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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복 님의 서재입니다.

랜선을 타고 날리는 죽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복복
그림/삽화
타르
작품등록일 :
2017.06.26 17:00
최근연재일 :
2017.08.29 20:16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51,218
추천수 :
1,499
글자수 :
268,234

작성
17.08.01 18:01
조회
468
추천
13
글자
12쪽

감금

DUMMY

【 치지지지 】


“끄으윽···”

“반항하지 마라. 아무리 그래 봤자 데이터가 추출되는 걸 막을 순 없어. 지금의 넌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어두운 방. 그리고 정체 모를 낯선 기계들로 가득찬 곳에 정의는 무기력하게 묶여있었다.


‘다운로더’ 라 불리는 이 빌어먹을 기계 위에서 그는 지금 지난 3년간 모아왔던 NETMAN 데이터를 모조리 추출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앞에는 흰옷을 입은 자들과 동시에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같이 있었다.


그건 무슨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연구소 직원의 하얀 가운과 가까이 하면 괜히 위축되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번 소체는 만만치 않네요. 기존 NETMAN들과 많이 다릅니다.”

“나름 NETMAN 사이에서도 특별히 강력한 놈이라고 하더군.”

“이런 놈을 어떻게 잡은 겁니까?”

“흥··· Net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는 NETMAN들이라 하더라도 결국 인간들의 사회와 똑같다는 거지.”

“네에?”


흰옷의 연구원이 안경을 쓴 검은 양복의 사내를 바라보며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들 옆엔 미모의 여인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신아영!···”

“······”


정의가 이를 갈아붙였다. 그의 건너편에서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차가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양복의 사내에게 신아영이 입을 열었다.


“주임님께서 앞으로 3일 정도면 이 NETMAN의 데이터를 전부 추출, 해석 가능할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실험물’ 의 생존은 보존해두시라고 하는군요.”

“알겠습니다, 미스 A. 걱정 말라고 전해주세요.”


등을 돌려 나가는 그녀에게 정의가 소리를 질렀다.


“이 개년! 결국 네가 놈들에게 붙은 거냐! 빌어먹을 년!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

“······”


고개를 돌린 여성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정의는 신아영이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해 순간 심한 위화감을 느꼈다.


“실험물이 시끄럽네요. 조금 험한 방법을 써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미스 A.”


【 치지지직! 】


“크아아악!~”


다운로더라는 이 기계는 정의의 뼈를 갉아먹는 듯한 고통을 주며 그에게서 뭔가를 계속 뽑아내 가고 있었다.


실제로 육체에 어떤 상처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의가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입을 조심해야지. 넌 국가의 적이자 체제의 적이야. 너 같은 놈을 잡아 연구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께 그런 험한 말을 쓰면 되나?”

“다··· 닥쳐! 네놈들은 누구야!”

“흥, 테러리스트 주제에 뭘 그리 알고 싶은 게 많아?”


남자는 품 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신림동 제 3 공사장 붕괴사건 기억해? 그거 네 녀석이 관계됐지?”


정의는 고통 속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것은 대략 2년 전쯤. 인남의 죽음 이후 변해버린 그가 손속에 자비심이 없어져 갈 무렵 어떤 강력한 NETMAN과 맞닥뜨린 사건이었다.


상대는 조직 폭력배의 보스로 NETMAN의 힘을 악용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조폭의 천적인 경찰조차 그에겐 별 문제가 못됐다.


일반인들이야 똘마니를 풀어 처리했고 기소된 뒤 자신의 범죄 행위를 입증할 주요 기록들을 모조리 망가뜨려버리며 당당히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리고 그런 그와 정의가 맞선 것인데··· 상대는 그때까지 정의가 만나보지 못한 아주 강력한 NETMAN이었다.


결국 NULL에게 삭제되기 직전까지 몰렸던 정의는 비장의 수로 남겨둔 포톤 블라스터를 사용하여 공사장을 무너뜨리고 놈을 도리어 NULL의 아가리로 처넣어버렸다.


