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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상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전지전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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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상사
작품등록일 :
2017.11.23 15:35
최근연재일 :
2017.12.22 08: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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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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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480

작성
17.11.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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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글자
13쪽

전지전능 (2)

DUMMY

[지금부터 본인을 포함한 모든 유저의 스테이터스를 조작하실 수 있습니다.]

[해당 유저의 스테이터스를 초기화시키겠습니까?]



“······뭐, 뭐야. 이건 또.”


죽음을 목전에 두고, 미쳐버리기라도 한 걸까.

머릿속에 울려 퍼진 어떤 여자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허공으로 떠오른 ‘홀로그램 창’ 하나.

눈의 착각인가 싶어서 두어 번 눈을 깜빡여 보았으나, 창은 여전히 일환의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환각이 아니다.’


가슴께가 창에 꿰뚫리고, 출혈의 상태는 심각하여 의식은 당장이라도 꺼질 것처럼 몽롱했지만-.

그렇다. 환각이 아니다.

홀로그램 창은 허상 같은 게 아니란 말이다.


“······.”


흐려지는 시야를 옮겨, 방금 자신에게 기습을 가한 장본인인 조유성을 흘겨보았다.


“하여간 우라질, 잘 풀리는 일이 없어요! 잘 풀리는 일이!”


그는 이그나이트 골렘과 한창 격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욕설을 내뱉는 그는 몸에 걸친 아머 곳곳이 찢겨지고,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물론 골렘의 상태도 적잖이 심각했다. 일환이 홀로그램 창에 정신이 팔린 그 짧은 사이에, 유성은 위험도 적색의 보스 몬스터에게 충분한 데미지를 입혔다는 의미리라.

이대로 가면 골렘이 유성의 손에 쓰러지는 건 시간문제다.


“······.”


다시 눈앞의 홀로그램 창에 집중한다.

분명 머릿속의 목소리는 ‘스테이터스’라는 말을 언급했다.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일환이라도 스테이터스가 어떤 캐릭터의 강함을 나타내는 척도임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저, 저 새끼 스테이터스를······ 보여줘.”


가슴의 상처 때문에 음절 하나하나를 내뱉는 것도 죽을 만치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홀로그램은 일환이 말한 요구에 착실히 응해주었다.


[해당 유저의 스테이터스를 표시합니다.]



조유성

[근력 : 64]

[민첩 : 52]

[체력 : 57]

[지혜 : 43]

[매력 : 55]



부가 능력

[순발력 향상]



보유 무기

[명칭 : 절멸화극絶滅畵戟]

[내구도 : 9]

[등급 : 레어]



주르륵 표시되는 어떤 ‘항목’들.


“······역시.”


이걸로 확실해졌다.

목소리가 말한 스테이터스는, 일환이 지목한 상대방의 현재 상태를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수치화시킨 도표였다.

그런데 뭐 어쩌란 말인가.

타인의 강함을 숫자로 알기 쉽게 볼 수 있게 된 건 그렇다 치자. 그러나 정작 상황이 나아질 여지는 없잖은가.


‘아냐, 잠깐.’


서서히 죽음의 심연 아래로 가라앉은 와중에도, 일환은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처음에 목소리가 언급한 문장.

‘해당 유저의 스테이터스를 초기화시키겠습니까?’


“초기화, 라고?”


목소리가 말한 초기화라는 게, 일환이 알고 있는 초기화의 사전적 의미가 맞을까?

그런 의문이 들기 무섭게-.


[초기화에 동의하시면, 해당 유저의 모든 능력 수치가 0이 됩니다.]

“큭, 하하. 쿨럭!”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다.

피를 한 움큼 토하며, 일환은 웃었다. 0이란다. 모두 제로가 된단다.

방금 스테이터스 항목에는 뭐가 있었더라. 일환은 생각한다. 얼핏 기억하는 바로는 근력, 체력······.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체력이랑 민첩······ 그 이상 기억나지는 않는다.

만일 유성이 지닌 근력, 체력, 민첩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이 0이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배터리가 방전된 기계마냥 무기력하게 바닥에 쓰러지는 그 새끼의 모습.


“······.”


이 얼마나 짜릿한 광경인가. 나를 엿 먹이고, 나를 죽인 새끼가 제대로 거동도 못하며 걸레짝이 되는 모습.

일환은 고개를 돌려 유성과 골렘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골렘의 왼쪽 팔이 파스스, 파편을 떨어뜨리며 부서져간다.

저 승부의 향방을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유성도 한계에 직면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얼마 안 가 이그나이트 골렘을 쓰러뜨릴 것이다.


‘······그건 안 돼.’


골렘을 쓰러뜨린 유성이 다음에 취할 행동은 무엇인가.

바로, 일환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 확인사살을 가할 것이다. 그때는 정말로 꼼짝없이 죽는다.

그건 정말 개 같은 경우라고, 일환은 생각했다.

