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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갓-망겜의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필력집착광
작품등록일 :
2022.04.24 13:10
최근연재일 :
2022.05.07 17:5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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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24

작성
22.04.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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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I Chapter - 입학?

DUMMY

한수는 씩 웃음 지으며 말라 비들어진 팔을 들어올렸다.


한손검 조차 한손으로 다루기 힘든 말라비틀어진 육체. 의도적으로 굶겨 죽으려고 한건지 의문조차 들었다.


감각이 좀 안 맞는 것을 보아하니 이 열네 살 야만인 몸뚱이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같은 감상을 남기며 한번 검을 휘휘-하고 휘두르자 반 박자 느리게 검이 휘둘러졌다.


DLC설명에서는 분명히 방어구를 착용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었을 터. 이정도로 빈약한 몸에 그만한 댓가가 천칭에 달아졌으면 반대편에 얼마나 많은 보정치가 새겨졌을지 퍽 궁금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래를 논 할 수는 없는 법.


"이름이 뭐냐?"

"···세르너드 디 비스콘티."


한수의 물음에 세르너드는 쉬이 자신의 이름을 내뱉었다.

시험관에게 정신 차리라고 한 대 두들겨 맞고 휘청거리더니 알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며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이처럼 움찔댔다. 이내 이름까지 묻는 꼴이 정상이 아니다.


'이 야만인. 미친 건가?'


여름 빼고는 눈으로 뒤덮인 설원에서 살아가는 흰둥이 야만인 놈답게 눈밭을 쳐다보다가 훼까닥 돌아버린것인가 싶었다.


의아함에서 안쓰러움으로 변해가는 눈길에 한수는 움찔했다.

그를 보는 눈길은 밀레시안 에서도 대부분 완전히 미쳐버린 무언가 였기에 정상인의 판정에서 벗어난 것을 보는 눈길에는 대단히 익숙했다.


'또다시 이런 눈길을 받을 줄이야.'


그것도 처음 본 상대와 첫 한 마디를 나눴는데 바로 이렇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살짝 꼴 받은 한수는 상대에게 검을 겨눴다.

까딱. 명백한 도발에 세르너드의 안쓰러움이 깨진 유리창처럼 산산이 부숴지더니 그 자리에 분노가 서서히 차올랐다.


"야만인. 곱게 내려가는 게 어때? 지금이라면 다치지 않을 수 있어. 노잣돈 정도는 쥐어 줄테니 제국에서 좀 더 건전한 삶을 이어가도록 해라."


세르너드는 마지막 인내심을 쥐어짜 말했으나 한수는 처음부터 짓고 있던 웃음기를 얼굴에서 지우지 않았다.


비스콘티 같은 어디서 한번 들어 본 듯한 라스트 네임에 자비심까지 갖춰진 귀족 도련님이라?

너는 나의 첫 번째 친구가 되어줘야 하겠어.


"도련님. 이 야만인 검술사범이 검을 지도해줄 터이니 한번 휘둘러보소서."

"오냐. 네가 내 자비를 걷어차고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후회하지마라.

마지막 한마디를 삼키듯이 내뱉던 세르너드의 칼끝이 선명하게 한순간 햇빛의 반사각을 잡아 눈에 부실만큼 반짝였다.


아니, 정말로 눈이 부셨다. 태양에서 내려쬐여 들어오는 빛살을 검으로 빛을 반사하여 눈을 부시게 만든 것이다!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리자 빈틈이라 판단한 세르너드의 검이 한수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듯 찔러들어왔다.


좋은 사범에게 훌륭하게 배웠음에 열네 살 먹은 육체에 깃든 아저씨는 기쁨을 참지 못했다.

누구나 한번쯤 당하기 전에는 한칼 먹고 시체가 되기 좋은 응용이었다. 햇빛을 이용하다니 비교적 참신함에 한수의 웃음기 어린 표정이 실제 미소로 변했다.


채애액-


빠르게 검이 마찰하는 소리. 한수는 패링을 선택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찌르기를 휘감듯이 아래로 흘려냈다. 거의 동시에 들린 오른발이 세르너드의 칼을 밟아 땅에 완전히 바닥에 처박았다.


검이 봉쇄 됐다고 바로 당황하여 눈동자에 지진이 발생하는 세르너드를 향해 흘려낸 자세 그대로 뒤쪽 방향의 칼날이 치솟았다.


머리를 향해 검을 베어오면서도 웃는 얼굴 사이로 보이는 눈길은 한없이 무심했다. 수없이 많은 것들을 죽이다 보니 살아있는 것들을 죽이는 것과 도축장 돼지를 써는것에 차이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듯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이대로 베여 이대로 죽는 건가. 세르너드의 눈이 질끈 감겼다.


