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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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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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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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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오디션 2

DUMMY

4. 오디션 2






전혀 다른 의미에서지만, 내가 살아온 오명운의 24시간이나 최선준의 24시간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오늘은 오후 일정이 연기 수업 하나밖에 없었다.


‘뉴프런티어관 304호.’


10분 일찍 도착해선지, 학생들은 서넛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최선준.”


‘엇.’


“오전엔 안 보이더라?”


핸드폰 속 최선준의 만능 일정표로도 안되는 게 있었다.

중고딩이라면 이름표라도 있어서 누가 누군지 대충 넘어가겠지만, 이렇게 불쑥 내게 다가오니 남의 신분이라도 도둑질하다 들킨 양 당혹스러웠다.


‘며칠만 견디자. 며칠만.’


“어,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운도 좋지.”

“왜?”

“오전 수업, 교수님 폐렴으로 휴강이었어.”

“그래?”


대화를 걸어온 녀석은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았다.


‘김민구.’


다행히 녀석의 패드 커버에 네임택이 붙여져 있었다.


세상 편해졌다.

요즘 대학생들은 전공 서적을 일일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랬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가방에 패드, 핸드폰, 지갑만 달랑.

뭘 알고 그런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것들만 주섬주섬 챙겨나온 거다.

가지고 나온 패드를 살펴보니, ‘기초연극실습 1’이라는 과목의 책이 PDF로 수록되어 있었다.


“헤이.”


주혜성이었다.

인사는 ‘헤이’가 전부였다.

얘네는 원래 그런가 보다하고 별 반응 안했다.


SNS메시지로는 그렇게 살갑게 굴던 녀석이 어째 자리는 나와 멀찍이 앉았다.

주혜성은 나한테만 인사를 건넸다.

다른 녀석들은 그런 주혜성을 보고 웅성웅성 거렸지만, 섣불리 다가가진 않았다.


사이는 나와 가장 좋은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가까운 친구랑은 같지 앉는 게 아닌가 보다하고 넘겼다.


“하여간.”


김민구였다.


“왜?”

“너희는 서로 얼굴값 하냐?”

“뻔히 제일 친한 거 아는데, 같이 앉는 꼴을 본 적이 없다니까.”

“별소릴.”


‘오... 자연스러웠어.’


김민구의 말은 뒷등으로도 안 듣는 주혜성이 내게 다가왔다.


“보조배터리 좀. 패드 펜 방전이야.”

“보조배터리?”


두번 묻지도 않고, 주혜성은 가방 안쪽 두 번째 주머니에 들어 있는 보조배터리 두 개 중 하나를 가져갔다.


가방의 어디에 무엇이 들어있는지까지 나누는 사이였다.


“어제 내가 동아리방에서 노란색 충전해 놨어.”

“어? 어. 땡큐.”


이 정도면 확실히 절친이긴 한데······.


“내가 저 자식 꼬봉이냐?”


나와 주혜성의 사이를 잘 아는 놈 같아서 김민구에게 물었다.


“뭐 잘못 먹었냐?”

“아니. 너 보기에 말야.”

“뭐래. 초딩 때부터 절친이면서?”

“농담한 거야.”

“알아.”


그 뒤로 들어오는 친구들의 절반 이상과 인사를 나눴다.

최선준 이 녀석은 적어도 금수저에 얼굴 좀 반반하고 허우대 멀쩡하다고 꼴같잖게 구는 부류는 아닌 듯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연기자를 배출한다는 ‘한국 예술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의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기가 보통은 아니었다.

굳이 메이크업하지 않아도 눈에 들어간 총기하며, 행동거지 하나하나에서 넘치는 에너지가 남달랐다.


풋풋한 스무 살에 넘치는 패기라······.


대학 수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굳이 대학을 운운하자면, 집근처에 있던 전문대의 평생교육원 정도.

1년 코스로 연기를 가르치는 수업을 들었었다.

그게 내 인생의 대학 수업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잠시 후.

캐쥬얼한 차림의 교수가 들어왔다.


“휘릭.”

“와우!”


첫 수업도 아닌데, 교수가 들어온다고 이런 반응을 한다고?

누군가 해서 자세히 보니, 나도 어려서부터 익숙한 사람이었다.


‘배우 김병수?’


‘삼천만 배우’로 통하는 전천후 연기자이자, 원조 만능 엔터테이너.

