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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님의 서재입니다.

돈주머니 용사 나가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2
최근연재일 :
2019.04.26 07: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5,022
추천수 :
937
글자수 :
145,028

작성
19.04.16 07:20
조회
1,551
추천
16
글자
11쪽

얼마면 돼?

DUMMY

일단 진정을 시켜야겠다.


“이, 일단 진정 좀 하지?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야.”

“닥쳐라! 악마의 마법사! 이 나라의 참극을 어떻게 좀 해보란 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뭘 어쩌라는······”


왕은 너무 흥분한 상태여서 사실 대화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아, 내가 왜 이런 피곤한 일을 맡아야하는 것인가. 마검이고 성녀고 다 잊어버리고 마왕성으로 돌아가고 싶다.


“음··· 뭐, 사람들을 동원해서 금화를 다 묻어버리는 안 될까?”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노오옴!!!”

“그, 그럼, 바다에 던져버리는 건?”

“뭐, 뭐라! 이놈을! ······억!”


왕의 얼굴이 엄청나게 빨개지더니 결국 버티지 못하고 뒷목을 잡았다.


-폐, 폐하!


결국 왕은 쓰러져 병사들에 의해 후송됐다.

실려 간 왕을 대신해서 한 젊은 여인이 걸어 나왔다.

18살? 19살? 정도의 붉은 머리를 한 여인은 어느 귀족 집 딸내미처럼 고급스런 옷을 입고 있었다. 살짝 주름지고 먼지가 묻긴 했지만 아버지보다는 보살핌을 받은 눈치다.

힘은 없어 보이지만 국왕보다는 훨씬 침착한 표정이었고.


“저는 이 나라의 공주 비아라고 합니다. 아바마마를 대신해서 제가 얘기를 듣도록 하죠.”


아, 이 여자가 이 나라 공주였구나.


“서서 얘기하긴 뭐하니······ 이쪽으로 오시죠.”


비아 공주가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그런 내 뒤를 샤사룬, 야일, 2군단장 요툰이 따라왔고 나머지 군단장들은 마족 병사들과 함께 성문 앞에서 대기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러다 함정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보아하니 그럴 기색은 전혀 없다. 아니 우리가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해도 막아낼 힘이 없어 보인다.

왕도 로벨라인 안으로 들어온 나는 휑한 거리를 둘러봤다. 사람의 모습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마족이 침공한다는 소리에 집에 숨어버린 것이리라.

약간 열린 창문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비아 공주가 안내한 곳은 왕도 안에 있는 궁궐.


[호오··· 이곳이 인간들의 성인가? 생각보다 별 볼일 없군. 흠! 공주도 야일 쪽이 훨씬 낫고!]


이 녀석 전부터 사사건건 마족이랑 인간이랑 비교하는 게 정신승리를 하고 싶은 건가?

궁궐 실내는 아무래도 꺼려져서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된 야외 정원에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준비된 곳이 아니다보니 먼지투성이 테이블. 얼마나 궁궐 살림이 돌보아지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비아 공주 옆에서 여기사가 검자루를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내 목을 갈라버릴 것만 같아서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말씀해보시죠? 로벨 왕국을 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여기에는 왜 오신 건가요? 당신의 마법에 농락당한 저희를 놀리려고 오신 건가요?”


아니 농락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사고라니까.

하지만 그런 변명을 해봐야 전혀 통할 분위기가 아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마검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핵심만 적당히 말하고 자이렌이니 어쩌니 하는 불필요한 부분은 다 뺐다.

내 얘기가 일단락되자 비아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부러진 마검을 고치기 위해 성녀를 찾으러왔다는 거군요······. 그런데 마검이 어쩌다 부러지게 된 건가요? 성검으로 수백 번 두드려야 그렇게 될까 말까 할 것 같은데요.”

“아······ 이쪽에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그럼 저 마족 대군은 왜 데리고 온 건가요?”

“보디가드.”


나는 엄지를 추켜들었다.


“······.”

“아무튼 그 성녀를 찾아야 하는데 혹시 어딨는지 알고 있을까?”


비아가 옅게 미소를 짓는다.

왠지 좋은 의미로는 보이지 않는데······.