그러한 각오가 무색하게 한수의 칼은 그저 세르너드의 오른손 등을 퍽 쳐서 칼에서 손을 떼게 하는것에 만족했다.

이게 무슨 일 인고 하여 세르너드는 힐끗 하고 질끈 감긴 눈꺼풀을 들어 올리니 여전히 웃는모습인 야만인이 눈에 들어왔다.


"어유 도련님. 이건 대련인데 설마 죽고 죽이겠어요?"

"그건."


세르너드의 머릿속 한켠에는 죽지 않을 것에 확신이 있었으나, 이성은 완벽한 죽음을 떠올렸다.

가축을 도살하듯 살기 한 점 없는 완벽한 암살검.

그런 것은 가문에서 암살자 상대할 때 이러한 경험을 쓸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 집사의 암습보다 비교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완벽했다.


"흥."


하지만 이제 와서 쫄아서 그랬다는 그것을 인정하기엔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건 귀족답지 못하니까.


"야만인 주제에 꽤나 쓸 만한 검술을 가지고 있군."

"그래그래."

"네놈. 이름이 뭐지? 귀족에게 그런 말투라니. 후환이 두럽지 않나?"

"이한수라고 한다. 그리고 그건 이제부터 아무래도 상관 없을 거야."


한수는 그 말에 뒤를 슥 돌아보았다. 시험관은 귀찮다는 듯 팔짱을 끼고 모든 것을 보고있다가 이내 손아귀에서 금색 물체가 두 개가 튀어나왔다.


합격패다.


금빛으로 물결치는 그것은 중력에서 완전히 영향을 벗어난 듯 허공을 한번 유영하다 한수와 세르너드에게 스며들었다.


"입학을 환영한다. 한스 킴. 그리고 너 세르너드 디 비스콘티, 솔리움 아카데미의 재학생들은 신분 차이로 인해 생겨나는 모든 종류의 차별과 위해를 용납하지 않는다."

"뭐라?"

"한 수에 패배했어도 쓸 만해 보여서 입학을 허용한거니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뻑!


움직이는 동작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며 생겨난 약한 바람 한줌 외엔 남기지 않았으나, 순식간에 눈앞에 당도한 시험관의 팔이 세르너드의 머리를 '가볍게' 매만져 주었다.


"앆!"

"선배에게 예의를 지키도록. 나는 그리고리 폰 몬타페라티 라고 한다. 3학년 선배지."


고통에 울부짖는 세르너드를 뒤로 하고 한수는 일단 자리를 떠났다.


음 그래.


뭐 어쨌든 간에


나는 솔리움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입학식은 2일 뒤인 2월 18일.


그때까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 * *





이 게임에는 많은 뉴비 절단기들이 존재하지만 고인물들이 손에 꼽는 가장 큰 문제점들 중 하나를 말해보겠다.


Q : 아카데미 게임을 하러 왔는데 입학식 시험을 넘겼더니 이틀 뒤에 입학인 이유가 뭡니까? 아카데미 생활 어디 갔어요? 돌려주세요.

A : 이건 소울류 게임인데요.

Q : 아니 분명히 게임 타이틀에 아카데미가 있잖아요. 빨리 주세요.

A : 아 그건 서브장르임.


그렇다.

이틀 동안 할 게 없다!


예쁘고 잘생긴 애들 보러 왔더니 기본 장비만 던져주고 이틀 뒤에 오세요. 라고 하면 뉴비는 혼란에 빠진다.


어디에서 뭐 하라고?


그러다가 문득 주위가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픈월드 게임이란 것을 체감한 뉴비는 곧장 여기저기에 기웃대다가,


갑자기 나무 위에서 떨어진 사람 머리통만한 육식 거미가 기습해서 죽는다.


죽었다 살아나면 합격패를 부여받은 시점으로 되돌아온다.


다시 돌아다니다가 나무 위에서 소리소문 없이 유저를 향해 활을 조준하고 있던 고블린을 발견한다.


고블린과의 사투를 끝마친 뉴비가 희희낙락하고 있으면 등 뒤에서 피냄새를 맡고 달려온 산짐승이 고블린 시체와 따끈한 뉴비라는 1+1 대출혈 서비스에 감탄하고,


그렇게 산짐승의 위장 탐험을 끝마치고 의욕을 잃은 뉴비가 되살아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대련장에서 그렇게 일정 시간동안 머무르고 있으면 시험관이 뉴비를 구제하기 위해 달랑 들어 올려서 아카데미 사용인 건물에 던져주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잘생긴 집사님과 예쁜 메이드들이 도와달라는 거 하면서 하하 호호 하고 있으면 아 이거 아카데미물이 맞구나 하고 체감을 하곤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오개 된다.


