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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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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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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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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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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계란으로 바위치기 1

DUMMY

7. 계란으로 바위치기 1






딱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최근 최선준의 몸과 능력으로 연기 트레이닝을 받아보니, 왜 그 동안 천 번의 오디션에서 줄줄이 떨어졌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지금 당장 톱배우와 겨룬다는 게 딱 코미디다.


내가 최선준으로 살게 되면서 외모와 부모의 재력 말고, 절대 일반인이 따라올 수 없는 재능을 갖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누군가의 손에 ‘이렇다.’하게 증거를 쥐어 줄 순 없지만, 근 몇 달간 점점 더 확신하게 된 최선준의 아니지, 이젠 나의 재능을...


누가 들으면 우연이라 말하여 비웃을지 모르지만, 연기의 결이 보인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본을 세 번 정도 읽으면 대본 속 인물이 내게 현실이 되는 마법?


대본을 마주할 때, 그리고 카메라나 관객의 눈이 나를 향할 때, 설명하기 힘든 전율이 끌어오른다.


단순히, ‘아- 그렇겠구나.’ ‘이렇게 해야 되겠다.’ 아니다.


그걸 확실히 깨닫게 건 최선준이 된 첫날 기초 연기실습1에서였다.


강단으로 나갈 때만해도 나 역시 다른 친구들처럼 치매 아버지를 둔 말기 암 환자의 비통한 심정을 오만상을 구겨가며 표현하려는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뭔가에 홀린 듯.

순간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고 나는 극 중 인물이 되었다.

정확하게 내 몸에 소름이 격하게 돋고 나서의 일이다.


박수를 받고 자리에 앉고 나서야 그 홀린듯한 상황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 뒤로 늘 그랬다.


‘지금의 내가 하미애의 유전자를 받아서 그런가?’

‘착각인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지만, 결론은 하나다.


지금의 난 연기를 해야겠다는 사실.

더이상 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전광판에서 서운후를 보자마자 주혜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왜 그때 주혜성이 생각났는지는 모르겠다.


***


“이런 건 인간적으로 너희 엄마 찬스 쓰는 게 훨씬 낫지 않냐?”

“엄마 찬스는 아침 모닝콜이 다야.”

“다행히 요즘 스케줄이 없기 망정이지. 그래도 내가 이렇게 맨입에 스타일링이나 할 위치는 아니잖아.”

“이건 어때?”

“너무 유치하게 화려해서 탈락.”


역시 믿고 보는 눈썰미였다.

어려서부터 화보 촬영를 수십 차례 해 봐서 그런지, 이 녀석은 화려한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넘사벽으로 의상 매칭을 하는 능력이 있었다.


“대체 뭘 하려고 이렇게 허벅지까지 파인 드레스가 필요하다는 거야?”

“나중에 잘 되면 잊지 않을 테니까, 일단 도와줘.”

“그럼 요건 어때?”

“어후. 취향이 이런 거였어?”

“뭐래? 최대한 고혹적이고 야한 게 필요하다며!”

“오케이. 그런데 너무 타이트하지 않나? 나한테 맞겠어?”

“대충 맞겠는데?”

“대충은 안 되는데......”


피팅룸에서 나온 나를 보자 주혜성은 물론이고, 점원까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학생 이거 대학교 무대용이야?”

“비슷해요.”


점원 누난 나 같은 남자 손님이 종종 있었던 듯 이런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감탄하며 바라봤다.


“맞춤이네 맞춤이야.”

“그러게 학생이 키가 커서 세 단만 요만큼 내리면 되겠어.”

“혹시 바로 될까요?”

“그럼. 20분이면 되니까, 다른 데 둘러보고 와요.”


주혜성은 더이상 다른 말도 필요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엄지 척을 선사했다.


환복을 위해 피팅룸으로 들어가는 내 엉덩일 탁 치며 말했다.


“조심해라. 텔레비전에 나오기도 전에 엉덩이가 섹시한 남자로 SNS스타가 될지도 모르니까.”

“지금으로서는 네 입만 조심하면 될 거 같다. 다음은 가발.”

“와...최선준 완벽한 성격인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뭘 준비하길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렇게 챙기는 거야? 감독이 이런 스타일 좋아한대?”

“아니. 어림없지를 이기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해.”

“어림없지는 누군데?”

“나중에 설명해 줄게.”


이태원을 샅샅이 뒤져가며 괜찮은 가발 가겐 다 들어가 봤다.


“여기도 없어? 주문 제작은 어때?”

“내일 당장 써야 하는데 그건 안되지.”

“오케이. 기분이다. 한 군데만 더 들어가 보자.”


그동안 내가 여덟 번이나 같은 오디션에 불려 다닌 걸 알고 있었기에 주혜성은 나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거 봐. 어때?”

“그 가발만 네 번째 쓴 거 알고 있어?”

“그래서 이제 정하려고.”

“진짜?”

“길이도 그렇고, 딱 내가 원하는 이미지야.”

“그렇네. 아까 샀던 드레스랑 입으면 마치 007에 나오는 미녀 첩보원 같겠어.”

“그래?”


결국, 이태원 바닥을 샅샅이 뒤지고 나서 가발부터 구두까지 모든 준비를 끝냈다.


“고맙다. 끝나고 꼭 밥 살게.”

“밥은 무슨. 내가 너한테 이런 것도 못 해 주냐. 더 도울 건 없고?”

“이거면 됐어. 내일 끝나고 연락할게.”

“그래,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말만 해.”


