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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복 님의 서재입니다.

랜선을 타고 날리는 죽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복복
그림/삽화
타르
작품등록일 :
2017.06.26 17:00
최근연재일 :
2017.08.29 20:16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51,219
추천수 :
1,499
글자수 :
268,234

작성
17.07.21 18:00
조회
623
추천
21
글자
13쪽

귀환

DUMMY

“총각. 안에 있어?”

“······”

“총각?···”

“네··· 네에···”


어눌한 목소리. 그러나 잠에 취하거나 한 목소리가 아니다.


고통에 먹혀 마음이 죽어버린 사람의 목소리다. 안정의는 그렇게 반쯤 뭉개진 얼굴로 방문을 열었다.


“에구··· 꼴이 그게 뭐야아··· 이거 고구마인데 방금 찐 거야. 뒀다가 먹어봐 맛있을 테니···”

“네에···”


우울한 얼굴로 그걸 받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걸 본 집주인 할머니가 안타깝다는 얼굴로 쯧쯧 혀를 찼다.


“씨발···”


받은 고구마를 던져두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니 아까 고맙습니다란 말조차 안 했단 게 기억났다. 마음이 죽어버리니 만사가 귀찮았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게 귀찮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졌다.


“진짜 콱 죽어버릴까···”


정의가 이 이름 모를 시골 마을로 내려온 건 장형사라는 경찰의 방문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강인남의 죽음을 받아들인 순간 어떤 형태로든 서울에서 도망치긴 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핸드폰으로 온 메인터넌스 메시지가 끔찍스러웠다.


【【 안정의님 메인터넌스 일정입니다. X월 X일 오후 2시 장소는··· 】】


“좆까 이 개새끼들아!”


핸드폰을 휙 집어 던졌다.


NETMAN의 힘을 처음 얻었을 때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평생을 바치리라 생각한 게임 업계를 뒤로 하고 나올 수 있던 것도 이 하이퍼 테크놀러지 G. O. D의 덕분이었다.


그리고 분명 이게 아니었다면 자신은 지금쯤 사내 파일을 빼돌린 혐의로 감옥에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로 본다면··· G. O. D는 그런 마냥 좋기만 한 물건이 아니라 G. O. D의 장착자, 다이버들 간에 벌어지는 킬링 게임. 먹고 먹히는 포식 전쟁이었다.


“Predator 포인트라니··· 이 개 같은 놈들이···”


게임 기획자였던 정의보다 이런 것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의 NETMAN 데이터에 뜨는 Hunting Count도 뻔한 소리였다.


“이건··· 이건 한마디로 PK(Player Kill)를 독려한단 소리잖아.”


분명 다이버는 다른 다이버를 쓰러뜨리고 이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redator 포인트가 일반 포인트완 완전 다른 색으로 강조되며 표시되는 걸 보니 그야말로 히든 포인트 같은 개념이었다.


그건··· 서로를 죽이라는 소리였다.


G. O. D의 시스템은 서로를 죽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아마 이 Predator 포인트를 이용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 속에는 악의마저 느껴졌다.


“당연히··· 나도 게임을 만들 땐 PK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만들곤 했지··· 하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잖아! 이건 현실이라고!”


정의는 머리를 이불 속에 처박고 이를 득득 갈았다.


친한 동생이었던 인남이 죽은 것,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비록 살인자라도 사람을 죽여버렸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죽음으로 자신에게 막대한 포인트가 들어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분이 더러웠다.


G. O. D를 만든 자, 테크마스터란 작자에게 장난감처럼 철저히 농락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정의가 신아영이란 이름을 지어준 그녀···


그녀마저 그 더러운 자의 편에서 자신을 이 끔찍한 킬링 게임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하니 역겹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한때 또 지금도 그녀에게 엄청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증오가 끓어 올랐다···


이 혼란스런 감정을 어찌할 수 없어 정의는 바닥에 얼굴을 묻고 으스러지듯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집주인 할머니는 옷소매를 들어 슬쩍 눈물을 훔쳤다.


“하이구··· 저 총각 또 우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몇 일전 다 죽어가는 시체 같은 얼굴로 잠잘 곳을 구한다는 총각을 만났을 때 선뜻 방을 내주었다. 남편도 자식들도 모두 불의의 사고로 떠나 보내고 홀로 살던 할머니는 이 낯선 총각의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을 보았을 때 이젠 가버린 손주가 생각나 가슴이 무너졌다.


아주 싼값에 방을 내주었지만 총각은 가진 돈은 이게 전부라며 세지도 않고 모조리 던져준 후 방에 처박혀 도통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저렇게 애간장이 끊어져라 울음을 터트리던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인정 많은 할머니는 측은함에 가슴이 아팠다.


