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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가위 님의 서재입니다.

미연시의 주인공 : 홍장미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완결

희망의가위
작품등록일 :
2021.06.08 23:45
최근연재일 :
2021.08.02 14: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51
추천수 :
14
글자수 :
112,632

작성
21.07.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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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4회

DUMMY

다음날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건 그저 귀찮기만 할 뿐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다르다.


장미하고 어제 있었을 일에 대해 빨리 이야기를 해보고 싶으니까 말이야.


[플레이어] 그런데 말이다. 기뻐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늘 그렇듯 빵을 꺼내 아침을 대충 차려 먹고 있는데 플레이어가 어울리지도 않게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게 참으로 거슬리는군.


[인철] 뭔데?


[플레이어] 어쩌면 이제 장미를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인철] 뭐?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냐?


난데없이 왜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그런데 왜 이렇게 진지해? 맨날 까불어대더니.


[플레이어] 어제 쪽지 기억하냐?


[인철] 당연하지. 그럼 벌써 잊어버렸겠냐?


[플레이어] 내가 보기엔 그 쪽지는 이별의 플래그인 것 같아.


[인철] 이별의 플래그? 그게 뭔데?


일단 물어보기는 하겠지만, 이 녀석이 이런 이상한 용어를 사용할 때는 결국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더란 말이야?


[플레이어] 쉽게 말하자면 특정 행동을 할 경우에 반드시 뒤따르는 공식 같은 거야.


[플레이어] 예를 들어 <어쩐지 이대로 그녀를 보내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라는 말이 나오면 그 이후 정말로 만나지 못하게 되지.


[플레이어] 즉, 어제 쪽지처럼 <언젠가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녕히 계세요.>이런 말이 나오면 <그 후로 그 사람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는 결말이 나타난다는 거지.


[인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플레이어] 아니. 원래 시나리오를 쓸 땐 기존에 나와있는 작품들을 많이 참조해서 쓰기 때문에 그런 통계를 무시해선 안 돼.


[인철] 나 참. 기가 막혀서.


나는 그 이후로 플레이어의 말에 완전히 신경을 끄고 빵을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갑자기 빵 맛 떨어지는군.




[지혜] 에에에엣!?


[인철] 뭐냐. 만나자마자 첫 인사가 그 모양이냐?


[지혜] 큰일이야. 서둘러야 해. 지각할 거야!


[인철]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해라. 지금 시간이라면 기어가도 지각하지 않으니까.


[지혜] 엣? 정말?


지혜는 시계를 들여다보고 핸드폰까지 확인해 보고서야 안심한 모양이었다.


[인철] 대체 왜 지각이라고 생각한 거냐?


[지혜] 그야 인철이가 나보다 먼저 와있었으니까.


[인철] ···어째 듣기 이상한 이야기네? 즉, 내가 일찍 왔다는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네가 늦었다고만 생각했던 거냐?


[지혜] 응.


딱.


[지혜] 아파앗!


[인철] 아프라고 때렸다.


[인철] 대체 왜 내가 지각하기 직전에 올 거라는 생각을 한 건데?


[지혜] 하지만···인철이가 나보다 먼저 온 건 처음인걸?


[인철] 뭐라고? 설마.


[지혜] 믿기 싫겠지만 사실인걸?


나는 잠시 생각을 해봤지만, 확실히 내가 지혜를 기다렸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 말은 결국···.


[인철] 너, 정말 학교를 좋아하는군. 그렇게까지 일찍 등교를 하고 싶은 거냐?


[지혜]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야···.


[인철] 아니. 평범한 결론이라고 생각하는데.


[지혜] 그러면 인철이가 오늘 일찍 나온 것도 학교에 일찍 가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인철] 응?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지혜] 왜? 학교에 빨리 가서 해야 할 일이라도 있어?


[인철] 아니. 그냥 조금 신경쓰이는 게 있을 뿐이야.


[지혜] 에? 뭔데? 뭔데? 가르쳐줘.


[인철] 시끄럿! 거참 꼬치꼬치 캐묻네.




[지혜] 졸지 말고 수업 열심히 들어야 해?


[인철] 나 참. 끝까지 잔소리는.


