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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법사

최강 언데드 헌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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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법사
작품등록일 :
2021.12.15 10:01
최근연재일 :
2022.01.25 19:3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0,227
추천수 :
188
글자수 :
258,753

작성
22.01.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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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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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7) 탐정 놀이에도 몽둥이가 필요한 법.

DUMMY

“무슨 일인지 가봅시다. 형님.”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보통 그런 사건은 괴물에 의해 벌어진 경우가 많다.

괴물에 의해 세상이 뒤집힌 뒤로, 사람 간의 살인 사건은 줄었으니까.

역시 사람이라는 건 뭔가 긴장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어야 조금 더 도덕적인 인간이 되는 걸까.


“그래, 가보자.”


소리가 났던 곳으로 향한다.

아직 운영하기 전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술집에 사람이 북적거린다.

모여 있는 군중을 헤치고 들어가 상황을 살핀다.


“아이고, 아이고! 이렇게 무참히 죽다니! 잘해 준 것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 죽어버리다니!”


그곳에는 여자의 시체를 붙든 한 남자가 고개숙여 울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울음와 함께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쯧쯧, 안되었네. 좋은 부부였는데.”

“그랬지. 저 부부가 서로 염장 지르는 걸 보는 게 이 술집에 오는 맛이었는데.”

“요즘 왜 이렇게 살인 사건이 많은 게야? 저번에 정육점네 아들도 죽었다더만.”


이 마을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 걸까?


사람이 연속 살인을 벌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연속으로 살인을 저지르면, 결국 들키기 마련이니까.


“괴물일 가능성이 높아지는군.”


내 예측에 의형제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조사해 봐야 할 때다.


“모두 나와 주시겠습니까? 저희는 헌터입니다.”


둘째가 사람들을 물러서게 하면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든다.

그 길로 나와 막내가 들어간다.


“잠시 시체를 살펴도 되겠나?”


내 물음에 울고 있던 남자가 나를 바라본다.

그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표정은 ‘슬픔’의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슬픔이 섞인 눈물과 그렇지 않은 표정 사이에서 이상한 괴리감이 느껴진다.


“시체를 살펴보겠으니, 나와라.”


좀 더 강제력을 넣어 말해본다.

이번에도 나오지 않으면, 손으로 밀쳐서라도 살펴볼 생각이었다.


“너구나. 너구나! 범인이!”


갑자기 그자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아내가 죽은 충격에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일까?


“무슨 소리지?”

“넌, 다른 곳에서 왔을 거야. 평소에 본 적 없는 얼굴이니까. 그렇지?”

“그렇다. 근데 그게 어떻게 내가 범인이라는 소리가 되는 거지?”

“이 마을에서 내 아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어. 그러니, 살인을 저지를 만한 자는 너뿐이지 않은가!”


단지 외부에서 왔다고 나를 범인으로 지목한다고?

갑자기 범인으로 지목당한 것도 어이가 없는데, 이유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뿐이군.

우선, 차분하게 대화를 해봐야겠어.


“아무리 아내가 죽었다지만, 이런 무례한 짓은 불쾌하군. 나는 이 마을에 방금 도착했을 뿐이다. 누군가를 죽일 시간 따위는 없어.”

“방금 왔다고? 그 증거는 있어?”

“누군가가 봤을 거 아닌가? 내가 온 걸 말이다.”

“누구, 이 사람이 마을에서 들어온 걸 본 적 있어?”


사람들이 서로를 보며 내가 마을에 들어온 걸 본 목격자가 있는지 살핀다.

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오기도 전에 모두 이곳에 있었는지, 내가 들어온 걸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없잖아. 증명할 수 없다면, 넌 이 마을에 예전부터 들어왔던 게 틀림없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이 마을에 언제 들어왔는지, 네가 어떻게 증명할 거지?”


나의 반론은 매우 논리적이며 합리적이다.

문제를 제기했으면, 제기한 측에서 증명해야지, 내가 증명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무죄추정 원칙이 받아들여지는 혼란 이전의 세상이라면, 내 의견이 받아들여졌을 거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을 터다.

사람들이 논리적이라면, 내 말에 동의했을 텐데, 그들은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했다.


“술집 주인 말이 맞네! 증거를 못 대었으면, 네가 범인이지!”

“저놈이 범인이야! 이 마을에서 수십 건의 살인 사건을 벌인 범인이라고!”

“죽여! 살인자를 죽이자!”


도대체 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 건 무엇일까?

단순히 마을에서 벌어진 흉흉한 몇몇 살인 사건들 때문일까?