“젊은 총각인데··· 여자가 도망을 갔나, 부모님이 돌아가셨나··· 쯧쯧, 서글프구먼 인생살이.”


다시 한번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할머니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혀 모르는 번호였다.


“으응, 뉘슈?”

“여기 경찰서입니다.”


젊고 앳된 목소리였다. 그러나 할머니는 경찰이라는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에그머니나··· 이 늙은이한테 무슨 일이슈?”

“장미옥 할머니 되시죠? 할머니 통장이 중국 해커들한테 해킹 당했습니다.”

“에그머니나! 그거 제 전 재산인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

“걱정 마세요, 지금부터 저희가 돈을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할머니는 애가 탔다. 그리고 전화기 속 경찰이 가르쳐주는 것처럼 은행으로 갈 차비를 서둘렀다.


빨리 전 재산을 인출해 방안에 보관해 두어야만 했다···


**********


【덜컥! 덜커덩!】


정의가 잠에서 깬 것은 옆방에서 시끄럽게 계속해서 들리는 소음 때문이었다.


고통에 겨워 울다 잠든 정의였건만 지금 들리는 소리는 참 귀에 거슬렸다. 몇 일 지내본 바 주인 할머니는 저렇게 거칠게 움직이는 분이 아니었다.


“뭐지···”


몸과 마음에 의욕이 하나도 없었다. 다시 쓰러져 잠들고 싶었으나 저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해서 수면을 방해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연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주인 할머니의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튀어나오는 젊은 학생이었다.


둘의 눈이 마주치자 묘한 기류가 흘렀다.


무지무지 귀찮으면서도 정의는 입을 열어보았다.


“누구쇼?···”

“저는.. 저는···”


학생은 말을 잇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렸다.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정의는 귀찮은 표정으로 입도 열지 않고 빤히 그를 쳐다보았다.


“저는··· 하, 할머니 손주에요.”

“아··· 그래요?”


정의가 내키지 않는 동작으로 등을 쭉 피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주인 할머니가 안 계신 모양인데··· 밖에 나가셨나?”

“어··· 네···”

“그래요···”


흥미 없다는 듯 정의가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자 학생은 식은땀을 흘리며 재빨리 마당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밖에 주차된 차를 타고 번개같이 사라져 갔다.


방에 들어온 정의는 문득 자신이 심하게 허기졌다는 걸 느꼈다.


“뭐 먹을 것 좀 없을까···”


한참을 주변을 둘러보던 정의는 곧 아침에 할머니가 주셨던 고구마가 있는 걸 생각하고 허겁지겁 껍질을 까 입에 넣었다.


간만에 정신을 차리고 먹는 음식. 그 짙은 단맛이 입안에 퍼져 나가자 머리가 순식간에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정의는 허겁지겁 그 고구마들을 입안에 쑤셔 넣고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그리고서 간만에 정말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옆방에서 또다시 큰 소리가 들리기 전 까진···


【쿠당탕!】


“···무슨 소리지?”


일어나 보니 바깥은 조금 어둑해져 있었다. 그리고 방금 들린 소리는 또다시 옆방, 주인 할머니의 방에서 난 소리였다.


“할머니?···”


정의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할머니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할머니? 저 들어갈게요?···”


그리고 그 순간···


“헉! 할머니! 정신 차리세요!”


주인 할머니가 바닥에 쓰러져 가슴을 붙들고 있었다. 얼굴이 새파래진 것이 심장 쪽에 이상이 온 듯 했다.


“할머니! 할머니!!!”

“으.. 끄··· 으···”

“대체 무슨 일이세요! 구··· 구급차를 불러야···”


정의가 전화기에 손을 가져가자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몇 마디 말을 토해냈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내 새끼들··· 목숨 값인데···”

“말씀하지 마세요! 당장 구급차를 부를게요! 조, 조금만 참으세요!”


아수라장이었다.


할머니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서야 구급차가 왔고 정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할머니를 떠나 보내고 손톱만 물어뜯었다. 나중에야 경찰이 찾아와 동행한 정의가 본 것은 하얀 수의가 덮여있는 할머니의 시신이었다.


멍청한 얼굴로 입만 벌리고 서있는 정의에게 경찰이 물었다.


“어떤 관계신지요?”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그냥··· 시골에 휴가 차 내려와서 이 할머니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었습니다.”

“혹시 오늘에 뭔가 수상한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까?”

