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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니 1997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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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2.12.29 13:14
최근연재일 :
2023.01.06 12:1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374
추천수 :
206
글자수 :
70,936

작성
23.01.01 12:10
조회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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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3쪽

DUMMY

이서 누나가 해주기로 한 과외는, 그 장소가 문제였다.


“우리 집은 좀 보수적이고, 엄해서 널 우리 집에서 과외지도할 수가 없어.”


“내가 있었던 2020년대에는 서울 시내 번화가마다 스타밥스 매장이 있었거든. 그런 곳이 있다면 거기서 하면 좋은데. 이 시대에는 그런 게 없지”


“어쩌지? 이러면 내가 너하고 약속을 못 지키게 되겠네?”


“누나, 그럼 우리 집에서는?”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씀드리려고?”


“안 계셔.”


“저녁에 아무도 안 계셔?”


“어! 엄마 아빠는 지금 가게에서 정신없이 바쁘시거든.”


“무슨 가게 하시는데?”


“감자탕 가게, 24시간 감자탕 가게 하셔, 그거로 나 키우셨어.”


“전생에선 사업하셨다며?”


“어, 감자탕집이 소문나고 잘 되니까 주위 권유로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하셨다가, 사기당하고 빚까지 지셨던 거야.”


“그랬구나. 알았어, 그럼.”



*****



집 대문에 키를 넣어 열고 들어갔다.


“들어와, 누나.”


대문을 넘어 들어오며 집을 둘러보는 이서 누나.


마당을 가로질러 세 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현관문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따라 들어오기를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이서 누나의 표정은 살짝 긴장되어 있었다.


“뭘 걱정하는 거야, 설마 내가 누나에게 몹쓸 짓이라도 할까 봐?”


“야! 웃기지 마. 그래서 그런 게, 아냐.”


라고는 말하지만, 좀 당황한 표정이었다.


“누나, 나 믿어도 돼.”


“알아, 그래서 그런 거 아니래도?”



*****



“너 정말 사진 기억력이 맞구나? 그냥 잠시 집중해서 보면 다 외워 버리네?”


“말했잖아, 머리는 나빠도 기억력은 좋다고.”


“신기하다 얘. 니가 수학을 잘 이해는 못 해도, 공식과 풀이 방법을 아예 통으로 외워 버리니까, 다양한 응용문제만 접한다면 수학도 충분하겠어.”


“그런가?”


“응, 내신이 좀 문제지만, 너 연고대까지는 보내주고 싶어졌어.”


“진짜? 거기까지 가능할까? 우리 학교가 명문도 아니고, 전교 30위 권에서 연고대는 쉽지 않을 텐데?”


“응, 니가 얼마나 더 노력하는가에 달렸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해.”


“고마워요, 윤이서 선생님. 나 정말 열심히 할게, 앞으로도 잘 가르쳐 주면 좋겠어. 히히”


“가르치는 걸 다 외워 버리니까, 너 가르치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어.”



*****



이서 누나와 방과 후, 우리 집에서 거의 매일 과외를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김혜연 누나네 부모님이 체인 형태로 운영하는 헬스클럽에서 혜연 누나와 함께 오른쪽의 재활 운동을 겸해서 왼팔의 근육과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을 했다.


“아아~! 오른쪽 어깨를 다 들어 올리면 뻐근하게 주변이 다 울리고 아픈데?”


“회전근 부근이 아직 다 아물지 않았나? 너무 아프면 무리한 스트레칭은 하지 말자.”


“아냐, 누나, 좀 더 해볼게.”


“괜찮겠어?”


“응, 오른손에 글러브 끼고 수비를 할 정도는 만들어야 해.”


“그럼 튜브 운동을 좀 해볼래?”


혜연누나와도 오른쪽 어깨의 재활과 왼팔 피칭을 위한 미세 근육을 키우고 조정하는데, 힘을 쏟았다.



*****



이서 누나가 교생실습 관련으로 또는 인화여대에서의 다른 수업 관련으로 바쁠 때는 친구 대형이와 투구 연습을 했다.


“야, 너 언제 왼손을 이렇게 연습한 거야? 너 원래 왼손잡이였다고 해도 믿겠는데?”


“그 정도냐?”


“어, 성진이보다, 너 왼손 투구가 훨씬 위력적이다. 볼 끝이 지저분하게 살아있어.”


“당장 메이저리그 가도 되겠어?”


“얌마, 아직은 아니지. 지금은 성진이가 고교야구부 투수 중에서 평균 이상이니까, 지금의 너 정도는 고교야구에서는 최상위권은 될 것 같아.”


씁쓸하지만 하나 더 물었다.


“그럼? 내가 유격수 보던 타자의 입장과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를까?”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대형이의 표정.


“솔직히 말해줘?”


