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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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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344
추천수 :
8
글자수 :
365,412

작성
18.05.22 01:49
조회
135
추천
1
글자
13쪽

1. 용사와 마왕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1. 용사와 마왕

by 마로나스







"···일단 응급치료는 끝났단다. 하지만 역시 병원에 가봐야 할 듯하네. 발목은 삐었는데, 붓기를 보니 골절일지도 모르니 엑스레이 검사가 필요하고, 이 찢긴 상처는···. 일단 출혈은 막아놨지만 병원에서 꼬매야할 것 같구나."


"그 외에는요?"


"뭐 말하자면 많은데, 병원에서 다 이야기 해줄 거야. 여기서 이러고 있을 바에야,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빠를 테니까."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다니···. 저 학생도 운이 어지간히 없었구나."


"그러게요. 일단은 이대로 택시를 불러서 병원에 데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응. 조퇴증은 끊어줄 테니까, 좀만 기다리렴."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 앉아 볼펜을 찾는 양호 선생님의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의자에 앉아 여전히 넋을 놓고 있는 여학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바빠서 자기소개도 못했네. 내 이름은 고은하. 하늘 고등학교 1학년 1반이야."


"아···. 나는···."


여학생은 내가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든 듯,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2학년 8반···. 서다예. 저번 주에 막 전학 왔어."


"그래서 교복이 달랐군요. 아직 교복이 완성 안되었으니까."


"네."


"응. 그런데···그것보다도···."


안절부절못하고 정신을 차린 후부터 계속 당황해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녀가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다예 선배는 조퇴증과 그 사유서를 작성하고 있으신 양호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서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묻고 싶어 죽겠다는, 그러나 묻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 불안한 듯 눈동자를 굴리는 다예 선배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작게 웃어보였다.


"궁금한 건, 잠시 뒤에 대답해드릴게요."


"어, 그, 그래주겠어?"


"네. 무엇이 궁금한지도 대충요."


"···음."


다예 선배는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눈치 챘는지에 대해서 무척이나 궁금해하는 듯 했다. 그리고 굉장히 의외이며, 놀란 듯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다예 선배는 일찍부터 자신의 체질에 대해서 눈치 채고 있었던 것 같았다.


존재감이 흐리다···라는 정도의 느낌이라면 모르겠으나.


다예 선배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이가 아예 없다는 건, 그녀 개인의 체질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건 체질이 아니다. 단언컨대.


어떠한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다예'라는 이름의 존재가 타인에게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존재를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듯 했다.


이전에 만났던 이는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세계에서 지워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허나 다예 선배는 '존재'가 지워져있었다라는 느낌이라기보다 '인식'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지워져있는 것과 인식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이전에 만났던 이는 지우개로 인해서 지워지고 있었고, 지금의 다예 선배는 새하얀 배경에 새하얀 색으로 물감으로 칠해놓은 것과 같다.


똑같은 색이기에 인식하기 힘들 뿐, 분명히 그 자리에는 어떠한 그림이 그려져있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자, 다 적었단다. 나갈 때 이거 보여주면 되고···. 저 학생을 잘 부탁한다."


"네···. 일어설 수는 있으시겠어요?"


나는 조용히 조퇴증을 받아들고서 다예 선배를 향해 물었다. 다예 선배는 역시 자신에게 어떠한 질문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듯, 조금 늦게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내 표정을 구기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아무래도 혼자서 일어서는 건 무리인 듯 보였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예 선배의 앞에 등을 보이며 앉았다.


"···에?"


표정이 보이지 않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내 행동이 너무 당황스러웠나보다.


"업어드릴게요."


"처음 만나는 이에게 무척 상냥하구나···?"


"상냥하다기보다는 이게 그나마 편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으음, 그런 거니?"


"뭐 선배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은 없지만요. 불편하시면 그냥 부축만 해드릴 텐데···. 학교 정문까지는 거리도 상당하고 무엇보다 서로에게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내 말에 다예 선배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머뭇거리면서 내게 안겼다. 그러기까지의 과정을 양호선생님은 즐겁다는 듯 바라보더니 내게 말했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장면. 잘 보았단다."


