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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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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4,853
추천수 :
1,462
글자수 :
1,072,531

작성
19.06.18 12:58
조회
637
추천
8
글자
11쪽

심판의 날 -1-

DUMMY

42화. 심판의 날 -1-



“정신이 좀 들어?”


눈을 떠 보니 류연의 허벅지 위였다. 상처는 어느 정도 아물었지만 온 몸이 쑤시고 아팠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유리는 바닥의 피를 흡수해 상처를 완전히 치료했다.


“나는 저렇게 안 되던데. 피를 마셔도 한참 있어야 낫더라.”


“데몬하츠 성능의 차이지. 나는 마족의 정점이고, 오빠는 아직 걸음마 단계니까.”


유리는 류연에게 마력을 전해주었다.


“마력 부족하다 하지 않았어? 아까 비기도 썼잖아.”


“고서클 마법에 비하면 비기의 마력 소모는 별 거 아니야. 데몬하츠 채워주는 건 그보다도 훨씬 적게 들고. 이제 들어가자.”


유리는 용병대장이 지키고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 뒤의 공간은 웬만한 저택보다도 넓었다.


“세 명 사는 집이 뭐 이리 커. 우리 집 정도가 딱 적당하지. 안 그래?”


“치우지도 않으면서···. 나 없으면 집이 아니라 돼지우리지. 돼지도 한 명 살고.”


류연은 유리의 말에 반만 동의했다. 펜트하우스 같은 집에 사는 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혼자 넓은 공간을 관리하는 게 늘 힘이 들었다.


“그래서 불만이야? 오랜만에 정산 한 번 할까?”


“아냐. 아냐. 혼잣말이었어.”


주먹은 법보다 가깝다. 유리가 웃으며 째려보자 류연은 시선을 돌렸다. 류연의 등을 한 대 때린 유리는 집 구석구석을 살폈다.



“안에 계신가요.”


집은 3층이나 되었다. 3층 맨 끝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유리는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당연 답은 없었다.


나온 지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가요를 처량하게 부르던 유리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끊어졌다. 유리는 마지막 경고를 보냈다. 그럼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볼일이 있어서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유리는 문을 뜯어냈다. 방 안에는 30대 초반의 여인과 10대 초반의 소년이 있었다. 이 둘은 정지우의 부인과 아들이었다.


“당장 나가!!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멀리서 왔는데 너무 각박하게 구는 거 아니야? 오. 이거 맛있겠다. 하나 먹는다.”


“내려놔아아아!!”


정지우 부인은 독기를 뿜어냈다.


어차피 끝은 정해져 있었다. 끝을 보기 전, 유리는 정지우 부인의 성질을 긁기 위해 식탁에 놓인 과자를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리고 떨어진 부스러기를 신발로 문질렀다. 신발 밑창에 말라붙은 피가 양탄자에 묻어나왔다.


“어우. 남이 밥 먹을 땐 좀 조용히 해. 그 나이가 되도록 식사 예절도 못 배웠어? 정말 수준 떨어지는 아줌마네.”


“수준? 아줌마?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조금 있다가도 그런 소리 할 수 있나 보자.”


“개망나니 첩이 뭐 자랑이라고.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혀 깨물고 죽겠다. 아 끼리끼리 만난 건가.”


사실 조롱은 계획에 없었다. 정지우 부인의 반응이 재밌어서 심심풀이로 행한 일이었다.


날아오는 집기를 피한 유리는 정지우 아들의 목을 매처럼 낚아챘다. 정지우 아들은 유리의 악력에 번번한 저항도 하지 못했다.


“잔인한 놈들. 어린애한테까지.”


유리는 손에 힘을 주었다. 다가오던 정지우 부인은 망연자실해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어나. 뭘 잘했다고 질질 짜.”


정지우 부인은 흐느꼈다. 유리는 망가진 장난감을 버리듯 정지우 아들의 시체를 내려놓았다.


“너희들은 죄책감도 없냐!!!”


“죽은 자식이 불쌍해? 근데 그럼 왜 우리 엄마는 죽은 거야? 내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유리와 류연은 동시에 가면을 벗었다. 너무나도 앳된 둘을 본 정지우 부인은 너무 놀라 잠잠해졌다.