아니면, 뭔가의 이유가 더 있을까.


내 눈이 군중 사이에 숨어든 몇몇 선동꾼들을 찾아낸다.

그들은 크게 소리치며, 사람들의 행동을 부추긴다.


선동은 이성을 잡아먹는 괴물.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잡아먹혀 버린다.

그리고 남은 것은 오로지 분노만이 남아 버린다.


“죽여라! 죽여라!”

“살인자를 죽여라!”


이렇게 되면, 논리적인 설득 따위는 먹히지 않는다.

내가 뭐라고 해봐야, 그 말은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불쾌한 소리가 될 뿐이다.

이걸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뿐.


“아우들아, 싸울 준비 해라.”

“형님, 설마 사람들 상대로 싸우실 생각입니까?”

“우리가 싸울 생각이 없어도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어. 저기 봐라. 벌써 짱돌을 든 사람이 보이지 않나?”


이성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매만 한 약이 없다.

몇 대 맞고 나면, 그제야 정신 차리고 자신의 논리를 되돌아볼 거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뭐 어쩔 수 없지.

알 때까지 때려주는 수밖에.


“힘 조절하고. 적당하게 해라.”


나의 아우들은 저번의 싸움 이후에 더 강해졌을 거다.

강해진 힘을 조절하는 건 쉽지 않으니, 옆에서 이렇게 훈수를 해 줘야 한다.


“말씀 안 하셔도 그럴 겁니다, 형님.”


아우들이 무기를 잡는다.

나 또한 검을 검집에서 뽑지 않은 상태로 든다.

그런 나와 아우들을 보며, 그들이 소리친다.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구나! 모두 저들을 죽여! 살해당한 사람들의 원한을 갚자!”


있지도 않은 원한을 갚겠다니.

그런 소리를 하면, 원혼이 더 열 받지 않을까?

더 열 받았을 원혼의 원한, 이 내가 시원하게 패서 풀어주지!


“자, 가자! 야들아!”


* * *


마을에 들어온 ‘목표들’의 소식.

그 소식은 곧바로 그들에게 전해졌다.

어둠 속에서 목표를 노리는 그림자들에게 말이다.


“그들이 오고야 말았군요. 예상보다 더 빠르게 도착했습니다.”

“그렇구만. 미리 준비해 둔 보람이 있어. 그들은 이미 첫 번째 올가미에 걸렸겠지?”

“걸렸습니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과 현재 전투 중입니다.”

“뭐? 전투 중? 말싸움하다가 일방적으로 마을 사람에게 두들겨 맞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착한 녀석들은 아닌 모양이군?”

“그래도, 마을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게 만든다는 목적은 달성한 것이지 않습니까?”


사람은 맞는 걸 싫어한다.

특히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는데도 맞게 되면 더더욱 싫어한다.

이런 인간의 습성을 이용한 감정의 함정.

그게 마을 입구에서 시작되는 ‘살인과 오해’의 함정이다.


“그렇지. 그들은 절대로 이 함정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반감은 반감을 부르고, 미움은 미움을 부르지. 결국, 그들은 모든 이를 적으로 돌리게 되어 지칠 때까지 시달리게 될 거야.”

“역시 어리석은 인간을 가장 잘 이용하는 마족은 바로 우리입니다.”

“인간은 모두 우리의 노리개일 뿐이지.”


함정에 빠진 이들이 보일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괴로움은 얼마나 달콤할 것인가.

그들은 그 달콤함을 기대하며 이후의 소식을 기다렸다.


* * *


“이제 다 쓰러뜨렸습니다, 형님.”

“힘 조절이 쉽지 않네요!”


화를 내며 돌을 던지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끙끙거리고 있긴 하지만, 그들 모두 뼈가 부러지는 정도의 상처는 입지 않았을 터.

강자에게 개기고도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알 거라, 이 사람들아.


“흠, 그런 것 같군. 그런데.”


쓰러진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유심히 바라본 결과, 뭔가 이상한 게 느껴진다.

사람들 사이에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막내야, 아까 이들 사이에서 부추기던 이들은 어디 갔지?”

“어? 그러게요. 목소리 크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네요.”


이상한 건 그것뿐만이 아니다.

분명 아내 옆에서 울고 있었을 그 남편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확실히 이상하군.”


뭔가 ‘노려진’게 틀림없다.

일부러 사람들과 싸우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눈이 주변을 돌아본다.

그 눈이 골목 사이로 들어가려는 옷자락을 포착해 낸다.

그곳을 향해 뛰어간다.