"···재밌으라고 보여드린 게 아닌데요···."


"뭐, 잘 다녀오렴~."


양호선생님도 그렇고 우리 반 담임 선생님도 그렇고···.


묘하게 짓궂으시다. 그리고 묘하게 대충이야.


"···무, 무겁다고 말하면 안 돼?"


어린애가 아닌 이상 무겁지 않을 리가 없다만. 나는 굳이 무겁다고 할 만큼 배려가 부족하지는 않아서 조용히 침묵했다. 어색하게 안긴 자세가 불편했지만 여기서 더 편하게 기대라고 하더라도 의미 없겠지.


나는 서로가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럭저럭 버틸만한 상태로 선배를 업은 뒤 양호실을 나와 학교 정문까지 걸어갔다. 학교가 워낙 넓다보니 택시를 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


정문까지만 불편하더라도 좀 참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게 다예 선배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무, 무겁지?"


"무겁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런 질문을 하세요?"


"···그, 그렇지만 신경 쓰이는 걸!"


"안 무거워요."


"그, 그래? 다, 다행이다."


"그래서 어쩌다가 계단에서 넘어진 거예요?"


"···그게 계단의 앞에서 선생님이 나를 못보고 치고 지나가셨어."


그것 참 안쓰러운 상황이다. 계단의 옆에서 하필이면.


"그것 참 안됐네요."


"그렇지. 운이 없었지.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나 역시 선생님이 잘못했다고는 생각 안 해."


"어째서요?"


"나는 보이지 않으니까."


"스스로도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으니까. 타인을 탓하지 않는다···는 거네요."


"그렇지···?"


아까 그 계단에서 밀쳐질만한 상황이 일어난 건 분명히 운이 없었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밀치고 그로 인해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도 타인을 미워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다.


허나 그런 일이 무척이나 자주 있게 된다면 사람은 체념이라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다예 선배의 말을 믿는다고 한다면, 다예 선배는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일이 상당히 많이 있었고 그에 따라 체념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내향적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자신의 말에 자신감이 없고 말하는 상황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도 자신이 타인에게 보이지 않음으로써 생긴 습관이라고 봐야겠지.


조심스럽게 추측을 이어가자면.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환경에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자신의 존재가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자신의 삶에서 엄청나게 큰일이었다. 그렇기에 대체로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인식당하지 않는, 그런 일이 생기고 그런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지낸다는 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인간의 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대개 자아가 완전히 자라지 않은 10대 미만의 어린아이들은 삐뚤어지거나, 혹은···.


다예 선배 같은 상황이라면.


아마 자살하지 않을까.


그러나 다예 선배에게서는 대화를 나눈다는 상황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질문과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즉 다예 선배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당하지 않게 된 건 그다지 오래 된 일이 아닐 터였다.


"평소에는 생각 없이 걸어왔던 거리지만 이렇게 보니 꽤 머네."


"그런가요?"


"뭐,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새 대화하는 게 익숙해졌는지 말투에서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렇게 누군가랑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얼마만인지···."


나쁘지 않은 이어짐이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얼마만인데요?"


"음, 대충 반년쯤?"


"반년이나 그 상태로 있으셨던 거예요?"


"응. 처음에는 진짜 미치는 줄 알았지만. 익숙해지고 나니까 어떻게든 되더라구."


"그렇군요. 하지만 그 상태로 계속 있고 싶지는 않죠?"


"물론이지. 당연한 걸 묻네. 하지만 그 말투로 보아서는···."


내 등 뒤에 업혀있는 선배는 하층 더 내게 가깝게 몸을 기대더니 말을 이었다.


"마치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고 있는 것 같아보여."


"글쎄요. 그런 방법을 알고 있든, 알고 있지 않던. 우선은 상처의 치료가 먼저일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당연히 둘 다 해야지."


현명하다. 나는 선배의 말에 작게 웃어보이고서는 슬그머니 택시 정류장에 딱 한 대만이 남아있는 택시의 문을 열었다.


