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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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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최근연재일 :
2024.09.18 22:3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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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글자수 :
88,858

작성
24.09.0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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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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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0쪽

스물?

DUMMY

2. 스물?






욕실에서 달려나가 이 몸뚱아리의 주인이 도대체 누군지 확인해야만 했다.

도대체 아직도 만취상태인건지.

아니면 정말 트럭에 부딪혀 이 세계에 와 있는 건지.


‘지갑’


방을 둘러보니, 커다란 책상이 놓여있었고, 그 위에 지갑과 간밤에 풀어둔 시계가 보였다.


그 새 속물이라도 된 건지.

신분을 확인하기도 전에 시계를 보고 먼저 놀랐다.


‘저런 걸 이렇게 어린 애가 팔에 차고 다닌다고.?’


급박한 순간이었음에도 본능적으로 시계의 페이스를 살폈다.

역시나, 유럽 시계 명품 브랜드.


‘리미티드면 한정판이라는 건가?’


없이 살았지만, 서강민처럼 재벌 아들 연기를 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명품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왔다.

잠시 잠깐 홈쇼핑 쇼호스트 엑스트라도 해 봤고.

이런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시계 가격이 어느 정도에 형성되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시계가 다칠까 조심조심 다시 책상에 내려놓고 옆에 놓인 지갑을 열어봤다.

분명 지갑엔 이 몸뚱아리 주인의 신분증이 있을 테니.

지갑을 열어 얼굴과 나이를 확인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털퍼덕.


“스물? 내가 겨우 스물!”


신분증에 있는 얼굴과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얼굴은 여전히 똑같았다.


‘그러면 내가. 내가 이 집 아들이야?’


텔레비전에서 이런 걸 보면 비웃었지만, 나도 모르게 허벅지가 뜯어져 나가도록 꼬집고 볼을 세게 때려봤다.

그래도 여전히 이 얼굴이었다.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 아들인데, 이런 외모까지 가졌다고?’


지금 내 상황에 웃어야 할지, 고맙다고 펑펑 울어야 할지.

도무지 아무런 감이 오질 않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나는 커다란 덤프트럭에 부딪혀 운명이 바뀐 것인가?


하하하.

그냥 웃어야지.

말이 안 된다.

아직도 내 지인 중에 이렇게 부자거나, 부자 친구를 둔 사람을 생각해냈다.

없다.

아예 없다.

그나마 조금 사는 녀석이 있지만, 친구라 하기엔 다소 거리가 있다.


엎어 치나 매치나 결국 이 상황은 말이 안 된다.

내가 죽어서 천국에 온 건가?

볼을 꼬집어 봤다가, 너무 탱탱하고 보드라워 손가락이 놀랄 정도였다.


이렇게 쌩쌩하게, 완전히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사람이 될 수가 있지?


몇 번이고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봤다.


쿵쿵쿵.


[최.선.준?]


그 사이, 방문 잠가 두길 잘했다.


쿵쿵쿵.


[선준아, 십 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엄마, 열쇠로 문 열고 들어간다.]

“그...금방 나갈게요.”


씻으면서 전엔 부르지 않았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놈이 뭐가 좋아 그렇게 흥얼거리겠냐 웃겠지만.

봐도 봐도 감사한 얼굴에, 기럭지에. 집안에······.


개인 스펙도 엉망이지만, 외모에 있어서도 스스로 최하위 티어라 생각하며 무조건 연기파 배우가 되자 생각했던 차였다.


하도 떨어지니까 연기가 아니라 얼굴에 문제가 있나 싶어 과감하게 1년간 번 돈을 성형에 투자했지만, 부작용만 하나씩 더해갈 뿐.

괄목할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누가 요즘은 개성이 외모보다 중요하다 함부로 지껄인다면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동안 지지리 궁상으로 살아온 이야기, 천 번이나 오디션에 탈락하면서 겪은 이야긴 더이상 구질구질하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이게 꿈이라면 깨지 않도록 앞으로 평생 자지 않고도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가능한 한 오래도록 이 꿈에 취해있을 수만 있다면 최대한 그러고 싶었다.


“셋, 둘, 하나.”

“왔어요.”

“오. 최선준. 웬일이야? 평소엔 엄마가 다섯 번은 올라가야 겨우 팬티 바람으로 눈도 못 뜨고 내려오더니.”


그런데 이 여인. 그러니까 엄마.

굉장히 낯이 익다.

어디서 봤더라······.

말하는 것 자체가 남다르진 않지만, 목소리 톤과 전달력이 이 여인의 품위를 격조 있게 높여주었다.

분명히 낯이 익은데······.


“오. 우리 막둥인 아무거나 척척 걸쳐도 모델이네.”

“감사합니다.”

“오늘 드레스 코드는···. 엄마가 맞춰볼게. 음 ... 순수한 스무 살의 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대학생?”

“예? 예.”


그동안은 드레스 코드 같은 것과 너무 거리가 먼 삶을 살지 않았나.

당연 지금 당장 드레스 코드가 있을 리가.


이 녀석의 옷장을 열어보니, 어지간한 명품관 하나를 옮겨 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옷들이 화려하다기보단, 그것들이 품고 있는 가격이 화려했다.


‘설마 짭은 아니겠지?’


이 와중에도 찐과 짭이나 생각하고 있는 나는 여전히 구질구질하다.


아직도 내가 여기 이 얼굴로 있어도 되는지 도통 믿을 수가 없었다.


앞뒤 전후를 알 수 없는 어리벙벙한 상황에서 이렇게 함부로 입어도 될지 싶어 최대한 저렴해 보이는 것들로만 골라 입었다.

나중에 도로 내가 되어도 물어내기 쉬운 것으로.