“어딜 도망가려고!”


지금의 달리기 속도는 일반인의 3배!

혼란한 틈을 타서 도망가려 했겠지만, 너무 늦었어!

내가 이렇게 빠르게 처리할 줄은 예상치 못한 거겠지.


“잡았다!”

“윽!”


내 손에 그자의 뒷덜미가 잡힌다.

고개가 돌아가자,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된다.

죽은 아내의 남편이다.


“왜 죽은 아내를 두고 도망가려 하지? 너에게 아내란 그것밖에 안 되는 존재였나?”

“네, 네놈이 때려서 그런 거잖아! 놔라! 놔!”

“아니지. 그런 게 아니겠지.”


그자를 사람들이 누워 있는 곳으로 집어 던진다.

바닥에 떨어져 한 바퀴 구른 그 자가 주변을 보며 사태를 파악한다.


“으, 으윽! 도,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이요?”

“왜? 그건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갑작스러운 살인.

이어진 선동.

그리고 싸움을 일으켜 놓고 도주.


이 세 가지를 생각해 볼 때,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이놈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조직적으로 나와 마을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의 실체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게 내가 낸 결론이다.


“막내야. 이놈에게 화살을 쏴라.”

“화살을 쏘라고요? 정말로요?”

“그래. 쏴라.”


막내는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생사람을 쏘는 건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끌리는 동안, 그놈이 소리쳤다.


“나를 쏘겠다고? 내 아내도 모자라서, 나까지 죽이려는 수작이군!”

“아니, 나는 단지, 네 정체가 알고 싶을 뿐이야.”

“이 무슨 고블린이 이빨 터는 소리야! 정체를 알고 싶다고, 사람에게 화살을 쏘다니! 나는 술집 주인일 뿐이야. 그저 아내를 잃은 술집 주인일 뿐이라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아니라면. 아니라면 어쩔 건데! 아니면 네놈의 뻔뻔한 머리 가죽이라도 걸 생각인가? 그런 게 아니라면, 그만둬!”


꽤 저항이 심하다.

그런 저항이 심해질수록, 내 생각도 점점 확실해진다.


“왜 그렇게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함이 느껴질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막내야. 쏴라. 지금 당장!”


그 상황을 지켜보던 막내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이 대화를 들으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겠지.


막내가 든 활이 팽팽히 당겨졌다.

그걸 본 그자가 마지막 저항을 한다.


“동네 사람들! 여기 보시오! 살인자 놈들이 나까지 죽이려고 하오!”


큰 소리로 사람을 부른다.

다른 사람을 불러서 방패로 삼으려는 수작이다.


몇몇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는 게 보인다.

그 사람들이 여기에 오기까지는 1분도 더 걸린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충분하다.


“내가 너의 실수를 하나 말해줄까?”

“뭐?”

“너, 내가 이 술집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표정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표정 연기가 이렇게 못해서야 쓰나?”

“어?”

“막내야, 쏴.”


막내의 활시위가 놓였다.

화살이 날아가 그자의 몸에 맞았다.


“으, 으윽!”


화살에 맞았지만, 그자가 변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저 화살을 맞은 뒤, 신음을 흘릴 뿐.


“봐, 봐라! 뭐가 정체를 드러낸다는 거냐! 이 살인자 놈! 거짓말로 어떻게든 무마하려 했지만, 진실은 밝혀지는 법! 진실은 죽지 않아!”


그와 함께, 다른 마을 사람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화살에 맞은 그자를 보며 표정이 변하려 했다.

곧, 그들도 바닥에 누운 사람들처럼 분노로 칠해지려 했다.


그 순간.


“으어?”


그자의 몸이 갑자기 일렁거린다.

몸에 있던 색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는 듯이 흔들린다.


“이, 이게?”


당황한 그자, 도플갱어가 상황 파악을 못 하는 사이에, 막내의 화살이 계속 그자에게 박힌다.

그자의 색이 점점 사라지고, 검은 몸만 남게 되었다.


“막내야, 일부러 <탐지>를 늦게 건 거냐?”

“많은 사람이 봐야 하지 않나요? 그러니 살짝 뜸을 들여보았습니다, 큰형님.”

“영악한 녀석. 잘했다.”


이제, 정체가 밝혀진 놈을 처리할 때다.


“네 본모습이 드러나 버렸군. 괴물, 도플갱어.”

“내, 내 모습이? 이런 젠장!”


도플갱어가 뭔가를 꺼내서 휘두른다.

그건 피가 묻은 식칼이다.