전 세계 3대 영화제를 휩쓸고, 많은 나이임에도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은 장본인이었다.


글로벌한 스펙의 소유자임에도 차림새는 딱 동네 아저씨 같았다.

지금 당장 옆구리에 목욕 가방 하나를 찔러줘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은 차림.


유명인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들먹거리지 않고 서둘러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시간에 설명했듯, 오늘은 여러분들이 앞으로 수도 없이 보게 될 오디션 현장을 재현할 겁니다. 말만 거창하게 오디션이지. 그냥 단순하게 기초 연기를 보려는 것이니까 너무 긴장들 말고.”


교수의 말과는 달리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눈빛에 강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교수는 전자칠판에 씬을 올렸다.


S#14. 병원복도


진찰실에서 나온 태수는 자신의 손을 꼭 잡고있는 70세의 치매 아버지를 바라 본다..

태수는 말기 암 환자다.


태수]······.



강의실 안은 조용해졌다.

대사 한마디 없이 말기 암 환자 아들이 치매 아버지를 바라보며 느낄 온갖 복잡한 심경을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기에, 어린 친구들에겐 극강의 난이도에 해당하는 연기였다.


“너무 어려워요.”

“어렵죠. 그래서 하는 겁니다. 분명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할 거고,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좋은 연기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김병수 교수는 마치 자신이 이미 태수에게 감정이입이라도 한 듯, 강의실을 들어올 때의 경쾌한 발걸음과 표정과는 사뭇 달랐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심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 앉으려던 김병수 교수가 갑자기 일어나 말했다.


“연기자는 때론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감정을 대본과 상관없이 말할 수도 있다는 것 명심하십시오. 개인적으로 연기자의 상황 판단력과 발성이 상대에게 주는 감정 전달력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줄 계획입니다.”

“그럼, 대사를 넣어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단, 무조건은 아니기때문에 자신들의 판단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감 없이 펼치도록 하십시오.”


고작 몇 줄 안 되는 장면이었지만, 이 안에서 교수는 연기자의 연기력은 물론이고, 상황 판단력과 애드리브 실력까지 보겠다는 중 복합적인 테스트였다.


“실습장, 진행하세요.”


오디션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학생들의 이름을 넣은 종이를 섞어 실습장이 불러주는 방식이었다.


긴장되는 순간.

실습장이 첫 이름을 불렀다.


“최선준.”


하필.

이 수업을 듣는 학생이 못해도 서른 명은 넘어 보였다.

하고, 많은 학생들 중 왜 내가 첫 번째인지······.

실습장이라는 놈은 미안한지 내 눈을 피했다.

매는 자고로 먼저 맞는 놈이 제일 아픈 법이다.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은 감을 잡기 위해 각자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나 역시, 최대한 씬에 집중했다.

그 순간 아까 오디션장에서 받았던 소름이 온몸을 휘감았다.

설명할 수 없는 소름이 몸을 휘감기 시작하면, 얼굴까지 후끈하게 달아 오른다.


연기가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태수가 된다.

마치 주문이라도 외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장 암에 걸린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의사 선생님께 두 번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지독한 내 병에 대한 확신만 받게 될까봐.

까만 세상에 하얀 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강단까지 걸어올라갈 힘도 없었다.


“최선준.”


교수가 이름을 호명했고, 나는 그대로 일어서서 나갔다.


터벅터벅.


자리에서 강단까지 고작 4-5미터 남짓.

얼굴이 시뻘개지고, 혼란과 스트레스 그리고 어쩌면 나 없이 홀로 외로울 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도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강단에 있는 막대를 문이라 생각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교수를 아버지라 생각하니, 내 삶의 잔상같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마음을 추스렸다.

눈물을 말리고, 쥐어 뜯었던 머리도 단정하게 매만졌다.


문을 열고 아버지께 다가가 물었다.


“아...빠.”


교수는 말 없이 나를 바라봐 주었다.


“배고프시죠.”


터져나오는 울음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아버지의 손을 잡으려다 그대로 끌어 않았다.


“으으으으으으.”


울음도 분노도 흥분도 아닌 격정의 숨소리를 내뱉으며 아버지를 않던 내 팔에 힘이 풀어졌다.


“괜찮아......”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5화에서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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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디션 3 24.09.03 45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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