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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니 1997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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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2.12.29 13:14
최근연재일 :
2023.01.06 12:1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372
추천수 :
206
글자수 :
70,936

작성
22.12.30 12:05
조회
510
추천
16
글자
13쪽

DUMMY

학교에서 하교 후 좀 멀찍이 떨어진 카페에서 윤이서 누나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뽀로통한 표정의 누나가 들어왔다.


“어, 누나. 여기”


“스~읍, 너 진짜 자꾸 누나라고 할래? 선생님이라고 안 하면, 나 너 다신 안 만난다?”


“하~아!”


내가 긴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자 윤이서 누나가 조금은 긴장한 표정이 되어 나를 봤다.


“왜?”


내가 한숨을 내쉬니까 뭔가 걱정 됐나 보다.


“누나, 아니 누나 선생님이라고 해줄게, 근데 내 말 정말 안 믿겨?”


“어! 다른 건 좀 믿어지는데, 내가 너랑 결혼했었다는 건 정말 안 믿겨.”


“왜? 그 안 믿기는 이유가 뭔데?”


“첫째, 넌 내 동생과 동갑이야, 내가 미쳤다고 동생하고 동갑인 너랑 결혼을 하겠어?”


“좋아, 두번째는?”


“둘째, 넌 내 타입이 아냐!”


순간 나도 모르게 발끈한 목소리가 나왔다.


“내가 왜? 어디가 뭐 어때서?”


내 기세에 눌렸는지 윤이서 누나가 제대로 답을 못하고 버벅였다.


“아니.. 그게..”


“나 키 185센티야, 그리고 자 봐!”


셔츠 안에 받쳐 입었던 흰 면티를 목 아래까지 들어 올렸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약 2년 반 동안 야구를 하며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만들어진 근육질 식스팩을 보여줬다.


얼떨결에 내 복근과 가슴근육을 바로 코앞에서 다 보게 된 윤이서 누나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야! 너 미쳤어?”


“참나, 그래도 볼 건 다 보내? 어때? 내 키에 이 근육질 몸을 가졌어. 그리고 나 정도 얼굴이면 여자애들 졸졸 따라다닐 수준이야. 내가 어디가 못 하길래? 뭐가 부족해서 내가 누나 선생님 타입이 아니란 거야? 거짓말도 적당히 해야 믿어주지?”


“야! 이씨~ 너 지금 선생님한테 태도가 이렇게 불량하면 어떡하니?”


“누나 선생님, 말 돌리지 마!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우린 분명 부부였어. 그리고 우린 아이도 있었다니까?”


“야! 그만 안 해? 너 자꾸 이러면 나 그냥 갈 거야! 그리고 나 너하고 다신 안 만나!”


“어? 그럼 이 얘기만 안 하면 계속 만난다는 거 맞지? 히히”


“아휴, 쪼끄만 게 참 끈질기다.”


“좋아, 이제 더는 장난 안 할 테니까, 대평그룹 차남 장필준 그놈만 만나지 마. 그럼 이번 생에서는 누나 자유롭게 풀어줄게. 이번엔 나 말고 더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 근데 다시 말하지만, 장필준 그놈 혹시라도 만나면 절대 안 돼. 그놈은 누나에게 집착이 대단해서, 누나와 만나는 모든 남자를 그냥 안 놔둬. 거의 병적으로 집착하게 된다고. 그니까...”


“그만! 너 자꾸 그 얘기 하는 거, 이젠 정말 무서워.”


“...”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처음엔 호기심이랑 반발심 생겨서 몰래 살펴보고 만나볼까도 생각했는데, 이젠 정말 무서워서 만나볼 생각 없어졌어. 그니까 그 사람 얘기 그만해. 듣는것도 무섭고 싫어.”


“응, 누나 내가 정말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더는 말 안 하는데, 그놈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그놈은 누나 납치하든, 아니면 강제로라도 누나 소유하려 할 거야, 완전히 누나에게 집착하는 미친놈이었어, 전생에. 그것만 제발 잊지 말아줘.”


“...”


“대답하고 약속해 줘, 누나, 그럼 이번 생에서는 내가 누나 포기할게. 자유롭게 놔 줄 테니까,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라고.”


“야! 너 어디가?”


“아니.”


“근데? 왜 어디 가는 사람처럼 그래?”


“왜? 나, 누나 곁에서 떨어지지 마?”


“야!”


“누나가 싫다면, 난 누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야. 대답만 해. 언제든 누나 근처에서 정말 사라져 줄 테니까.”


“...”


“그건 아니지?”


가만히 날 보던 윤이서 누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나도 우리가 전생에 부부였다는 얘기는 당분간 하지 않을게. 누나가 많이 불편해하니까, 누나가 싫다는 건 나도 싫어져.”


“흥~칫! 내가 감사해야 하는 거야?”


“아니야. 전생에선 내가 누나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그게 미안해서 그래.”


“야! 이씨, 너 자꾸 그 얘기 계속할래?”


