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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담윤 님의 서재입니다.

행운의 주사위 클.로.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현담윤
작품등록일 :
2022.11.22 13:46
최근연재일 :
2022.12.26 16:3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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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6
추천수 :
184
글자수 :
198,010

작성
22.12.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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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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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2. 희철의 고백.

DUMMY

22. 희철의 고백.



준혁은 한 번쯤 이런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빈은 처음부터 같이 했지만, 나중에 합류한 희철과 이런 분쟁이 생길 거라는 예상을 못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기가 빨라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한참을 고민하던 희철이 어렵게 입을 뗐다.


“그게, 실은······.”


그는 생각만으로 괴로운지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전에 다빈씨에게 제가 얘기 한 적 있었죠. 한 번 배신당한 적이 있다고.”

“아, 혹시 그 카페에서 했던 얘기 말인가요?”


다빈의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얘기를 이어 나갔다.


“네, 실은 두 사람에게 하지 않은 얘기가 있어요. 저도 그 전에 다른 그룹이 있었어요.”


다빈과 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조용히 얘기를 들었다.


“두 사람에겐 미안합니다. 하지만 제 얘기를 들으시면 이해하실 거예요.”


희철은 천천히 지난 일을 되새기며 이야기해나갔다.



*



세 번째 시험에서 떨어지자 희철은 고시원 옥상에 쭈구려 앉아 눈물을 삼켰다.

차마 부모님께 결과를 알려드릴 자신이 없어 나쁜 마음을 먹고 아래를 내려 다 봤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머니에는 단돈 이천 원만 남아 있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담배 하나를 피며, 애꿎은 전화기만 들여다보았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생활비는 어느샌가 연락을 드리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전화를 드리면 합격 사실을 물어보실 터였다. 아니 어쩌면 먼저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 다 4급 공무원으로 퇴임하셔서 희철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바람으로 공무원을 목표로 살았다.

부모님은 희철이 공무원의 꽃인 3급까지 진급하기를 희망하셨다.

그러나 희철은 공부에 재능과 관심이 없었고 7급에서 두 번 떨어지자 결국엔 9급 행정직으로 타협을 보았다.


담뱃불이 거의 꺼져 갈 즈음 휴대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스팸 아니면 연락 올 곳도 없던 희철은 보지 않아도 부모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전화기를 옥상에서 떨어트렸다.

그리고 담뱃불을 슬리퍼 비비고 내려가려 뒤돌아서자 발에 뭔가 ‘툭’ 하고 부딪치며 날아갔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날아간 조각 위로 숫자 ‘5’가 떠올라 있었다.


우연히 클로버를 발견한 그는 주머니에 있던 이천 원으로 로또를 구매했다.

어디서 왔는지 누가 갖다 놨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지만 여섯 개의 숫자가 떠오르자 당연히 로또 번호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일등 당첨 번호는 아니었다.

이등 당첨 번호였지만 그마저도 구매 시간이 십 분밖에 남지 않아 급한 마음에 잘 못 칠한 숫자로 인해 이등과 삼등에 당첨되었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전에 당첨 금액이 일억 이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기쁨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그의 생활은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억지로 하던 공부를 중단하고 일주일 동안 집과 차를 미리 보러 다니며 행복에 부풀었다.

그리고 앞으로 할 사업계획을 짜고 준비하느라 너무 바빴지만, 그에겐 정말 꿈같은 나날이었다.


일주일이 지나 희망에 부푼 채 클로버를 굴렸지만, 처음과 다르게 주 미션이 나오고 처음부터 미션 실패로 한 주가 지나가자 그는 갑자기 초조해졌다.

그리고 한 주가 더 지나고 그 주도 미션 실패로 목표금액이 반으로 깎이자 그때부터 클로버에 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찾기 시작했다.


그는 집요하게 찾아낸 끝에 자신 말고도 클로버 미션을 수행했던 자들이 있다는 것과 그들로 이루어진 단톡방이 있는 걸 힘겹게 알아냈다.

하지만 여기서 희철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단톡방은 서로 몇 가지 사실만 공유하고 절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거나 도움을 요청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거듭되는 실패와 목표금액 차감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결국 단톡방에 있는 다른 헌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말았다.


그는 도움을 요청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이민우, 이민희라는 남매를 만났다.

두 남매는 희철을 구슬려 각각 삼천만 원이라는 계약금을 받았다.


