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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갓-망겜의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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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필력집착광
작품등록일 :
2022.04.24 13:10
최근연재일 :
2022.05.07 17:5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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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24

작성
22.04.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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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I Chapter - 파밍

DUMMY

최종시험이 끝난 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느낌적인 느낌의 시간은 대략 두시 반.


2월 치고는 날씨가 구름이 없고 햇빛이 짱짱하여 기온이 선선한 수준에 불과했지만 두 시간만 더 지나면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예상이 간다.


야만인의 방어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못한다는 제약과 그에 따른 조정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게임을 오래 해 먹은 경험이 있는데 예상이 가지 않을 리가?


소울류 게임은 유저를 괴로움에서 구원하는 것을 즐겼다.


괴로움의 근원이 무엇인가? 바로 삶!

곧바로 이승에서 지옥으로 비상 탈출 시켜 주는 것을 즐기는 녀석들이 할 짓이라 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하룻밤 사이에 바짝 마른 야만인 동태가 하나 생산될 것이다.


그러니 한수는 특단의 조치를 준비했다.


'빨리 아카데미로 돌아가 세르너드를 매수해야겠어.'


단독행동으로 탐사를 이어나가는 것은 더 이상 어렵다. 그리고 아카데미 밤을 홀로 보내기에는 더더욱 어려웠고.


고정적으로 배치되는 보물들은 구하기 쉬워도 아카데미 전역에 흩어져 있어서 야간 탐사까지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잡일꾼, 아니. 사람이 필요했다.


독식?

좋지!

그런데 그것도 정상인 몸뚱이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 아쉽지만 이번에는 포기해야 했다.

한수는 절로 나오는 마른침에 입맛을 다셨다.

어쩔 수 없지···.


아카데미로 서둘러 돌아간 한수는 사용인 건물 앞에서 서성이는 세르너드를 발견했다.


불안한 눈빛과 떨리는 눈동자. 가련한 발걸음은 그 모든 상황을 한 가지를 뜻했다.


시험관은 입학 합격자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반항은커녕 언제 털어갔는지도 모를 터.


나도 아마 털렸을 텐데 뭐 주머니를 뒤져 본 적이라도 있어야 뭐를 털어갔는지 알지. 캐릭터 시작 물품 따위 뭐가 중요하겠나 해서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신입생의 주머니를 털어갔다가 첫 방학 때 돌려주는 이 신묘한 전통은 규칙이 있다고 해서 말을 듣지 않을 것이 뻔 한 귀족이나 대상인들의 자제들의 기를 꺾어두는 점에서 생겨난 것이다.


돈 없이 이틀 동안 살아 갈 수 없다.


눈앞에 있는 사용인 건물의 문을 두드리고 부탁하면 된다.

맨입으로는 안 되니 가벼운 일도 시키면서 말이다.


귀족 자존심이 있지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서 수도로 들어가 가문의 지원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


떠난 듯 하지만 시험관은 아직 여길 주시하고 있다.

나가려고 하면 다시 이곳으로 던져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까지 해 준다.


그렇게 강제로 귀족들의 자존심을 꺾으며 사회성을 부여받게 한다. 아카데미는 교육 기관이라는 것을 시작부터 알려주는 대목이다.


"제길."


세르너드의 귀족적 자존심은 그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부탁. 부탁이라, 그런 건 세르너드가 살아온 삶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항상 명령하는 편에 서 있던 이에게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배는 고팠다.


"아···."


한수를 발견하고 입이 달싹였다. 한번 열릴 때마다 언어 대신 쉭쉭 숨소리만이 새어나오다가 이내 굳게 닫혔다.


세르너드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의 결정이 해가 진 다음에는 더 큰 문제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을 두드릴지. 가지고 있는 통신석을 통해 수도에서 필요한 물자를 공수할지. 그것이 비스콘티 가문에 오점이 될 지를 생각했다.


- 이번 대의 비스콘티 가문의 후계자는 솔리움 아카데미에 입학했다고 하더군요.

- 아아. 그 아이 말이지요? 이틀 동안의 대기도 못 버텨 손을 벌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건 안 될 이야기지.'


