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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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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최근연재일 :
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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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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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처음이라고? 1

DUMMY

14. 처음이라고? 1






“자네가 말로만 듣던 그 최선준”

“안녕하십니까, 신인 배우 최선준입니다.”

“반가워요.”


첫날이라 작정하고 컨셉을 챙겼다.

예의 바르고 서글서글한 청년.

다른 배우들과 매니저들에게 먼저 인사하며 다가갔다.

보이는 족족 친근하게 인사를 한 것뿐인데, 다들 나를 관찰하듯 바라봤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인사가 이렇게 난감할 일인지...


분위기를 보면 다른 배우들은 크게 별말이 없었다.

다만, 상대 여주인공 유리안 쪽이 냉소적이었다.

소문났던 서운후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긴 하다.

생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신인을 주인공으로 발탁했다하니,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서운후가 가지는 프레임값이 상당했기 때문에 동반 광고 촬영은 물론이고, 예능까지 줄줄이 잡아 놓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별안간 애들 말로 개듣보가 상대역이라니, 부아가 날 수밖에.


유리안의 인기도 인기지만, 유리안의 소속사같이 초대형 기획사들은 보통 이런 경우 계약 파기가 수순이다.

작가가 이소린이었기 때문에 믿고 따랐을 뿐.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이번에 상대역을 맡은 최선준이라고 합니다.”

“예.”


고개도 끄덕이는 둥 마는 둥.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그런데 화가 나지 않는 건, 유리안의 미모가 정말 저 세 상급이었다.

예전에 유리안이 출연했던 드라마를 본 적이 있긴 하지만, 화면으로 볼 때와 실물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이래서 연예인하는 구나.’

유리안의 미모에 감탄하는 사이, 어디선가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은 개나 소나 얼굴 믿고 배우 한다고 까부는데 요즘 판이 그렇게 쉬워졌나 몰라.”

“뮤지컬도 소속사 빵빵한 아이돌 밀어주려고 지난번에 엔터에서 물밑 작업하러 오는 거 본 적도 있어요.”

“그래서? 거기도 됐대?”


그냥 넘기려다가 ‘거리도’라는 말에서 대화가 우연히 이루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중견으로 넘어가는 나이대의 배우들인데, 이번 여명의 동쪽에선 꽤나 비중 있는 조연들을 맡은 배우들이었다.


대놓고 뒤돌아서 까자는 건데.

오늘 진행하기로 한, 대본 리딩은 ,전체 2부까진데, 나는 1부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2부에서도 후반부에 액션으로만 등장한다.


그들 앞에 서서 정식으로 무려 아홉 번의 오디션과 작가의 심금을 울리고 발탁된 거라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간 사람 우스워지는 게 시간문제였기에 일단은 지나치기로 했다.


“여기서 또 보는군.”


목소릴 듣는 순간, 연예판이 진짜 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 학기 기초연기실습 1에서 내게 A+를 선사한 김병수 교수였다.


“안녕하십니까.”

“다음 학기 휴학했다며?”

“예, 그런데 교수님께선······.”


김병수 교수는 대본 책 맨 앞에 있는 등장인물 명단을 내게 보여주셨다.


“어!”


깜빡하고 있었다.

조나단.

연예인 예명으로는 김병수 교수가 조나단으로 활동하고 있던 것을.


“내가 후발 제의 들어왔을 때, 워낙 드라마 자체가 고생스러울 게 눈에 뻔해서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네 보고 들어온 거야.”

“과찬이십니다.”


칭찬이든 뭐가 됐든, 나의 연기를 아는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는 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심지어, 강의 말미에 이번 학기 수업에서 서너 명과 반드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게 나임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일일이 사람들 맞이한다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 들어가지.”

“예.”

“배우는 모름지기 연기로 승부를 보면 되는 거야.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다 필요 없어. 내가 완벽한 캐릭터가 되는 순간 그거면 되는 거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나도 봤네. 슬픈 가면.”

“부끄럽습니다.”

“부끄럽긴. 나는 자네가 웹드라마 한 편을 찍었는 줄 알았어. 어후, 발성이 괜찮은 친구인 건 알았지만, 노래를 그렇게 잘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


김병수 교수는 내 손바닥에 플러스 하나를 써주며 말했다.


“학점엔 투뿔이 없어서. 요건 내 개인적인 학점일세.”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최선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엔 다소 임팩트가 없는 날이었다.


1부에 내가 맞춰준 건, 동네 꼬마 1234의 ‘야. 이야.’ ‘우와.’ ‘와’가 전부였다.


아까 나를 뒤에서 험담하던 반 중견 배우들은 1화부터 개성 강한 연기를 보였다.


‘깔 만하니까 깠구먼.’


굳이, 드라마 출연도 전에 네 편 내 편 가르면서 ‘당신이 내 뒷담했지?’ 이러면서 마음 불편해지고 싶지 않았다.


잘하는 건 잘하는 거니까.


2부에선 드디어 베르체노프 박이 등장했다.

물론, 대사 없는 액션씬만 등장했기 때문에 내가 했던 대사는 ‘헙. 하아. 우압. 히야’가 전부였다.


“발성이 좋다더니, 기합 소리 하난 끝내주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봐요.”


다들 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에 선대본 리딩을 일주일에 걸쳐서 하기로 정했다.

대본에 불필요한 리액션이나 애드리브를 허용하지 않는 작가였기에 대본 리딩 때의 호흡과 대사 전달력, 톤, 억양 하나하나를 체크했다가 한 화 한 화 끝날 때마다 작가는 정확하게 배우들에게 요구하고 지적했다.


***


“다 왔어요.”

“......”

“선준씨. 선준씨?”