희철은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셋이 힘을 합쳐 미션 여섯 개가 나오면 훨씬 이득이기에 두 사람에게 기꺼이 금액을 지불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동생 이민희와 급속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두 남매의 미션 해결 능력은 대단했다.

희철은 두 남매의 노력으로 한 주 미션을 무사히 끝마쳤다.

비록 세 개로 끝났지만, 희철은 이런 식이면 조만간 수십억에 당첨이 되고, 민희와 가게를 차려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미션 다섯 개가 나오자 그들은 갑자기 태도를 돌변했다.

미션 성공과 동시에 희철을 가두고 둘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주 일등 당첨자는 평소보다 세 배나 많이 나왔다.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된 사실로는 이민우 이민희는 이름도 예명이며 남매 사이가 아니라 연인 사이였다.


그는 그날로 돈도 사랑도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다.

행운은 바람처럼 짧은 시간에 그의 손아귀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부터 희철은 클로버를 찾는데, 모든 시간을 보냈다.



*



모든 얘기를 끝낸 희철의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고였다.

다빈 역시 슬며시 눈가에 눈물을 닦아냈다.


“와, 진짜 나쁜 놈들이네. 준혁아, 좌 형사님께 연락해서 사기죄로 잡을 수는 없는 거야?”

“안타깝지만, 뭐라고 설명하시려고요. 로또 당첨 번호를 알고 있었는데 그 둘이 사기 쳐서 번호를 빼앗겼다고 하실 거예요?”

“아니, 그냥 속상해서 그러지. 그런데 희철님은 어떻게 며칠 만나지도 않은 여자랑 사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남자도 자기 여자친구를 다른 남자 꼬시는 데 이용하다니 나라면 한방에 기절시켜서 잘근잘근 밟아 버릴 텐데.”


희철이 물을 마시고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그 여자가 전부 계획한 거예요. 그래도 민우는 뭐 이름도 가짜지만 마지막에는 조금 미안해하더라고요. 그 여자는 계속 적반하장으로 뻔뻔했지만.”

“아, 그럼 그 여자도 나처럼 운동했나 봐요. 남자는 하기 싫은데 협박당했나?”


준혁은 다빈을 보며 처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누나, 둘 다 똑같이 나쁜 사람들이에요. 어차피 처음부터 계획하고 접근한 거 같은데 형도 은근히 순진하시네요.”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이성은 잠시 묻어 두는 거야.”

“와, 이성은 잠시 묻어 둔다. 희철님, 의외로 로맨틱하시다.”


처음으로 다빈은 준혁이 아닌 희철의 의견에 동조했다.

준혁은 의기투합한 두 사람을 보면서 아랑곳하지 않고 희철이 얘기한 내용을 곰곰이 되씹었다.


“형, 그러니까 클로버에서 나온 번호를 공유하는 순간 그때부터 누가 사든지 간에 그 금액만큼 목표금액에서 깎이는 거 맞죠.”

“어? 어.”


희철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래서 형은 사질 못했지만, 그 둘은 당첨금액을 더 많이 가지려고 형을 사지 못하게 감금했고, 그러고 나서 클로버가 종료되었으니까 번호 공유는 신중하게 해야겠네요.”

“뭐야? 희철님 전에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요. 이번에 번호를 계속 물어보더니 만약 우리가 다 같이 샀으면 클로버가 종료됐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희철은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꼬이자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아니, 그게 나는 말하려 했는데 하필이면 준혁이가 유치장에 있어서 다 같이 있을 때 얘기하려고 한 거죠. 준혁이가 서운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해명하려 애를 썼지만, 다빈은 고개를 돌리며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말이에요? 우리가 떠날까 봐 정말 걱정 한 거 맞아요? 만약 준혁이가 번호를 가르쳐 줬으면 어쩌면 떠나는 건 우리가 아니라 희철님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덤덤한 준혁과 다르게 다빈은 정말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닙니다. 다빈씨, 오해에요. 준혁아 정말 사실이야. 나도 때 되면 얘기하려고 했지. 그런데 너 유치장에 들어가서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그렇잖아. 나는 이미 배신당한 경험이 있어서 더 불안하기도 하고.”


희철은 오해를 풀기 위해 절절매며 변명하느라 애썼다.

여기서 오해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어쩌면 그룹에서 또다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릎까지 꿇었다.


준혁은 씩씩대는 다빈을 진정시키고 희철을 일으켰다.