“얘기가 빨라질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이 나라에 성녀는 딱 한 명밖에 없습니다.”


뭔가 대단하다는 듯이 말하면서 붉은 머릿결을 찰랑거린다.

자신을 어필하려는 느낌.

공주병 걸렸나?


“······그래서 그 성녀가 어딨는데?”


비아의 눈이 매섭게 일그러진다.


“당신 눈앞에 있잖습니까!”


아, 그랬구나. 이 공주가 성녀였구나.

나는 양 손을 탁 쳤다.

그리고 곧장 요툰을 불렀다.


“가서 마검 가져와.”

“네.”


요툰이 부러진 마검을 가져왔다.

그 마검을 비아 앞에 탁! 내려놨다.


“고쳐줘.”


찾을 수고를 덜어서 다행이다. 설마 이렇게 빨리 성녀를 만날 줄이야.

음음, 역시 속전속결이 좋은 거지.

빨리 끝내고 마왕성으로 복귀. 그 다음은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영위.

완벽한 플랜이다!

그런데······

비아가 테이블을 탁 내리쳤다.


“참으로 뻔뻔하네요.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놨으면서 부탁을 들어 달라? 제정신이십니까?”


나는 제정신이다. 아니 그보다 빨리 끝내고 싶다.


“그러니까 땅에 묻어버리면 되잖아.”

“그 많은 금화를 어떻게 땅에 묻나요? 그 인력을 동원하려고 해도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을 고용하려고 해도 인건비가 얼마나 비싸졌는지 압니까?”

“왕가인데 돈이 없어? 가난하네.”


비야의 머리에 혈관이 툭 두드러진다.


“원래 부자였는데 당신이 거리에 금을 뿌리는 바람에 이제 왕가는 거지입니다!”


워워, 소리지르지 말고. 아버님처럼 고혈압이라도 생길라.

한편 공주 뒤에 있는 데르나의 손이 바르르 떨린다.

정말 끓는 주전자에 억지로 뚜껑을 씌운 것처럼 분노를 참고 있다.

음. 도발하진 말아야겠다.


“사람들을 억지로 동원해서라도 묻어버리면 되지 않나?”


말하자면 병사들을 동원해서 위협이라도 해서 말이지.

아니 그 병사들을 써서 사람들에게 금화를 토해내게 해서 어디 산에 묻어버리면 되잖아.

그런데 그것도 안 되는 것 같다.


“병사를 동원하려고 해도 그 병사들을 동원할 급료를 지불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금값이 폭락했다고 해도 금화는 금화고 돈은 돈입니다. 억지로 내놓으라고 해서 내놓을 사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꼭꼭 숨겨두고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거라도 없으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묻어버리면 그걸 파내는 사람은 없겠느냔다.

그러네. 이거 확실히 난감할 지경인 듯하다.

마족 군대를 동원해서 억지로 내놓으라고 해서 묻어버려······도 크게 달라질 것도 없겠지.

그건 그거대로 마족이 인간 영역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잘 회수된다는 보장도 없겠지.

그런데 비야는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는 모양이다.


“당신이 꺼냈으니까 당신이 다시 회수를 하면 되잖습니까!”

“미안해서 어쩌지··· 나는 꺼내는 기술은 있어도 다시 넣는 기술은 없는데?”

“뭐, 뭐라고요!”


눈빛이 너무 매서워서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워본다.


“어쩜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을 수가 있죠? 지금 사태가 얼마나 위중한지는 알기나 해요? 지금 왕가는 왕궁의 텃밭에서 감자를 키워먹는 지경이에요. 주변 왕국들은 로벨 왕국에서 누구도 넘어오지 못하게 봉쇄하고 있어요. 당연히 교역도 못하고 있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지경이에요.”


혹시라도 대량의 금화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닥치겠지. 봉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다음부터는 비아의 길고 긴 하소연이 이어졌다.

도망친 병사들과 굶주린 아이들 얘기.

일부지역에서는 농장 등을 중심으로 독립 세력이 들고 일어나서 무법 지대가 되었다는 이야기.


“아, 알아들었어. 그 정도면 충분해.”

