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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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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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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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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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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신(8)

DUMMY

하늘 바다에 생긴 거대한 구멍에서 떨어지는 사람들 그다음은 다크 엘프와의 조우. 그림은 타이탄이 불의 군대와 전투를 시작하며 안드릭스 대륙으로 넘어가는 것까지 아주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고 역사가 모두 그림과 글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배움이 전혀 없는 아스칼리나 단장 가다넬은 불의 군대와 승리하는 모습이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종전되는 그림 이후 또 다른 이해할 수 없는 그림들이 더 그려져 있었다.


역사책은 덮어졌지만,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이제는 책을 덮고 동굴에 그려진 벽화를 올려다보았다.


왕관을 쓴 사람과 주위 사람들은 웅크리고 있었고 다크엘프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왕관을 쓴 사람을 따라 사막, 깊은 숲으로 이동했고 다음으로 지팡이를 든 사람을 따라 늪지를 건너갔다.


어느새 류미가 휘나의 팔에 팔짱을 꼈고 휘나는 왕관을 쓴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류미야. 있잖아. 혹시 저 왕관을 쓴 사람이 초대국왕인 그루딘 국왕이야?”


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주를 받기 전 그는 추락한 타이탄을 이끌던 국왕이에요.”


휘나와 가다넬단장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보다는 류미가 말해주는 진실을 집중해서 듣기 위해 이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책을 덮고 귀를 기울였다.


“불의 군대와 전쟁 중이던 다크 엘프는 몰락 직전까지 내몰리게 되는 상황이었고 지원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숲에 숨어 있던 그루딘왕 또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잘 잡았고 병력을 지원해주는 대신 그들은 마법을 가르쳐주었죠.”


가다넬단장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건 누구나가 다 아는 일이고 우리가 지금 궁금한 건 지금 저 그림처럼 왕관을 쓴 자가 왜 웅크리고 있는지 그 후의 내용이 궁금하다고.”


벨라스코는 성큼성큼 걸어와 가다넬단장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고 묵직한 목소리로 위협하며 말했다.


“인도자... 아니 류미님에게 말할 땐 예의를 갖춰라. 네놈의 머리통이 찌그러지는 걸 원치 않는다면 말이야.”


류미는 아스칼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단검으로 향하던 그의 손목을 잡고 고개를 저었고 벨라스코를 바라보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써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손길이 닿았던 손목이 단단히 잡고 비튼 듯 욱신거렸다.


어떻게 저런 작은 체구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을 흘긋 바라보았고 싸늘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자 류미가 방긋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분명 그녀가 고개를 돌려 다시 설명하려 할 때 싸늘하게 식은 표정을 짓는 걸 보았다.


“승리를 확신한 엘프들은 더는 타이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땅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랬죠. 오히려 마법에 대한 친화력이 좋고 자신들보다는 유연하고 민첩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인간을 견제하기 시작했어요.”


“흐음...”


“그들의 세력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았죠. 그래서 위대한 지도자인 그루딘을 없애기로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의심이 많고 매사에 철두철미한 그루딘을 제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 어서 그 당시 이인자이면서 대군주이자 글린데일 초대국왕 모니아스 가문의 베누를 꼬드겼죠.”


“그래서?”


“베누는 그루딘 앞에서는 충신인척했지만 실은 그를 제거하고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왕위에 오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엘프들의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이었고 계획대로 귀족들과 왕이 먹을 음식에 저주를 걸었습니다. 베누를 신임했던 그루딘 국왕은 그를 친동생처럼 아꼈고 믿었기에 계략에 넘어가게 되면서 육체와 정신이 산산조각 나 버렸죠.”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 그런 부분은 완전히 왜곡 됐군.”


“그 틈에 엘프들은 세 치 혀를 놀리며 과한 마나 사용으로 부작용이 왔고 트롤처럼 육신이 망가져 버릴 거라는 말을 퍼뜨려 타이탄 전체를 들쑤셔 놓았죠. 그루딘국왕은 스스로 물러나 동쪽으로 떠나게 됐어요.”


비를 쫄딱 맞고 오랜 시간 동안 축축하고 한기로 가득 찬 동굴 속에 있었던 휘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류미는 휘나의 손을 잡아주었고 따뜻한 류미의 손 체온에 안정감을 느낀 휘나는 질투가 날 정도로 류미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류미는 다음 그림으로 이동해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루딘이 물러나고 다크엘프들은 자신들의 뜻대로 되자 베누를 복종시켜 마음대로 인간들을 주무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죠. 베누가 바보도 아니고 똑같이 당할 수 없었던 그는 엘프들을 그들의 고향인 서쪽 대륙으로 몰아내고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했어요.”


가다넬 단장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왕을 배신하고 움켜쥔 자신의 왕국도 지금은 썩은 동아줄을 붙잡고 있는 형국이라니 딱하군.”


류미는 마지막 벽화에 섰다.


“그루딘은 가여운 사람이었죠. 그를 처음 본 그날을 잊을 수가 없네요.”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역사 이야기에 너무 몰입한 거 아니오? 처음 본 날을 잊을 수 없다니. 크크큭. 푸하하! 류미 넌 그럼 500살쯤 된 거냐? 크하하! 적당히 해야지 말이야.”


휘나와 아스칼리는 벨라스코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선조 이야기에 꽤 몰입해 있었다. 그의 얼굴은 그늘져 있었고 배를 깔깔거리는 가다넬을 노려보기보단 옛 생각을 회상하고 있는지 벽화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끔찍했었던 기억이었는지 눈을 질끈 감았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계속 까불거리고 있는 가다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까도 네놈에게 경고하지 않았나? 류미님의 말씀에 의문을 품지 마라. 네깟 것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위대한 분이시니까.”