“어후, 제가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오늘 리딩하는 게 긴장됐었나 봐요.”

“그렇다 하기엔 대사가 하하하.”

“참여했던 아역들도 기본 연기 경력이 삼사 년 이상 되던데, 그 안에서 대배우들과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숨 막히는 일이었을 거에요.”

“그리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녹는 거 같아요.”

“사람들 하는 말 너무 다 들으려고 하지 마세요.”

“예?”

“어디를 가나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 수가 없더라고요.”

“형도 들으셨어요?”

“매니저들끼리도 약간의 기 싸움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요? 형은 제가 너무 쌩 초짜라······.”

“아니죠. 매니저도 캐릭터 따라간다고. 제가 이래 봬도 주연 배우 매니저 아닙니까? 그러면 매니저도 덩달아 주연인 거지. 안 그래요?”

“하하하.”

“자기들끼리 시간 남아도니까, 이런저런 얘기 하는데, 아무래도 정보가 없는 선준씨가 당분간은 가장 많이 거론될 거에요.”

“걱정 안합니다.”

“오--”


나는 패드와 핸드폰으로 팬카페를 보여주며 말했다.


“제겐 수많은 군사들이 있으니까요.”

“대박. 드라마 한 편으로 선준씨의 끼를 담기는 너무 그릇이 작다 그쵸? 맞아요. 만약에 계속 오늘 같으면 저도 GPS에 찌를게요.”


GPS.

듣기만 해도 오글거리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최선준의 공식 팬카페 1호다.

글로벌 프린스 선준.

(Global Prince SunJun)


거론됐던 팬카페, 팬클럽 이름 중에 가장 유치하고 오글거려서 나는 속으로 후보에도 못 오르겠구나 했었는데, 당당히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었다.


매니저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간결하고 유치하면 유치할수록 오래 남는다며 무척이나 흡족해했던 이름이었다.


하루가 이렇게 길 수가 있나 싶을 즈음, 어김없이 하루를 마감하는 엔딩요정 주혜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글로벌프린스 최선준씨 핸드폰입니까?]

“놀리지 마라. 오늘 전쟁터에서 전사 직전에 살아나왔으니까.”

[원래 첫날 오줌도 좀 지려주고 그러는 거지 뭘 그렇게 앓는 소릴 하나, 글로벌프린스 최선준.]

“오늘 내가 했던 대사들 말해줄까?”

[친구라도 스포는 안된다며?]

“요건 아무리 스포를 해도 짐작도 못할 걸?”

[뭐 얼마나 이상한 거길래 그래?]

“으아. 아. 헙. 흐헙.”

[장르가 대하 에로였어?]

“우와. 흥. 아아앙. 뜨허.”

[맞네! 맞아. 그래서 함부로 말을 못 한 거였네. 그렇지. 우리 글로벌프린스 최선준. 우리 선준이 복근이 딱 보기 좋긴 한데···. 그래도 굉장히 파격적이긴 하다.]

“사람들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대사를 이거만 치니까, 내가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더라고.”

[내일도 한다며? 내일도 그래?]

“아니 내일부턴 분량이 장난이 아니야. 이거 암기할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압박이다.”

[형은 아무런 걱정 안 한다. 너는 분위기와 연기로 암기를 하는 녀석이니까. 잘하고 와. 일찍 자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놀려야겠다.]

“고맙다. 너도 좋은 꿈 꾸고.”


나는 녀석의 방송 프로그램과 SNS에 ‘따봉’ 세례를 한 바퀴 돌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드디어 최선준의 진면목을 보여줄 날이 될 테니까.


***


“아니. 대본 책이 어쩌다 이래요?”


제작사 직원이 내 대본 책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밤에 책상에서 보다가 물통을 쏟은 채로 잠이 들었어요.”


하필 이런 중요한 날.

밤에 연습하다 2리터짜리 생수통이 대본 위로 엎어져 쏟아지는 것도 모르고 책상에서 아침까지 잠이 들어 버렸다.

얼굴에 인쇄된 글자를 지우느라 클렌징만 세 번이나 했을 정도다.


“세상에 대본 책이 남들 세 배는 되겠네. 잠시만요. 제가 여분 가져온 게 있을 거예요.”

“괜찮습니다. 실은 제가 중간중간 표시해 둔 것들이 있어서 이걸 보면서 호흡을 해야 하거든요.”

“지워지지 않았어요?”

“다행히, 네임펜으로 쓴 거라 메모는 살아남았어요.”

“배우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뭐가 되도 될 거에요. 그럼 파이팅 하세요.”


말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뱉었지만, 뚱뚱 불어터진 대본 책은 리딩도하기 전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준 중견 씨스터들은 또 건수 하나 잡았는지, 속닥속닥 거리기 바빴다.


감독과 작가가 착석하고 리딩이 시작되나, 리딩 실은 어제처럼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 손. 당장 그 더러운 손 내려놔.”


일본인 학생들이 조선인들에게 오줌을 싸갈기며 폭행까지 자행하자, 베르체노프 박의 유년인 박노아가 분노한 가운데 소릴 지른 것이다.


“어디서 조센진 따위가 감히.”

“‘감히’가 될지, ‘제발’이 될지는 니들 손에 달렸다.”


박노아를 말리는 손을 부드럽게 내려놓고는 일본 학생들과의 일대 칠 정도 되는 싸움이 시작됐다.

한참을 몰입하여 싸우는 소리를 내다 감독의 손짓 사인과 함께 다음 대사로 넘어갔다.


“네 까짓게 지금 우릴 이런다고 조선 바닥에서 별수가 있을 줄 아느냐?”

“아니. 오늘이 조선에서의 마지막 날이거든.”


씬이 전환되자 갑자기 리딩실에 있던 배우들의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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