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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전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가의 괴물 3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난전
그림/삽화
혼잣말장인
작품등록일 :
2024.02.21 16:28
최근연재일 :
2024.03.05 16:3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852
추천수 :
45
글자수 :
82,241

작성
24.02.27 16:35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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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7화

DUMMY

지구로부터 매년 1만의 인원을 공급받는 아스라벨 행성은 지구와만 계약한 것이 아니다. 지구 외에도 다양한 차원과 계약했고, 그 결과 아스라벨엔 각종 이계문물이 스며들었다.


본디 판타지 세계에 불과했던 아스라벨에 여러 세계관이 편입된 것. 지금 눈 앞에 자리한 가사입은 승려들도 그러한 차원거래의 부산물이다.


"젊은 처자는 비키시게. 3공자에게 마귀가 들었으니 어서 퇴치해야 하네."

"아니. 그럴 수 없습니다."

"어허! 내 며칠전부터 3공자를 주시한 바, 그에게 마구니가 들었네!"


석장을 들고 바닥을 내리치며 마이민에게 성을 내는 노승과 다섯 승려들. 그리고 이를 막아선 마이민. 갑작스레 전개된 상황이지만 흥미진진하다. 불가와 주술의 싸움이라니. 팝콘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기 그지없다.


나를 둘러싸고 싸움이 일어날 것 같지만 걱정할 것 없다. 대공가에서 직계를 해하려 하다니, 정말 신박한 자살법이다.


"무장을 해제하고 순순히 투항하라."


어느새 나타나 승려를 포위하는 대공가의 무인들. 하나하나가 마이민과 비슷한 기세를 자랑하는 5위계의 무사들이다.


"그대들은 구천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들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런 무지하고 무자비한 중생들 같으니라고."

"투항할 의사가 없어보인다. 즉참하라."

"이익! 이대로 포기할 거라 생각 마시게. [축지]."


무사들이 달려듬에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를 내뱉으며 사라지는 승려들. 도대체 왜 온건지 모르겠네.


"멀리가지 못했을 거다. 찾아라!"

"충!"


절도있는 기합과 함께 무사들이 사라지고, 왼쪽 가슴에 6개의 별이 그려진 계급장을 단 은빛 머리칼의 남자가 내게 와 몸상태를 묻는다.


"3공자님. 괜찮으십니까?"

"그럼. 마이민이 지켜줬거든. 반할 뻔 했어."

"제가 한게 뭐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난데없이 치고 들어오는 고백에 마이민은 잠깐 얼굴을 붉혔다가 원래 신색을 회복한다. 하긴 6살짜리의 고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웃긴 일이다.


그런데 방금은 진짜 멋있었다. 석장을 내려치며 사천왕처럼 인상 쓴 노승의 앞을 단호히 막아선 마이민의 모습은, 닳고 닳은 회귀자의 가슴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큼큼. 무사하셨다니 다행이군요. 저는 내성경비를 책임지는 수호대주 자칼입니다."


내성 수호대는 외성 방위대와 더불어 아이온 성을 지키는 방패 중 하나. 가슴에 달린 계급장이 증명하듯, 내성을 수호하는 자칼은 6위계에 해당하는 강자. 기세를 갈무리하고 있음에도 새어나오는 기파가 짜릿하다. 근데 자칼보다 스승이 더 강해보이는데, 그 노인은 얼마나 쎈 거야? 설마 7위계인가. 에이 설마.


"그 미친 승려들은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할 테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특이한 특성을 가진 듯하니 성밖으로 나가실 때, 당분간은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되는데. 스승이 당신보다 강해보인다니까? 그 승려들도 눈이 달려있고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다면 감히 스승에게 덤벼들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호위는 괜찮다고 거절하고 싶었지만, 직계의 안위를 챙기는 것도 자칼의 업무일텐데 괜한 참견은 안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페실루스 자매들이 나서기만 해도 걔들은 눈뜬 채 목이 댕강 잘릴텐데. 슬슬 작업 좀 쳐야겠다.


"그럼 저는 이만."

"3공자님. 나중에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사태가 어느정도 정리된 듯 하니 자칼과 마이민이 자리를 떠난다. 그러자 뒤늦게 찾아온 사제들이 내게 다가왔다.


"3공자님. 축성의식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영력을 끌어모아 이동요새를 발현한 여파로 대지에 대량의 사기가 스며들었다. 이대로 놔두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테니 정화하겠다는 사제들. 거절할 이유가 없다.


"공자님 덕분에 북부가 조금은 평안해지겠군요. 모두 신의 은덕입니다. 앞으로 신전은 3공자님의 일이라면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이동요새가 잡귀들을 흡수함을 알아채고 사제들이 덕담을 건네온다. 북부는 신전조차 정화를 포기할만큼 음기가 강한 지역. 매해 수만의 인구가 실종되고 원귀로 재탄생한다.