가다넬 단장은 없던 용기가 어디서 솟아났는지 어깨를 짓누르는 벨라스코의 손에서 벗어나 류미의 뒤쪽으로 가 섰다.


“그래 좋아. 다 좋다고. 벽화에 그려진 이야기를 아주 짜임새 있고 조리 있게 잘 설명했어.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나도 할 수 있어. 말이 안 되잖아? 이 작은 꼬마 숙녀가 수백 년 동안이나 살아있었다는 게 너희는 믿어져? 허언증 말기 환자도 아니고.”


가다넬은 어슬렁거리며 걸어와 류미의 앞까지 다가왔고 흙이 묻어 더럽혀진 손을 뻗어 류미의 목을 만졌다.


“주름이라고는 하나도 없군. 얼굴도 팽팽한 게 그냥 소녀잖아.”


류미는 잡고 있던 휘나의 손을 놓고 뒤로 조금 밀어냈고 단장의 코앞까지 다가와 서서 그의 멱살을 잡은 채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단장은 허수아비처럼 가볍게 류미의 힘에 의해 무릎을 바닥에 찧었고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악!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런 나약한 몸뚱이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는 하지만 보여줄게. 진실을 말이야. 네 눈으로 직접 본다면 알게 되겠지?”


류미는 무릎을 꿇은 가다넬의 뒤로 돌아가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 힘을 주입했다.


그의 눈이 날갯짓하는 꿀벌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깜빡거렸고 류미가 손을 떼자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쿵!”


아스칼리는 단검을 뽑아 들고 언제라도 튀어 나갈 준비를 했다. 힘에서는 모르겠지만 속도에서만큼은 자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녀의 뒤에서 그르릉거리고 있는 만티코어 그리고 벨라스코였다.


괜히 나섰다가는 개죽음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검을 넣을 수 없었고 누군가가 말려주길 바랬다.


잠시후 쓰러졌던 가다넬이 부러진 코를 붙잡고 일어났다. 꼬꾸라지면서 날렵한 그의 코가 바닥에 부딪히며 부러진 것 같았다. 류미는 그의 앞으로 돌아가 눈높이를 맞추고 앉았다. 가다넬은 기겁하며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울부짖었다.


“모...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위대하신 분이시여.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상황에 휘나와 아스칼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다넬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우고 무릎을 털어주며 류미는 말했다.


“뭐든지 한다라... 그래 기대할게.”


류미는 단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 손을 들고 외쳤다.


“자 다음 가다넬이 보았던 내 기억의 파편이 싶은 사람?”


이제 그를 평범한 여마법사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리크와 거스티는 겁을 집어먹고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지만 휘나는 한껏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손을 들고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아스칼리는 휘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뭐 하시는 거예요.”


휘나는 아스칼리의 손을 잡고 내리고는 류미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류미는 예상치 못한 휘나의 행동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휘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악을 행한 자는 두려움에 떨 것이고 숨겨온 자는 그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널 섬길 것이다. 류미.”


스산한 목소리를 풀풀 풍기는 버드네이즈의 말에 류미도 동요됐다. 현 상황에 만족했고 마음속 어딘가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더 느끼고 싶었다.


“네 앞에 무릎 꿇은 저 여인은 힘을 갈망하고 있는 것 같구나. 너의 충실한 종이 될 것 같군.”


류미는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종이라니. 난 그딴 걸 원하지 않아. 난 함께할 동료가 필요해.”


“그럼 왜 가다넬에게 힘을 주입할 때는 주저하지 않았지?”


“그... 그건 저 사람이 믿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어. 단장만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들도 따라서 믿어줄 것 같았어.”


“네 마음을 왜곡시키려 애쓰지 마라. 굴복시키고 싶어서가 아닌가? 침 튀겨가며 널 비판하는 저자를 무릎 꿇리고 싶어서잖아. 아냐?”


“그래. 네 말이 맞아.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감히 건방지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날 거짓말쟁이에 허풍쟁이 그리고 허언증 환자로 몰아가잖아. 몸뚱이를 갈기갈기 조각냈어야 했어. 아직도 분이 풀리질 않아.”


류미는 흠칫 놀랬다. 누군가를 이토록 증오한 적이 있었던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가부장적이고 자신을 내다 버렸던 아버지. 별종이라고 무시하던 동급생 그리고 교수님들과 짝사랑 했던 에이든.


바보 같다고 자신을 책망한 적은 있지만 절대로 누굴 증오한 적은 기억에 없었다. 아마도 이런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건 버드네이즈와 영혼 결합을 이루고 난 후부터였다.


점점 그에게 동화되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의외로 증오라는 감정은 달콤했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


아버지 게일은 왜 그토록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했을까.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자신을 깔보던 동급생들을 찾아내 다시는 무시하지 못하게 강해진 모습을 뽐내 보이고 싶었다.


그들을 찾아가 공포심을 심어줄까? 아니면 굴복시킬까. 어느새 류미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지어졌고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증오. 복수. 피. 류미는 갈증을 느꼈다. 이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저 밑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꺄아아아!”


비명에 눈을 뜨자 휘나는 머리를 붙잡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휘나는 본성을 숨기고 살아온 자였다.


그래서 저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아스칼리는 더는 주저하지 않았다. 단검을 빼 들고 류미에게 달려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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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화 별동대(7) 22.10.30 26 0 12쪽
111 111화 별동대(6) 22.10.29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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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1화 신의 군대(2) 22.10.10 29 0 11쪽
100 100화 신의 군대(1) 22.10.09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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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화 신(8) 22.10.03 25 0 12쪽
95 95화 신(7) 22.09.30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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