가 약하게 태어난 아들이 강철과 같이 튼튼해지길 바라며 만든 비약. 용골단까지 이어지는 골격강화 시리즈 중 기초에 해당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공유할 생각은 없다. 그건 멸망의 순간까지 인류에 헌신했던 '마더'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하거든.


약선, 또는 마더 세레나라 불리웠던 시대의 성인. 멸망에 마지막까지 항전하던 인류를 제 자식처럼 아껴주고 희생했던 인물이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멸망을 막겠답시고 최전선을 전전하며 허구언날 다치고 돌아오던 나와 가장 많이 마주치던 노인네이기도 했다. 그만 다쳐오라며 날리던 그녀의 등짝스매쉬는 마신의 주먹보다 아팠었지.


아무튼 나야 허락받고 쓰고 있으니 죄책감이 덜하지만 다른 놈들은 안된다. 지금도 가장 중요한 마지막 공정은 내가 직접 처리하고 있는데 마더 본인이 오면 모를까, 어딜 감히.


"그렇습니까? 크롤리가 실망하겠군요."

"크롤리가 만나자면 만나야지. 망할 할망구. 아들이름을 예명으로 활동하면 어쩌자는 거야."

"네? 그게 무슨..."

"신경쓰지마. 내가 직접 말할게."


서부, 약초사, 약이 쓰면 먹지 않는 아픈 아들, 크롤리. 회귀를 거듭하며 매번 찾지 못했던 약선이 여기 숨어 있었다. 그녀는 아무리 친해져도, 치료법을 개발하지 못해 아들을 잃었던 과거를 말해주지 않았었다. 아들이름으로 활동하니 도와주고 싶어도 내가 찾을 수가 있나.


[크롤리씨께.

본인이 의뢰한 비약의 제조법은...]


내가 가진 특성 '전송'은 시야에 닿거나, 샐리가 걸렸던 저주처럼 발신자를 추적할 수 있으면 손쉽게 답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외엔 대상의 외모, 본명, 닉네임 셋 중 하나라도 정확히 알아야 발송 가능한 단점이 있다. 이전에는 약선의 젊었을 적 외모와 퍼스트 네임을 몰라서 특성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이 시기엔 약선이나 마더 세레나란 이명으로 불리지도 않았고.


"3공자님의 텔레파시는 정말 편리해 보입니다. 그런데 크롤리와 친분이 있으셨습니까?"


주변인들에게 내 특성은 영안으로 깨우친 이능이라 설명했다. 이미 특성이 영안으로 소문나 있는데 이중특성이면 이상하잖아.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르는 사이지."

"할머니라 말씀하시길래 다른 사람과 착각하신 줄 알았습니다. 크롤리는 20대거든요."

"...내가 아는 사람 맞아."


망할 할망구. 그렇게 자기 몸에 인체실험은 하지 말라 말렸는데, 벌써부터 손대진 않았겠지? 약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5년 후지만 그때도 그녀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그녀가 아들을 잃는 것도, 몸을 망치는 것도 막을 수 있겠지. 그래도 경고는 해줘야겠다.


[생체실험 금지. 절대 금지. 아무튼 안됌]


이정도 보내면 알아먹겠지. 재능있는 약초사에 불과했던 그녀가, 30대 중반의 나이로 약선이란 이명을 얻은 것은 본인 몸으로 여러 실험을 감행한 덕이 크겠지만, 나는 그녀가 그냥 평범한 애엄마로 살아갔음 좋겠다.


"약방에서 희귀약초들 챙겨서 보내줘. 자금지원도 해주고."

"그래도 되겠습니까?"

"애는 살려야 될 거 아냐! 아무튼 원하는 거 있으면 다 들어줘. 그녀는 그래도 돼."


할망구. 이번 생애는 행복해지라고. 매 회차마다 천신들이 뿌린 원독을 끌어안고 홀로 자폭했던 약선을 추모하며 그녀의 평안을 빌어주었다.


그렇게 모든 일을 마치고 드디어 침실로 와서 쉬려는데, 자일이 다과를 차려왔다.


"3공자님. 차 한잔 드세요."


근데 쟤는 왜 저리 싱글벙글이야? 오늘 밤 연심문에서 접선하자 연락이 왔는데 괜시리 찝찝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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