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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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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360
추천수 :
8
글자수 :
365,412

작성
18.05.21 12:09
조회
350
추천
1
글자
12쪽

1. 용사와 마왕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1. 용사와 마왕

by 마로나스








긴 꿈에서 깬다. 아주 오래 전, 정말로 오래 전의 이야기를 꿈으로 꾸었다.


그다지 좋은 꿈도 아니건만, 쓸모없는 감정이 잔재처럼 남아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손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체온이 그런 혼란스러움을 단숨에 잠재웠다.


"으음···."


귀여운 고양이 파자마를 입고 깊은 잠이 든 소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은 평소와는 다르게 길게 풀어져있고 갈색머리카락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대비되는 새하얀 피부가 연약하다는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자신도 무척이나 피곤하고, 졸렸을 텐데도 불구하고 손만큼은 절대로 놓지 않고 잠이 든 소녀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작게 웃으며 소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응···."


잠들어있는 게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머리가 쓰다듬어지는 게 기분이 좋았는지, 작은 신음을 흘렸다. 행복하다는 듯 작게 입가에 미소를 지은 소녀의 모습에 나는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6시 50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옛날 꿈을 꾸어서 그런 걸까. 다시 자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소녀의 손에서 내 손을 때어냈다. 그에 따라, 소녀는 이불을 끌어안고 다시금 이어 잔다.


소녀의 잠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방을 나오자 조금은 이른 아침의 모습이 창문의 너머로 보였다.


"···아침은 토스트로 할까?"


간단히 아침의 메뉴를 정하고 우유를 따라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그 사이 식빵을 뜯어 토스트기에 꽂아 굽고 프라이팬을 달구어 계란 두개를 깨트려 넣었다.


아침이지만 가볍게 먹는 것과는 달리, 그 양이 적어서는 소녀의 활동량을 따라가지 못할 것을 알기에 나는 식빵 몇 개를 더 토스트기에 구웠다.


그렇게 토스트 두 개를 순식간에 완성하고 나니, 슬그머니 누군가가 주방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


"자."


소녀는 내가 내미는 컵을 조심스럽게 잡더니 따뜻함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린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탓에, 반쯤 감긴 눈이 반달로 감기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 올라간다.


"고마워. 오빠."


"우유, 막 데웠으니까 뜨거울지도 몰라. 조심히 마셔."


"응."


동생의 환한 미소에 나는 마주 웃어 보이며 남은 토스트를 만들어 아침 식사의 준비를 마쳤다. 만들어진 토스트는 3개. 활동량이 많은 동생에게 2개를 주고, 나는 하나를 먹음 딱 맞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접시에 토스트를 올려놓는데, 동생의 시선이 살짝 접시에 닿았다.


"오빠."


"응?"


"오늘 일정 있어?"


"일정? 학교에서 말이야?"


내 물음에 동생은 고개를 끄덕인다. 우유를 홀짝이는 모습이 정말 고양이 같아서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딱히 없을 걸?"


"그렇구나."


동생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식탁에 앉았다. 나도 동생의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는데 문득 달라진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거···."


동생에게 만들어 주었던 토스트 하나가 반으로 깔끔하게 잘려서 내 접시 위에 올려져있었다.


"내가 아무리 활동량이 많아도, 이렇게 많이는 못 먹으니까."


"그래?"


동생의 대답에 나는 피식 웃으며 토스트를 집어 들었다. 뭐랄까, 마음의 한쪽을 간지럽히는 감각을 즐기며 토스트를 입 안으로 집어넣는데,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탕탕탕.


"···음."


시간을 확인해보자 예상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오늘은 이르네."


"그러게."


나는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된 몸을 다시 일으켰다. 하지만 그런 나보다도 빠르게 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고 나는 그 모습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다가 뭔가 토닥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동생 혼자만 돌아왔다.


"어라? 유린이 아니었어?"


"응. 아니었어."


"···우리 집에 올 사람은 유린이 밖에 없을 텐데."


"신문권유인가봐."


동생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딱히 거짓말 같지는 않았기에 수긍했다. 뭐 가끔은 평소와 다른 아침일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동생에게 물었다.


"피곤하진 않아?"


"응, 괜찮아."


"어제는 오랜만에 의뢰였으니까."


그래. 어제는 무척이나 오랜만의 의뢰로 조금 먼 곳까지 출장까지 했었다. 의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제법 먼 곳을 왔다 갔다 하는 건 알게모르게 피로가 쌓이는 편이니까.


거기에 오늘은 황금 같은 주말이 끝나고, 등교를 해야 하는 월요일이다. 동생이 학교에 가서 피곤해하면 학업에 지장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동생의 모습을 보면 딱히 피곤해 보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조금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는지 자꾸 현관으로 시선을 준다. 그런 동생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나는 얼마 남지 않은 토스트를 그대로 삼키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 오, 오빠?"


"추울 테니까."


내 말에 동생은 당황하다가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서는 아직 남은 토스트를 마구잡이로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불만인 듯 했다.


나는 그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는 현관에 쳐진 결계에 한숨을 내쉬었다.


"방음 결계라···."


나름 열심히 친 것 같은데 역시 어수룩하다. 애초에 이쪽에는 영 맹탕이었으니, 옛날에 비하면 이 정도나 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하다고 해야겠지.


나는 가볍게 결계를 손으로 밀쳐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결계가 깨져버리고, 바깥에서 여전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열어!! 열라고!! 이 고양이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니, 아까 조금 시끄러웠던 게···싸웠던 건가.


