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난성 님의 서재입니다.

시작부터 톱스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최근연재일 :
2024.09.19 22: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8,426
추천수 :
209
글자수 :
93,262

작성
24.09.03 22:30
조회
472
추천
13
글자
9쪽

오디션 3

DUMMY


5. 오디션 3






“아버지. 아빠.”


아버지에서 아빠로 바꾸는 그 짧은 순간.

강의실의 분위기 전체가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보다 ‘아빠’가 더 친근하고 다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빠’라는 단어를 뱉어내자, 나를 안아주던 교수님의 어깨가 들썩였다.


“괜찮아. 괜찮아.”


누굴 이렇게 애타고, 간절하게 안아본게 처음이었다.

먹먹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크게 흐느낀 것도 아니었는데......


김병수 교수 역시 나를 꽉 끌어 안아주었다.


“컷.”


그제야 나도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체불명의 소름을 경험하면, 나는 아예 사라져버리는 마법.

이걸 우연이라고 해야 하나.

하루에 시간차를 두고 두 번이나.

그것도 다른 역할로 느끼다 보니,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지금의 최선준인것부터......


뒤를 돌아 들어가려는데.


휘릭.


누군가 휘파람을 불어줬다.


짝짝짝.

짝짝짝.


여전히 세차게 뛰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학생들을 향해 정중하고 깊이 있사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첫 주자가 이러면, 뒷 사람들 바짝 긴장할 텐데. 어후.”


주변 학생들은 굳이 목을 쭈욱 빼서는 내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잘생기고 허우대 멀쩡하다고 앞에 나가 방실방실 똥폼만 잡다 들어올 걸 생각했던 것 같았다.


강의실을 둘러보니, 그 짧은 사이 학생들은 모두 자신만의 감정을 잡고, 오만상을 짓느라 난리도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 국어 시간에 배웠던 ‘소리 없는 아우성’은 이런 때를 두고 쓰는 말인 게 틀림없다.


높이라고 해 봐야 고작 20cm나 될까 한 강단.

마치, 내 인생의 수십 미터도 넘어 보이는 듯한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던 그 강단이 지금은 이렇게 편안해 보일 수가 없었다.


“편안하게 해.”


김병수 교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 바로 다음에 연기해야할 녀석에게 들릴 듯 말 듯 말해주었다.


그럼 뭐 하나.

털털한 아저씨의 모습을 한 얼굴에 매의 눈이 박혀 있는걸.


강의실 창문에 비친 내가 보였다.

오명운의 쭈구리하고 위축된 모습이 아닌 최선준의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


한 명 한 명 연기를 할 때 마다, 학생들은 교수님의 얼굴 한 번, 내 얼굴 한 번을 바라봤다.


여러 명이 지나가면서 점점 김병수 교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잠깐.”

“......?”

“여러분. 이걸 알아야 합니다. 꼭 지금 내가 마구 슬픈 표정을 해야 관객이 덩달아 슬퍼지는 게 아니라는 거. 영화 프레임 안에서 나는 신나게 떠들고 웃고 있는데, 역으로 관객은 그런 장면에 대성통곡을 할 수 있는데, 지금 줄줄이 관객 눈물 샘 한 번 쭈욱 짜보겠다고. 관객 눈물 빼는 게 치약 짜는 거 마냥 쉬웠으면 이런 수업이 뭐가 필요있겠습니까.”


김병수 교수는 나를 한 번 바라봤다.


“나한테 보여주는 게 무서운 게 아닙니다. 관객들은 무서운 존재에요.”


겨우 이 장면.

고작 한 씬으로 스무살, 최선준으로 시작하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


첫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잠자리에 들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침대가 아니라 아무리 코인 빨래방에서 뽀송뽀송 이브자릴 말려와도 하루면 눅눅해지는 곰팡내 나는 원룸으로 돌아갈 걸 각오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다.


꿈이라면 확실하게 깰 필요가 있으니까.

절대 불가능한 일에 사로잡혀 정신상태를 낭비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살아오진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나는 최선준이었다.


이건 확실히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다.


꼭 연기자나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이 나이에 이런 집안에, 심지어 이런 외모에.

무엇이든 인생의 새로운 세팅이 가능하다.

못다 한 공부를 계속하거나, 유학을 가거나.

마음만 먹는다면, 이 집안에선 내가 못 할 일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중, 최선준으로 깨어난 첫날의 임팩트가 너무나 컸다.

굳이 외모가 우수해서라기보다 나 자신도 몰랐던 연기의 세계에 발을 담갔다고 해야 맞았다.


진짜 최선준이 되기 위해 최선준의 핸드폰은 물론, 최선준의 서재와 앨범을 있는 대로 뒤져서 읽고 또 읽었다.

어떻게든 최선준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도망치지 않고, 최선준의 꿈과 일상 모두를 내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나는 최선준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발견.

내겐 설명하기 힘든 능력이 있다.

대본을 보고 생각하고자 하는 역할에 몰입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냥 소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대본의 대사를 한 줄 한 줄 내것으로 만드는 순간 마지막엔 전율이 솟구친다.


***

최선준으로 눈뜬 첫날 날 보자고 했던 감독은 ‘진짜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내게 뭔가를 요구했다.

뭘 보여달라가 아니다.

나를 보면 매번 하는 말.


“그래, 오늘은 어떤 캐릭털 준비해 왔지?”


내가 주인공을 바라고 오디션을 보러오는 게 아니었다.

