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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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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361
추천수 :
8
글자수 :
365,412

작성
18.05.21 12:11
조회
188
추천
1
글자
12쪽

1. 용사와 마왕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1. 용사와 마왕

by 마로나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이것 때문에 많이 시끄러웠었지."


"아아. 예전에 말이지?"


유린은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자신과 동생을 가리켰다. 그리고서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땐 학기 초였으니까 더 시끄러웠지. 고등학교 올라오자마자 양손에 꽃을 든 남자가 등교한다고."


여기서 양손의 꽃은 유린과 동생을 말하는 거였다.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지만, 유린의 의뢰를 해결한 이후 매일 같이 이렇게 셋이서 같이 등교하다보니 그때에는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하렘남이라느니, 양아치라느니, 혹은 리얼충이라느니.


도대체 무슨 관계냐며 여학생들이나 남학생들에게 많이 쪼이기도 했고, 다른 학생과는 달리 자유롭게 수업에 참가여부를 정할 수 있는 특별한 학생이라는 점도 시선을 끌었었다.


반년도 안 된 이야기인데, 꽤나 오래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다들 익숙해져서 그렇지, 내년에 후배들이 들어오면 또 소란스러울걸?"


"그건 좋지 않은데···."


여러 가지로 시선을 모으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난 조용한 걸 좋아하는 편이고.


"은하는 조용한 걸 좋아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너만 떨어져주면 될 것 같거든? 고.릴.라."


"어머, 고양이가 하품하는 소리가 들리네. 듣기 좋다."


둘이서 싸우는 걸 중재하는 건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지 오래였다. 그나마 집에 있었을 때에는 나름대로 내가 있기 때문인지 심한 편이 아니었지만, 집 바깥에서는 내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둘은 계속해서 싸웠다. 사실 예전에 이렇게 셋이 처음으로 등교할 때도, 내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던 건 유린과 동생이 난투극을 벌일 기세로 교문 앞에서 말다툼을 나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로는 남자 한명을 둔 치정극···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퍼졌었지.


"···자, 여기서 그럼 헤어지도록 할까."


싸우면서도 용케 넘어지지 않고 학교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유린은 그대로 내 팔에 자신의 팔을 겹쳤고, 그런 모습을 본 동생은 캬르릉거리며 유린을 때어냈다.


"우린 같은 반이지만, 안타깝게도 고양이는 다른 반이네."


유린이 비웃음을 입가에 지어보이며 도발하고, 동생은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서 내게 말했다.


"점심시간에! 꼭 오빠를 저 고릴라에게서부터 구해낼 테니까!"


"······."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무사해. 오빠!"


그리고서 억지로 자신의 반을 향해 떠나는 동생의 뒷모습은 기운이 없어보였다. 그런 동생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유린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서는 내게 말했다.


"정말···. 사이좋은 남매네."


"뭐, 그렇지."


유린은 방금 전까지 동생과 말다툼하던 게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나를 부럽다는 듯이 말하고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유린의 자리는 바로 옆자리. 원래는 조금 더 멀리 떨어져있었으나, 얼마 전 자리를 자꾸게 되면서 가까워졌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저런 동생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동생이 없는 건 아니잖아?"


내 말에 유린은 쓴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말했다.


"없는 건 아니지만, 타인이나 다름없으니까."


가족이지만, 타인이나 다름없다는 현실. 그 사실에 대해서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저번 주 의뢰는 잘 해결하고 왔어?"


"아아. 거리가 조금 멀었을 뿐, 그리 어려운 의뢰는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너나, 양이한테 어려운 의뢰가 있을 리가 없잖아."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하지만 의뢰의 난이도를 떠나서, 피로 같은 건 쌓이니까. 오늘만해도 동생은 피곤해보였고."


"그게 피곤해하던 거였어? 전혀 피곤해보이지 않던데?"


"글쎄, 적어도 오늘 수업은 제대로 듣지 않고 자지 않을까?"


내 말에 유린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아침 종이 울렸다.


데에에엥!!


"읏."


"으···."


그리고 아침종의 소리는.


진짜 '종소리'였다. 방송부의 말로는 신년 새해 종소리를 직접 녹음한 거라고 하던데, 그런 건 알고 싶지 않았지만 역시 아침마다 진짜 종소리를 듣는 건 여러모로 고생이었다.


아니 고생이라기보다는.


놀란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겠지.


저렇게 큰 소리로, 단 한번 울리는 종소리는 미리 준비를 하고 대기를 하고 있어도 사람을 놀라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꽤나 이 학교의 오전 학업 성취율은 높은 편이었다.


진짜 종소리에 놀라서 잠기운도 확 날아가 버리니까 말이다.


"다들 좋은 아침이구나."


담임선생님이 들어오는 것으로 아침 조회가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은 출석부를 느긋하게 펼치고서는 한숨과 함께 그대로 접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출석부를 펼쳐서 일일이 이름부르는 거 너무 귀찮은 거 아니냐?"


"···맞는 말이긴 한데, 선생님이 그래도 되는 건가요?"


학생들 사이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농담으로 시작하는 아침 조회에 결석은 없었다.


"아무튼 또 다시 개가 짓는 월요일이다. 주가 시작되는 날이니까 오늘 하루 정도는 열심히 수업을 듣도록 하고, 요즘 주변에 살인사건이 일어난 거 알지?"