예전에 드라마에서 봤을 때의 주혜성은, 엄청 까칠하고 시쳇말로 싸가지 밥 말아 먹은 탈인성의 소유자 같았다.

막상 친하고 보니, 진국도 이런 진국이 없었다.

왜 최선준 핸드폰의 즐겨찾기에 가족 외에 유일한 친구인지 알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밤새 대본이라도 맞춰 달라 부탁하고 싶었지만, 이 녀석도 워낙 평소에 바쁘게 사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발까지 마무리하고 보내주었다.


***


“어머 이게 누구야.”

“어울려요?”

“어울리다 뿐이야? 아들, 오늘 엄마가 메이크업 제공하는 대신 사진 한 장 남겨도 될까?”


우리집 1층에 있는 엄마의 개인 메이크업 룸에서 나는 엄마로부터 직접 메이크업을 받았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오명운으로 살았던 시절 도저히 상상도 못 할.

세계적인 톱스타 배우 하미애에게 메이크업을 받는 날이 올 줄이야.


“엄마가 어려서부터 바쁠 땐 개인 메이크업은 후닥닥 해치워서 우리 아들 정도는 최고로 아름답게 만들어 드릴 수가 있어요.”


마치 어린 딸아이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는 학부모인양.

엄만 정성껏 피부메이크업부터 헤어까지 일사천리로 완성해주셨다.


지난 밤, 여장을 하고 작가와 감독 미팅에 나간다고 했을 때, 엄만 뒤로 넘어갈 듯 웃으셨다.

유럽으로 학회를 나가신 아빠와 영상통화까지 하면서 두 분은 상당히 진지하게 인터뷰 연습까지 시켜주셨다.

최선준의 내적 자신감의 팔 할은 이런 부모님의 지지덕인 것 같았다.


“자, 아들 눈 떠도 돼.”

“우업.”

“어때?”


거울이 아니라 텔레비전 화면이었더라면 신인 여배우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를 360도로 빙 둘러보던 엄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예쁜 각도에서 내 사진을 찍었다.


“아빠한테 엄마 딸 하나 생겼다고 말해도 믿으시겠는데?”

“정말 여자 같아요?”

“그렇다니까. 여장 남자가 아니라, 완벽하게 백 퍼센트 여자야 여자.”

“합격하면 무조건 엄마 덕분이에요.”

“영광입니다.”

“이소진 작가는 몰라도 엄마가 염철민 감독은 아주 잘 알아.”

“엄마 말씀은 일절 안 드렸어요.”

“엄마가 아니라 대통령 아들이라고 해도 그 양반은 절대 자기 작품에 아무나 출연시키지 않아.”

“그래요?”

“배우들을 소모품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엄마랑은 맞지 않지만, 확실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억지로 넣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 이야기겠구나 하는 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 대가는 대가야.”


자신감에 부모님의 열렬한 지지까지 업고 일산으로 향했다.


***


“12층 Z드라마 제작사와 2시 약속한 최선준입니다.”


제작사와 연락을 취한 경비는 한참이 나를 보고 또 봤다.


“아니 어쩌다 이렇게......”


출입증을 주고 나서도 경비는 내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어요.”

“세상에,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입고 올 생각을 하셨어요?”

“감독님께 힘을 실어드리고 싶어서요.”

“어머. 감독님께요?”


제작사 직원들과 이야길 하고 있는데, 작가가 먼저 도착했다.

작가가 도착하자, 대표라는 자가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작가님.”

“안녕하셨어요, 차대표님.”

“어떻게 작업실 불편하신 건 없으시구요?”

“작업실이야 뭐. 글 쓰는데, 조용하고 노트북만 있으면 되는 거죠. 그런데 염감독님은 처음부터 계약한 걸 왜 그렇게 엎으려고 하시는 거에요?”

“저도 염감독님 한 번씩 이렇게 뒤집는 통에 명이 오 년씩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차대표님이 Z엔터에서 미는 애라는 소문이 있던데요?”

“믿어주십시오. 이번엔 저도 사진이랑 오디션 영상만 봤습니다.”

“그럼 진짜 쌩 초짜를 내정된 주인공 밀어내고 넣자고 우긴다는 거에요?”

“혹시 작가님께 영상이랑 프로필 보내드리지 않았어?”


대표라는 자는 직원에게 눈치를 줬다.


“김실장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받았는데, 내가 기분 나빠서 오픈하지도 않았어요.”

“작가님 일단 시원하게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작가님은 무조건 자몽에이드지. 설탕말고, 그 달달한데 살 안찌는 그거로.”

“네 대표님.”


제작사 직원은 용수철 튀어나가듯 사무실을 나갔다.


“근데 누구?”


작가는 차대표의 태도에 처음보단 누굴누굴해진 얼굴이었다.


조금 화가 풀렸는지,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나서야 나를 알아봤다.


“이번에 오디션 본 신인 배우에요.”


제작사의 다른 직원이 나를 추가로 소개하려는데, 작가가 손짓으로 그녀의 말을 막았다.


작가가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동안 차대표는 직원에서 입모양으로 누군지 물었다.


‘최선준이요. 감독님이 꽂으려는.’


이라고 눈짓과 입모양으로 사인을 주자, 대표도 깜짝 놀라 나를 다시 봤다.


나는 나직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뒤로 빼고 다리를 꼬고 앉아 노래를 불렀다.


2화 마지막 장면과 3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부르며 드라마의 대사 한 줄을 읽었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


“오랜만이에요, 마담.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죽지 않아요.”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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