소울류 라는 심한 경험으로 자존심이 한번 부러지고, 아카데미 맛으로 한번 치료당하고 난 뉴비는 '아아 이거 갓겜일지도' 하고 생각하고 만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흠. 식사 체험 한 번에 환불해버린 녀석들 따위 나는 모르겠는걸.


이게 무슨 소리냐?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러니 잘 아는 내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잖아?


폭- 폭-


녹색 진균류가 발을 밟을 때마다 푹신하게 내려앉고 언제 밟혔냐는 듯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고 푹신한 바닥은 금세 제 모습을 되찿는다.


한수는 허리춤에 있는 수통의 물이 거의 다 떨어짐을 느꼈다.

이곳은 축축하지만 먹을 수 있는 물이라곤 한모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방 전부가 녹색이다.

땅 위에 드러난 것은 전부 녹색. 원래 거대한 바위였던 것도 전부 녹색으로 뒤덮여 본디 어떤 색깔이었는지를 모두 잃어버렸다. 그런 땅에 다른 무언가가 자랄수 있을 리가 없으니 그리하여 완벽한 녹색. 풀 한 포기조차 자라지 않는 아카데미 서쪽 곰팡이의 사막이다.


어떠한 것도 시야에 방해되지 않으니 지평선 끝자락에 뭔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한 시간은 더 걸어가 힘겨운 몸을 그것에 기대며 위를 바라보면 발갛게 익어 탐스러운 사과가 수없이 많았으며 그 위치조차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 존재했다.


이런 녹색 사막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사과나무의 사과를 한입 베어 물자 상큼함 향이 입안을 푸르게 물들이고 한계 이상까지 차오른 사과즙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2월 중순이라는 날짜에 걸맞게 시원한 사과를 와그작대며 네 개를 해치우자 속이 그득하게 찼다.

게임과 달리 훨씬 맛이 좋았다.


'으음 딜리셔스.'


이 사과나무의 대단한 성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먹어치운 사과의 심을 반으로 뚝 가르자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황금빛의 씨앗들이 드러났다. 아니, 실제 황금이다. 심지어 축성된 금이라 아티팩트의 재료로 사용되는 진금.

크기가 사과에 들어가 있기엔 꽤 컸기에 심지 안에 거의 꽉 차 있는 수준이었다.


나머지 세 개도 갈랐다. 다이아. 진은. 다이아.

각 사과당 4개의 귀금속이 존재했으니 투자한 노력에 비한다면 나쁘지 않은 보상이었다.


더 먹고 싶지만 위장이 더 이상 들어가면 위산을 역류시킬 것이라며 항의하듯 속이 위태위태했다.


'이 몸뚱이가 마르고 약한 것도 문제지만 위장도 문제군.'


이 땅 위에 촉촉한 유기물을 절대로 땅 위에 접촉시켜서는 안 된다.

또한 욕심을 부려 적당한 수준까지만 가져가지 않는다면 욕을 보게 될 터.


부러뜨리고 쓸모없어진 사과 심과 한무더기의 귀금속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 땅의 규칙은 간단했다.


신발 정도로 바싹 말라붙은 녀석들은 닿아도 괜찮지만 걷다가 넘어져서 무릎이든 손이라도 땅에 닿는 순간 시체가 될 각오를 해야한다.


앞으로 초반에 취해도 괜찮을법한 보물들을 떠올리며 한수는 다시금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작가의말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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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I Chapter - 휴식 +1 22.05.06 36 2 11쪽
12 I Chapter - 입학식 +1 22.05.05 40 3 9쪽
11 I Chapter - 입학식 +1 22.05.04 44 3 8쪽
10 I Chapter - 뱀파이어 +1 22.05.03 38 3 12쪽
9 I Chapter - 뱀파이어 +1 22.05.02 44 3 14쪽
8 I Chapter - 뱀파이어 22.05.01 46 2 12쪽
7 I Chapter - 뱀파이어 +1 22.04.30 55 2 15쪽
6 I Chapter - 파밍 22.04.30 40 2 14쪽
5 I Chapter - 파밍 22.04.29 53 2 13쪽
4 I Chapter - 파밍 22.04.28 52 1 13쪽
3 I Chapter - 파밍 22.04.27 71 3 11쪽
» I Chapter - 입학? 22.04.25 92 4 11쪽
1 I Chapter - 입학? +1 22.04.24 16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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