“사, 살려줘. 제발. 아니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살려줄 거였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 저 밑에 놀이공원이나 갔겠지. 억울하면 네 남편에게 따져. 그쪽으로 곧 보내줄 테니까.”


유리는 무심하게 기형검을 휘둘렀다.



“여기서 쉬자고?”


“못 쉴게 뭐 있어? 다른 방은 난방이 안 들어와서 추워.”


시체를 옆방으로 치워놓긴 했지만 류연은 여기서 쉬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난 보초 서고 있을게.”


“보초는 블러드 골렘이 설 거야. 나중에 힘 딸려서 골골대지 말고 얼른 이리 와. 나 피곤해.”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유리는 이불을 덮고 누웠다. 류연이 계속 머뭇거리자 유리는 짜증을 내며 류연을 잡아당겼다.


“안 잘 거면 누워라도 있어.”


유리는 류연을 반강제적으로 침대에 눕혔다. 안 눕겠다던 류연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류연이 완전히 잠이 들자 유리는 류연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역시나 이번에도 데몬하츠가 쿵쾅거렸다.


‘나도 모르겠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한 문제였다. 고개를 돌린 유리는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


잠은 역시 최고의 보약이었다. 잠깐 자고 일어난 것만으로도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다. 유리는 일어나 부스스해진 머리를 정리했다.


유리는 류연을 깨웠다. 그러나 류연은 휴식이 조금 더 필요해 보였다.


“좀 더 잘래? 많이 피곤해 보여.”


“$$%@@#.”


류연은 알아들을 수 없는 잠꼬대로 대답했다. 유리도 조금 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유리는 류연의 옆에 다시 누웠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유리와 류연은 센트럴 타워 최상층에 진입했다.


센트럴 타워 최상층은 동일한 형태의 작은 건물 세 채가 하늘의 한 지점을 향해 뻗어 있는 형태였다.


“정지우의 집무실은 동북쪽 건물에 있지 않아? 여긴 남쪽 건물이잖아.”


“넘어가야지. 나만 따라와.”


유리는 류연이 자는 동안 사역마를 보내 미리 정찰을 해 두었다. 동북쪽 건물에는 아직 용병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유리는 남쪽 건물 15층의 연결 통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좀 이상한데.”


“뭐가?”


“용병이나 특수 경호원이 한 명도 없어.”


“아. 곧 알게 될 거야. 일단 처리하자.”


연결 통로 앞에도 소수의 치안 유지군만이 배치되어 있었다. 유리와 류연은 이들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그리고 류연은 왜 남쪽 건물이 거의 비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출발해.”


“여기로 가자고? 차라리 서북쪽 건물을 경유해서 가자.”


“그쪽으로 가면 늦어. 뭐 해? 얼른 가.”


연결 통로는 공사 중이라 골조만 갖춰져 있었다. 류연은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거 참. 관람차에서는 어떻게 전투한 거야? 떨어지면 부유 마법으로 올려줄게.”


앙상한 철골 위에 얹어 놓은 판자는 습기에 젖어 매우 미끄러웠다. 류연은 겨우 발을 내딛었다.


“우앗.”


그러나 몇 발 가기도 전에 발판이 꺼졌다. 허우적되던 류연은 겨우 옆의 철봉을 잡았다. 하지만 당황한 탓에 팔에 힘이 너무 들어가 버렸다.


류연이 붙잡은 철봉은 그대로 뽑혀버렸다. 유리는 달려와 류연을 건져냈다.


“봤지? 떨어지더라도 바로 올려줄 테니 걱정하지 마.”



“지금이라도 돌아가자.”


“안 돼. 마족에게 후퇴란 없어.”


조금 더 가자 길이 완전히 끊겨버렸다. 대신 맞은편과는 굵은 쇠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줄타기 할 자신 없으면 빨리 올라 타.”


유리는 자재 운반용 간이 이동기를 쇠줄에 고정시켰다. 류연은 머뭇거리며 간이 이동기에 올라탔다.


“케이블카랑 같은 원리야. 그럼 출발.”


간이 이동기가 쇠줄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간이 이동기는 궤도를 이탈했다.