이런 느려터진 공격 따위, 가볍게 피해준다.


“흉기도 나왔군. 그럼 잘 가라.”


그놈의 목을 베어버린다.

도플갱어의 목이 바닥을 구른다.

나와 아우들에게 쓰러졌던 이들이 그 목을 보며 경악한다.


“이, 이럴 수가. 괴, 괴물이잖아?”

“설마, 우리가 괴물에게 속았던 거야?”

“살인 사건은 괴물이 저질렀던 건가? 그것도 사람으로 변해서? 서, 설마 지금 이 사람 중에도?”


그 사람들의 두려움을 본다.

이들은 두려움은 점점 더 커진다.

그건, 그들을 두려움으로부터 지켜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나선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내가 마을 사람들 앞에 서자, 사람들이 나를 바라본다.

쓰러져 있던 이들이 나를 우러러보는 눈이 느껴진다.


“나는 헌터다. 괴물을 죽이러 온 헌터다! 그러니, 안심해라. 이 마을의 괴물은 이 내가 모두 처리해 줄 테니!”


그 말을 들은 사람들 속에서 두려움은 점점 사라졌다.

괴물을 처리해 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강해졌다.

그들은 그 믿음을 준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헌터가 왔다! 이 마을에 헌터가 왔다!”

“헌터! 헌터! 헌터!”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와 함께, 나와 의형제들은 환호를 받으며 마을을 걸었다.


* * *


“첫째 도련님. 보고입니다.”

“보고? 지금 올 보고라면, 단 하나밖에 없을 텐데?”


길드의 모든 일이 ‘그’ 한 사람 때문에 모두 정지된 상황.

모든 사람은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후, 길드의 모든 것을 결정할 일이 ‘그’와의 협상에서 결정될 것이니.


“맞습니다. 그가 왔습니다.”

“그렇군. 그럼, 그에게 연락을 보내라. 협상을 바란다고.”

“다만, 그가 마을로 들어왔을 때, 꽤 특이한 일이 있었습니다.”

“특이한 일?”

“그가 살인 사건에 휘말렸다고 하는군요.”

“살인? 살인이라니. 설마 그자가?”


심도룡의 부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한번 직접 물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협상 전에 그자가 손을 잡을 만한 자인지 판단하기에는 가장 좋은 소재이리라 봅니다.”

“흐음. 그럴 수도 있겠지. 잔혹한 자라면, 이후 생각을 달리해야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저는 협상 준비를 하겠습니다.”


부하는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마자, 그림자들이 다가왔다.


“이번 일이 실패한 건 참 애석한 일입니다.”

“그래. 그 느려터진 놈이 잡혀버릴 줄은 생각지 못했지. 그자를 너무 ‘착한 인간’으로 생각했어. 그렇게 과감하게 행동할 줄이야.”


그 그림자들, 도플갱어는 그의 행동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서로 싸우게 하는 건 그들의 특기인데, 이렇게 되치기당했으니 말이었다.


“이제, 마을 사람과 이간질하는 건 어렵습니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곧 협상이 있을 예정이다. 그 협상에서 수를 써야지.”

“그렇다면?”


심도룡의 부하역을 하던 도플갱어가 손을 검게 만들며 다른 도플갱어와 신체를 연결했다.

그 연결된 신체를 따라, 계획이 전달되었다.


“오, 그렇군요. 이런 생각이.”

“이대로, 진행해라. 계속된 이간질로, 그가 우리의 ‘본 계획’에 시선을 돌리는 걸 막아야 해.”

“그리하지요.”


그들이 사라지고, 심도룡의 부하 역을 하는 도플갱어는 복도를 걷는다.


“다음은 없을 거야, 아서스.”


* * *


마을의 살인 사건을 해결한 이후, 나와 아우들에게 의뢰가 쏟아졌다.

그들의 신뢰를 얻은 만큼, 그 기대가 의뢰의 횟수로 나타나는 거다.


그런 의뢰의 결과물을 결산해 보려고, 숙소의 방 안에서 아우들과 이야기해보고 있다.


“후우, 거의 쉴 틈이 없군요.”

“그래도 헌터 코인은 착착 모이고 있지 않으냐?”


헌터 코인에 모인 숫자를 본다.

대략 그 숫자, 169.

평균적으로 한 번의 의뢰에 5가량 받으니, 서른 번이 넘는 의뢰를 하루 만에 한 셈이 되었다.


“내일도 이러겠죠? 근데, 형님은 안 지치십니까?”

“내가 고작 이런 정도로 지칠 것 같아?”