길가다 얼어 죽었는데, 동사한 시체가 몇날 며칠 똑같은 모습으로 눈뜨고 있으면 나라도 원통하고 억울해 원귀가 될 것 같다. 북부의 미친 날씨는 그걸 가능케 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강녕하십시오."


사제들은 만면에 미소를 드리운 채 축성의식을 마치고는, 내게 성물 몇개를 쥐어주고 신전으로 돌아갔다. 잡귀들이 사라진 게 그리 즐거운 일인가? 하긴 북부의 날씨를 뚫고 퇴마하고 다닐라면 힘들긴 하겠지. 저치들도 고생이 많았구나.


"3공자님!"

"아, 난 괜찮아! 이거 팔아서 필요한데 써."


나를 찾을 사람이 이제 없는 듯 하자 다가오는 데일리에게 성물을 넘겨주있다. 영력으로 이뤄진 이동요새에 성물은 쥐약일뿐더러, 거인의 피가 흐르는 나에게 축복은 먹히지 않는다. 사실 빙의할 당시 신성마법을 걸던 사제들도, 슬픈 말이지만 3공자의 시체에 신성력을 불어 넣고 있던 것이다.


성물을 손에 쥔 순간부터 이동요새가 얇아지는 느낌이 드는데 얼른 치워버려야지. 그나마 영귀 둘을 흡수해서 이정도지, 안그랬음 술식이 무너졌을지도 몰랐다. 영귀부턴 영험함을 지녀 신성력이나 법력으로부터 어느정도 저항이 가능하다.


지금도 내 주변을 맴도는 영귀들을 구슬려보고, 안되면 나중에 영계에 가서 대귀 몇 낚아채면 괜찮아지겠지. 신령급부턴 현세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어쩔 수 없다.


여기 나름 쾌적하고 편안하다니까? 일단 들어와봐. 드루와.


오랜만에 두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며 주변을 맴도는 영귀들에게 애원하지만, 애석하게도 본척도 안한다. 하지만 영귀는 본래 호기심이 많은 존재니까 몇번 더 구슬리면 넘어오겠지. 삶을 마감한 영귀들이 3공자에게 달라붙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제말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심심해서 그런거지.


아무튼 언령을 사용하고 대규모 술식도 발동해서 그런지, 정신력을 많이 소모해 피곤하다. 나머지 뒷처리는 데일리에게 맡기고 침실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



"잡스러운 것을 입고 왔구나."


일찍 잠이든 탓에 새벽같이 깨어나 수련을 위해 오두막을 찾은 다음날 아침, 스승이 나를 보고 한 말이었다.


"잡스럽다뇨. 제가 얼마나 고생해서 만든건데."

"로스만 가문의 직계가 기물에 기대다니. 거인의 피가 울겠다."


상시발동 중인 이동요새를 흘끗 본 스승은 짧게 타박하고는, 이내 관심을 끊었다. 뭐라 한소리 할 줄 알았는데, 별소리 없이 넘어간다.


이동요새도 손도끼같은 도구로 취급하는 건가? 나름 머리싸매며 고심해서 만들었는데 손도끼랑 동급이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왠지 서럽다.


그래도 이동요새가 있으면 절벽을 찍고 올라가는 것은 훨씬 수월해지겠지. 이게 충격흡수 기능만 있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강도 또한 단단하다.


그건 그렇고 5위계의 마이민과 승려도 보고 대경했던 이동요새를 잡기 취급이라니. 진짜 7위계인건가? 생각난 김에 물어보자.


"스승님. 혹시 7위계이십니까?"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걸 보니 수련이 편한 모양이구나."


스승은 그리 말하며 오두막 안에서 팔찌 두개를 가져오더니 내게 던져주었다.


"차거라."


툭-.


손목에 비해 너비가 큰 팔찌였지만, 신체에 맞춰 크기가 줄어든다. 그리고 착용과 동시에 전신을 짓누르는 막대한 중압감이 쏟아졌다.


"크악!"

"거인전용 신체구속구다. 네놈의 근력에 비례해 무게가 늘어나지."


온 몸을 덜덜 떨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단단히 언 땅바닥을 파고들게하는 무게감. 도대체 이게 언제적 수련법이냐. 전통적이다 못해 구시대의 향수가 풀풀나는 단련법에 곡소리가 절로 난다.


"아니 왜. 등껍질도 입혀주시지 그럽니까."

"그것도 주랴?"


젠장,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이번엔 인정에 호소해보기로 했다.


"스승님. 저 이제 6살입니다."

"나 때는 그걸 차고 산을 옮겼다. 잔말 말고 절벽이나 올라라."


