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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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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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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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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신(5)

DUMMY

한편 바일라와 드롱은 글린데일에서 하루를 묵고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진 뒤 우체국 앞에서 다시 만났다.


거리는 온통 흩날리는 종이 꽃가루와 굴러다니는 술병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글린데일과 주변 지역인 포들랜, 아쉰베일에서도 몰려와 왕국의 새로운 왕의 이름을 연호하며 거리를 가득 메웠고 무료로 나누어주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취객들이 얼싸안고 춤을 췄다.


경비병들 또한 화려한 금빛 방어구와 휘장 그리고 무기를 차고 나와 기쁨에 취한 주민들을 통제했다. 영문은 모르지만, 어른들이 기뻐하자 덩달아 신난 아이들도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내 지갑이 어디 갔지? 소매치기야!”


왕국의 축제를 즐기는 건 소매치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눈 잃은 지갑은 그들의 타겟이 되기에 충분했다.


드롱과 바일라는 왕궁으로 향하는 사람들에 꽉 막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서 도저히 지나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두 사람의 뒤로도 사람들이 몰려왔고 결국엔 지나갈 수도 없는 지경까지 놓이고 말았고 의도치 않게 군중들 틈에 섞여 강제로 크리스탐왕의 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경애하는 타이탄 왕국의 시민 여러분 아니지 포이니타 동포 여러분. 타이탄의 발밑에서 억압받고 궁핍하게 살아가던 불평등한 사회가 드디어 끝나고 드디어 우리는 오늘 길고 길었던 타이탄의 지배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의 연설에 화답이라도 하듯 절반에 가까운 군중들이 손을 높이 들어 올려 함성을 내질렀고 나머지 백성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거나 환호하는 이의 손을 붙들고 그 뜻에 관해 물었다.


뜻을 모르기는 드롱과 바일라도 마찬가지였다.


“타이탄은 지상낙원이었던 옛 우리의 땅 볼렌피아에 쳐들어와 우리의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을 도륙하고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정신을 지배해 수백 년간 바로 지난주까지 자신들의 노예로 부려 왔습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아니요!!!”


“그들이 왕궁이 필요하다고 하면 인부로 끌려가 지어주었고 그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면 농사를 짓고 사냥을 나가 배를 불려주었습니다. 그뿐입니까!? 그들이 입는 옷 그들이 휘두르는 무기 그 모든 것이 다 우리 포이니타족이 만들어준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우릴 어떻게 대했습니까?”


“그럼 우린 뭐에요? 우리도 저들과 같은 종족? 같은건가?”


“어... 모르겠어요.”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아 군림하며 하나의 나라 백성이 아닌 계속해서 노예로 잘살 수 있도록 도왔죠. 귀족 중에 우리 포이니타족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우리 아이들은 돈이 없고 신분이 낮아 특성 학교를 다닐 수 없었습니다. 같은 평민임에도 타이탄의 아이들은 마법과 검술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왕궁에서 편히 근무했지만, 우리 자식들은 위협으로 득실대는 최전방으로 끌려가 그들이 파리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목숨을!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그곳에 내던지게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부조리가 심어져서는 안 됩니다.”


드롱은 바일라를 툭치며 물었다.


“그러니까 바일라님과 전 포이니타? 라는 종족이군요.”


“어쩌면요. 귀족들은 전부 다 타이탄이라고 한다면 류미님이랑 폴리는 타이탄이겠죠?”


“저 끔찍한 녀석의 말대로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고 연신 왕의 이름을 연호하며 울부짖는 백성들 그리고 마치 그가 신이라도 되는 마냥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모습까지 그를 우러러보는 자세는 다양했다.


그 모습에 바일라와 드롱은 일순간 얼굴이 일그러졌고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들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드롱은 완력을 이용해 위험천만한 정글을 탐험하듯 들러붙고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을 헤집고 밀쳐가며 겨우 빠져나갔다.


군중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도 끔찍했지만, 밖은 또 다른 혼란스러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골목 골목마다 취해 쓰러진 취객들이 즐비했고 마치 역병에 걸린 도시를 연상케 했다.


“왕께서 우리 모험가분들을 위해 직접 제조하신 고급 마나 물약과 치유 물약을 즉위하신 기념으로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무료로 제공하는 술과 고기를 받아가세요!”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던 드롱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바일라를 끌어당겼다.


“오! 저건 좋은데요? 몇 개 받아가시죠.”


바일라는 문득 오래전에 데일러스가 크리스탐이 만든 물약에 정신이상을 일으키는 성분을 첨가했을지도 모른다는 터무니 말을 했던 게 생각이 났다.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거리에 쓰러져 해롱거리는 모습을 보고 나자 그가 했던 말이 단순히 복수와 분노에서 나온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과 고기는 그렇다고 쳐도 그의 재산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 많은 사람들에게 평범한 물약도 아니고 고급 물약을 나눠 준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필시 이건 그가 부리는 수작 중에 하나라고 생각됐다.


어쩌면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이 전율했다. 바일라는 피 냄새를 맡고 잔뜩 흥분해 튀어 나가려는 사냥개처럼 자신의 팔을 붙들고 늘어지는 드롱을 거세게 끌어당겼다.


“정신 차려요. 드롱님. 지금 길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도 저 물약이 받고 싶으세요?”


“엥? 그건 저들이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해서 그런 거잖아요.”


바일라는 드롱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자신을 보게 한 뒤 무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명심하세요. 지금부터 그의 손을 거친 건 어떠한 것도 손대 선 안돼요. 작은 돌멩이라도 말이에요. 아시겠어요!?”


“... 아... 알겠쪄요. 을겠으니 을글좀... 놔쥬세요.”