“하하”



*****



“스타밥스? 그게 정말 크게 히트 친다고”


“어! 미국 커피 전문 체인 브랜드인데, 그거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히트쳐. 내가 전생에서 죽던 그 날까지도, 우리나라 전국방방곡곡에 매장이 있고, 엄청 사업이 잘 되는 브랜드였어.”


“흠.. 근데, 니 말대로 우리 아빠가 그 사업을 하기에는 무리일 거 같은데? 돈이 너무 많이 들잖아?”


“그럼 일단 내가 그거 해결할 방법을 알려줄게. 그럼 누나는 나한테 뭘 줄래?”


“뭐?”


“누나 뺨에 뽀뽀”


“야! 너 죽을래? 이게 진짜?”


발끈하는데, 꼭 싫다는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내가 왜 전생에서 이 여자가 내게 미안해하며, 나에게 다가오던 그 마음을 왜 뿌리치고 멀리했을까?


지금의 내 기억 속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그 이유를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왜 내게 고백하고 다가왔었던 윤이서의 마음을 거절했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아마 그때는 나를 불행에 빠트린 원흉으로 윤이서를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윤이서의 고백을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내게 대한 동정심이라고 생각해서 굴욕을 느낀 나머지 반발하고 거부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었다.


아니, 내가 남의 기억과 몸에 빙의한 것도 아니고, 내가 살아왔던 과거로의 회귀인데, 어떻게 이게 기억이 안 날까, 나도 의아했다.


그리고 만약 그때 윤이서를 내 마음속에 받아들였었다면, 윤이서가 장필준과 헤어지면서, 우리 부모님 사업이 망하거나, 아빠 엄마가 차례로 불행을 겪는 일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야! 뭐해?”


“어? 어?”


“너 방금 눈 뜨고 멍한 표정으로 거의 10여 초를 꼼작 안 하고 있었어.”


“아 전생의 옛날 기억을 떠올려 보느라. 나 사진 기억력 있다고 했었잖아. 그거야 바로.”


“아! 그거 정말이야?”


“응, 자! 그럼 누나 아빠 사업 도와드리는 대가는 누나 뺨에 뽀뽀말고, 누나가 나 대학입시 과외 시켜주는 걸로 바꾸자, 어때?”


“야! 뽀뽀는 순간이지만, 너 대학입시 과외는 앞으로 반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널 만나야 하는데?”


내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누나, 내가 말했잖아. 누나가 나 싫다고 부담되니까 사라지라 하면 다시는 누나 앞에 안 보일 거라 했잖아.”


“...”


“지금이라도 말만 해. 너 다신 보기 싫어. 라고 하면 나 정말 누나 다신 안 만나. 그렇게 해 줘? 어?”


“휴우~. 아니야. 그건”


정작 몰래 한숨 쉬고 가슴을 쓸은 건 나였다.


혹시나 진짜로 사라지고 멀리 가버리라고 할까 봐.


“그래 그럼. 나 과외 좀 해 줘. 열심히 배워서 누나한테 자랑스러운 제자가 될게. 그럼 되지?”


“야! 아까는 부부였다면서? 근데 이번엔 스승과 제자야?”


“부부였다는 거 못 믿겠다며?”


머릿속이 뒤엉켰는지, 아무 대답도 못 하는 윤이서 누나였다.



*****



“잠깐만 그게 미과즙 음료의 뜻이 뭐야?”


“微 작을 미”


“아! 과즙이 미량 함유됐다? 그래서 미과즙 음료라고 구분 하는 구나?”


“어. 내가 전생에 생수배달이나 음료배달 같은 걸 하면서 먹고 살았잖아. 고교 졸업장도 없는 오른팔 장애인이 먹고 살길은 별로 없었거든, 그때 내가 주로 많이 날랐던 게, {5% 부족할 때}라는 미과즙 음료랑, {물과 가까운 물}이란 걸 매일 같이 수백 짝씩 날랐었어. 그래서 기억났어. 그거 엄청나게 잘 팔렸거든.”


“그래?”


“어, 누나 내 말 믿어야 해. 지금 누나네 아빠가 하시는 사업, 그건 하면 안 되는 거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투자가 잘못되는 바람에 누나네 아빠 회사가 위기에 빠졌던 거야.”


“아!”


좀 두려워하는 눈빛의 윤이서 누나였다.


“내 말 믿어줘. 어떻게든 누나 아빠가 지금 큰돈 들여서 하는 사업확장이나 새로 하시는 거, 그만두시게 해야 해. 안 그러면 그거 때문에 부도 위기 몰려서 어쩔 수 없이 누나가 장필준이랑 만나고 둘이 결혼하면서 모두가 불행해지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야.”


“...”


“누나 나 믿지?”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던 윤이서누나, 그리고 확실히 신뢰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힘있게 끄덕였다.


“누나 내 말도 믿지?”


이번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믿는다고 대답해주면 내가 더 힘이 나서 더 많이 도울 수 있을 거 같아.”


“나, 한도윤 너 믿어.”


