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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갓-망겜의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필력집착광
작품등록일 :
2022.04.24 13:10
최근연재일 :
2022.05.07 17:58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834
추천수 :
37
글자수 :
75,124

작성
22.04.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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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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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I Chapter - 입학?

DUMMY

뻑!

둔중한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릿해지는 충격에 한 순간 비틀대다 이내 반사적으로 중심을 잡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처음 써보는 육체를 다루듯 손발의 감각이 맞지 않았다.


받아낸 충격을 해소하려 손발을 움찔거려 보았으나 버르적대는 몸은 서 있는 것이 겨우였고, 육신에게 맹렬한 명령을 하달하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아직도 윙윙 울리는 청각은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완전히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혼란에 빠진 내게 그 어떠한 것도 답을 내어주지 않았다.


오감이 뒤흔들리는 와중에도 온갖 갓-똥겜을 경험해본 경험은 빠르게 한수에게 우선적으로 수집해야할 정보가 어디에서 얻어야 하는지 가볍게 짚어주었다.


'생각. 생각해 한수야.'


'여기가 어디일까?'


흐릿한 시야 속 주위에 여기저기 흩어지는 시야 정보들을 그러모으려고 노력했다.

잔디. 많이 본 건물. 수많은 인파. 아이들? 키가 좀 큰데. 익숙한 질감의 넓은 대련장. 맞은편에 서있는 낯선 이. 상대가 쥐고 있는 검 한 자루. 내 손에도 한 자루 있군.


내 추측에 따르면 이곳은 솔리움 아카데미다.

아인츠베른 제국의 수도에 위치한 세계 최고 최대의 아카데미의 최종 합격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다음으로 수집할 정보는 몸의 상태다.


'이거 너무 아프다. 정수리 근처에 한 대 맞았다고 이렇게 될 수가 있나?'


'신경 공감 시스템을 최대로 높여도 이렇게 아프진 않을 텐데.'


'전체적으로 힘이 대단할 정도로 들어가지 않아.'


정보는 이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충분히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올바르겠지. 하지만 그러기엔 한수에겐 지나치게 과한 경험들이 존재했다.


젊어서 고생 하는 것이라고 하더니, 불합리한 경험조차도 의미가 있었다.


의미 있고 싶진 않았지만 말이다.


"나이트 클래스 입학 번호 1332번. 정신 차려라."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지나치게 익숙하다.

한수는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 웹소설을 꽤 열성적으로 읽는 편이었고

그는 단번에 이 흔해빠진 상황을 단번에 간파했다.


"이 갓-망겜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뜬금없이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내던져진 한수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쏟아져 내렸다

그의 한탄에 하늘은 무심하게 침묵했다






* * *






밀레시안이란 게임을 들어본 적 있는가?


최초로 "5배속 풀 다이브 기술"을 "오픈월드" "액션 RPG" "소울류"게임과 "아카데미"를 접목시킨 뒤 "최초"로 적용시켰으며 거대 "퍼블리셔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금액 "역대 최대 제작 금액"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와! 알아듣기도 힘들고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는 전제조건을 줄줄이 달고 있으시군요. 그런데 왜 처음 들어보는 것 같죠?


그야 당연히 왜인지 모르게 썩은 내가 나는 단어가 8개나 들어가 있는데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오픈월드와 액션 RPG라는 타이틀이 역대 최대 제작 금액을 모조리 빨아먹고,

최초로 적용된 한 시간을 다섯 시간으로 늘려주는 5배속 풀 다이브 기술!

호환되는 기기의 높은 가격!

터져 나오는 잔 버그들!

퍼블리셔의 압박으로 인한 제작기간 단축!

소울류 게임 이라는 난이도와 아카데미라는 희한한 장르가 융합한 키메라 게임에 입문한 사람들을 가볍게 어루만져준 결과······.


와 이게 망하네!


그렇다 망했다!

투자금과 광고를 통해 높이 치솟던 밀레시안의 주가는 높이 날아오른 이카로스처럼 유저라는 깃털을 흩날리며 매섭게 추락했다.


나?

똥 게임하면 기막히게 찾아먹는 나. 이한수는 무려 사전 구매에 발매 전 기기까지 완비한 놈이다.


누군가는 나를 똥믈리에 라고 호칭하겠으나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


나는 똥겜을 산적이 없다!


단지 산 게임이 똥겜 일 뿐이라니까?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 잠시 축생의 수준에서 영장류로 복귀한 지능이 빠르게 현실을 주지시켰으나,

그의 천성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별다른 반박 없이도 쉬이 납득했고 롤러코스터처럼 정상궤도에 진입하던 지능은 다시금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그의 행복 회로가 탄내를 풍기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게임은 갓겜인데.


이 말에 수없는 축생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제작사는 프로그래머들을 쥐어짜 수없는 악조건을 딛고 높은 완성도를 냈다.