“누나, 잠깐만 전정해 봐요. 그러니까 숫자가 여섯 개가 나와서 공유하더라도 서로 잘 조율해서 사야겠네요. 만약 한 명이라도 배신해서 튜토리얼 금액을 넘어 버리면 바로 미션 종료가 돼 버리는 거니까.”


그러자 다빈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준혁에게 물었다.


“그런데 미션 빨리 끝나면 좋은 거 아니야? 그냥 한꺼번에 많이 사서 나눈 다음에 각자 잘 살면 되는 거지.”

“누나 말대로 할 수도 있지만, 미션은 늦게 종료될수록 좋은 거예요. 숫자가 여섯 개 나오더라도 적당한 금액을 남겨서 한 번 더 숫자 여섯 개 미션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일등 한 번과 두 번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리고 단순히 일등 하나면 괜찮은 아파트 하나 사면 다 끝나요.”

“그러네. 목표금액이 희철님처럼 적으면 몰라도 너처럼 여유가 되면 남겨서 미션 여섯 개가 나올 때까지 계속하는 게 더 낫겠네.”

“네, 그러니까 그룹은 서로 확실히 믿을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만 하고요.”


준혁은 희철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형, 그런데 이건 정말 확실히 대답해 주셔야 해요. 클로버가 종료되면 중복해서 사용할 수 없는 거 맞죠.”

“응, 당 당연하지. 진짜 진짜 그건 사실이야.”

“그런데 왜 헌터들은 그렇게 클로버를 찾아다니는 걸까요?. 다시 쓸 수도 없는데 물론 형처럼 그룹원에 끼워 달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찾기도 힘들고 찾는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받아 준다는 보장도 없고. 뺏을 수 있다면 차라리 이해될 텐데. 제 생각에는 그것 말고도 우리가 모르는 게 더 있는 것 같아요. 형 말대로 중복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다른 방법으로 쓸 수 있다던가······.”

“어?”


희철은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자 비릿한 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준혁은 그런 그에게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질문을 이어 나갔다.


“형, 정말 중복으로 쓸 수 없는 게 확실할까요? 형이 거짓말한다는 게 아니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형은 클로버가 미션 종료될 때 어떻게 사라졌어요?”


희철은 땀이 나는지 연신 손바닥을 옷으로 문질렀다.


“중복으로 쓸 수 없는 건 확실해. 잘못된 정보는 아니야. 거기서 그러면 제명되니까 물론 네 말처럼 다른 꼼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단톡방에 그런 얘기까지는 없었어. 솔직히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선 정확히 아는 게 없기도 하고 클로버가 사라질 때는 그냥 사라져. 처음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사라질 때도 그냥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고.”


그는 손바닥 위에 클로버가 있는 것처럼 펼쳐서 쳐다보았다.

준혁은 희철의 얘기를 들으며 주머니 안을 만지작거렸다.


“그럼, 형이 모르는 거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네요. 저는 클로버를 계속해서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단지 그 방법을 아무도 모르거나 아니면 누군가는 알지만 절대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어. 그럼 대박인 거지. 미션 할 때마다 초조해 할 필요도 없고 로또 구입도 눈치 보며 머리 쓸 필요 없이 여유 있게 몇 년에 한 번씩 하면 되니까. 너도 연달아 일등이 돼서 찾으러 가면 피곤할 거잖아.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준혁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여전히 희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얘기했다.


“형, 제가 얘기했죠. 유치장에서 갇혀 있는 동안 많이 생각했다고 이제는 서로 확실히 신뢰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먼저 전에 얘기했던 단톡방 이제는 보여 주세요.”


준혁은 희철의 표정을 보면서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단톡방을 보여 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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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전세 역전. 22.12.21 10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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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준혁의 계획2. 22.12.19 127 4 12쪽
27 26. 준혁의 계획1. 22.12.18 151 4 13쪽
26 25. 수상한 도둑. 22.12.17 165 4 12쪽
25 24. 두 번째 제안. 22.12.16 191 4 13쪽
24 23. 새로운 보금자리. 22.12.15 212 4 13쪽
» 22. 희철의 고백. 22.12.14 245 5 13쪽
22 21. 불협화음. 22.12.13 256 4 13쪽
21 20. 좌철한 형사2. 22.12.12 277 5 12쪽
20 19. 좌철한 형사1. 22.12.11 296 5 13쪽
19 18. 잊고 있던 일. 22.12.10 318 5 13쪽
18 17. 취조실. +1 22.12.09 3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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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연이은 미션. 22.12.07 372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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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그룹원과 조력자2. 22.12.04 46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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