“내가 뭘 하든 이젠 다 믿어줄 거지?”


2초쯤 머뭇거리다가 다시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윤이서 누나였다.


“좋아, 장필준 그놈네 회사가 내년 말쯤에 신제품으로 {5% 부족할 때}라는 음료를 출시할 거야. 이게 정말 초대박 상품으로 이 음료 하나만으로도 매출이 연간 1천억이 넘게 나올 거거든.”


“어멋! 정말?”


“어, 내가 10여 년을 그 음료배달하며 먹고 살았는데, 그걸 모를까?”


“근데 아빠 회사연구소에서 그걸 어떻게 만들지?”


“서양유업이란 회사가 {물과 가까운 물}이란 미과즙 음료를 이미 개발해서 잠시 판매했었거든. 그게 아마 올해 여름쯤일 거야.”


“아! 거기랑 제휴 하라고?”


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그건 망한 제품이야. 재고 엄청 많이 나오고, 처치 곤란한 골치 아픈 신제품이 될 거거든?”


“응?”


“그걸 제조법이랑 판권, 그리고 그 설비를 모두 싸게 다 사들이든지, 아니면 제조법 판권만 사들이고, 서양유업에 독점납품 계약 맺어서, 누나네 아빠 회사로 납품받아서 판매하면 될 거야.”


“아하!”


누나가 감탄한 표정이었다.


“너 되게 똑똑하구나?”


“에이 참, 이건 내가 똑똑한 게 아니라, 내가 더 미래까지 살다가 와서 그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까지, 뭐 정답지를 다 보고왔는데, 시험지 받은 그런 기분이랄까?”


“훗, 너 겸손하기도 하네?”


“그래, 이래서 전생엔 누나가 날 사랑하게 됐던 거야.”


어라?


일부러 찔러 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네?


이젠 지겨워서 포기했나?


“그래, 정말 그랬겠구나?”


헉!


뭐야? 이제 내 거짓말 받아들이는 거야?


“억지로 널 거부하진 않을게, 그냥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널 볼게.”


“...”


“그러니까 너도 날 자꾸 재촉하진 말아줘.”


헐!!


꿀꺽.


“어... 알았어.”


“아무튼 그럼 너가 알려준 대로 미과즙 음료를 그렇게 우리 아빠회사 제품으로 만들어서 판 다음엔?”


“그게 아무래도 새로운 개념의 음료니까, 첫해는 시장에 알려지고 자리 잡는 시간이 좀 필요해.”


“응”


“근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누나 아빠 설득해서 이 제품에 광고를 집중해야 해. 코어타겟을 좀 확장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남자도 그 대상에 넣으라고 해. 내가 전생에서 숱하게 많은 가게와 점포들 돌아다녔는데, 그 음료는 여자들만 사는 게 아니었거든. 10대 후반 남자랑 20대 남자들이 정말 많이 사 먹더라고.”


“응”


윤이서 누나가 수첩에 내가 말한 내용을 꼼꼼하게 다 적고 있었다.


“아! 참. 지면 광고 카피는 <날 물로 봤니?> 라는 게 히트였었다. 이제 기억났네. 그게 장필준이네 회사에서 나왔던 카피거든. 그게 유행어가 됐었어. 그리고 저 칼로리라는 거랑 물에 가까운 깔끔한 맛이라는 걸 포인트로 강조하라고 해 누나네 아빠 홍보팀에, 그리고 청순한 여자모델이랑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이미지 가진 남자 배우 쓰라고 해, 돈 아끼지 말고. 이거 정말 크게 히트 칠 거야. 누나네 아빠 이걸로 큰돈 버실 수 있어.”


이젠 거의 사이비 종교 교주를 보듯, 나를 보는 윤이서 누나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아, 말을 많이 했더니,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마시고 싶다.”


“안 돼~~! 지금 넌 고등학생이잖아.”


놀란 눈빛으로 윤이서 누나가 날 만류했다.


“누나가 보호자로 어떻게 안 될까? 나 주민등록증도 나왔거든?”


“그래? 그럼 어디 보여줘 봐?”


“자! 여기, 작년 내 생일지나고 바로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이야.”


내가 보여준 주민등록증을 보는 윤이서 누나의 표정이 발그레해졌다.


“넌 사진도 잘 생기게 나오는구나?”


오!


잘생김 인정?


“그래? 누나 보기에도 나 좀 잘 생겼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윤이서 누나.


“응. 너 잘 생겼어.”


“누나도 진짜 예뻐. 정말이야.”


“칫! 나도 알아, 어려서부터 지겹게 들었으니까.”


“어? 그래? 나도였는데, 나도 잘 생겼다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었어. 아주 지겨웠거든.”


“풉~ 우리 얘기 누가 들으면 재수없다고 욕하겠다.”


“크크크 그치? 근데 우린 욕먹어도 싸, 객관적으로 누나나 내가 너무 잘 생기고 예쁜 건 사실인데 뭐.”


“푸흡.. 하하”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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