거지1.

그런데 거지1을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다단계 오디션을 봐야 하는 건가.

오명운 시절.

그렇게 많은 오디션을 봐 왔지만, 이런 경험이 전무했기에,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스물.

어리디 어린 데다 연기 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작은 역부터 차근차근 올라가겠단 생각이 우선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된 게, 오디션을 준비해 갈 때마다 감독은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었다.

차라리 ‘어디가 나쁘다.’ 내지는 욕을 듣는 편이 빠를 것 같았다.


이게 맞나 싶어, 내가 같은 오디션만 벌써 아홉 번째 보고 있다고 엄마한테 말씀드렸다.

워낙 이 바닥의 대가이시니까.


아들이라면 그렇게 꿈뻑꿈뻑 죽는 분이, 오디션에 대해선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다른 학업이나 금전적인 부분, 내지는 생활적인 부분에 있어선 질문도 많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러나, 연기에 대해선 선을 그으셨다.

커리어에 관한 부분에 있어선 칼같이 내가 맨땅에 직접 부딪혀 보며 가는 것이 옳다고 하시면서.


역시 성공하는 사람은 자식이라도 커리어에 대한 마인드가 달라도 완전히 달랐다.


생각해 보니, 여배우 하미애는 아역 출신부터 시작한 원조 아이돌이 아닌가?


“포기할 게 아니라면, 일단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오디션을 보도록 해. 감독이 장난을 치는 거라도 본인 시간 내서 장난치는 거잖아. 절대 허튼 시간 쓰는 감독들은 없어.”


특히, 내가 지원하는 드라마의 작가, 감독, 제작사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이고 계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열과 성의를 다하는 수밖에.


이미, 거지1, 순사3, 주인공 친구2, 건달6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구하여 오디션을 봤다.

심지어, 아낙1, 2, 4로도.

스무 살 청년이 모유수유 역할이라니......

그래도 했다.


이런 세계가 궁금한 나머지, 연기자인 친구 주혜성에게 오디션의 세계가 이런지 자문까지 요청했다.


“글쎄, 나는 같은 오디션을 그렇게 배역 없이 여러 번 본 적은 없어서···.”


그렇겠지.

아역부터 시작하긴 했지만, 보통 주연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상당히 비중 있는 연기를 주로 하는 녀석이니까.

이렇게까지 격한 경험은 아직 못해 본 듯했다.


점점 오디션장은 한산해졌다.

그래도 지난번 오디션엔 서너 명이 보이더니, 오늘은 아예 나 혼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원자 중 많은 사람은 다른 오디션에도 중복지원을 하거나, 생계가 달려있었다.

생계가 달려있다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출연 보장이 되지 않고서는 이렇게 길게 오디션을 보기 힘들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오명운 시절 그런 삶을 살았기에......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는 오디션은 못 봤을 거다.

물론 기회도 없었지만.


부모 지원받아가며 경험을 쌓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달콤한지.


‘오늘은 내가 이 오디션장 출근의 종지부를 찍겠다.’


학교의 기말 시즌이 다가오기도 했고, 이제는 더 볼만한 캐릭터도 없었기 때문이다.


“베르체노프 박, 옅은 안개 단을 준비해 왔습니다.”


베르체노프 박은 이 드라마 세 명의 남자주인공 중 한 명이다.


이미 작가가 여자 주인공과 남자주인공 한 명은 정해 놓고 썼다고 미디어에 대대적으로 노출을 시켰다.

그런데, 그중 이미 정해진 남자주인공이 바로 베르체노프 박이었다.


“그건 이미······.”


Z 드라마 제작사 직원이 내게 하려는 말을 감독이 막았다.


“좋지. 내가 배우라고 해도 진즉에 베르체노프 박이지. 진즉에.”


감독은 마치 연극 관람이라도 온양 들고 온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몇몇 후후 불더니, 벌컥벌컥 마시고는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해 보자.’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작부터 톱스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시작부터 톱스타] 24.09.11 43 0 -
공지 제목 변경 합니다. 24.09.09 141 0 -
21 미친 존재감 3 NEW 3시간 전 57 5 10쪽
20 미친존재감 2 24.09.18 167 5 10쪽
19 미친 존재감 1 24.09.17 265 7 10쪽
18 CF요정 3 24.09.16 271 5 10쪽
17 CF요정 2 24.09.15 298 6 10쪽
16 CF요정 1 +1 24.09.14 320 9 10쪽
15 처음이라고? 2 24.09.13 309 6 10쪽
14 처음이라고? 1 24.09.12 311 8 11쪽
13 돌발 인기 4 24.09.11 322 10 10쪽
12 돌발 인기 3 24.09.10 328 8 11쪽
11 돌발 인기 2 24.09.09 342 7 10쪽
10 돌발 인기 1 24.09.08 367 7 10쪽
9 계란으로 바위 치기 3 24.09.07 371 10 11쪽
8 계란으로 바위치기 2 24.09.06 380 11 11쪽
7 계란으로 바위치기 1 24.09.05 404 12 10쪽
6 오디션 4 24.09.04 437 11 11쪽
» 오디션 3 24.09.03 473 13 9쪽
4 오디션 2 +1 24.09.02 554 15 8쪽
3 오디션 1 +1 24.09.02 641 19 9쪽
2 스물? +2 24.09.01 813 18 10쪽
1 딱 두 캔 +2 24.09.01 978 17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