절대스킬 라떼가 시전된 순간 신체구속구를 벗을 확률이 제로에 가까워졌다. 카운터 특성 신세대가 없는 이상 조용히 순응해야겠지.


부들거리는 손목에 젖먹던 힘까지 밀어넣으며 절벽을 오른다. 이동요새 덕에 암벽을 파고드는 건 쉬워졌지만 난이도가 배는 상승한 느낌. 역시 이놈의 주둥아리가 재앙이다.


스승이 7위계라... 그럴 리가 없음에도 너무 바보같았다. 30년 후 멸망의 시대가 오기 전, 회귀자인 나조차 멀찍이서 몇번 바라본 게 전부였던 초월자를 벌써 두명이나 만났다니. 항상 망캐루트를 탓던 내가 그런 축캐일 리 없잖아.


현재 대외적으로 활동중인 초월자는 12초인이라 불리운다.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대륙에는 12명의 초월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중 제국은 초강대국답게 동서남북에 각기 한명씩, 수도에 둘을 상주시키고 있다.

그 외에 동부 사막왕국에 하나.

서부 대초원에 하나.

남부 밀림에 둘.

북부 산악에 하나.

그리고 대공까지 합쳐 12초인이다.


그 외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거나 은거한 초월자들도 꽤 있지만, 그들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12초인은 인간을 드높이기 위한 존칭이라 이종족 초월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월자에 오르면 반신의 격을 얻어 수명이 대폭 늘어나기에 정확한 숫자는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 거기다 수천년 묵은 대요괴나 상위마수, 죽은 뒤에도 수행을 쌓은 대귀까지 합치면 기백은 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모두 모습을 숨기는 데는 도가 튼 자들이라, 작정하고 찾으려 해도 마주치기 힘들다.


그런데 스승이 7위계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괜히 물어봐서 이게 무슨 생고생인 건지.


그래도 위대한 거인의 피는 쌀포대 세가마 정도의 무게를 이겨내고 등반을 성공시켰다. 거인 만만세다. 그런데 올라오는 것은 어찌어찌 해냈다만은, 이제 내려가는 게 문제다. 때려 죽여도 못내려 갈것 같은데. 안해. 못해. 배째.


후. 그래도 그만 궁시렁대고 내려가야겠지. 지금의 북부는 위도가 증가하는 시기라 해가 빨리진다.


그런데 망할 신체구속구 탓에 등반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더 이상 지체하면 내려가다 해가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지쳤기에 내려가다 손을 놓칠 것 같다.


그래, 어짜피 추락할 거 처음부터 떨어지자. 나는 경건히 마음을 내려놓고 허공에 몸을 던졌다.


휘오오오-.


세찬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몇시간에 걸쳐 올라왔던 거리가 순식간에 코앞까지 가까워진다. 이제 낙법을 취하고자 몸을 뒤틀려는데, 지친 몸뚱아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어쩔수 없는 상황에 등이 바닥을 향하도록 반바퀴만 뒤집는다. 정면으로 땅바닥과 부딪히면 굉장히 아플 것 같거든.


쾅-.


지축을 울리는 장대한 충격음과 달리 생각보다 충격은 없다. 이동요새를 구성하는 수천의 잡귀들이 충격을 분산시켜 준 덕이다.


나를 주축으로 회전하는 이동요새는 매순간 잡귀들을 끌어당긴다. 그렇게 모은 잡귀의 수가 어느새 수천. 아이온 성 일대가 조금은 청정해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수십m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다친 곳 하나 없다니. 이동요새를 만든 보람이 있다. 손발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조심스레 눈을 뜨니 스승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정도 높이에선 안 죽는다."


충격에 안구가 튀어나옴을 막기위해 눈을 꼭 감고 움츠린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스승이 한심하단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딴 식으로 내려오면, 내가 직접 숨통을 끊어주마."

"넵!"


웃음기 하나 없는 살벌한 목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한다. 그렇게 부들거리며 한참을 서 있자니 서러움이 북받쳐 오른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런 고초를 겪어야 한단 말인가.


동시에 6살에 불과한 몸뚱이는 눈물샘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회귀자인 나조차 호르몬은 이길 수 없는건가. 신체나이가 어려지니 몸과 마음도 그에 영향을 받는 듯 했다.


"흥! 가는 길에 저것이나 치우고 가라."


울먹이는 제자의 모습에 화를 누그러뜨린 스승은 공터 한쪽을 가르키며 눈짓했다. 그곳엔 어젯밤 대공가를 침입했던 승려들이 밧줄에 묶인 채로 낑낑대고 있었다.


"안녕? 우리 초면 아니지?"

"시, 시주. 일단 그 흉신악살같은 표정부터 내려놓고 우리 말로 해결합시다."


마침 스트레스를 풀 상대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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