휘황찬란한 그래픽과

높은 자유도

완성도 높은 NPC

코어 유저들을 악랄-만족하게 괴롭히는 설계를 통해 일단 벽을 넘어온 유저들에게는 묵직한 맛을 선보였다.


DLC를 미친 듯이 쏟아내기 전까지는.


투자한 금액을 이자까지 환수해야 하는 퍼블리셔의 압박에 개발사는 DLC를 산산이 조각내어 한 달마다 출시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추락하던 밀레시안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던 바닥 아래에 지하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알게 되었다.


[ 플레이타임 : 27420시간 17분 ]

[ 밀레시안을 연속해서 6시간 동안 이용하셨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접속하기를 권장 드립니다. ]


"이 재미있는 게임을 사람들이 왜 안 할까?"

"님 혹시 미X음?"

"어허!"


패배자가 감히 입을 열다니!

팔다리가 잘려나간 체 입만은 활어처럼 펄떡이는 녀석에게 한수의 롱소드가 호를 그리며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개골 절개 수술을 시술받은 남자는 대리석의 한기를 뜨뜻한 액체로 미지근하게 물들였다.

패자의 권리란 무엇인가. 그것을 성찰할 기회를 얻어 낡아 삭아빠진 책을 건드린 듯 한 소리와 함께 패배자가 약한 빛을 흩뿌리며 산산이 흩어졌다.


이곳은 높은 첨탑과 낡은 고성이 펼쳐진 팔란티스.


어느 흉악한 오지든 간에 우르르 찾아와서 유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는 모험자들도 리치가 병단을 이뤄 마법을 짜는 꼬락서니를 보면 위아래로 눈물을 흘리며 자지러지고,


돈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용병들도 데스나이트가 희한한 기사단의 이름을 합창하여 부르짖는 소리가 나면 입던 장비조차 벗어던지고 줄행랑을 치는 마경이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했다.


여기는 멀티가 가능한 구역이자 결투장이었으니까.


"저 새끼 언제 접음?"

"플레이타임 2만 시간 된지 좀 된 걸로 아는데 이걸 안 접네"


플레이타임이 몇 시간인지 쳐다보는 것을 스스로도 꺼려하는 썩은물 들이 있는 것을 보고 한수는 눈가를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꿍-


그 둘은 자신의 거대한 병장기들에 묻은 거무튀튀한 언데드의 핏물들을 흩뿌리며 씩 웃었다.


"아. 혹시 들렸나?"


도발하듯 한걸음을 내딛자 온 전신의 근육과 살집이 두터운 갑옷 너머로 출렁거리며 보라색 혹은 노란색으로 빛나는 피부가 웃음에 대답하듯 번쩍였다.


한수는 그 형광빛 흉물들에게 손을 휘휘 흔들며 물었다.


"썩은물님들 저랑 결투 한판 해요."


하지만 어림도 없지. 내 목소리가 닿자 그들은 시선을 휙 돌리며 떠들었다.


"가벼운 자세만 취해도 검술 스킬이라고 무기별 패시브가 적용되는데, 기어코 치명타 터트리겠다고 검술 연마하는 놈 다운 발언이야."

"뒤틀린 황천의 소드마스터님. 커스텀의 끝은 순정이라고 뉴비 복장 입고 다니는 게 저희들보다 더 끔찍한 거 아시죠?"

"그 혹시 댁에 거울이 없으신가?"


한수는 억울했다. PVP할거라고 3m가 넘어가는 육체에 근육과 지방을 그득하게 채워 넣은 녀석들에게 이런 폭언을 듣다니?


격분한 한수가 몸을 뒤틀며 단번에 앉은 자세에서 선 자세로 튕겨 오르자 다양한 패배자의 핏빛으로 점칠 된 플레이트 갑옷에서 고인 피가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철벅철벅. 한걸음 마다 선혈의 족적을 남기며 썩은물 듀오에게 다가가던 한수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팟!


[ 새로운 업데이트! ]

[ 밀레시안 - 북방의 야만인 직업 확장팩 ]


욕을 원체 먹어서 공식 계정에 팔로우 해둔 사람 자체가 거의 사멸해버린 푸른새의 공식 계정이 한가지의 소식을 전해오자 한수는 아연해졌다.


직업 확장이라니. 아직도 DLC 낼게 남아있었단 말인가?


커뮤니티도 요 며칠 사이에 조용했고, 클라이언트를 해체해서 물고 뜯고 맛보는 녀석들도 침묵했는데 갑작스레 발매를 하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홍보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상품을 판매하고도 돈을 벌다니.


대단한 수준의 직무유기였다.


"해로운 새가 신 직업 나온다고 하는데."


한수로 새로운 소식을 전해들은 하나는 파하. 하고 공기 반 목소리 반으로 비웃었고 한명은 절망하여 낮게 중얼거렸다.