“형님은 어떨 때 보면 참 괴물 같습니다.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


그 말은 맞다. 언데드 킹, 괴물이니까.

30년 전 신체로도 이 정도로 지치진 않긴 했지만, 현재의 레벨 수준에서 체력이 후달리지 않는 건 역시 ‘언데드’라서 일 거다.


이런 인간과는 다른 이상함.

언젠가는 그걸 알아채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그날에, 나는 어떻게 그 사실을 밝혀야 할까.


“그래서, 내가 괴물이면 넌 어쩔 건데?”

“괴물이요? 에이, 형님 같은 괴물이 어디 있습니까? 괴물이라면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는 게 기본일 텐데요. 혹시나 형님이 괴물이라고 해도 형님은 형님이죠.”


그렇지. 괴물이라고 해도 나는 나지.

만약 그걸 밝히는 날이 오더라도, 이 의형제들은 나를 따라줄 것이라 믿어 본다.


“자, 그럼 오늘은 쉬어 볼까.”


나와 의형제들이 자러 가려 할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

“승룡 길드에서 왔습니다.”


승룡 길드.

최근에 별로 좋지 않은 건이 있던 길드다.

그 이름이 나오자, 아우들이 긴장한다.


“형님, 어쩔까요?”

“내가 가서 묻지.”


방문으로 다가간 나는 바깥의 사람에게 묻는다.


“무슨 일로 왔나? 별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내일 오지? 벌써 밤이라 너희들도 피곤할 텐데 말이야.”

“급히 전할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급히 전할 것?”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급한 일’은 암살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급하고 빠르게 나와 아우들을 처리하겠다는 의도로 말이다.


“뭘 전하고 싶은 건지, 짧게 말해라.”


손이 조용히 문고리를 잡는다.

문이 갑자기 홱 열리는 걸 막기 위함이다.

뒤에 있던 아우들도 조용히 무기를 잡는다.


“전할 내용은.”


문이 당겨지지 않는 걸 확인하고는 이쪽에서 뛰쳐나가려 할 때, 답이 돌아온다.


“협상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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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1) 미친자의 세상에서는 정상인이 미친 놈. +1 22.01.13 11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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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9) 제대로 열받은 헌터! 미세먼지 토끼를 통째로 박살? 22.01.11 114 2 17쪽
23 (18) 상위 길드도 깜짝 놀랐다! 그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스킬! +1 22.01.10 127 4 20쪽
» (17) 탐정 놀이에도 몽둥이가 필요한 법. +1 22.01.09 139 4 18쪽
21 (16) 그들의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거야! +1 22.01.08 143 2 14쪽
20 (15) 화려한 불쑈! 끝까지 보여드리겠습니다! 22.01.07 143 2 12쪽
19 (14) 이래서 이길 수 없는 건가! 그들이 이길 수 없는 과학적 이유! 22.01.06 149 2 17쪽
18 (13) 폭주족을 따라가 도착한 마을에서 횟집 차린 썰 22.01.05 164 2 14쪽
17 (12) 사람을 찾으면 닌자가 나타나 모두를 쓰러뜨린다! 22.01.04 184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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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8) 길드에 들어갔더니 내 검이 고대 유물? 21.12.31 244 2 15쪽
12 (7) 충격! 배신자가 벌벌 떨고 여자가 부러워하는 헌터? 21.12.30 276 4 12쪽
11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4 21.12.29 248 4 17쪽
10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3 21.12.28 257 4 14쪽
9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 2 21.12.27 271 4 12쪽
8 (6) 이 던전은 초보자 던전입니다. (※ 구라임) 21.12.26 303 4 14쪽
7 (5) 술과 함께 의형제를 맺었더니 하루가 삭제된 건. +1 21.12.25 350 5 19쪽
6 (4) 첫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관이...말대꾸? +1 21.12.24 389 5 13쪽
5 (3) 입학 시험 역대 최강 괴수가 허접 헌터들에게 쓰러진다고요? - 2 +1 21.12.23 474 5 16쪽
4 (3) 입학 시험 역대 최강 괴수가 허접 헌터들에게 쓰러진다고요? +1 21.12.22 581 9 15쪽
3 (2) 베헤모스의 대가리가 깨지면 벌어지는 일 - 2 +1 21.12.21 821 21 15쪽
2 (2) 베헤모스의 대가리가 깨지면 벌어지는 일 +4 21.12.20 1,281 23 18쪽
1 (1) 배신당해 잠들었더니 도봉구의 언데드 왕이 되어버렸다 +12 21.12.20 1,798 4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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