"이 시간에 학생이라니···."


앞에 있는 거울로 뒤에 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더니 놀라던 아저씨는 이내 다예 선배의 상처를 보고서는 순식간에 상황을 이해한 듯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면 되겠나?"


"네, 응급처치만 해놓은 터라. 빨리 부탁드려요."


눈치가 빠른 아저씨다.


자동차가 부드럽게 시동이 걸리고, 출발하기 시작하자 나는 어깨를 움직여 근육을 풀어주며 선배에게 말했다.


"상처는 어때요?"


"솜씨가 좋은 선생님인가 봐. 그리 아프지는 않아."


"뭐, 일단 하늘 고교니까요."


"신성 아카데미와 더불어서 우리나라의 양대 산맥인 하늘 아카데미. 하늘 부속 고등학교의 양호교사인 만큼 실력 또한 뛰어나다···라는 걸까."


"그렇죠."


선배가 말한 것처럼 내가 다니는 학교는 이 한국에서도 엄청 유명한 학교였다. 하늘 부속 고등학교. 하늘 그룹에서 운영하는 사립 고등학교로 어느 방면으로든 간에 재능을 가진 학생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초 엘리트 학교였다.


대학교를 중심으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진급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그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학교이기도 했다.


하늘 아카데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어느 한 방면으로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만을 받았다. 더욱 단순하게 말하면 엘리트만을 모아 받는 학교라고도 할 수 있었다.


엘리트가 모이고 모인 학교. 그것이 하늘 아카데미다.


가을인 이 시기에 전학 온 선배의 케이스가 그리 드물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 상태로 용케 전학 오셨네요."


"응. 그렇지. 하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꾸준히 등교를 하긴 했어도 보이질 않으니까···."


음, 출석이 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 쪽에서 어떻게 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배가 내게···정확하게는 '조합'에 의뢰를 넣었을 경우였다.


동생을 부양하고 있는 내가 단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라는 이유로 다예 선배를 도와주는 건 무리인 이야기였다. 나는 선인이 아니며, 오히려 태생을 따지고 보면 '악(惡)'이다.


동생이라면 모를까, 나는 내게 도움도 되지 않는 데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선배를 도와주는 것도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호기심의 해결과 자연스럽게 선배에게 '의뢰'로써 상황의 해결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누군가를 순수한 호의로 돕는다는 행위는.


내게 있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나저나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서 그런데. 이 근처에 큰 병원이 있어?


"물론 있죠. 병원이 없는 도시도 있던가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저렇게 커다란 사립학교가 몰려있는 장소니까, 병원도 혹시 유명한가 싶어서."


"병원이 있긴 한데, 그렇게 유명하진 않아요. 하늘 아카데미가 이곳에 있는 것과는 별개로 개인이 새운 병원이라고 하니까요."


"이름이 뭔데?"


"이리오세요 병원이요."


"···이리오세요?"


"네. 참고로 병원 이름이 '이리오세요'에요."


"아니 그건 알겠는데···."


선배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진짜로? 그런 이름의 병원이 있다고?"


"개인이 지은 병원이니, 그런 이름이라고 해서 이상할 건 없죠. 이상하긴 하지만."


내 말에 선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의외로 어린애들한테는 인기가 많다고요?"


덧붙인 내 말에 선배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우리는 이내 병원에 도착했다.


"자, 도착했네요. 그러면 다시 업히시겠어요?"


"아니, 도착했으니까···. 여기서부터는 그냥 부축만 해줄래?"


"왜요?"


"사람들도 많고···그, 부끄러우니까."


그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싫다는 데 억지로 업을 생각은 없다. 어차피 바로 앞이 병원이고.


"남자친구가 제법 상냥하구만."


택시 기사 아저씨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건네고 선배는 자신의 돈으로 택시비를 내면서 외쳤다.


"남자친구 아니에요!!"


화를 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투명스런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택시에서 내린 선배를 부축하자 '이리오세요'라는 병원의 이름이 우리를 반겼다.


이곳도···.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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