어떻게든 흘러나가지 않게 한다고 정보가 통제가 되는 곳 이라면 수도가 아니다. 이곳에는 비스콘티 가문의 입김이 닿은곳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면과 협상을 한 끝에, 고작 열네 살의 자존심은 실리를 택했다.


잠시 뒤.


"야만인. 네가 나를 합리적인 가격에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돕고 내게 재물을 바치는 것이다.“

"어허 따라해 꼬맹아. 이한수.“

"꼬맹이라니? 나는 너와 키가 같다!“


세르너드가 뒤에서 어깨까지 오는 보랏빛 단발머리를 흔들대며 왁왁 대는 것과 달리 몸은 솔직했다.


한수가 사용인 건물에 들어가서 예쁜 메이드 장에게 다이아몬드 한 조각을 시간이 없으니 헐값에 팔아넘기고 받아온 각종 서바이벌 도구들을 메고도 끄떡도 없이 잘 따라왔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나는 꼬맹이가 아니다!“


또한 귀족의 노동에 걸맞은 보수인 다이아 한 조각을 지불하고 2박3일간의 협조를 약속한 세르너드를 고용한 것에 한수 또한 만족하고 있었다.


길 가다 말고 주위를 슥 둘러보더니 이 수풀 저 수풀을 한 번씩 헤쳐 보더니 투명해서 푸르지 않은, 진실로 푸른색인 물방울 두 개를 꺼내와 하나는 세르너드의 손 위에 올려주고 남은 하나를 수통에 집어넣자 세르너드가 잠시 기쁜 티를 냈다가 다시 부루퉁해졌다.


"야만인. 대체 이건 뭐냐?“

"아아, 모르는 건가? 이건 '순수한 물의 정령 파편' 이라고 한다. 수통의 물을 정화해주지.“

"그걸 왜 정화하지? 원래 수통 안에는 항상 맑은 물 아닌가.“


'이정도로 샌님이라? 내 생각보다 좀 더 높은 가문인거 같긴 한데.'


"너희 가문의 하인들이 노고가 많았겠어.“

"감히, 날 모욕하다니!“


세르너드의 표정이 뒤틀렸다. 야만인 이놈이 칼을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사람이니 뒤에서 칼맛을 보고 나면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의 정신이 고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한수는 서둘러 변명했다.


"비스콘티 가문의 하인들의 능력을 칭찬한 거다. 주인이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하는 건 대단한 능력이지.“


한수는 몇 번 더 세르너드를 놀리다가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배낭에서 안티-선글라스 한 쌍을 꺼냈다.


추위를 막아줄 외피와 장비 정도로는 엄지손톱만한 다이아몬드를 아무리 헐하게 판다고 해서 적당한 가격이 아니다.


그러니 사용인들이 비상용으로 쓰는 마도구들을 죄 털어왔다.


이 안티-선글라스는 어둠속을 대낮처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가시거리를 확보해 주는 역할을 했다.


밀레시안에서 밤에 횃불을 들고 다니면 빠르게 시체가 되고 싶다는 의사표현이나 다름없었기에 이러한 것들이 필수적이었다.


높은 가격에는 높은 성능이 붙는 법. 한수는 그 결정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밤의 아카데미는 식생 자체가 뒤틀린다.

한수는 나무 에서 떨어져 내리는 사람 머리통만한 육식 거미의 허리를 잘라 반토막내며 세르너드에게 마도구를 건넸다.


허리 아래가 사라진 뒤로도 거미가 한참 꿈틀대는 것을 쳐다보던 세르너드는 절로 의문이 들었다.

대체 뭘 하기에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걸까?


"그 거미 먹어보면 생각보다 맛있음.“

"이걸, 먹었나?“


한수의 고개가 끄덕이는걸 본 세르너드는 잠시 혐오가 들었으나 이내 이해했다.

야만인이 살아간 곳은 먹을 게 부족해 저렇게 비쩍 말랐을 터. 굶어 죽느니 거미를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귀족인 내가 먹을 일은 없겠지만.


그런 생각들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한수가 왼손을 들어 정지신호를 보냈기 때문.


저 멀리. 땅속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튀어나온 거대한 벽돌모양 흙무더기가 보였다.