"너···그런 사이트 하니?"

"DLC또 나왔냐? 와 진짜 저번에 마족을 12분할 으로 쪼게서 팔았을 때 접었어야 했는데."


그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든 한수의 계정에 연결된 신용카드의 번호를 새겨 넣으며 한수는 DLC를 새로이 구매했다.


가격은 쳐다보지 않는다!

비싸봐야 하나에 몇십만원씩 하는 피규어보다 비싸겠냐?

이정도면 건전한 취미라고 생각하는 사이 한수의 캐릭터가 흐릿해지며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동안 남들과 격리되는 것이다.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동안 뚫어져라 바라본 DLC 내용은 별거 없었다.


[ 과묵하고 거대한 그들의 전통은 제대로 된 방어구를 입지 않느니 뭐니, 제국에서 차별받으며, 척박하고 가난한 땅은 그들을 강하게 만들고, 특이한 혈통. 그만한 조정치가 쏼라쏼라 블라블라.. ]


명백한 똥캐다.


방어구 대신 몇 가지 스텟을 조정해줘 봐야 어차피 방어구에도 각종 옵션은 다 붙어있다.


어깨 방어구를 입었는데 뜬금없이 치명타 확률이 올라갈 수도 있는 단풍게임의 시대조차 지난지가 어언 이십년. 뭐가 붙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신 직업이니 한번 해보긴 해야겠다.'


27,420 시간이 경과한 플레이타임이 잠시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나 오랜 시간을 투자하며 다양한 엔딩을 추구했으나 모든 엔딩에서 트루엔딩은 없었다.


엔딩 자체는 플레이어가 높은 자유도를 기반을 두어 진행해온 모든 인연을 통해 진행 되서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엔딩이 존재했으나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본 커뮤니티 사람들이 있었지만 구조상 도저히 행복한 트루 엔딩에 도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카데미라는 이름에 걸맞게도 수많은 인연들과 오랜 시간을 지내게 되지만 대부분 팔란티스 성채처럼 황량한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백번도 넘게 맞이한 엔딩에 별다른 가치가 없지는 않았다.

트루엔딩에 근접하는 방법을 거의 완성하기는 했으나 마지막 한 조각이 이번 회차에도 부족해 실패했다.


어느새 완료된 업데이트.

인벤토리 구석에 박혀있던 가끔 꺼내 드는 장난감용 검 몇 자루, 전류가 희미하게 흐르는 건틀릿 한 벌, 골드 약간을 계정 창고에 밀어 넣고 캐릭터를 하나밖에 만들지 못하는 이 갓-똥겜의 본캐를 삭제하고, 생성했다.


[ 신 직업 야만인을 생성하시겠습니까? ]


그래그래.


[ 새로운 삶을 살아가실 준비가 되셨습니까? ]


물론이죠.


이런 문구도 추가됐네.

캐릭터 생성하는데 왜 재차 확인이 필요한건지 모르겠어.


[ 당신은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


하얗게 물드는 시야 속에서 한수는 투덜댔다.


이럴 시간에 콘텐츠나 추가해주면 DLC 살맛이 날게 아닌가?


그런데 캐릭터 생성과정이 이렇게 길었나?

왜 이리 오랫동안 시야가 하얗게 물드는가?

그것에 대한 질문은 점진적으로 느껴지는 추락감이란 답으로 돌아왔다.


십여 초 정도 지났나? 아니 십분? 체감 시간조차 사라지는 한없는 의식적인 추락 속에 단말마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 DLC 샀다가 혼자서 사는 사람들은 구조되지 못해서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건가?

안 그래도 동시 접속자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게임 좀 즐겼다고 이러는 법이 어딧어?

트루엔딩에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내가 무엇을 잘못 하였기에?

추락감의 끝에,

떨어졌다.





뻑!


작가의말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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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망겜의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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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I Chapter - 시작 +2 22.05.07 52 3 12쪽
13 I Chapter - 휴식 +1 22.05.06 36 2 11쪽
12 I Chapter - 입학식 +1 22.05.05 40 3 9쪽
11 I Chapter - 입학식 +1 22.05.04 44 3 8쪽
10 I Chapter - 뱀파이어 +1 22.05.03 38 3 12쪽
9 I Chapter - 뱀파이어 +1 22.05.02 44 3 14쪽
8 I Chapter - 뱀파이어 22.05.01 46 2 12쪽
7 I Chapter - 뱀파이어 +1 22.04.30 55 2 15쪽
6 I Chapter - 파밍 22.04.30 40 2 14쪽
5 I Chapter - 파밍 22.04.29 53 2 13쪽
4 I Chapter - 파밍 22.04.28 52 1 13쪽
3 I Chapter - 파밍 22.04.27 71 3 11쪽
2 I Chapter - 입학? 22.04.25 91 4 11쪽
» I Chapter - 입학? +1 22.04.24 16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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