나는 이러다가 문이 부서지겠다고 생각하며 문을 열자, 주먹이 그대로 내 배에 틀어박혔다.


"컥···!"


얼마나 쌔게 후려친 건지, 절로 비명이 튀어나올 정도의 고통이었다. 그대로 내가 배를 잡고 주저앉자 유린은 딱딱한 문의 감촉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간신히 눈치 챈 듯 자신의 주먹이 누구를 때렸는지 보고서는 놀라서 당황해했다.


"미, 미안!"


"···괘, 괜찮아···. 하지만···다, 다음부터는 조금 평화로운 방법으로 부탁할게···."


나는 아픈 배를 붙잡고 끙끙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유린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서는 연신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그래도 뼈가 부러지거나 한 건 아니었기에 나는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정말 미안해!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응. 괜찮으니까 좀 진정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응."


후, 하, 후, 하.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진정시키는 데 열심인 모습에 나는 작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몸을 비켜주었다.


"추웠을 텐데 얼른 들어와."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실례라고 생각하면 들어오지 마. 고릴라."


"누가 고릴라야!"


어느새 아침식사를 마친 듯 유린의 앞을 가로막고선 양이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할 이야기가 많은 듯 보이니, 나 먼저 씻고 있도록 할게."


"응. 오빠. 내가 책임지고 이 고릴라를 내쫓을 테니까. 걱정 말고."


"흥. 누가 나갈 줄 알고?"


"시끄러워. 고릴라."


"고릴라는 너겠지."


"내게는 양이라는 귀여운 이름이 있어."


"성까지 합치면 진짜 고양이가 되는 그 이름이?"


"오빠가 불러주는 이름이니까 귀엽지 않을 리가 없잖아?"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뭐 하러 묻냐는 듯 대답하는 동생의 모습에 유린은 분노를 꾹 참는 듯 했다. 하지만 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싸우겠지.


뭐 이제는 익숙한 일상의 아침이었다.


그리고···서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거나 하는 그런 싸움은 아니니까. 오히려 저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걸보면, 사이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물론 이 생각을 겉으로 내뱉으면 둘 다 '아니야!'라고 반박할 게 뻔했기에 나는 그 둘을 내버려두고 욕실로 들어왔다.


오늘은 월요일. 등교시간까지는 앞으로 1시간 정도 남았다. 가볍게 세안을 하고, 젖은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고 있자 유린이 슬그머니 내 손에 쥐어진 드라이기를 빼앗아들었다.


"내가 말려줄게."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는데?"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유린은 그렇게 말하며 드라이기의 온도를 조절했다. 다른 남학생들과는 달리 제법 긴 머리카락이 유린의 손에 의해 쥐어졌다.


"양이는?"


"물론 물리치고 왔지."


"헤에."


물론 정말로 양이를 이겼다는 의미는 아닐 터였다. 하지만 아무리 친구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사이가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나는 거울에 반사되어 보이는 유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매일 아침 찾아오는 건 불편하지 않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인데 어째서?"


"직설적인 표현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난 아직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할 생각이 없어서."


"그건 알아. 하지만 친구부터라도 괜찮다고 네가 말했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친구야."


"그래?"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유린은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학기 초에. 지금이 가을이니까 거의 반년쯤 전의 이야기였다.


물론 유린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누군가를 사귈 생각이 없던 나였기에 그 자리에서 거절했지만 유린의 끈질김에 못 이겨서 결국 이런 미묘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친구는 친구지만.


불순한 목표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가진 친구사이.


"하지만 의외네. 평소 아침은 내가 챙겨주는 편이었잖아."


"오늘은 왠지 눈이 일찍 떠졌거든."


휘이이잉···. 찰칵.


머리가 다 말랐는지, 드라이기의 사용을 멈춘 유린의 행동에 나는 그대로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다듬었다.


"땡큐."


"별말씀을. 아 반찬으로 챙겨온 것들은 냉장고 안에 넣어놨어. 오늘 저녁에 데워서 먹으면 적당할 거야."


"이왕이면 한 번에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서로 편하지 않을까."


"아니,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야."


내가 적당히 머리를 다듬고 있자, 유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싱긋 웃어보였다.


"한 번에 많이 만들어주면, 자주 찾아올 구실이 사라지잖아?"


"···미리 말해두지만. 네 의뢰의 대가는 이미 다 받은 지 오래야."


"알고 있어.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나는 계속해서 받기만 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내 말에 유린은 그대로 한걸음 다가와 바로 코앞에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렇다면 이번 주말. 시간 비워둬."


"···데이트라도 하자고?"


"응."


이 직설적인 행동이 유린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까지 올곧은 눈빛으로 올곧게 행동하는 이를 보면 나는 언제나 불편했다. 지금의 내게는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기에, 이 이상의 행복을 아직은 욕심내고 싶지 않았다.


"거절할게."


"흐응, 이번에도 거절인가."


그럴 줄 알았다며, 슬그머니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유린의 행동에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


"난 이대로 교복만 입으면 끝이니까. 앉아서 쉬고 있어."


"음음, 알았어~."


쉬고 있으라고 말했는데.


어째서 내 뒤를 따라오는 걸까.


"···저기 쉬고 있으라니까?"


"응. 그래서 쉬려고."


"···여긴 내 방인데?"


"은하의 알몸을 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않습니다!"


"나가!"


"으윽!"


한순간이지만 변태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유린을 내쫓고 문까지 잠그고 나서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런 생활은 역시나 나쁘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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