* * *






그것은 축축했고, 물렀으며. 무언가를 지지한다는 역할보다는 철제 프레임에 붙어있는 녹과 같은 것 이었다. 옅은 쇠 비린내와 흙이 결합한 냄새가 깊은 지하의 흙내음을 풍겼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하 냄새다. 반지하에 살아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법한 반 곰팡이 반 흙내의 냄새지.


나는 그런 곳에 살아 본 적이 없지만 살아 본 녀석들은 그런 묘사를 하긴 했다.

그런 친구들조차 이제는 더는 만날 수 없겠지만.


푹-푹-


- 허리에 힘을 주고 하란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나중에 결혼을 할 거야?

- 천박하긴.


푹!


완전한 어둠속. 그리고 오랫동안 적체된 묵은 공기와 가스가 푸쉭 하고 공기 중으로 새어나오며 삽날이 파고든 곳을 스스로 넓히며 빠져나왔다.


와르르!


흙무더기가 주르륵 밀려나오며 사람 하나정도는 기어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그와 동시에 시원한 바람이 신선한 마력을 실고 안쪽으로 기어들어가 안쪽의 대기 중 마나가 거진 다 소모된 덕택에 희미한 빛만을 발하던 발광석이 눈이 부실만큼 번쩍이는 빛을 발하여 구멍 너머로 빛이 새어 나왔다.


"이건 뭐지?“

"도련님. 잘 봐.“


한수는 잘못하면 그대로 흙이 무너져 압사 당할 듯 한 구멍을 기어들어가 좌르륵 하고 주섬주섬 쓸어 담는 소리를 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구멍 밖으로 다시 빠져나왔다.


사용인들이 덤으로 쥐어준 불쥐 가죽으로 된 동전 주머니를 열었고, 그 안에는 낡아빠진 은화가 가득했다.


"던전의 보물 방이야.“


세르너드도 이 말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던전의 보물 방이라? 그게 왜 땅 위에 이렇게 버젓이 있단 말인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생각해보니 점점 의심이 들었다.

이 야만인은 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 아카데미에 입학했는가?


방법이야 이런 능력을 보여 주는 것으로 보아 어련히 마련했겠지만, 이런 녀석이 자기 땅에서 한 가닥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기실, 그 쪽이 좀 더 쉽다.


추론해 보자면 고향에서 능력을 펼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카데미에 입학해야만 했다.


'아니, 도망쳐 와야 했겠지.'


애초에 '이한수' 라는, 성이 앞으로 오고 이름이 뒤로 가는 특이한 작문법을 가진 이국을 들어 본 적이 없으므로 이름 자체가 가명일 터.


그렇다면, 입학시험에서 처음 본 내게 왜 접근을 했을까? 왜 이렇게 지금도 들러붙는 것이지?


왜 이름을 처음에 물어보았지?


'후원자가 필요했나보군.'


내게 보여준 이 모든 것들이 사실상 자기소개였고. 능력을 눈앞에서 입증해서 지원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야만인의 땅은 춥고 척박한 대지이기에 어느 지방의 아낙네 하나 조차 하나의 전사로써 구실할 수 있지만 그 숫자랄것이 본디 별볼일 없으며, 단체전에서는 오히려 취약하기에 후원자를 등에 업고 아카데미를 졸업한다면?


스흡-


게다가. 한수에게서는 처음 만났을때는 잘 몰랐으나 땀을 흘리며 오랜 시간 가까이 있다보니 흐릿하게나마 달달한 체취가 났다.


방금 전에 사용인들에게 받아 온 음식들을 먹어 배가 부른 것을 느끼고 있지만 머릿속 한켠에서 알 수 없는 허기감이 느껴지는 것까지. 여러모로 신기한 녀석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장단에 맞춰 잠시 놀아줘 볼까.


세르너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한수. 너는 쓸 만하긴 하구나"


세르너드는 이 기상천외하고 알 수 없는 야만인의 능력 하나만큼은 인정했다.


실로 은화는 달달했다.


작가의말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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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I Chapter - 뱀파이어 +1 22.04.30 55 2 15쪽
6 I Chapter - 파밍 22.04.30 40 2 14쪽
5 I Chapter - 파밍 22.04.29 53 2 13쪽
4 I Chapter - 파밍 22.04.28 52 1 13쪽
» I Chapter - 파밍 22.04.27 70 3 11쪽
2 I Chapter - 입학? 22.04.25 9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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