“아셨으면 빨리 해결을 하세요. 로벨 왕국을 구하기 전에는 그 어떤 의뢰나 요구도 들어줄 수 없습니다.”


보기하곤 달리 완고한 공주네.

협박을 해보는 게 좋을까? 사실 내가 데리고 온 마족들이 마음먹고 날뛰면 1시간도 안 돼서 이 나라는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아니지, 그런다고 이 공주가 순순히 말을 들을 것 같진 않다. 이왕 망했는데 그냥 배째라고 나올 공산이 크다.


그럼 어떻게 한담.

여기서 인정해버리면 온갖 책임을 내가 다 뒤집어쓰게 될 텐데.

한도 끝도 없이 죄인이 될 텐데.

‘젠장!’

이럴 땐 뻔뻔하게 나가야 해.


“이걸 내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뭐라고요?”

“애초에 나는 돈을 쓰면서 살았을 뿐이야. 문제가 된 건 너희들이 날 추격했을 때부터잖아. 그 전의 인플레이션은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구?”


비아 공주가 부들부들 떤다.


“나, 나는······ 당신 때문에 시집도 못 갔는데······.”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 같은데 이를 악물고 말한 터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나는 화살을 공주 뒤의 여기사에게 돌렸다.


“데르나라고 했었나? 그래, 생각해보면 너 때문이야! 네가 날 추격해서 어쩔 수 없이 금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사실 데르나 보다는 갑자기 나타난 도적단 책임이 크다. 알고는 있지만 지금은 기싸움하는 중이니까.

질 수야 없지!


“뭐, 뭐라······ 나 때문이라고? 정말인가?”


데르나의 눈에 눈물방울이 글썽인다.

계속해서 ‘나 때문인가? 그랬나? 내가 추적을 해서?’하고 중얼거리고 있다.

어이어이 너무 쉽게 걸려드는 거 아닌가?

조금 어이없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철판을 깔아보자.


“이제 알았지? 이건 너희들이 촉발시킨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 왕국은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 마검을 고쳐주는 의뢰비는 당연히 지불할 생각이야.”


주머니를 들어 안에 있는 금화를 한 움큼 꺼낸다.


“얼마면 돼?”


할 말을 잃은 비아. 얼굴이 붉어진 게 곧 자기 아빠처럼 뒷목을 잡을 것 같다.

내가 평생을 가난뱅이로 살면서 얼마나 철판을 깔아야 했는지 상상도 못할 거다. 엄마 빚 때문에 무릎 꿇고 빌어본 적도 수십번이다.

철판이야 말로 내 생존원리지.

그런데 왜 옆에 있는 샤사룬, 야일, 요툰의 눈초리가 경멸을 담고 있는 것인가······.


[흐음······ 저닐. 네가 진짜 악마로 안 태어난 것이 이 세계의 축복이었을 지도 모르겠네.]


알퀴세르의 한마디.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지? 마왕님아?

내가 주머니를 매섭게 쏘아보자 알퀴세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마검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는 분명 정보가 하나도 없지만, 이 대량의 금을 처리하는 거라면······ 아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아니, 그런 게 있다고?

뭔데?


[바로 드래곤을 이용하는 것이다.]

“드래곤?”


내 혼잣말을 들은 비아가 표정을 살짝 풀었다.


“그래도 역시 알고는 계시군요. 바로 그것입니다.”

“응?”

“드래곤을 이용하는 것이 이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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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소설보러
    작성일
    19.05.31 08:56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n4699_a1..
    작성일
    19.07.25 12:09
    No. 2

    드래곤도드래곤아지만 주인공도 바보고 다바보인듯 금이문제면 금을녹여서 귀금속을만들어 역으로 팔든가 식량으로 교환하면되는데 교역막히게 그냥 그대로둔다느게...억지같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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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족지배 +1 19.04.06 2,014 27 10쪽
7 짐은 방패가 아니다 +1 19.04.05 2,223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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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황금의 산 +4 19.04.03 2,432 36 14쪽
4 데르나의 관점 +3 19.04.03 2,599 40 13쪽
3 무게경감 +7 19.04.02 3,035 48 13쪽
2 부활 +2 19.04.01 3,391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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