지혜와 헤어진 나는 일단 장미의 교실로 가본다.


하여튼 플레이어 녀석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 말이야. 그런 말을 들으니 어쨌든 신경이 쓰여서 말이지.


교실에 도착했지만, 장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플레이어] 역시.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플래그였던 거야.


[인철] 시끄러워. 내가 너무 일찍 온 것뿐이야.


일단 장미가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교실에 다시 왔다갔다하는 건 귀찮으니까 말이야.


[장미] 인철 씨?


핸드폰을 만지면서 10분 정도 기다린 후 여기서 이러고 있는 내 모습이 어딘가 대단히 이상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게 될 때쯤에서야 장미가 나타났다.


[인철] 아. 안녕.


그것 봐. 무슨 사라진다느니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느니 완전히 헛소리였어. 처음부터 걱정도 하지 않았지만.


[장미] 여기서 뭘 하고 계시나요?


[인철]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이렇게 아침부터 만나다니. 우연이네?


[장미] 그렇군요. 그럼 어서 지나가시지요.


[인철] 아니···그런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니었는데. 아무튼, 어젠 어떻게 됐어?


[장미] 어제요? 아-.


그제야 장미도 내가 찾아온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았다.


[장미] 잘 해결되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답니다.


[인철] 그래?


[장미] 네. 인철 씨가 말씀하신 대로 아버님께 제 생각과 기분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조금 놀라시는 것 같았어요.


[장미] 그렇지만, 이해해 주시더군요. 오히려 기뻐하시는 것 같았어요. 제가 지금까지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장미] 결혼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해주시겠대요.


[인철] 그래. 다행이네.


세상에 자기 자식이 안되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니. 뭐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말이지.


[장미] 조언해줘서 고마워요. 다 인철 씨 덕분이에요.


그렇지 않아.


그야 내가 이야기한 것도 있지만,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린 것은 장미잖아.


나는 아주 작은 도움을 내밀었을 뿐이지.


뭔가 어색하군.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감사를 받았던 적은 없었으니까.


[인철] 고마우면 나중에 한 번 같이 놀러 가자고.


어색한 마음에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말을 꺼내니 장미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진지하게 물어왔다.


[장미] 그거, 데이트 신청하시는 건가요?



● 그럴지도 모르지.

● 그렇게 받아들여도 상관없어

● 그렇게 되는 건가? ← 선택



[인철] 그렇게 되는 건가?


[장미] 아니라면 어떤 뜻이죠?


[인철] 아니. 역시 데이트 신청이 맞아.


[장미] 뭐죠? 마지못해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만?


[인철] 윽.


[인철] 미안. 인정하기 민망했을 뿐이야. 우리 서민들은 좀처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구.


[장미] 정말 서민들이란 힘들게 사는군요.


나도 가끔은 장미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장미] 데이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인철] 그, 그래. 고마워.


[인철] 저기. 이따가 집에 같이 갈 거지?


[장미] 네.


[인철] 그래. 그러면 수업 끝나고 보자.


아무튼, 잘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년이나 가깝게 지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알고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는 사이일수록 대화를 더 자주 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지.




[장미] 인철 씨.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돌아섰을 때 문득 그런 이야기가 들린 것 같았다.


뒤돌아보니 장미는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잘못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플레이어] 그래. 잘못 들은 거야.


[인철] (너···난데없이 튀어나와 남의 감동을 부수지 말라고.)


[인철] (아까는 자꾸 플래그니 뭐니 떠들었겠다?)


[플레이어] 그건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려고 했던 말이야.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을 리가 없잖아? 여기까지 와서 배드 엔딩이 나온다는 것도 이상하고.


[인철] (나 참. 기가 막혀서.)


[플레이어]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너도 장미에 대한 마음을 깨닫지 않았냐?


그 말에는 얼른 반박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장미에 대해 언제부턴가 진심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야.


뭔가 플레이어가 원했던 대로 된 것 같아서 조금 분하긴 하지만.


그 분한 마음보다 장미에 대한 마음이 더 큰 것 같단 말이지.


나 참. 설마 내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걸?


오래 알고 지낸 남이라도 잘 모를 수 있다고 했지만,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점도 얼마든지 있을지도 모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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