하지만 이 마저도 내가 어제까지 살았던 원룸의 전세 보증금 정도 되지 싶었다.


“우리 막둥이. 겁먹지 말고 엄마가 간밤에 얘기한 세 가지만 기억하기. 오케이?”

“예?”


그 세 가지가 생각날 리 없었지만, 듣기 좋게 얼버무렸다.

다행히 오디션 장소와 내용은 책상 위에 있던 녀석의 자료를 대충 훑어봤다.


이 녀석.

보기엔 샤프하고 스마트한 서양풍의 귀공자같이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영락없이 응석받이인 것 같았다.


“이거 마셔봐. 오디션 보러 가는 날엔 치아 색에 영향 있을까 봐 일부러 밝은색 과채로 준비한 거니까.”

“맛있어요.”

“어머, 땡큐. 호호호호.”


엄마라는 사람은 밝다 못해 상당히 낙관적인 하이 텐션의 소유자였다.


단역 오디션이었는데도 이렇게 열렬히 응원하는 걸 보면, 집안에서 연기하는 아들에 대해서 반대는 없는 것 같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나는 드디어 우아하고 교양있는 엄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국민배우, 하이매?’


바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던 여배우 하미애였던 것이다.

마치 영화 한 편을 사진으로 상영해 놓은 것 같았다.

그동안 이 여인이 출연했던 작품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흑백과 브라운톤으로 현상하여 갤러리처럼 꾸며놓았다.


운동화를 신는 동안 아들 배웅을 위해 가방을 들고 있는 그저 엄마.

그러나, 이 여인이 집 밖을 나서는 순간 글로벌 수퍼스타다.


다시 가방을 받아들며, 나도 모르게 ‘팬입니다.’를 외칠 뻔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미중년의 상대 배우와 여전히 멜로를 찍을 수 있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에 몇 안 되는 초 동안 미모의 배우, 하미애.

하미애가 애지중지하는 막둥이 아들이 바로 나다.


더 물어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검색만 해도 하미애는 물론이고 하미애의 가족 관계가 줄줄이 나올 테니까.


“아들, 잊지 마. 요즘은 거지도 개성시대라는 거.”

“예!”


***


지금 시각, 오전 10시 25분.

오늘 아침 8시에 눈을 떠서, 단 두 시간 반도 안 되는 사이에 내게서 벌어진 역사다.


오디션장으로 향하는 차는 택시를 이용했다.

지갑에 면허증은 있었지만, 차량에 대한 별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평소에 최선준은 자차 운전은 아직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하미애. 하미애······. 우오오오오.’


핸드폰으로 검색한 하미애는 그 자체로 우월했다.


대학을 한국과 미국에서 나왔고, 집안 자체가 넘사벽이었다.

외조부모가 모두 학자 출신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재벌 이세라······. 그러니 그렇게 당당한 연기가 나왔던 거로구만.’


그리고, 세기의 결혼이라 명성이 자자했던 그녀의 남편, 최유식.

역시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서울에서 중견 종합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준의료재벌.

다양한 방송 활동은 물론이고, 구호 활동에 기부까지.

거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인물이었다.


최선준의 훈훈한 외모는 하미애와 좌유식의 외모를 반반 넣고 빚은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운 조합이다.


‘이렇게까지 완벽한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대, 같은 땅을 밟고 살았다고?’


알면 알수록, 자신이 살아온 세상과 다른 세상을 살아온 그들과 과연, 감히, 어울릴 수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쉴 새 없이 교차했다.


***


“참가번호 547번. 스무 살 최선준입니다.”


내 소개가 간단히 끝나자마자, 감독을 피식 웃었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한국예술대학교 연기과? 여기에 무술 도합 8단까지?”


감독이 읽어주는 지원서 내역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최선준씨 부지런하게 살았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말과는 달리 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갈래로 저었다.

저런 부류의 웃음.

몹시 익숙하다.


‘이 자린 널 위한 게 아니야.’

‘네 스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속 빈 강정.’


“최선준씨?”

“예.”

“지금 무슨 역할인지 알고 지원했어요?”

“조선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위장 거집니다.”


택시 안에서 오디션 쪽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대본을 읽으면서 전에 없던 소름이 돋았다.

단 한 번도 이런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없었기에 얼마나 바짝 긴장하고 왔었는지, 처음엔 오금이 저리기까지 했었다.


“좋습니다. 준비해 온 씬으로 시작해 보세요.”

“예.”


준비고 뭐고 할 말미도 주지 않고, 감독은 바로 싸인을 줬다.


그동안의 무수한 오디션 경험이 있었지만, 감독의 싸인과 함께 나는 내가 아니었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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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F요정 2 24.09.15 278 6 10쪽
16 CF요정 1 +1 24.09.14 300 9 10쪽
15 처음이라고? 2 24.09.13 286 6 10쪽
14 처음이라고? 1 24.09.12 289 8 11쪽
13 돌발 인기 4 24.09.11 298 10 10쪽
12 돌발 인기 3 24.09.10 304 8 11쪽
11 돌발 인기 2 24.09.09 316 7 10쪽
10 돌발 인기 1 24.09.08 342 7 10쪽
9 계란으로 바위 치기 3 24.09.07 350 10 11쪽
8 계란으로 바위치기 2 24.09.06 360 11 11쪽
7 계란으로 바위치기 1 24.09.05 381 12 10쪽
6 오디션 4 24.09.04 415 11 11쪽
5 오디션 3 24.09.03 452 13 9쪽
4 오디션 2 +1 24.09.02 531 15 8쪽
3 오디션 1 +1 24.09.02 614 18 9쪽
» 스물? +2 24.09.01 770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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