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 노래방에 간다.
● 도서관에 간다.
● 편의점에 간다. ← 선택
[인철] 편의점에 가보자!
[장미] 편의점이라고요? 저도 거기에는 흥미가 있답니다.
나는 근처 눈에 띄는 편의점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역시 편의점이야말로 서민의 제일가는 친구이니 편의점에 들르는 것도 서민의 데이트라기에 부족할 것이 없으리라.
[장미] 굉장히 아담한 공간에 물건들이 빼곡하게 가득 차 있군요?
[인철] 그것이 편의점이라는 곳의 특징이지.
예상은 했지만, 편의점 방문도 처음인 모양이다.
[장미] 그래서? 여기에서는 정확히 무엇을 하는 거지요?
[인철] 잠깐만. 설마 편의점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거야?
[장미]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어떤 곳인지 정도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철] 그래? 네가 아는 편의점은 어떤 곳인데?
[장미] 그야 서민들이 쇼핑을 하는 공간이 아니겠습니까?
[인철] 대충 맞는 말이긴 한데···어쩐지 조금 이상하네.
그래서 나는 장미에게 편의점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기로 한다.
[인철] 이건 ATM 기계야.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누르면 돈이 나오지.
[장미] 그럼 어서 한 번 해보시지요.
[인철] 아, 아니. 공짜로 나오는 게 아니라 은행 잔고에서 빠지니까 함부로 쓰면 안 돼! 수수료도 비싸고.
생각해보니 내 설명이 조금 오해를 부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군.
[인철] 여긴 냉장 음료들이야. 규모에 비하면 있을 건 다 있지.
[장미] 그렇군요.
장미는 냉장 음료에는 거의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인철] 여기는 실온 스낵들을 두는 곳이야. 라면도 있고. 대부분 비싸다 보니 마트에서 사는 게 낫지만, 가끔 편의점에서만 파는 물건도 있어서 그런 걸 사려면 여기에 와야만 하지.
[인철] 여기는 생필품들이야. 급하게 필요할 때 살 만한 일회용 물품들이 많지. 아무래도 비싸기도 하고 여성용품이 많다보니 내가 샀던 적은 없지만 말이야.
[인철] 여기는 냉동식품이야. 여기에 있는 제품만으로 한 달은 안 질리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맛있는 제품들이 많아.
그런 식으로 전체적으로 편의점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마 카운터에 있던 알바 형은 우리를 보고 <뭐야? 저 이상한 녀석들은? 촌놈들인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
[장미] 그럼 뭔가 사보시죠?
[인철] 응? 딱히 살 건 없는데?
애초에 뭔가를 사도 그걸 같이 다니는 동안 계속 들고 다니기도 그렇고.
[장미] 그런가요? 할 수 없군요. 그럼 나가도록 하죠.
[인철] 그, 그래.
실컷 떠들며 돌아보고 나서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는 황당한 손님.
나는 알바 형과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시선을 피해서 슬금슬금 밖으로 나간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덧 7시 30분이 지나 있었다.
이제 서서히 저녁을 먹어야 할 텐데.
생각해라! 가장 서민다운 저녁 식사를 하려면 어디가 제일 좋을까!?
● 중식당에 간다. ← 선택
● 분식집에 간다.
● 우리 집으로 간다.
● 편의점에 간다.
그래. 역시 한 번쯤은 중식당을 경험해봐야겠지.
[인철] 좋아! 중식당으로 가자!
[장미] 중식당인가요? 좋아요.
나는 근처의 눈에 띄는 중식당을 찾아···들어가려고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눈에 띄질 않았다.
그래서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했다.
하여튼 보통은 배달시켜서 먹으니까 말이야. 의외로 위치는 잘 모른다고.
이렇게 중식당의 매장에 들어와 본 건 정말 오랜만인걸?
제법 깨끗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좋아. 어디 메뉴를 정해볼까?
과연 어떤 요리가 서민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서민적인 어쩌고를 떠나서 돈도 별로 많지 않으니 깐풍기나 깐쇼 새우 같은 건 애초에 선택 불가능하다.
가격과 대중성을 고려했을 때 가장 무난한 건, 이 정도인가?