아침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드롱의 얼굴은 기름져 있었다. 바일라는 손을 떼 드롱의 망토에 손을 ‘스윽’ 비비고는 드롱을 앞질러 성문으로 걸어갔다.


“잠시만요. 마지막 행위는 조금 기분 나쁜데요?”


- - - - -


산뜻하게 대지를 적시던 빗줄기는 더 굵어졌고 비바람은 더 거세게 불어와 숲의 나무들이 강하게 흔들리며 기이한 소리를 냈고 바람 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해졌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비바람이 더욱 강력해졌지만 류미의 발목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멈춰서서 잠깐 숨을 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발이 제멋대로 움직여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으로 다른 발이 앞서 나갔다.


애초에 의지가 있는 걸까. 거대한 자석에 끌려가듯 몸이 움직였고 바지를 꽉 움켜쥐었다. 허리는 뻣뻣하게 자꾸 앞으로 내려갔고 몸의 체온이 떨어지며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몸살감기라도 걸려 드러누울 것처럼 으슬으슬했지만 발바닥의 체온만큼은 지칠 줄 모르고 불이라도 붙은 듯 계속 뜨거워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장막에 뒤덮인 숲을 헤쳐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지칠 대로 지쳐 환영을 보고 있는지도. 인고의 시간이 끝이 나고 마침내 두 다리가 멈춰 섰다.


개다리춤이라도 추듯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뱃속에 아직 소화되지 않은 저녁을 모두 게워냈다.


매몰차게 류미를 막아 세우던 빗줄기가 얄궂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해졌다. 류미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쳐 버린 하늘 바다를 올려다보며 크게 웃었다.


옆에 있는 나무를 부둥켜안고 가로막은 벽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장막을 뚫고 주위 사물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건 벽이 아니라 동굴임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던 동굴이 여긴가?”


입구가 굉장히 넓은 동굴이었다. 확실히 이 정도 규모의 동굴이라면 만티코어가 몸을 숨기고 살기에 적합해 보였다.


“라이트 업!”


손바닥 위에 환한 빛을 내뿜는 구체가 생성됐다. 마치 세네리엘의 빛을 따다 손에 옴긴 것처럼 너무 과하게 눈부셨다.


류미는 자신도 모르게 마법봉도 없이 주문을 사용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주문을 취소해버리고 뒤로 콰당 넘어졌다. 등줄기가 오싹했다.


“뭐... 뭐지? 어째서... 마법봉이 없는데 주문을 쓸 수 있는 거지?”


류미는 진흙탕을 깔아뭉갰던 엉덩이를 일으켜 빛을 내는 주문을 다시 사용해 보았다. 이번에도 구체가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위이이잉.”


알 수 없는 몸의 변화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류미는 빛을 비춰 주변을 살펴보았다. 동굴 외벽에는 누군가 할퀴어 놓은 것 같은 흉한 상처가 보였고 그 옆으로는 짐승들의 뼈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과거의 겁 많고 눈물 많은 류미였더라면 기겁해 쓰러져 눈물을 훔치며 소리를 꽥꽥 지르고 도망쳤겠지마는 지금의 류미는 뭔가 달랐다.


무덤덤하게 하얀 뼈로 차곡차곡 정성스럽게 쌓아 올려진 뼈 산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분리수거는 잘해놨네.”


류미는 겁도 없이 무언가 이끌리듯 만티코어가 있을지도 모를 동굴 안으로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신음하는 야수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어딘가 익숙한 힘도 함께 느껴졌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힘이 끌어당기는 방향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굽이굽이 미로 같은 동굴을 지도 없이 익숙하다는 듯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리고 낮에 들었던 소름 끼치는 남자의 목소리도 머릿속에 들리는 것 같았고 야수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릴수록 목소리 또한 점점 또렷해졌다.


마침내 만티코어의 근처에 도착해 눈만 살짝 내민 채 녀석을 바라보았다. 적막한 동굴 안쪽엔 물 떨어지는 소리와 만티코어가 부상당 한 날개를 정신없이 핥는 소리만 들렸다.


낑낑거리며 핥는 것에 심취해 류미와 빛이 자신의 근처까지 다가와 비추고 있음에도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때 또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놈의 앞발에 가방이 있다.”


류미는 빛을 앞발 쪽으로 옮겨 놈의 큰 발바닥 사이로 삐져나와 있는 가방의 끈을 보자 머리가 따끔따끔 아파 왔고 사랑했던 류미의 두 번째 엄마이자 유모인 다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행복한 기억이 뒤엉켜있는 머릿속을 헤집고 나왔고 야수의 발밑에 깔려 있는 가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 가방은 유모 다카가 류미가 그토록 바라던 특성학교 첫 등교 전날 밤 선물해준 무한의 가방이었다. 부족한 형편에도 큰맘 먹고 사준 류미의 전 재산이자 보물 1호였다.


“어서! 우리에게는 저 가방이 필요하다.”


알 수 없는 목소리의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 저 야수에게 들이댈 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그 누구라도 맨몸으로 저길 가라고 한다면 가지 못할 것이다.


“이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 산만한 발이 보이지 않는 거야? 내 몸뚱이보다 크다고!”


류미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고 육성은 동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귀가 안 들리지 않고서는 못 들을 수가 없었다.


“이런 멍청한! 마음속으로 말해야지 왜 소리를 바깥으로 내지르고 그래!”


“아니 씨!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알려주던가! 그런데 넌 누군데 아까부터 내 머릿속에서 명령 질을 하는 거지?”


“지금 이 상황에 그게 중요하냐!? 앞을 보라고 놈이 일어나잖아!”


만티코어는 그르릉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코를 들썩거리며 침입자를 내려다보았다.


“구체를 놈에게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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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화 별동대(7) 22.10.30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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