“큰일 났네.”


“야. 뭐라도 좀 해봐.”


류연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는 일단 전원 공급을 끊었다. 쇠줄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간이 이동기가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안되겠다. 그쪽으로 갈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날개를 꺼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와이어를 류연 근처에 묶은 유리는 지체 없이 도약했다.


“힘 빼!!!”


류연의 목에 유리의 다리가 감겼다. 아슬아슬하게 줄에 걸쳐있던 간이 이동기는 두 사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쇠줄을 붙잡은 유리는 다리 힘만으로 류연을 끌어올렸다. 류연도 쇠줄을 붙잡았다. 유리는 줄 위로 올라갔다.


“줄타기는 전혀 어렵지 않아. 양 옆으로 팔 뻗기, 내려다보지 않기. 이 두 개만 하면 돼.”


유리는 맞은편까지 날아갈 수도 있었지만 양 팔을 벌리고 줄 위에 올라섰다.


사색이 되어 줄에 매달려있던 류연은 겨우 줄 위로 올라와 균형을 잡았다. 류연은 위태위태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잘하네. 이대로 쭉 가자.”


**


“160층까지 뚫렸다고? 왜 아무도 보고하지 않았나?”


“특수 경호팀 놈들 때문입니다. 그들이 지휘권을 가져가버려 보고 체계가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센트럴 타워 특수 경호원들은 변명만 늘어놓았다.


“에휴. 인생 헛살았네, 헛살았어. 형이 죽는다는데 동생이란 놈은 저런 허접한 놈들이나 보내고. 김재영 그 양반이나 부를 것이지.”


“스승님도 있지만 저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후후. 믿음직스러워. 지준성 자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감사합니다.”


지준성은 정지우를 안심시켰다. 정지우는 흡족해했다.


“아. 참. 용병 대장한테 말해서 내 가족 대피시켜. 우리도 대피 준비는 해 놓고.”


“알겠습니다.”


아직 통신이 불안정했다. 지준성은 용병 대장에게 연락하기 위해 정지우의 집무실을 나갔다. 지준성이 나가자 정지우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말을 잘 들어서 좋긴 한데 실력이 뭔가 아쉬워. 뭐. 내가 보유한 전력 중 최고긴 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어.”


“알았어. 근데···.”


“근데 뭐? 할 말 있으면 지금 해. 시체는 말을 못하니까.”


“내가 지준성을 맡을게.”


“오빠 실력으론 힘들 텐데? 지준성은 센트럴 타워의 에이스야. 처음부터 강공으로 나오면 단칼에 조각날 수도 있어. 머리나 심장이 파괴되면 소생도 불가능해.”


“그래도. 정 안되면 도움 요청하거나 뺄게.”


유리는 류연을 믿기로 했다. 가면을 이공간에 수납한 둘은 정지우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용병 대장과 연락이 되지 않자 정지우는 이변이 있음을 깨닫고 비상구를 통해 옥상으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또 부하를 방패삼아 도망치려고?”


“도망은 무슨.”


지준성과 특수 경호원들은 검을 뽑았다. 정지우는 비상구 쪽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넌 살아오면서 한번이라도 말과 행동이 같아본 적이 있긴 했니?”


유리는 산성의 초록빛 액체로 비상구를 막았다. 정지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잠깐. 전투를 시작하기에 앞서 거기 너.”


“나?”


유리는 지준성을 가리켰다.


“그래 너. 내 부관이 센트럴 타워 최강자의 실력을 보고 싶단다.”


“검사도 다루지 못하는 애송이가 날 상대하겠다고? 부회장님. 제가 처리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그래라.”


류연의 당돌한 도전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지준성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근 몇 년간 수련에 소홀했었다고는 해도 지준성의 실력은 특수 경호팀에서도 최상위권이었다. 지준성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류연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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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불꽃놀이 전야제 <상층> -1- 19.06.07 655 8 10쪽
39 불꽃놀이 전야제 <하층> -3- 19.06.04 632 8 9쪽
38 불꽃놀이 전야제 <하층> -2- 19.05.31 660 8 10쪽
37 불꽃놀이 전야제 <하층> -1- 19.05.28 66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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