“그래, 듣고 싶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를 지켜본 너한테서”


“그래...음 우선 너는 유격수 수비가 굉장했어. 메이저리그 선수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기본에 아주 충실했고, 실제로 네 주변으로 날아간 공에 네가 실수라는 건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였으니까.”


“그 정도였나?”


“넌 유격수로서는 천재였어. 게다가 넌 그 큰 몸으로 홈런도 아주 잘 뽑으니까, 너 같은 대형 유격수는 정말 구하기 어려운 희귀한 경우였어.”


“고맙다, 칭찬”


“근데 지금의 좌완 투수로서는... 글쎄다. 너 하나 대학진학 정도는 어렵지 않겠지만, 너 유격수 때처럼 우리 친구들 여러 명을 한꺼번에 데리고, 같이 명문대 입학할 수준은 아닌 거 같아.”


“그래, 더 노력해야지.”


지난 생에서 왼쪽 팔을 다루는 감각은 지금의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있지만, 아직 미래의 내 정신과 현재의 몸이 완벽하게 일치되지 않는데 이 sync만 잘 맞춰진다면, 왼팔로 지금보다 월등한 속구와 제어가 자신 있는데...


더 이를 악물고 재활 운동과 왼쪽 어깨 강화 운동을 했다.


몸의 균형을 깨지 않을 정도로만 벌크업을 해서, 상하체의 균형을 키웠다.


유격수 때는 빠른 몸놀림을 위해 전체 근육을 키우지 않았지만, 이제 야수는 불가능하고 오로지 투수로만 야구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상하체 밸런스를 깨지 않는 가운데, 특히 하체 중에서도 허벅지를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메이저리그행이 좌절된 이후, 자퇴가 취소되며 어렵게 복학한 뒤의 첫 시험이었다.


중간고사 성적이 3학년 교실이 몰려있는 1층 교무실 부근 게시판에 붙여졌다.


난 고등학교 입학 이후 고3인 현재까지, 단 한 번도 37등 이내에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무려 12등을 했다.


담임선생님과 학년주임선생님, 그리고 교감 교장선생님들 모두가 놀랐다.


이서 누나가 잘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전생에 대학도 못 가고 고등학교 중퇴의 인생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뼈저리게 겪어보니,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안 왔다.


이게 어떻게 얻은 두 번째의 삶인 지를 아니까, 지난 생처럼 밑바닥 삶을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야구로 명문대학은 물론 메이저리그도 갈 수 있었던 부상 전과 지금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서른여덟의 정신연령을 가진 나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열여덟의 몸은 건강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루 2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수면으로도 학교수업과 방과후에 대형이와 1시간 정도 피칭연습, 그리고 이서 누나와 3시간 가량 과외를 했고, 다시 혜연누나를 헬스장에서 만나 오른쪽 어깨 재활훈련과 함께, 왼쪽 어깨와 팔 근육 강화, 벌크업과 허벅지 힘을 키우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해 땀을 쏟았다.


그런 한편으로는 내 돈으로 컴퓨터 학원비용을 대면서 야구부 친구들이 PC조립 기술을 익히도록 지원했다.



*****



혜연누나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집 앞까지 왔는데,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스티브 형을 봤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형!”


“도윤아.”



*****



엄마가 저녁으로 먹으라고 해두고 가셨는지, 김치볶음밥과 계란프라이가 여러 개 있었다.


차려준 밥을 누가 훔쳐먹기라도 할 듯,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는 스티브 형이었다.


“형 천천히 먹어.”


꾸역꾸역 먹는 형이 안쓰러워서 사이다 한 병을 따서 컵에 따라줬다.


벌컥거리며 한 번에 다 마시더니,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왜?”


“너 통장 분실신고 했었니?”


“어, 형은 내 병실에서 나간 뒤로 연락이 없고, 전화를 해도 안 받더라.”


“야, 그래도 나한테 말도 없이 통장 분실신고를 냈냐?”


“전화를 안 받는 형한테 어떻게 연락하라고?”


“그게...”


“형, 나한테 사기치려 했어?”


“무슨 소리야?”


왈칵 화를 내며 쏘아보는 스티브 형.


“내가 LA유니콘스 구단에 직접 문의했어. 내 계약금 그냥 구단에서 포기하고 주기로 했다고 들었고.”


“아니.. 그게..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회 줄 거야. 형이 그래도 거짓말을 하거나 나를 어리숙하게 보고 대한다면, 나도 형에게 미련 안 갖는다. 거짓말 계속 할 거면, 그냥 형은 지금 이대로 우리집 나가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야 해.”


“...”


“내 계약금 사기 치려 한 거 맞지?”


“...”


“대답 안 할 거면, 즉시 나가줘.”


“미안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쉬는 스티브 형이었다.


“말해줘 봐. 무슨 일인데, 나를 속이고 계약금을 훔치려 했는지”


"작년부터 경기가 안 좋아 졌고, 올해 더 심해져서 지금 아버지 사업이 부도 직전이야, 그래서 은행에 담보로 잡힌 부모님 소유의 우리 집이 통째로 넘어갈 상황이야.”