하다못해.


‘하다못해 저 새끼가 죽는 꼴이라도 봐야 돼!’


결심이 섰다.


‘좋아.’


설령 죽었다 깨어난다고 해도, 일환은 저 새끼한테만큼은 절대로 죽지 않겠다는 결심이.


“저 새끼 스테이터스, 초기화 시켜줘, 전부.”


그 결심이 문장이 되어, 일환의 입 밖에 나왔다.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그 순간.


“······?!”


일환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뭐, 뭐야······.”


불과 1초 전까지만 해도 능숙하게 이그나이트 골렘과 맞서 싸우던 유성이.


“뭐, 뭐냐고, 시발······?!”


손에 들고 있었던 쌍극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장면을.

유성의 몸은 앞으로 한 발짝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는 어쩌다 실수로 쌍극을 놓친 게 아니다.

저 어정쩡한 자세는 마치, 쌍극이 ‘무거워서’ 떨어뜨리다 몸의 중심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이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윽?!”


안 그래도 기울어진 상태였던 유성의 몸이, 이번에는 완벽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 다음엔-.


“이, 이게 뭔······ 컥?!”


현재 일환이 흘리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향의 선혈이, 유성의 입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구우우-?


그런 유성의 불가사의한 행태를 보고 당황한 걸까. 마찬가지로 사투를 벌이던 이그나이트 골렘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한낱 몬스터조차 갈피를 못 잡는 상황 속에서, 오로지 일환만이 유일하게 미소를 지었다.



조유성

[근력 : 0]

[민첩 : 0]

[체력 : 0]

[지혜 : 0]

[매력 : 0]



정말로 초기화 되었다. 아니, 모든 게 0이 되었다.

근력이 없으니 무기를 들 수가 없다. 민첩하지 못하니 순발력이 저하된다. 체력이 사라졌으니 가만히 있어도 죽을 것이다. 지혜롭지 못하니 사고가 불가능할 것이다.


-구우우!


아무렴 좋다. 골렘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인지, 우렁차게 포효하며 육중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유성에게 달려갔다.


“미, 미친. 뭐야! 대체 뭐냐고!!”


유성이 지렁이처럼 바닥을 기어 다닌다.

기세 좋게 아라크네들을 휩쓸고, 일환을 엿 먹인 실력 좋은 B급 헌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병신새끼.”


일환이 피범벅이 된 입가를 기묘하게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의식을 부여잡고, 지켜봐 주었다.

조유성이 괴수한테 철저히 유린당하는 광경을.


“오, 오지 마! 사, 살려줘! 살려-.”

-그오오!


골렘의 주먹이 녀석의 면상을 짓뭉개기 직전.

그는 저만치 떨어진 일환과 눈이 마주쳤다.

증오와 광기로 일환의 눈이, 그리고 표정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끼는 저승에서 실컷 캐라, 똘추야.'


쾅! 쾅!

샹들리에 정도 되는 거대한 크기의 주먹이, 바닥에 있는 유성의 몸에 내리꽂힌다.

그 한 번의 일격만으로도, 유성의 몸은 이제 정말 문자 그대로 걸레짝이 되었다.


-그오오! 그오오!


아무래도 골렘은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그럴 법도 하다. 골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도 방금 유성에게 퇴치당할 뻔 했으니까.

쾅! 쾅! 쾅······!

한 번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골렘은 계속해서 그 주먹으로 유성을 내려찍는다. 두 번째 일격에선 납작한 쥐포가, 세 번째 일격에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마지막 일격으로 그 형체마저 보이지 않았다.

남은 것이라 해봤자, 바닥에 달라붙은 내장 조각들 조금.


“······.”


흐르는 정적 속에서, 일환은 이제 끝났음을 깨달았다.


-그으으······.


게이트 안에 존재하는 헌터는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죽이는 게, 몬스터의 본능.

쿵! 쿵! 이그나이트 골렘이 금이 간 몸을 이끌고 일환을 향해 다가갔다.


“······그래.”


일환은 죽는다. 그래도 기분이 ‘덜’ 나빴다.


“죽여라, 죽여.”


저 버러지 같은 B급 새끼한테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몬스터한테 죽임 당하는 게 훨씬 낫다. 헌터다운 죽음이기도 하고.


“······.”


천장의 종유석을 올려다보았다.

아른거리는 자신의 여동생, 여진이의 얼굴. 일환은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유언을 중얼거렸다.


“오빠를 용서해라, 여진아······.”


쿵!

유언을 내뱉고, 골렘이 둔중한 걸음을 땅에 내딛는 순간.


“잠깐만.”


‘지금부터 본인을 포함한 모든 유저의 스테이터스를 조작하실 수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재차 떠올린, 머릿속의 목소리.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시체 상태인 그가 이 정도까지 기억을 떠올린다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축복이리라.



***



“본인을 포함한?”


‘본인을 포함한.’