“그게··· 제가 좀 몸이 피곤해서 방안에만 있었던 지라···”


그러나 그때 정의의 머리 속에 할머니의 손자라던 젊은 학생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 할머니 손자라는 사람이 왔었어요. 할머니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던데요···”

“손자요?”


경찰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다가 조서로 눈을 돌렸다.


“이 할머니 벌써 몇 년 전에 온 가족을 사고로 잃으신 분이에요. 손자는 없어요, 그때 죽었으니까.”

“···네?!”

“이거 보이스 피싱 사건입니다. 어수룩한 노인네 속여서 현금을 몽땅 인출해서 방에 숨겨놓게 한 뒤 수사관을 만나러 나오라고 시내로 유인했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 한패가 방에 들어가서 몽땅 가지고 나온 겁니다.”

“그럼··· 그놈은···”

“아쉽네요.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막을 수 있던 일인데 말입니다. 할머니 방을 완전 박살을 내놨던데 그 난리가 나는데도 바로 옆방에서 의심 한번 안 하시다니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나··· 나는···”


담당 경찰은 이 시골 마을 주민들과 대부분 잘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는 정의를 바라보며 이를 갈다가 크게 혀를 차곤 고개를 돌렸다.


“뭐··· 그쪽 일도 아니니 제가 뭐라 할 문제는 아니네요. 좀 감정적이 되어서 미안합니다. 이제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그만 가보십시오. 방은 빨리 비우셔야 할 겁니다.”

“······”


할머니의 집, 아니 이젠 그 누구의 집도 아니게 된 그곳으로 돌아온 정의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옆에 까놓은 고구마 껍질에서 달달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 달콤한 고구마를 생전 처음 보는 청년을 위해 굳이 가져다 줄 고운 마음씨의 사람 하나가 영영히 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으으.”


울음이 터져 나오려던 정의의 입에서 갑자기 괴성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악!!!”


퍼억하고 주먹이 바닥에 내리 꽂혔다. 분노가 가슴속부터 머리끝까지 차 올랐다.


“개··· 같은 자식들!···”


분노를 넘어 살의마저 들었다. 복잡했던 뭔가가 한데 묶여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정의의 눈이 서울에서 유일하게 가져온 베낭에 가 꽂혔다.


그 안에는 정의가 그토록 혐오해 마지 않던 것이 들어있었다.


G. O. D···


**********


한 남자가 종로의 작고 허름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주인이자 주방장으로 보이는 늙그수레한 노인이 나와 물었다.


“뭘로 드시려고?”

“메인터넌스.”


남자가 무뚝뚝한 말투로 한마디 던졌다.


노인은 그게 뭔 소리냐는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그 동공이 흐려졌다.


그리고 주방 뒤쪽 창고로 그를 데려갔다.


“여기랍니다···”

“······”


노인이 문을 닫고 나가자 창고 벽 한쪽이 광채를 내뿜으며 벽이 말려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안엔 머리를 한군데로 보기 좋게 묶은 아름다운 여성이 양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밝게 빛나는 미소와 함께···


“어서 오십시오, 안정의니-“


【퍽!】


순간 신아영은 벽으로 몰려 등을 강하게 부딪혔다. 그녀의 목을 정의의 손이 꽉 움켜잡고 있었다. 그의 눈 속엔 격한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


“커··· 컥···”

“우릴 장난감으로 삼으니 좋아? 사람을 장기말로 삼고 죽음의 게임을 벌이니 재미있냐고?!”

“···큭흑···”


신아영이 하얘진 얼굴로 신음을 흘렸다.

한참을 그러던 정의가 손을 풀고 그녀를 휙 밀치자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탄력적인 허벅지를 감싸던 검은 스타킹이 군데군데 뜯어져 맨살이 드러났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이 빌어먹을 고철을 고철상에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하지만··· 지금 내겐 필요한 게 있어.”


가쁜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나뒹굴던 그녀를 정의는 혐오스럽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Predator 포인트라고 했지?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 내놔 봐. 분명··· 이전엔 상상도 못하던 엄청난 능력이겠지.”

“그걸로···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고개를 숙인 채 목을 붙잡고 헐떡이던 신아영이 말했다. 풀려버린 머리채가 그녀의 얼굴을 반쯤 뒤덮었다.


“찾아내서··· 복수해야 할 놈이 있어. 그냥 복수가 아니라··· 평생을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겠어!”


정의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자잘한 기계 뭉치를 들어 벽에 와락 내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 고개를 들어올린 신아영의 입매는 좌우로 벌어져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고통과 함께 묘한 흥분으로 떨렸다.


“원하시는 대로··· 나의 주인님···”




작가의말

더위야 물러가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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