● 짜장면
● 짬뽕
● 볶음밥 ← 선택
● 깐풍기 + 깐쇼 새우
잠시 고민하던 나는 짜장면도 짬뽕도 아닌 볶음밥을 시켰다.
일단 볶음밥은 밥 요리이기도 하니 짜장면, 짬뽕보다 좀 더 무난한 요리라고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짬뽕 국물과 짜장 소스가 같이 나오는 곳이 대부분이라 요리 하나로 짜장과 짬뽕까지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잠시 후 주문한 볶음밥과 함께 예상대로 짬뽕 국물이 같이 나온다.
볶음밥뿐 아니라 짬뽕 국물도 먹을 수 있어서 뭔가 이득을 본 기분이란 말이야?
[인철] 좋아. 먹자고.
밥이야 장미도 숱하게 먹어왔을 테니 먹는 방법 같은 걸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같이 나온 재료들에 대해선 설명이 필요하겠지.
[인철] 여기 검은 건 짜장 소스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 소스와 함께 떠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장미] 굉장히 적습니다만?
[인철] 많이 먹고 싶으면 짜장 밥을 먹으라는 거지.
[인철] 이 국물은 짬뽕 국물이야. 볶음밥은 조금 느끼하다 보니 이 얼큰한 짬뽕 국물이랑 궁합이 좋은 편이지.
[장미] 그렇군요. 설명 잘 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중식당에서 먹을 일이 있으면 대부분 짜장, 짬뽕, 탕수육만 먹었지 볶음밥은 거의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음. 볶음밥도 맛있네?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인철] 어때?
[장미] 맛있어요. 볶음밥 자체는 저희 집 요리사가 만든 것이 더 맛있는 것 같지만, 이 국물이랑 같이 먹으니까 훨씬 맛있군요.
[인철] 그, 그래. 다행이네.
[장미] 이 국만 따로 먹어도 맛있을 것 같네요.
[인철] 그러면 짬뽕밥이 되는 거지.
그렇게 우리는 즐겁게 먹기 시작했으나···좀처럼 그릇은 비워지지 않고 있었다.
[장미] 인철 씨.
[인철] 응?
[장미] 배가 부른데요···.
[인철] 응···나도 그러네.
볶음밥이란 거, 접시에 담겨 있는 걸 봤을 땐 양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도 먹다 보면 굉장히 배가 부르단 말이야?
기름이 듬뿍 들어가서 그런가? 아니면 처음부터 양이 많은데 접시에 담겨 나와서 적게 보이는 건가?
[장미] 저···못 먹겠어요.
[인철] 그래.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
[장미] 인철 씨가 대신 드시겠어요?
[인철] 뭣? 내가?
나는 거의 다 먹은 참이지만, 더는 먹기가 힘든데···.
[장미] 네. 음식을 남기는 건 죄악이잖아요?
[인철] 그, 그렇긴 한데···.
소화 불량이 될 때까지 먹는 것도 내 신체에 못 할 짓이라구.
크흑. 어떻게 하지?
● 근성으로 먹어치워 주마! ← 선택
● 역시 안 되겠어···.
[인철] 알았어! 어떻게든 먹어볼게!
[장미] 믿음직스럽네요.
그리하여 나는 장미가 남긴 볶음밥까지 꾸역꾸역 먹게 되었다.
거의 1/3 이상은 남긴 것 같은데···이따가 소화제라도 하나 사먹어야 하나?
[장미] 정말 잘 드시는군요. 배가 고프셨던가요?
이 여자가 진짜! 설마 나를 엿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아무튼, 어떻게든 다 먹는 데 성공했다. 토할 것 같아···.
[장미] 인철 씨?
[인철] ···왜?
[장미] 짬뽕 국물이 남아있는데요?
[인철] 그 정도는 봐줘···.
아무튼, 뱃속이 가득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아침을 안 먹어도 될지도 모르겠는데···.
계산을 끝내고 밖으로 나온다.
그래도 부잣집 따님인 장미가 남는 음식물에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는걸?
내가 몰랐던 장미의 모습을 하나 발견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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