그리고 포톤 블라스터의 여파로 현장은 붕괴되고 말았다. 그게 바로 이 검은 양복이 말하는 사건이었다.


“······”

“사망자는 없었지. 하지만 그 때문에 대체 몇 명이 거지꼴이 됐는지 알아? 그거 누가 책임질 건데? 이런 것만 봐도 넌 테러리스트야. 너만 없었어도 그런 일은 안 생겼다고.”

“부실 공사인건 한 눈에 알겠더군.”

“웃기네, 지금 그래서 네 녀석한테 책임이 없다는 거냐?”


정의가 고통을 참으며 눈을 내리깔자 그는 지겹다는 듯 가래침을 뱉었다.


“너 같은 놈들 작살내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하냐? 특히 네 녀석 말이야··· 3년 전 네놈이 사라진 뒤로 진짜 뒤집어지는 줄 알았지.”

“···?···”

“나 기억 안 나냐? 내 얼굴을 잘 봐. 신분 세탁하느라 좀 고치긴 했다만 기억에 있을 걸?”


놈이 가까이 다가와 안경을 벗어 들었다. 그러자 드디어 머리 속에 기억이 떠올랐다.


“당신··· 그때 그 형사···”

“장철준이다. 지금은 형사는 아니지, 네놈 같은 녀석들 뒤를 쫓다가··· 좀 위험한 곳에 스카우트 돼버렸거든.”


그가 히죽 웃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그땐 너 같은 놈들 잡아야겠단 단순한 오기였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내가 선택을 잘했더라고. 너희들은 테러리스트야. 그리고 체제를 망가뜨리는 암덩어리이기도 하지.”

“개소리 마라! 나는-“

“범죄자를 해결했다고? 그건 국가와 법에 맡겨야지 왜 너 같은 놈이 멋대로 나서? 웃기지도 않아서.”

“그건 네놈들이 절대로 해결 못할 일이기 때문이지!”


정의는 뿌드득 이를 갈아 붙였다.


“내가 지금까지 처리한 놈들 중에 정치인은 없었을 것 같나? 판사는? 재벌가 인간들은? 너희 경찰들은 결국 위쪽에 연줄 있는 놈들에겐 손을 못 대잖아!”

“······”

“10살 이하 애들만 노리던 병원장에 대해 말해줄까? 그놈이 누구 동생이었는 줄 알아? 놈의 더러운 손이 거쳐간 애들이 몇 명인 줄 알아? 그 중 몇 명이 자살하거나 미쳐버렸는지 알아? 놈이 죽을 때 과연 누구의 이름까지 불었는지 알아?! 바로 대-”

“시··· 시끄러워! 어차피 그런 놈들 나중에 범죄가 발각되면 전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거다.“

“개소리 집어치웟! 그 동안 희생되는 사람들은 누가 책임지란 말이야! 너희가? 웃기지 마라! 너희도 다 한패잖아!”


지금은 기밀 신분인 검은 양복의 장철준은 잠시 말문이 막혀 머뭇거렸다. 그 앞에서 정의는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미소를 흘렸다.


“지금 날 이 꼴로 감금하는 건 불법 아닌가? 내가 불법적인 방법을 쓴다면서 너희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데 감상이 어때?”

“흥···”

“어쨌거나 너희들··· 날 어떻게 잡은 거냐? 왜 갑자기 내 변신이 풀린 거지?”

“내가 말했지? 넌 자신들이 법을 초월해 정의를 집행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결국 너희들도 인간일 뿐이라고.”

“역시 알파 클랜은 함정이었나?”


이번엔 철준이 히죽 웃었다.


“글쎄, 진상을 알면 너만 절망할 텐데? 어차피 넌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될 거니까 더 괴로울 짓은 하지 말지? 그게 법이 주는 최소한의 자비다.”


철준이 다른 자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려 하자 정의가 외쳤다.