그렇다는 건, 스테이터스의 조정에는 타인이 아닌 일환 본인도 해당된다는 의미이다.


“내, 내 스테이터스를······ 보, 보······.”


목구멍에 피가 차올라 말하는 것도 불가능한 지경이다. 그래도 홀로그램은 성실히 일환의 명령을 수행한다.



[지목하신 유저의 스테이터스를 표시합니다.]



김일환

[근력 : 16]

[민첩 : 12]

[체력 : 9]

[지혜 : 19]

[매력 : 14]



유일하게 멀쩡한 눈동자를 굴려, 홀로그램의 구성을 면밀히 살표본다.

나열된 수치들. 그리고 그것들 옆에 표시되어 있는 건, 다름 아닌 화살표였다.


'화살표?'


게다가 위아래 화살표.


‘조작, 조작이라면······.’


도표는 정말 알기 쉬운 구성이었다. 숫자가 있고, 옆에 위아래 화살표가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오로지 하나.

이 화살표로, 숫자를 올리던가 내리던가 해라.


“······.”


파르르 떨리는 오른팔을 들어 불과 30cm 눈앞에 있는 홀로그램 창을 향해 손가락을 뻗는다.

하지만, 털썩-. 그런 사소한 행동조차도, 지금의 일환에게는 너무나도 힘겨웠다.

여기서 무너질 순 없다.

죽음을 받아들인 찰나에 동아줄 하나를 겨우겨우 발견했다. 그 동아줄을 놓칠 순 없다.

홀로 남은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해당 유저의 모든 수치를 100으로 조정합니다.]



처음에 일환이 느낀 감각은, 어둠이 걷히는 느낌.

사방으로 몰려드는 시야 안의 어둠이 물러나고, 흐릿해지던 눈앞의 초점이 더할 나위 없이 또렷해진다.


“하, 하하.”


일환은 웃었다.


[체력 : 100]


저물어가는 의식이 멀쩡해지고, 과다출혈로 인해 새하얘지던 몸에는 활력이 돌아온다.

아니. 돌아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근력 : 100]


오히려 넘쳐난다.

평소의 2배, 3배, 6배, 10배······ 멈추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기운이 스며들고, 근육이 꿈틀대는 게 확실히 체감된다.

그러나 이 정신 나간 기적을 만끽할 틈은 없다.

쿵!

이그나이트 골렘이, 어느덧 자신의 눈앞에 당도했으니까.


“진짜······.”


어이가 없었던 나머지, 일환은 실소하며 몸을 일으켰다.

꿰뚫린 가슴의 상처는 완벽히 아문 상태다. 입고 있는 옷은 비록 피범벅이지만, 더 이상 몸에는 출혈이 일어나지 않는다.

리셋.

아니, 업그레이드!


‘지금이라면.’


끝없이 확장되는 사고가 한 가지 정답을 도출해낸다.


‘-지금이라면, 무조건 쓰러뜨릴 수 있다!’


그건 정말로 단순한 정답이었다.

바닥에는 바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E급 헌터.

잘 나가는 놈들의 짐꾼 행세나 해주는 한심한 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확신했다. E급 최약인 자신이, B급 헌터도 버겁다는 위험도 적색의 보스 몬스터를 ‘무조건’ 쓰러뜨릴 수 있다고.


-그어어!


그때, 이그나이트 골렘이 우렁차게 포효하며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빠른 속도였고, 주먹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막대한 풍압이 일었지만-.


“······웃!”


[민첩 : 100]


일환은 몸을 숙이는 간단한 동작만으로, 그 공격을 가뿐하게 피해버렸다.

이그나이트 골렘은 공격 후의 딜레이가 크다. 반격하려면 지금 이 순간뿐이다.

일환은 그렇게 생각하며, 세차게 땅을 박찼다.

전문적인 격투를 배운 적이 없는 그는, 팔을 뻗어 스트레이트를 날릴 뿐인 단순한 자세밖에 취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정말로 그거면 충분했고, 싸움은 짦았다.


투-쾅!!


막무가내로 뻗은 스트레이트 한 방이, 이그나이트 골렘의 육체 정중앙에 정확하게 꽂혔다.

막대한 파열음이 동굴 안을 가득히 울린다.

그렇게 이그나이트 골렘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


“······!”


본인이 하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믿겨지지 않았다.

일환은 크게 경악하며, 파편을 쏟아내며 무너지는 골렘과 자신의 주먹을 번갈아 보았다.


“허억, 허억······.”


심장박동이 빨라지자, 일환은 호흡을 거칠게 내쉬었다.

엄습하는 몸의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럴 만도 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가던 육체가, 아드레날린이라도 들이부운 마냥 갑자기 날뛰어댔으니.

그 후유증 때문일까.


“······아.”


털썩.

일환은 도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이 날, 골든 존에서 홀로 유유히 살아나온 E급 헌터의 정체를, 그때 당시의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작가의말

각성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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