"네~"


"요즘 세상 참 위험하니까, 될 수 있으면 혼자 다니지 말고 몰려서 다니도록 하렴. 저기, 학기초부터 양손의 꽃을 들고다니는 누군가처럼 말이다."


순식간에 학생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고, 나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처박았다.


"아하하하하. 뭐 농담이고, 이 이야기는 종례시간에 다시 하도록 하마. 다들 수업 열심히 듣도록. 오늘은 내 담당 수업 없다고 수업태도 개판으로 치지 마라."


마지막까지 선생님다운, 그러나 장난끼가 어린 말로 조례를 마친 선생님의 모습에 학생들이 하나 둘 1교시 수업준비에 들어갔다. 담임선생님의 수업은 사회. 하지만 오늘은 담임 선생님의 말대로 사회 수업이 들어있지 않았다.


"역시 선생님이랄까,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대하기 편해서 좋아."


"확실히 딱딱한 선생님에 비하면 편하지."


동생 반 담임은 무척이나 딱딱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쪽은 1학년 수업은 맡지 않기에, 1학년 담임만 맡고 있을 뿐이라지만 무척이나 딱딱해서 가끔 동생이 내게 투덜거리러 찾아온 적도 있었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문득 복도 바깥에 처음 보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 학교 교복은 아닌데 저거···."


"왜 그래?"


"아니, 저기 복도에 타 학교 학생이 있는 것 같아서."


유린은 내 말에 복도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고서는 내게 말했다.


"누구 말하는 거야?"


"···저기 있잖아."


저걸 못 찾는 건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으로 소녀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자 유린은 더욱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은하야. 저기에는 아무도 없는 걸?"


"···아. 미안, 이미 지나갔다."


"아깝네. 다른 학교의 학생이라면 조금 호기심이 동하는데."


나는 호기심이 동한다며 흥미로워하는 유린에게서 시선을 때고 복도에 시선을 주었다. 유린에게는 보이지 않는 건가? 도대체 뭘까. 저 소녀는.


귀신이나, 유령에 속하는 존재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생명력이 넘쳤다. 그리고 살아있는 존재의 기척이었고 말이다. 죽은 자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떠한 방법에 의해 '타인에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겠지.


뭐, 굳이 깊게 관심을 가질 내용은 아닌 듯했다.


"1교시가···."


"수학."


"네 특기네."


"단지 사칙연산 좀 할 줄 안다고 특기라고 말하지 마."


유린은 자신의 수학 점수가 얼마나 처참한지 알고 있냐며 투덜거리고서는 그대로 돌아서 앞을 바라보았다. 수업이 시작하려는 듯, 멀리서 선생님이 걸어오고 있었다.


교과서 정도는 꺼내놔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가방을 연 순간이었다.


"꺄아아악!"


"뭐, 뭐야? 무슨 소리야?"


"무슨 일이야?"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기도 전에, 바깥에서 여자애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학생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몇 명은 직접 교실 바깥으로 나가보기도 했으나 교실로 돌아온 그들의 표정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 그래?"


"아니, 여자애의 비명소리가 들렸지?"


"어."


"···근데 왜 아무도 없지?"


"···아무도 없다고?"


"어···어. 그러더라. 오히려 선생님한테 혼났어."


···평범한 아침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수정해야할 듯하다.


"···나, 잠시 나가볼게."


유린에게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유린은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와."


교실의 문을 열고 나가자, 여자애의 비명소리를 듣고 바깥으로 나온 학생들로 복도가 가득 차있었다. 몇 명의 선생님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생들을 교실로 돌려보내고 있었으나 정말로 아무런 일도 없다고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복도에 가득 차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를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소녀를 향해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처럼 이리저리 잔 상처가 난데다가, 무릎에는 어딘가 날카로운 부분에 닿았는지, 길게 살이 찢겨서 복도에 피를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를 보며 학생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소녀를 향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었다.


마치 모든 상황 속에서 '소녀'만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타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저 여학생만이 '투명인간'이라는 것처럼.


아무도 그 소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상처도 상처고, 계단에서 떨어진 이상 그 여학생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여학생은 고통을 꾹꾹 참아내며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고, 심지어 여학생을 볼 수 있는 이들조차도 없는 상황.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학생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 자, 잠깐."


선생님이 지나치려는 나를 붙잡으려고 하지만 그것보다도 빠르게 나는 '보이지 않는 여학생'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학생들 사이로 술렁임이 커졌다.


"어? 쟤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건가?"


내가 손으로 붙잡고 나서야 간신히 사람들에게 보이기 시작했는지. 소란은 더욱 크게, 그러나 상황은 빠르게 끝을 향해 달려갔다.


"선생님. 계단에서 떨어져서 상처가 심한데···제가 양호실까지 데려다 주고 오겠습니다."


나는 우리 반 1교시 수업을 담당할 수학선생님을 찾아 그렇게 말했고, 수학선생님은 내가 안아 올린 여학생의 모습을 보더니 안쓰러운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수업은 통째로 빠져도 좋으니 양호실에 데려갔다가 병원에도 한번 데려가 보겠니?"


"네."


여학생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눈치 챘는지, 굉장히 궁금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다친 곳이 아팠는지 끙끙 앓는 소리를 냈고 나는 여학생을 품에 안은 채 빠르게 양호실로 향했다.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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