“신아영은··· G. O. D 놈들은 네놈들과 한패냐? 언제부터 G. O. D가 정부와 붙어먹게 된 거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까 그녀는 미스 A다.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너희 NETMAN들을 일망 타진할 천재가 우리에게도 있거든. 그녀는 그 천재의 보좌관이자 연락책이야.”

“···!···”


검은 양복의 사람들이 나가자 이번엔 흰옷의 남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아주 건조한 그러나 흥미를 느끼는 표정으로 옆에 있던 기계의 출력을 높였다.


“그럼, 생각보다 잘 참으시는 것 같으니 좀 더 출력을 높여 볼까요? 부탁 드리는데 제발 망가지지 좀 마세요. 벌써 시말서를 몇 번을 썼는지 모르겠거든요.”

“이런 미친··· 크아아악!!!~”


다운로더가 긴급하게 빛을 발하고 정의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는데도 흰옷의 그 연구자들은 그저 그 광경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 그 연구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그것 보세요. 잘 참으시네요. 엄살도 참···”


**********


이틀째였다.


지옥 같은, 고문 같은 오늘의 추출이 끝나고 아마도 NETMAN에 대해 연구중인 이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분주히 뛰어다닐 때 정의는 고통으로 온몸이 타는 것 같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체크해보고 있었다.


‘전혀 기동하지 않는다···’


정의는 이미 NETMAN의 힘과 반쯤 동화되어 변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악력만으로 문고리를 뜯어낼 괴력이 있었고 야구배트에 머릴 맞아도 조금 출혈하는 정도로 그치는 내구력을 가졌다.


분명 이 지옥 같은 고통을 동반하는 ‘추출’ 에 견디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다운로더라고 불리는 이 기계에 묶여있는 한 정의는 정신이 몽롱하고 제대로 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건 일종의 NETMAN용 마취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믿을 수 없어. 이런 기술은 대체 누가 만든 거지? 이런 건 NETMAN을 만든 G. O. D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기술이 아닌가···’


장철준, 옛날 그 형사였던 자가 했던 말도 기억이 났다.

NETMAN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게 기술력을 지원하는 천재가 자신들에게도 있다고···


‘NEMTAN의 기술력은 그야말로 SF영화에나 가능할 시대를 초월한 기술인데··· 테크마스터란 자가 이걸 만든 것도 놀랍지만 이 기술력을 따라잡는 천재가 또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 천재라는 작자의 연결책인 의문의 여성을 그간 지켜본 정의는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신아영이 아니다.

얼굴은 놀랍도록 닮았지만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한때 신아영에게 푹 빠졌던 그리고 그 연심이 증오로 바뀐 정의는 신아영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저 미스 A라는 여성은 절대 신아영이 아니었다. 요 이틀간 고문 같은 추출을 당하며 지켜본 바 미스 A와 신아영은 체형과 키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니 둘은 전혀 다른 인간이다. 얼굴은 너무도 놀랍게 닮아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내일 마지막이에요. 그 다음엔 푹 쉬시게 휴가를 드리죠.”


예의 바른 것 같지만 소름 끼치는 저 말투. 여기 있는 연구자란 놈들은 다 이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마 내일 떠난다는 휴가는 분명 편도행이었다. 가면 다시는 못 돌아온다···


불이 꺼지고 놈들이 사라진 뒤에도 정의는 이 빌어먹을 기계에 묶여 꼼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방법이 없을까? 이곳을 탈출할 뭔가 방법이 없을까?’


어지러운 머리로 골똘히 생각하던 정의는 순간 한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심장박동수가 올라가자 ‘다운로더’ 가 그의 행동을 방해하려 온몸의 기운을 빠지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는 천천히 입을 크게 벌리고 위턱과 아래턱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그 이빨에 힘을 머금은 순간···


【 으직! 】


입안에서 짠맛이 느껴졌다.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도 느껴졌다.


3년전 NETMAN과 동화된 뒤로 잘 느끼지 않았던 지리지리한 고통도 느껴졌다. 아주 인간적인 고통이었다.


몽롱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그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빨리 와라··· NULL···’


작가의말

질주하는 메인 스토리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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