IMF가 시작되기도 전인 작년부터 이미 경제 위기의 신호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었었다.

아마 스티브 형의 부모님 사업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했다.


“형네 원래 부자잖아.”


“작년 초에도 부도 위기 몰려서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부동산을 팔아 메꿨었거든, 이제 남은 건 아버지 어머니한테는 지금 살고 있는 집밖에 안 남았어.”


“위치가 어딘데?”


“국기원 옆에 가장 오르막 쪽이야. 삼중 호텔 뒤편.”


“음”


역삼동인가 본데, 거긴 사두면 나중에 IMF가 지난 이후 계속 오르는 일만 남은 곳인데...


“매물로 내놨는데,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서 안 팔려. 이러다 은행에 뺏기게 생겼어.”


“얼마짜리야?”


“작년 97년 초에는 16억이었고, 지금은 많이 떨어져서 11억 정도 해.”


“형네 그 집 말고 다른 자산은 없어? 돈 빌릴 곳 말이야.”


“왜? 있어도 확실한 뭔가가 없는 한, 갚지도 못할 것 빌릴 순 없지.”


“그런 사람이 내 계약금을 훔쳐 가려 했어?”


“미안하다, 도윤아. 나 미국 유학비 보태 주시느라 두 분 노후의 여윳돈도 다 쓰셔서... 이제 남은 게 집 하나인데, 그거라도 지켜 드리고 싶었다. 정말 미안하다. 도윤아.”


고개를 푹 숙인 스티브 형을 보니 좀 이해가 갔다.


내 전생에서도 IMF 이전 해인 1996년부터 1997년과 1998년 사이, 먼 친척부터 시작해서 친구 부모님을 포함, 꽤 많은 내 주위의 사람들이 사업과 자영업이 망해 자살했다.


부동산 폭락과 천정부지로 솟은 대출 이자 감당을 못 해서, 혹은 사업이 망해서 등 각자의 이유는 달랐지만, 꽤 많은 가장들이 세상을 버리는 선택을 했었다.


“내 친한 친구 아버지가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 있는데, 올해만 잘 버텨내면 된대. 집값은 내년부터 5년 내내 크게 오를 거라니까, 그 집 팔지 말고 최대한 버틸 방법을 찾아서 올해만 넘겨 봐. 차를 팔고 다른 채권이나 귀금속을 팔아서라든, 친척들에게 돈을 빌리든 뭐라도 해 봐.”


평범한 고등학생의 말이라 잘 안 믿겨 지는 듯했다.


“니 말 믿을 수 있는 거니?”


내 전생에 생수와 음료 배달업을 하면서, 메이저리그를 그리워하던 간절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신문과 TV로 메이저리그 소식을 접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중요한 사건을 되짚어서 연상해 봤다.


전생에서 IMF가 끝난 1998년에 나는 야구부 친구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학교를 자퇴하면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TV로 중계되던 메이저리 경기나, 신문의 뉴스기사만 보고 살았었다.


그중의 일부 큰 기사들이 쉽게 생각이 났다.


“형, 그럼 내 말을 믿을 수도 있고, 잘하면 돈을 벌 수도 있는 걸 하나 알려줄 테니까, 형이 이 정보를 잘 활용해서 돈을 벌어 봐.”


“뭔데?”


“샌프란시스코 썬더볼트 팀이 이번에 멕시코에서 대형 신인 스카웃 했을 거야. 알아?”


“어, 알지. 안토니오 ‘시나’ 마티아스 걔가 올해 중남미 통틀어서 최고의 유망주야. 샌프란시스코 구단 부사장이 나랑 친한데 그 사람 작품이야, 근데 걔는 왜?”


“이유는 묻지 말고, 걔가 곧 가족에게 급한 일이라면서 멕시코 다녀오려 할 텐데, 절대로 멕시코에 보내면 안 된다고 전해.”


“갑자기 뭔 소리야?”


“형, 묻지 말고, 그렇게 전해 보라고, 샌프란시스코 구단 관계자한테 말이야.”


“그걸 뭐라고 해서 말해? 너 같으면 뜬금없이 이런 말 내가 한다고 믿어주겠냐?”


“동양의 점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서양의 타로점이나 수정구슬하고 달리 영매를 통한 거라 월등히 적중률이 높다고 설명해 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긴 나 같아도 안 믿겠다.


“근데 무슨 일인데?”


“지금이 한국시간으로 4월 마지막 날이니까,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16시간 차이 난단 말이지. 미국 시간으로 4월 30일 목요일 걔가 비행기 사고로 죽을 거야.”


“야! 재수 없는 소리를.”


“맞는지 틀리는지 봐. 맞거든 나 다시 찾아 와. 형이랑 같이할 일이 있어, 에이전트 사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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